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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72화 (172/212)

172. 회식, 휴가권.

“분위기를 흐려서 죄송하지만, 병사를 사살하려 했던 장교는 다시 생각해도 화가 나서 말입니다.”

“그래. 안 그래도 그 건에 대해서는 진술 확보가 끝났다.”

대규모 게이트 건도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겠다, 이젠 무궁화 자격이 없는 헌터들을 쳐내야 할 때.

“나다 싶으면 나와서 대가리 박아라. 조사하면 다 나온다.”

순식간에 험악해진 분위기.

두석용 소장의 말에, 장교 서너 명이 후다닥 나와 머리를 박았다.

“김영철 대령. 인간 같지도 않은 새끼. 넌 불명예 전역 확정이다. 3일 내로 심의를 연다니까, 각오하고 있어.”

“…….”

“따로 할 말 있나?”

“없… 없습니다….”

김영철 대령에 이어, 김민준을 모함하려 했던 장교들에게도 징계가 확정되었다.

아마 놈들의 군생활은 끝났다 해도 좋을 것이다.

‘나랑 위에 별들에게만 찍혔겠냐? 국방부 안보 실장도 있는데.’

위쪽에게 제대로 찍혔으니 말이다.

‘그러게 상대를 봐 가면서 건드렸어야지.’

대규모 게이트 안의 상황은 자신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감염체로 우글거리는 게이트 내부.

고립된 다수의 시민들.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환자의 숫자.

‘거기에 클리어 조건이 두 개가 있었고.’

시간 내에 게이트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시민들과 병사들이 죽어 나간다.

그렇기에, 소환수들에게 마기의 절반을 건네주면서까지 지시를 내렸다.

사람들을 구하는 것에만 집중하라고 말이다.

그럼에도 부족하다면….

흑마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서라도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 상황에 날 모함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부터가 정상이 아니라는 거다.’

우연히 그 현장 근처에 있지 않았다면, 병사 한 명이 허무하게 사살당했을 것이다.

저런 자격 없는 헌터들을 쳐내야 터무니없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김 대령. 나랑 둘이서 이야기 좀 하지.”

“예. 알겠습니다.”

일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두석용 소장이 김민준을 막사 안으로 불렀다.

뭔가 싶었더니 손은서 병장에 관한 이야기였다.

“자네야 뭐… 이전부터 압도적인 힘을 보여 줬으니 이번에도 그러려니 한다만….”

그는 손은서 병장의 검술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이야 러시아 국보급 아이템을 사용했으니, 별 의심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의심을 하려 해도 위쪽에 청와대 안보 실장이 떡 버티고 있고.

‘하긴. 검기는 너무 눈에 띄니까.’

마력검은 검신에 오러를 두르는 기능밖에 없다.

무슨 짓을 해도 오러를 방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손은서가 검기를 날리는 걸 수많은 병사들이 봤으니,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4 중대장한테 보고 받았다. 손은서 병장에게 검술 스텟이 발현되었고, 검기 스킬까지 생성되었다고.”

두석용 소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높은 자리에 올라와 있는 만큼 저런 정보들에 대해서야 진작에 알고 있었다.

특별한 스텟, 그리고 스킬.

그걸 알면서도 묻어 두었던 가장 큰 이유는….

병사들이 느끼게 되는 박탈감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헌터군은 병사들의 수가 적어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서 스텟과 스킬의 존재가 밝혀진다면, 병력의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스텟과 스킬은 임무 수행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당연히 진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되면 장기 복무를 희망하는 헌터들의 수가 줄어들게 된다.

“스텟과 스킬. 그 존재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었지. 별들 셋 중의 하나는 알고 있을 거다.”

“지금까지 밝히지 않은 이유는, 병사들의 박탈감 때문입니까?”

김민준의 질문에 두석용 소장이 피식 웃었다.

“김 대령. 날카롭구만. 그렇지. 대다수의 헌터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가 없거든. 강력한 스킬이라는 벽을.”

그는 잠시 헛기침을 하더니, 자신도 스킬을 하나 가지고 있다며 말했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전투 취침. 어디서든 1분 안에 숙면을 취할 수 있지.”

“그렇군요.”

저걸 스킬이라고 해야 할까.

있으면 나쁘지는 않지만 굳이라는 느낌이 드는 스킬이었다.

“방금 들어서 알겠지만 내 스킬은 있어 봐야 별 영향이 없지.”

스킬이라고 해도 눈에 띄지 않으면 괜찮다.

하지만 손은서 병장은 다르다.

눈에 띄어도 너무 띈다.

스킬이 한번 발현된 이상, 시간이 지날수록 병사들과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본론은, 자네가 손은서 병장을 차출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정예 부대를 창설할 예정이라면서?”

일반 부대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특수 부대라면 괜찮다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스킬과 스텟에 대해 숨길 만큼 숨겨 왔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나.

“전 100% 실력으로 선발할 예정입니다. 물론 손은서 병장을 개인적으로 단련시켜 줄 수는 있습니다.”

“하하하! 김 대령. 관심법이라도 쓰는 건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구만.”

두석용 소장은 호탕하게 웃으며, 게이트 클리어 보상 건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대답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지. 특별 보상은 자네 몫으로 해 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예. 감사합니다.”

“대규모 게이트 클리어에 98%의 기여를 했으면 당연히 자네가 가져가야지.”

던전이나 게이트, 몬스터 등등.

거기서 나온 아이템은 헌터 본부의 것이다.

대령이라 해도 예외는 없다.

하지만, 별이 개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군대가 이런 게 불편하다니까. 내가 거의 다 때려잡았는데, 아이템을 허락받고 가져가야 한다니.’

어쨌든 방금 대화로 괜찮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스킬과 스텟에 대한 헌터 본부의 태도.

그리고 장성들의 태도까지.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상관없지.’

조각상을 찾는 것으로 인해, 보스 몬스터를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수월하게 처리한 편이었다.

‘진급 점수 얼마나 줄려나. 별까지 한 걸음이라 뭔가 두근거리네.’

**

부대에 복귀한 지 14일이 지났다.

“지난번 대규모 게이트에 비하면 재산 피해가 적다라. 그나마 다행이네.”

피해 복구 작업도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다.

보스 몬스터로 출현한 학살자.

놈이 예상보다 강해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를 막 갈겼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피해가 적어서 다행이었다.

“흠흠. 내가 아이템을 연사한 지역은 복구 기간이 최소 6달이라.”

같은 곳에 몇 발 더 갈겼다가는, 정말 지구가 뚫리지 않았을까.

“에이 씨. 별 달기가 어렵긴 어렵네.”

김민준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규모 게이트를 혼자서 클리어하다시피 했다.

신속한 대처로 인해 인명 피해는 0명.

7급 몬스터인 학살자를 단신으로 처치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특별 진급은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훈장 받은 거야 좋긴 좋은데.”

그는 훈장 중에서도, 소령에서 대령급만 받을 수 있는 삼일장을 받았다.

이로써 2개의 훈장을 수여 받게 된 것이다.

군 복무 기간 중 훈장을 2개나 받은 헌터는 거의 없다 싶을 정도.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인 셈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중대장의 직책까지 달았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것이었다.

“아니. 별 다는 게 너무 쉬워도 재미없지. 어려울수록 성취감이 큰 법이니까.”

대규모 게이트와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한 번이나 두 번 더 올려야 한다.

특별 진급으로 별까지 가려면 그 정도의 성과를 요구했다.

“괜히 장성들 나이가 많은 게 아니라니까.”

역시 별은 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민준 대령님!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잠시 후, 김서현이 방긋 웃으며 중대장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이번 대규모 게이트에 투입되지 않았다.

부대에 잔류했지만 놀았다는 게 아니다.

다른 소대가 클리어해야 하는 던전을 배로 클리어했으니까.

잔류한 헌터들 역시,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을 충실하게 수행했다는 말이다.

“김민준 님. 러시아에서 받은 단검 아이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왜. 몬스터가 잘 썰리냐?”

“슥하고 긁으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게, 딱 제 취향이에요! 소대원만 없으면 몬스터가 발버둥 치는 걸 감상하는 건데… ”

“그거 다른 애들 앞에서는 말하지 마라. 겁먹는다.”

“물론이죠!”

그녀와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BOQ의 연병장으로 향했다.

대대 회식을 위해서였다.

최근 몇 달 동안 훈련이니 상황이니 긴장감의 연속이었으니까.

부대원들이 잘해 주기도 했고.

“김민준 대령님 오셨다!”

“부대 차렷!”

“충! 성!”

고기를 옮기던 병사들이 자신을 보자마자 거수경례를 해 온다.

“2대대. 그리고 4대대. 선은 지키면서 놀아라. 알겠냐.”

“예!”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2개의 대대가 한 번에 회식을 하게 되었다.

여헌터와 남헌터가 반반씩 섞여 있다 보니, 분위기가 평소보다 몇 배는 밝았다.

“대규모 게이트 공략,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하셨어요!”

캔맥주를 부딪치며 시작된 회식.

다들 웃고 떠들며 잡담을 나눴다.

“너. 팔은 좀 어떠냐.”

“상병! 이희주! 의무 장교님께서 7일 정도면 깁스를 풀어도 된다고 하십니다!”

“그래. 그렇다고 무리하지는 말고. 회복 물약 더 필요하면 말해라.”

“감사합니다!”

여헌터들 중, 학살자를 직접 마주한 헌터들은 여전히 팔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다.

김민준은 그런 병사들의 몸 상태를 한 번 더 점검하고, 회복 포션을 하나씩 더 챙겨 주었다.

“와…. 세상에 저런 중대장님이 어디 있을까요?”

“그러니까요. 대령이신데도 병사들을 신경 써 주시잖아요.”

헌터들.

특히 여헌터들은 그런 행동에 고마움을 느꼈다.

자신들은 분명 타 대대원인데도 일일이 챙겨 주었으니까.

“하아. 다른 장교들은 안 이러는데.”

“내 말이. 김민준 대령님 반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니까.”

“그것보다, 들었어? 110사단의 김영철 대령. 대규모 게이트 안에서 병사 사살하려다가 걸렸잖아.”

“뭐? 진짜?”

“그런 사람이 대령이라는 게 끔찍하다 정말….”

김민준은 그저 평소와 똑같이 병사들을 대할 뿐이었다.

장교들은 그렇지 않기에, 그에 대한 병사들의 평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아욱…. 하필이면 오른손을 다쳐서….”

분위기가 무르익는 와중, 한쪽에서 고기를 집던 손은서 병장이 젓가락을 놓았다.

왼손으로는 젓가락질이 불편해 숟가락 포크를 사용할 생각이었다.

“손은서 병장님. 김민준 대령님이 지원 오실 때까지 혼자서 버티신 게 진짜입니까?”

“마력검의 오러를 날리셨다던데, 어떻게 한 건가요?”

“야, 그거 진짜냐? 오러를 어떻게 날리는데?”

손은서 역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타 대대원들이 그녀의 무용담을 듣기 위해 벌떼처럼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아 진짜. 정신없어. 오랜만에 삼겹살 좀 원 없이 먹으려고 했는데….’

여기서 짜증을 내면 자신만 이상한 사람이 된다.

그래서 적당히 둘러대고 넘길 생각이었다.

“손은서 병장. 팔은 좀 어떠냐.”

그러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지금 타이밍에 김민준이 다가왔다.

“병장 손은서! 괜찮습니다!”

병사들이 더더욱 몰리기 시작한다.

“이거 받아라. 너 쓰라고 주는 거다. 양보하거나 하지 말고.”

이어진 그의 행동에, 병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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