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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70화 (170/212)

170. 대규모 게이트-4

“정면으로 뚫고 들어간다. 회수는 내가 할 거니까, 너희들은 방어만 해라.”

그저 마력 방패로 감염체를 뚫고 들어가는 것.

전략이라고 말할 것도 없다.

단순 무식이라도 말해도 좋을 정도였다.

“1차로 마력탄을 퍼부은 뒤, 수를 줄이고 가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마력검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그럴 시간은 없어.”

병사의 질문에 김민준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본래대로라면 어느 정도 안전을 확보한 뒤 진입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1분이라도 빨리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것이 우선이다.

“감염된 시민과 병사가 실시간으로 늘어나고 있다. 일정 지점을 넘는 순간, 감당할 수 없을 거다.”

격리 시설의 수용 인원과 관리 인원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이야 소환수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억누르고 있지만, 언젠가 한계가 올 터.

그 한계점을 넘는 순간 감염자의 증가 속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넉넉하게 잡아서 6시간. 그 안에 모조리 정리한다.’

간단한 브리핑을 마친 뒤, 소대원들을 이끌고 63빌딩으로 향했다.

“후우….”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옥상으로 가는 순간 지옥이겠지.”

계단을 타고 옥상으로 향하는 도중, 소대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잔뜩 긴장한 듯한 모습이다.

두꺼운 장비로 온몸을 보호하고 있지만, 다수의 감염체 상대로는 수 분 버티는 게 고작이었으니.

거기다 치료제가 없는 지금 한 번이라도 물리면 바로 격리다.

그게 병사들에게 있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놈들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네.’

김민준은 소대원들을 다독이며 앞장섰다.

“훈련하던 대로만 해라. 대열 벗어나지 말고.”

“예, 예!”

“너희들의 안전은 내가 책임진다. 걱정하지 마라. 너네들이 물릴 일은 없을 거니까.”

옥상에 다다르자, 문 너머로 감염체의 괴성이 들려왔다.

쾅! 콰앙!

놈들은 당장이라도 뚫고 들어올 듯 문을 마구잡이로 두들겼다.

“바로 들어간다. 공간이 생기면 거기서 방패 대열 만들어라. 공간은 내가 만들 거니까, 포지션 잡을 준비 해라.”

“예!”

김민준이 발을 들어, 문을 힘껏 찼다.

그러자 문이 부서지며 근처에 있던 감염체가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지금!”

일시적으로 생긴 빈 공간.

헌터들은 마력 방패를 치켜세운 뒤 그 틈을 뚫고 들어갔다.

“그에에에에엑!”

“크에에엑!”

“구와아아악!”

“으아아! 이놈들 얼굴 들이민다!”

“어떻게든 밀어내!”

감염체 무리가 헌터들을 발견하자마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마력 방패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뚫렸을 정도의 규모.

놈들은 순식간에 헌터들의 시야가 안 보일 정도로 달라붙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방패 숙련도가 높은 헌터들 조차 뒤로 나자빠질 정도.

“안 되겠다! 너무 많아! 그냥 버텨! 밀어내려 하지 말고!”

“예!”

분대장의 외침에 다들 이를 악물며 버텼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버티는 것뿐이었다.

“생각보다 많네. 그대로 1분만 버텨라!”

“으윽….”

“죄, 죄송합니다! 이, 일 분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이놈들 무식하게 숫자로 밀어붙입니다!”

김민준은 채찍, 심연을 머금은 어둠을 꺼냈다.

재빨리 조각상만 확보하고 빠지려고 했는데, 놈들의 수가 꽤 많다.

예상했던 수의 2배 이상이다.

이 정도면 정리를 하고 가는 편이 나중을 생각해서라도 좋다.

스스스스.

아이템의 효과, 속박을 사용해 감염체들을 일시적으로 속박했다.

“비켜.”

그 뒤 스킬, 악독한 돌진을 사용해 놈들에게 들이박았다.

펑! 퍼펑!

폭죽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가는 감염체들.

발 디딜 틈도 없던 공간은 어느새 몬스터의 사체로 가득했다.

[힘 스텟이 1 증가하였습니다.]

[민첩 스텟이 1 증가하였습니다.]

[체력 스텟이 1 증가하였습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았으면 좀처럼 오르지 않던 스텟이 오를 정도.

“응?”

“뭐냐?”

김민준이 조각상을 찾던 사이, 소대원들이 어리둥절하며 주위를 살폈다.

옥상을 가득 채웠던 몬스터가 단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진땀을 뺐는데 말이다.

“…김민준 대령님?”

“어, 어떻게 하신 겁니까?”

“채찍으로 묶은 뒤에 어깨빵.”

“…잘 못 들었습니다?”

그는 멍한 듯 몸을 일으키는 헌터들은 제쳐 두고, 몬스터의 입으로 손을 가져갔다.

“여기 있었네.”

감염체의 모형을 본뜬 조각상.

어째 안 보인다 했더니 몬스터가 삼켰을 줄이야.

띠링.

목재 재질의 조각상을 꺼내자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조각상을 획득하였습니다.]

[대규모 게이트 클리어 조건 1을 만족하였습니다.]

[감염체의 출현 빈도가 잦아집니다.]

[감염체의 능력이 상승합니다.]

[감염체의 수가 증가합니다.]

“어? 어어? 김민준 대령님! 메시지가 떠올랐습니다!”

“저도 보입니다!”

소대원들에게도 보이는 걸 보면, 게이트 안에 있는 헌터들 전원이 확인했을 것이다.

“20년 전이랑 비교하면 훨씬 버거운 건 맞네.”

확실히.

이번 게이트는 20년 전에 발생한 대규모 게이트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그 당시에는 조건 없이 몬스터만 두들겨 잡으면 사라졌었는데.”

분명 몬스터도 3등급에서 4등급 수준이었고.

“게임 같으면 더 쉬워진다든가 해야 하는 거 아니냐? 클리어 조건 1개를 만족했는데.”

본래라면 한숨 돌릴 만한 상황이겠지만 메시지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미친!”

“감염체가 더 늘어난다고?”

“지금도 겨우 막아내고 있는데?”

안 그래도 헌터들에게 버거운 감염체가 더욱 강해질 테니까.

그뿐만 아니라 개체 수까지 늘어난다.

절망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띠링.

[보스 몬스터가 잠에서 깨어납니다.]

[보스 몬스터에게 적용된 은신 효과가 해제됩니다.]

[보스 몬스터에게 적용된 왜곡 효과가 약화됩니다.]

다만, 그 뒤에 떠오른 메시지는 그나마 희망적이었다.

“아. 이래서 발견하지 못한 거네.”

적어도 김민준에게는 말이다.

‘은신에 왜곡이라. 두 개가 동시에 적용되어 있으니 소환수가 못 찾아내지.’

그냥 일반적인 은신 효과 정도는 소환수는 물론이요, 자신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다만, 왜곡 효과가 적용된 경우는 달랐다.

보스 몬스터를 감지할 순 있지만, 그게 보스 몬스터인지는 알 수가 없다.

몬스터인지 인지조차 할 수 없다.

왜곡 효과란 그러했다.

“감염체한테 물린 병사 없는지 체크하고 복귀할 준비해라!”

“예!”

어쨌든 이걸로 클리어 갈피를 잡았다.

보스 몬스터가 어떤 놈이든 찾아내기만 하면 끝이다.

시간문제라는 말이다.

쿠웅!

“뭐야?”

“어, 어억!”

“미친! 뭐야!”

63빌딩을 빠져나올 때쯤, 멀리서 충격음이 들려왔다.

위치로 보건대, 이곳에서 7㎞는 떨어진 지점이었다.

그 여파가 얼마나 큰지 땅이 울릴 정도.

“너희들. 그대로 복귀해라! 감염체 주의하면서!”

“예?”

“김민준 대령님?”

“지휘관님에게는 보스 몬스터를 처리하러 간다고 보고해!”

김민준은 재빨리 해당 장소를 향해 몸을 날렸다.

보스 몬스터.

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에.

**

한편.

무적 헌터 부대 4대대 4중대원들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넘어졌다.

넘어졌다기보다는 튕겨 나갔다는 것이 정확했다.

전방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충격 때문이었다.

“아윽! 갑자기 뭐야!”

“다들 건물에서 떨어져! 빨리!”

“저거 무너지는 거 아니야?”

여헌터들은 재빨리 몸을 가눈 뒤 건물에서 멀어졌다.

건물이 무너질 듯 흔들렸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중대장님! 저희 위치 사수합니까?”

“후…. 기다려 봐.”

중대장은 고민에 빠졌다.

4중대의 역할은 지정한 구역에서 감염체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

방금 발생한 굉음과 충격파는 당연히 무시할 수 없다.

한데, 문제는 저게 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병력을 물렸다가 감염체를 들여보내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4중대가 맡고 있는 지역 근처로 임시 대피소만 5개에 달한다.

지휘관 측에서도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를 내릴 정도.

‘방금 전에 떠오른 메시지도 신경 쓰이는데….’

보고를 위해 잠시 돌아가야 할까.

아니면 교대 전까지 위치를 사수해야 할까.

중대장이 두 가지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던 중, 거대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쿵! 쿵!

저런 발소리가 나려면 최소 오우거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리고, 4중대에는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 없다.

“4중대! 뒤로 물러난다!”

중대장은 재빨리 병력을 뒤로 물렸다.

나름 빠른 판단이었지만, 이어지는 충격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쿠와아앙!

“아아아악!”

“큭…. 최대한 거리 벌려! 그냥 뒤돌아보지 말고 멀어져! 빨리!”

방금 전과 같은 충격이 다시 한번 발생한 것이다.

삐-

이명과 함께 시야가 흙먼지로 뒤덮인다.

고개를 돌려 보면, 중대원 중 절반 가까이가 충격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저, 저건….”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

중대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 학살자….”

양팔에 거대한 도끼를 든 거인.

보랏빛 피부와 오우거보다 큰 덩치를 자랑하는 몬스터, 학살자였다.

“망할! 저게 어딜 봐서 학살자야! 몇 배는 더 크잖아!”

학살자는 7급에 달하는 몬스터다.

오우거와 트롤의 장점을 모아 합친 것 같은 몬스터.

당연히 일반 헌터는 상대가 불가능하기에, 마력포와 전투기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분명… 저놈이 처음 출현했을 때 마력포 6기와 4기의 전투기가 소모되었다고 했었는데….”

놈은 15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할 정도로, 출현 빈도가 드물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학살자는 체급부터가 달랐다.

“그, 그럼 아까 그 충격음은 저놈이 했다는 거냐….”

“저걸 어떻게 처치하라는 거야….”

중대원들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학살자.

놈에게 접근을 허용했다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뜻이었기에.

‘나라도 시간을 벌어야 해! 이러다가 모두 죽어!’

중대원들 모두가 후퇴하는 사이, 손은서가 마력검에 오러를 둘렀다.

‘1분. 아니, 30초라도 벌 수 있으면….’

그녀는 숨을 고르며 냉정함을 유지했다.

스킬, 검기를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제어할 수 없어도 상관없어.’

오히려 그편이 나을 정도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끌 수 있을 테니까.

쉬익! 쉭!

몬스터를 향해 검을 휘두를 때마다, 푸른 검기가 방출되기 시작했다.

“우워어어어!”

스킬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놈의 튼튼한 피부가 베여 나갔으니까.

“윽….”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학살자의 재생 능력은 트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뛰어나다.

손은서가 놈의 전진을 막은 시간은 고작 20초 정도였다.

“손은서 병장님! 물러나야 합니다!”

“도망치셔야 합니다!”

병사들이 멀리서 소리를 질러 댔지만, 그녀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우워어어어어어!”

잔뜩 성난 듯한 학살자가 도끼를 치켜들었다.

저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할 만큼 했어.”

그렇게 생각하고 검을 잡은 손에 힘을 뺐다.

그러길 수 초.

“손은서 병장. 얼굴이 왜 그렇게 죽상이냐?”

“어, 어어?”

어느샌가, 그녀의 옆으로 김민준이 와 있었다.

무슨 일 있냐는 듯이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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