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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69화 (169/212)

169. 대규모 게이트-3

퍼억! 뻐억!

김영철 대령은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두들겨 맞았다.

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가려 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그, 그만! 김민준 대령! 자네는 지금 선을 넘고 있다!”

“선? 선은 네가 방금 세게 넘었고. 내가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저 병사는 죽었을 거다.”

만약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김영철 대령의 행동은 옳다고 할 수 있다.

“병사가 감염체에 물렸을 때의 수칙. 대령 정도면 알고도 남지.”

그러나.

감염체에 대한 치료제는 20년도 전에 개발이 끝났다.

효과 역시 거기서 한층 더 발전해, 주사 한 대만 맞으면 아주 깔끔히 낫는다.

24시간 내에 맞기만 하면 말이다.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상황에 한해서 사살이 허가된다. 지금 상황이 그런 상황이냐?”

감염체에 물린 병사를 사살하지 않으면 부대에 큰 위협이 될 때.

그건 즉, 해당 병사를 격리할 공간이 없어야 하며.

감시와 관리할 인력조차 부족한 상황이어야 한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감염된 지 20시간이 지날 때까지는 사살이 허가되지 않는다.

그것이 헌터 본부에서 정한 원칙이었다.

“내가 한 말에 틀린 부분이 있으면 말해 봐.”

김민준이 그의 멱살을 잡고 끌어 올렸다.

으르렁거리는 듯한 그 모습에, 김영철 대령은 시선을 회피했다.

‘망할. 하필이면 저놈한테 걸려서….’

김민준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부대만 10개가 넘으며, 후방에 대한 지원 역시 충분했다.

그럼에도 급하게 병사를 사살하려 했던 건 일종의 두려움 때문이었다.

‘별까지 앞으로 한 걸음 남았는데!’

대령.

정확히는 준장(진).

준장으로의 진급이 확정된 상황에, 일이 꼬이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지 몰랐으니까.

그래서 신속하게 감염된 병사를 사살하고 해당 사실을 은폐할 생각이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충분히 넘어갈 법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에게는 병사 한 명의 목숨보다 진급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할 말 없지? 김영철 대령. 이번 작전 끝나고 군복 벗을 준비나 해라.”

“큭….”

김영철 대령은 입술을 굳게 깨물었다.

다른 대령이었으면 진작에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

헌터군에 복무한 지 20년.

대령 중에서도 힘이 강한 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하필이면 눈앞에 있는 인물이 김민준 대령이었다.

그가 누군가.

실력.

그 힘들다는 진급을 실력 하나만으로 뚫고 올라온 괴물이다.

거기다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활약을 해 마력석의 거래 루트까지 뚫었다.

이런 멈출 줄 모르는 활약 때문에 정부에서도 눈독을 들이는 인물이었고.

‘미치겠군. 이걸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가 청와대 안보 실장의 눈에 들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뒤늦게 후회를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거기 헌터들. 내가 허락한다. 김영철 대령이 헛짓거리할 것 같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메뉴얼대로 감염된 헌터를 직접 격리했다.

“힘들고 걱정되겠지만 참아라. 네가 죽을 일은 절대 없을 거니까.”

“예…. 가, 감사합니다.”

해당 헌터를 충분히 안심시킨 뒤, 감시와 관리를 위한 인원을 배정했다.

“김영철 대령. 임시 지휘소에서 회의할 때, 저 병사 보고하는지 안 하는지 확인할 거다. 제대로 해라.”

“아… 알겠다….”

단단히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작전을 수행을 위해 자리를 떠났다.

‘진짜 박력 장난 아니다.’

‘내 말이. 같은 계급 맞나?’

‘김영철 저 새끼는 물대령이라니까. 그냥 짬만 차서 달았지 능력은 없다고.’

‘방아쇠 당기기라도 했으면 진짜 달려들지도 몰랐다 난.’

이런 상황에서도 자신들을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그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

2시간 뒤.

장교들은 임시 지휘소에 집합했다.

현재 정상적인 통신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3시간마다 임시 지휘소에 모여 상황을 브리핑했다.

“현재까지 처치한 감염체는 약 3천 마리. 감염된 병사는 약 30명. 시민은 70명 정도입니다.”

“음. 예상했던 것보다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방심할 수 없다.”

작전의 총사령관을 맡은 두석용 소장이 침음을 흘렸다.

대규모 게이트인 만큼 많은 병력이 투입되었다.

그렇게 수색을 벌인 지 3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럼에도, 보스 몬스터에 대한 단서를 전혀 잡지 못한 것이다.

“시스템에서 언급한 조각상. 이것들의 확보 상황은?”

“예! 현재 수색 팀이 조각상이란 조각상은 최대한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보된 조각상은 약 400개 정도입니다!”

“좀 더 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두석용 소장은 작전에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20시간.

아무리 여유를 둬도 20시간 안에는 대규모 게이트를 클리어해야 한다.

병사들과 시민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인 만큼, 속도가 가장 중요했다.

‘하필이면 게이트 내부에 감염체가 득실거리다니.’

아포칼립스 좀비 영화도 아니고, 게이트에서 감염체가 출현하다니.

차라리 무식한 오크들이 넘쳐 나는 게 더 나을 지경이었다.

“사령관님. 지금 상황에 꺼낼 말은 아니라 조심스럽습니다만….”

브리핑이 끝나 갈 때쯤.

장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김민준을 눈으로 가리키면서.

“김민준 대령이 110사단 소속 김영철 대령을 심하게 구타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장교는 김영철 대령이 작전 수행을 못 할 정도로 부상을 입었다고 말해 왔다.

앞뒤 상황만 쏙 빼고 말이다.

“저도 해당 사실을 보고받았습니다.”

다른 장교들 또한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하여튼 나이만 처먹은 놈들이 말이 많다.’

자신을 완전 쓰레기처럼 만들어 놨다.

이곳에서는 목격한 병사들도 없겠다, 자신을 깎아내리려고 작정을 했다.

‘내가 앞서 나가는 게 무섭나 봐?’

가만 보면 다들 나이 50은 훌쩍 넘긴 영관급 장교들이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저 말을 꺼냈다는 것은, 어떻게든 자신의 진급을 막겠다는 것이다.

‘위쪽에 썩은 장교들이 있다는 거야 알고 있었는데. 이건 대놓고 노골적이네.’

자신이 별을 다는 순간, 저런 썩은 놈들을 걸러 내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준 대령. 해당 상황에 대해 해명해 보도록.”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굳이 해명까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장교만 4명….”

“조용.”

“…….”

본래 같았으면 칼같이 제재를 받았을 것이다.

보통의 영관급 장교였다면 말이다.

상황이 상황이기도 했으니.

구타를 고발한 장교들 역시 그 점을 노린 것이다.

두석용 소장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김영철 대령은 감염체에게 물린 지 1시간 지난 병사를 사살하려 했습니다. 해당 장교를 구타한 건 사실입니다.”

“사살? 고작 1시간 지난 병사를? 그게 사실인가?”

“예. 해당 대대원들이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이런 미친 새끼가! 병사들한테 함부로 총구를 겨눠?”

누구의 말이 옳고 그른지 따질 필요조차 없었다.

그는 김민준의 말을 우선적으로 신뢰했다.

지금껏 보여 준 행동도 있었고, 장교들의 보고에 과장이 많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시간이 없다. 만일 김민준 대령의 말이 사실인 게 밝혀진다면… 너희들도 각오해라.”

“그, 그게….”

“그만. 그 이야기는 추후에 논의하겠다.”

“알겠습니다….”

장교들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치 못했으니까.

‘그러게 상대를 봐 가면서 까불었어야지.’

김민준이 장교들을 한심하다는 듯 훑었다.

‘저놈들은 생각이라는 게 없나?’

기껏해야 소령이나 중령들이다.

어차피 시간만 지나면 다 드러날 사실들인데, 저렇게 급발진을 할 줄이야.

저러면 오히려 자신에게 이득일 뿐이었다.

“다음 브리핑 때까지 별 성과가 없으면, 후방에 배치된 인원을 빼서….”

“추, 충성!”

브리핑이 끝나고 각자 임무로 돌아갈 때쯤, 소위 한 명이 후다닥 안으로 들어왔다.

꽤 다급한 표정이었다.

“63빌딩 내부를 수색하던 중, 조각상을 발견했습니다!”

별 성과가 없는 시점에 클리어 조건 하나를 만족했다.

분명 기뻐해야 할 시점이지만, 소위는 암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습니다.”

조각상이 위치한 장소는 63빌딩 옥상.

수색 팀이 그 조각상을 회수하려 하자, 메시지와 함께 몬스터가 무더기로 출현했다고 한다.

그것도 조각상에서 말이다.

“감염체가 끊임없이 나타나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63빌딩 옥상은 감염체로 바글거리는 상황.

거기다 안전을 위해 설치해 둔 철조망이 놈들로 인해 뜯겨 나간 상황이라고 한다.

“미치겠군. 하필이면 조각상이 63빌딩 옥상에….”

대강 눈에 보이는 것만 수백 마리.

조각상을 회수하려 하면 그 수가 몇 배로 불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

“후….”

“이건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장교들이 골치 아프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20년 전의 상황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년 전의 게이트는 몬스터만 처리하면 없어졌는데… 이번 게이트는 차원이 다릅니다.”

“보스 몬스터의 출현도 그렇고, 뭔지 모를 조각상까지 찾아야 하고….”

첫 번째 대규모 게이트 이후 정립한 매뉴얼들이 쓸모없을 정도였으니.

‘미치겠군. 63빌딩 옥상. 누가 저길 가려고 할지….’

게이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다.

다만, 그게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한 게 문제다.

누군가가 선뜻 나서기도 어렵고, 강요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

“조각상 회수. 제가 하겠습니다.”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던 와중,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김민준이었다.

“아니. 김민준 대령. 자네는 안 된다.”

두석용 소장이 단칼에 막아섰다.

보스 몬스터의 정체를 모르는 지금, 김민준은 아껴 놓아야 할 카드였다.

그만큼 강한 헌터는 이 자리에 없었으니까.

“1시간 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아니면 다른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

딱히 대안이 없다.

조각상을 회수해야 하는 것도 필수고, 보스 몬스터의 처치도 필수다.

“좋아. 네가 자신 있다고 했으니까 믿고 맡겨 보겠다.”

두석용 소장은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준 대령.

지금까지 그가 해 온 일들이 있으니, 이번에도 믿어 보기로 한 것이다.

“2중대와 함께 조각상을….”

“아닙니다. 소대 규모의 병력만 지원해 주시면 됩니다. 그 이상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좋아. 그건 네 뜻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조각상 회수.

위치만 안다면, 그에게 있어 쉬운 일이었다.

‘1시간은 무슨. 30분 안에 끝내야지.’

소환수들이 고립된 시민이나 병사들을 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탐색이 늦어졌을 뿐이었으니.

“자. 너네들 이거 받고 준비해라.”

김민준은 순발력이 좋은 헌터들을 선발해 마력 방패를 지급했다.

10분 이내로 준비를 마치고 출발할 생각이었다.

“예?”

“무슨 준비 말씀이십니까?”

병사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질문했다.

선발된 헌터 전원이 마력 방패를 들다니.

도대체 이걸로 뭘 하려는 걸까.

“….그게 정말입니까?”

이어진 김민준의 말에, 헌터들이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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