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68화 (168/212)

168. 대규모 게이트-2

“그웨에에에엑!”

“그웨에에!”

“바리케이드가 이 이상 못 버팁니다! 물러나야 합니다!”

언뜻 봐도 수백 마리에 달하는 감염체들이 바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터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어찌어찌 막아내고 있었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였다.

“거기 병사들! 이쪽으로 뛰어! 뒤돌아보지 말고!”

“기, 김민준 대령님?”

헌터들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잠시 화색이 돌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이 뒤의 임시 대피소에 시민들 100여 명이 대피해 있습니다! 여길 뚫리게 둘 수는 없습니다!”

이 바리케이드가 뚫리게 되면 시민들이 공격받게 된다.

한두 명도 아니고 100명의 인원이라, 대피시키는 것 또한 힘들고.

결국 바리케이드를 지키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말이다.

“이놈들 한 번에 처리할 거니까, 이쪽으로 뛰어! 명령이다!”

“크윽…. 아, 알겠습니다!”

김민준의 외침에 1개 중대에 달하는 헌터들이 바리케이드를 포기했다.

“그웨에에에!”

그러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놈들은 좀비처럼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을 향해 달려들려고 했다.

‘처음 들어오자마자 마주친 게 감염체란 말이지.’

감염체.

오크보다 한 단계 상위 등급에 위치한 몬스터.

언뜻 보면 사람의 외양을 가졌지만 사족 보행을 한다.

지성은 없으며,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하고.

헌터 본부는 놈의 등급을 5급으로 지정했다.

‘물리는 순간 감염되니까.’

단순히 힘으로만 따지자면 오크보다도 약하다.

하지만, 놈들이 가진 전염 능력이 매우 까다로웠다.

일반인은 물리고 6시간 안에 감염이 발생한다.

헌터들조차 12시간 정도 버티는 게 최선이다.

감염이 발생하면 감염체와 같이 이성을 잃고 광분하게 된다.

그러다 24시간이 지나는 시점 온몸에서 피를 쏟으며 사망하게 되고.

‘다른 곳은 몰라도, 이 안에서는 최악의 몬스터가 맞다.’

한번 들어오면 나갈 수 없는 게이트.

이 안에 투입된 수많은 병력.

감염체들에게 있어 이보다 좋은 환경이 있을까.

‘거기다 일정 부피 이상은 통과할 수도 없고.’

마력포와 전투기만 있어도 상황은 금방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게이트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통과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사람뿐.

사람의 손에서 떨어진 작은 물건조차,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즉.

이 안과 밖은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스스스스.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기 직전, 나이트 워커가 돌아왔다.

“좋아. 그럼 바로 간다.”

주위의 안전 확보가 끝났으니 이젠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김민준은 병사들에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말한 뒤, 방아쇠에 손을 올렸다.

“귀 막아라. 이거 많이 시끄럽다.”

쿠와아아아앙!

곧이어 엄청난 폭음과 함께 거대한 탄약이 빠져나왔다.

“어억!”

“미, 미친!”

“저게 도대체 뭐냐?”

“이놈들 다 어디 갔어?”

잠시 후.

병사들은 방금 일어난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지 눈을 끔뻑거렸다.

그 많던 감염체가 사라진 것이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아주 깔끔하게.

“바, 방금 붉은 불기둥 같은 게 치솟아 올랐는데….”

“그럼 저거 한 발에 다 죽은 거냐?”

“저거 언뜻 보면 그냥 중화긴데… 내가 뭘 본거지.”

대형 미사일이라도 투하한 듯한 현장.

평범한 중화기는 절대 낼 수 없는 화력이었다.

“국보급 아이템이다.”

“와…. 그게 러시아에서 선물 받으셨다는 아이템입니까?”

“김민준 대령님! 그게 있으면 저놈들 싹 쓸어 버릴 수 있지 않습니까?”

헌터들이 들뜬 목소리를 냈다.

수천 마리에 달하는 감염체가 한순간에 없어질 정도의 위력.

놈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저 아이템이 있으면 쉽게 전멸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이걸 마음대로 연사할 수 있으면 그렇겠지.”

김민준은 미약하게 떨리는 손으로 중화기를 다시 집어넣었다.

고작 한 발을 사용했는데도 무시할 수 없는 반동.

거기다 탄약 한 발을 만들어 내는 데 엄청난 혈액이 빠져나갔다.

“두 발이라도 쐈다가는 내가 기절할 거다.”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만큼 요구하는 대가도 컸다.

물론 마기로 탄약을 대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기를 탄약으로 사용했다가는 감염체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게 된다.

꾹꾹 눌러 압축한 마기가 퍼트리는 마향만으로, 죽음에 이를 정도일 것이다.

최대한 시간 간격을 두고 사용해야 했다.

“물린 곳은 없는지 체크부터 해라. 발견하는 즉시 보고하고. 허위 보고하는 순간 사살까지 가능한 거 알지?”

“예!”

“알겠습니다!”

병사들은 서로 물린 곳이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를 진행했다.

강력한 감염성을 자랑하는 만큼, 발견 즉시 격리해야 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감염되었다고 해서 죽는 게 아니다. 알겠냐.”

감염체의 감염에 대한 치료제야 당연히 개발된 상태다.

24시간 전에 주사 한 대만 맞으면 깔끔하게 낫는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는 치료제가 있을 리 없다.

‘24시간 안에 이곳을 클리어하는 게 최우선이겠지.’

즉.

유일한 방법은 대규모 게이트를 신속하게 클리어하는 것.

그것뿐이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감염된 헌터나 시민은 무조건 발생했겠지.’

방금 소환수가 보고한 인원만 해도 50명이 넘는다.

클리어 시간이 늦어질수록 감염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터.

‘수단을 가릴 때가 아니다.’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

김민준은 필요하다면 힘을 드러내서라도, 게이트를 클리어하겠다고 결심했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서 기다려 주세요. 저희가 상황을 빠르게 끝내겠습니다.”

그는 곧바로 임시 대피소로 향했다.

전방에서 전투를 담당해야 하기에 시민들은 데리고 갈 수가 없다.

시민들의 보호는 이 뒤에 도착하는 부대가 맡기로 되어 있다.

이곳에 있는 편이 훨씬 안전하기도 했고.

“하, 하지만! 그랬다가 놈들이 들이닥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까!”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도 데리고 가 주세요! 말하는 대로 따를게요!”

“으아아아앙! 엄마! 나 집에 가고 싶어!”

시민들은 사형 선고라도 받은 것처럼 패닉을 일으켰다.

제발 데려가 달라며 병사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기까지.

“저희를 믿고 기다려 주세요. 반드시 책임지고 게이트를 제거하겠습니다.”

다른 헌터들의 말은 아무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김민준의 말만은 효과가 나타났다.

“저 사람… 김민준 아니야?”

“얼마 전 러시아에서 활약한 헌터?”

“아! 나 저 형아 알아! 엄청 세! 막 주먹으로 몬스터 다 두들겨 패고 다녀!”

시간을 들여 대중들에게 인식된 김민준의 활약.

그 어떤 역경에도 별것 아닌 것처럼 이겨 내는 모습.

그것들은 시민들에게 큰 신뢰감과 안정감을 안겨다 주었다.

“오늘 안으로 이 상황을 끝내겠습니다. 믿고 기다려주세요.”

길게 설명할 시간은 없었다.

후속 부대가 온다는 말을 남긴 채, 병사들을 이끌고 밖으로 향했다.

“나와라.”

그는 잠시 혼자가 된 틈을 타, 다크사이더를 소환했다.

-부르셨습니까, 김민준 님.

“위험해 보이는 병사들이나 시민들 위주로 구해.”

나이트 워커에게도 이미 같은 지시를 내렸다.

-그… 아닙니다. 따르겠습니다.

다크사이더는 이전, 신성에 크게 데여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

하지만 그 말을 감히 꺼낼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고통스럽게 소멸할 것만 같았다.

**

‘보스 몬스터의 기척이 잡히지 않는다.’

감염체들을 처리하며 이동한 지 2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소환수의 보고를 들었지만, 보스 몬스터는 발견되지 않았다.

‘내 기척 감지와 나이트 워커의 탐색, 다크사이더의 탐색까지 피해 가는 건 어려울 텐데.’

이 거대한 게이트를 없애 버리려면 보스 몬스터를 찾아서 처치해야 한다.

거기서 끝난다면 다행이겠지만, 시스템이 요구하는 조각상까지 찾아야 한다.

2가지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우선은 감염체 처리. 시민들의 안전 확보. 보스 몬스터의 수색부터다.’

소환수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놈들의 수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금 보고받은 바로는, 헌터 쪽에서 감염자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구웨에에엑!”

“3시 방향에 감염체 무리입니다!”

“전투 준비!”

거기다 이런 식으로 틈만 나면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 달려들었다.

“너희들은 체력 아껴 둬라.”

그럴 때마다 김민준이 채찍을 사용해 놈들을 처리했다.

퍼억! 퍼석!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풍선처럼 머리가 터져 나가는 몬스터들.

무리라고 해 봐야 10마리에서 20마리 정도다.

그에게 있어 이런 건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웠다.

‘병사들의 체력을 온존시키는 것이 우선이지. 응?’

주변을 정리하던 중.

멀리서 헌터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한 목소리보다는 뭔가 화난 목소리가 여럿 들린다.

상황 보고를 들을 겸 해당 헌터들을 향해 이동했다.

‘타 부대네.’

부대 마크를 보면 110사단 소속의 군인들이다.

‘저놈들 지금 뭐 하냐?’

군인들이 격양한 듯 얼굴을 맞대고 소리를 지르고 있다.

그러던 중 대령 계급장을 단 헌터가 마나건을 꺼냈다.

주위에 몬스터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런 미친 새끼가!”

김민준은 마나건의 총구가 향한 방향을 확인하자마자, 해당 대령에게 접근했다.

“뭐, 뭐야!”

순식간에 좁혀진 거리.

“커억!”

110사단 소속 대령은 그에게 복부를 가격당했다.

“미쳤냐?”

땅바닥에 엎어진 채 부들부들 떠는 대령.

김민준은 놈의 멱살을 잡은 채 들어 올렸다.

“너 이 새끼야. 소속이랑 관등성명 대라.”

확실히 봤다.

저놈은 방금 자신이 지휘하는 병사를 사살하려고 했다.

“커, 컥! 넌 또 뭔데 이런 과격한 행동을….”

“관등성명 대라고 말했다.”

“110사단 4대대 대대장 김영철 대령이다!”

“김영철 대령.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병사를 사살하려고 했냐?”

“해당 병사는 감염체에게 물렸다! 그래서 매뉴얼에 따라 사살하려는 것뿐이다!”

그가 주위의 병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병사들이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괜찮으니까 말해. 내가 이 새끼보다 힘 훨씬 세니까.”

“사, 상병 손태수!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무거운 공기가 흐르던 도중, 110사단 소속의 헌터가 앞으로 나왔다.

감염체에게 물린 헌터를 데리고.

“해당 병사는 감염체에게 물린 지 정확히 1시간 9분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대대장님께서는 사살해야 한다고 하셔서, 저희들이 말리던 도중이었습니다!”

물린 병사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얼굴에 방독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물린 곳 보여 줘 봐.”

병사들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물린 병사의 신체를 꼼꼼하게 살폈다.

“이 정도 상처면 1시간 살짝 지난 거 맞네.”

병사들의 주장은 사실이었다.

“감염체한테 물린 헌터를 사살해야 하는 경우. 잘 알고 있겠지.”

김영철 대령.

대대장이라는 놈이 작은 위험 부담조차 안기 싫어서 병사를 사살하려 했다.

감염체에게 물린 지 고작 1시간밖에 지나지 않은 병사를 말이다.

이건 임무 수행 중이라 해도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해당 병사는 사망했을 것이다.

물론, 김영철 대령의 행동이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다.

10㎞ 규모의 대규모 게이트.

이곳을 감염체가 되기 12시간 전까지 해결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그래도 이건 포기가 너무 빠르다.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이라면, 최대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

김영철 대령.

놈은 지휘관 자격 실격이다.

“야. 딱 대라.”

너 같은 놈이 나랑 같은 계급이라고?

넌 군인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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