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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67화 (167/212)

167. 대규모 게이트-1

-바, 방금 스킬이라는 것이 생겼는데… 나도 모르게 사용했나 봐….

얼마 전, 그녀에게 검술이라는 새로운 스텟이 생성되었다는 말이었다.

거기다 꾸준히 단련을 하다 보니 스킬이라는 것까지 추가로 생겼단다.

워낙 눈에 띄는 스킬이라, 누구에게 상담해야 하나 끙끙 앓던 중이었다나.

“거기 가만히 있어.”

김민준은 재빨리 그녀가 위치한 단련실로 이동했다.

“검술 스텟이란 말이지.”

흥미로우면서도 그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났다.

새로운 스텟이라는 건 단순히 단련만 한다고 해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다.

특수한 아이템이라든지.

아니면 시스템에게서 보상을 받아야만 한다.

영구 기관이라는 스텟을 얻은 자신의 경우처럼 말이다.

“손은서도 뭔가 있었겠지.”

룬석 같은 아이템이라든가.

아니면 시스템이라든가.

“추, 충성!”

단련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손은서가 어색한 말투로 경례를 해 왔다.

“뭐 하냐? 일과 시간 끝났을 때는 편하게 하라니까.”

“…이제 대령이니까 뭔가 그래야 할 거 같아서.”

“싱겁기는. 그것보다 단련실 내부가 왜 이래?”

우물쭈물하는 그녀 주위로 뭔가 긁힌 자국이 눈에 들어왔다.

긁혔다기보다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간 것 같다.

“단련실은 꽤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이게 네가 말했던 스킬인가 보네.”

“맞아…. 좀 더 신중하게 사용했어야 했는데….”

손은서의 어깨가 축 처졌다.

시스템 메시지에 무의식적으로 스킬을 사용해 버렸는데, 제어를 못 해 이 사달이 난 것이라고 했다.

“하아…. 기물 손괴죄야 이거. 소대장님한테 뭐라고 보고해야 할지 모르겠어.”

“난 또 뭐라고. 내가 있잖아.”

김민준이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누구지?”

“또 뭐. 대령 단 거 자랑하고 싶다고?”

“잘 아네. 그래서 내가 누구냐?”

“…김민준 대령님이십니다. 오늘부로 대대장님과 같은 계급이 되셨네요.”

“그렇지. 내가 바로 대령이다. 그런데 맨입으로는 안 되겠는데.”

장난스럽게 웃자, 그녀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너한테는 말할 생각이었어. 너도 아버지한테 룬석 받아먹었잖아.”

“그렇지. 그 말은 너도 룬석의 덕을 봤나 보네.”

“맞아. 다른 헌터들한테는 괜히 미안하긴 한데….”

“미안할 필요가 뭐 있냐? 불법 저지른 것도 아니고.”

그녀가 스텟이 발현하게 된 계기는 룬석이었다.

새로운 스텟, 검술.

검의 위력과 숙련도를 올려 주는 효과를 가졌다.

신나서 주말까지 반납해 가며 단련에 매진한 결과, 검기라는 스킬이 생겨났고.

“아하. 여기저기 다 긁은 게 그 검기라는 스킬인가 보네.”

“맞아.”

“한 번 더 사용해 봐. 위력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 좀 해 보게.”

“뭐? 나 이거 제어 안 된다니까?”

단련실 내부를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놨는데 또 사용하라니.

도대체 저놈은 무슨 생각일까.

‘하아. 조언을 구하려면 눈으로 봐야 뭐라도 알겠지, 뭐.’

손은서는 훈련용 검을 가져와 자세를 취했다.

조금 전 사용한 검기는 나름 위협적인 스킬이다.

하지만, 김민준에게는 딱히 경고를 해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알아서 막거나 피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럼… 한다?”

“그래.”

그녀는 숨을 몇 번 고른 뒤 검을 두 손으로 고쳐 잡았다.

스으으으.

잠시 집중하는 듯하더니, 훈련용 검에서 푸른 오러가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합!”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두르자, 검기가 사선의 형태로 날아갔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방출되는 검기.

그 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저 정도면 고블린까지는 그냥 학살하겠는데.’

단련실에 비치된 훈련용 인형은 꽤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마력탄도 거뜬히 버텨 낼 정도로 말이다.

그 훈련용 인형에 선명한 칼집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거기다 저 스킬은 원거리다.’

검에서 저런 검기가 날아올 줄 누가 알겠는가.

열에 아홉은 당황해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할 것이다.

“야, 야! 이거 안 되겠어! 밖으로 빨리 나가!”

검기를 10번쯤 방출했을까.

손은서가 스킬을 제어할 수 없다며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좋아. 단련실 더 박살 내지는 말고, 나한테 날려.”

“미쳤어? 이건 나도 제대로 모르는 스킬이야.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위력 측정하려면 직접 맞아 보는 게 제일이지.”

“아오! 이 미친놈이! 나도 몰라!”

쉬이익!

느긋한 표정의 김민준에게 다수의 검기가 쇄도해 온다.

피할 수도 있고 막아 낼 수도 있고 튕겨 낼 수도 있다.

하나,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역시. 이건 당첨이네.’

검기라는 스킬을 본 순간 감이 왔기 때문이다.

손은서 병장.

시간만 충분하다면 장교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다는 감이.

“민준아! 그걸 다 맞으면 어떡해? 괜찮아?”

그녀는 스킬 시전이 끝나자마자 자신에게 후다닥 달려왔다.

검기를 몸으로 받아 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멀쩡하네. 뭐야? 말이 안 되잖아.”

그 단단한 훈련용 인형조차 칼집이 날 정도다.

그걸 맨몸으로 맞고도 긁힌 자국 하나 없다니.

‘설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문득 의심이 들었다.

김민준 역시 아버지에게서 룬석을 받았다.

그 뒤로 미칠 듯한 진급 속도를 보여 주었고.

‘아니지. 쟤는 이병 때부터 저랬잖아.’

그 의심은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스킬 하나 정도로 저런 실적을 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했으니까.

“그거 한 달 안으로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겠냐?”

“한 달? 그건 해 봐야 알겠는데…. 왜?”

왜 갑자기 저런 질문을 하나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너, 내 동료가 되라.”

“뭐라는 거야.”

동료가 되라니.

저게 무슨 뜬금없는 말인지.

“정확히는 내 팀원으로 들어오라는 말이지. 들어올 수 있으면.”

김민준은 본래 예정에 없던 말을 꺼냈다.

그녀의 스킬을 확인하고 직감한 것이다.

저건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는 것을.

‘훈련 시키면 쓸 만하겠는데.’

검술이라는 스텟.

그리고 추가로 생성된 검기라는 스킬까지.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정도였으니.

‘이유나 같은 경우에는 스킬 하나가 끝이었지.’

이유나의 사격 스킬 역시 나쁘지는 않다.

다만, 손은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손은서는 스텟이 있지만 이유나는 스텟이 없지.’

손은서는 스킬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유나 소위는 그렇지 않다.

성장 한계가 명확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유나 소위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자신이 창설하려는 팀은 많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했기에.

“그러니까… 길어 봐야 몇 달 안으로 부대를 떠난다는 거지?”

“그렇지.”

“거기서 새로운 팀을 만든다는 거고?”

“그래. 당연히 순수 실력으로 선발할 거다.”

부대를 떠난다고 하니, 손은서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물론 그것도 잠시.

새롭게 창설하려는 부대에 강한 흥미를 보였다.

“친구 가산점 이런 건 없어? 아버지한테 많이 받아먹었으면서.”

“그런 거 없다. 100% 순수 실력이다.”

“칫.”

“넌 가능성이 있어 보이니까 미리 말해 준 거야. 이것도 혜택이라면 혜택이지.”

김민준은 그녀의 등을 툭툭 친 뒤, 단련실 밖으로 나갔다.

“새로운 스텟하고 스킬. 웬만하면 말하지 마라. 위급상황 아니면 사용하지도 말고.”

“그 정도는 나도 알거든?”

“그러냐. 어쨌든 열심히 해 봐라.”

손을 흔들며 나가는 김민준.

손은서는 그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꼭 들어가고 말 거야.’

개인 훈련량을 배로 늘리겠다고.

**

일주일이 지나고, 대대장실 안.

“예! 당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규모로 봐서는 최소 사단급 병력이 투입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준범 대령이 다급한 목소리로 이리저리 보고를 하고 있었다.

대대장실에는 그와 김민준, 그리고 각 중대의 중대장이 위치한 상황.

“후우. 중대장들. 상병장들은 게이트 안쪽으로. 이병하고 일병들은 게이트 바깥쪽으로 위치시킬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10분 안으로 전투 준비를 마치라는 말에, 중대장들이 우르르 달려 나갔다.

불과 20분 전 발생한 대규모 게이트 때문이었다.

“2000년 이후로 대규모 게이트는 이번이 두 번째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 상황과는 다르다.”

김민준의 말에 대대장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2000년에 발생한 대규모 게이트는 기존의 게이트가 거대해진 느낌이었다.

하나, 2021년에 발생한 대규모 게이트는 돔 형태를 띠고 있었다.

서울 시내를 둘러싼 10㎞ 규모의 검은 돔.

거기다 이번에는 보스 몬스터의 출현과 클리어 조건까지 붙었다.

내부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처치해야 하며.

어딘가에 위치한 조각상을 찾아야 한다.

당연히 한번 발을 들이는 순간 나갈 수 없었고.

“미치겠군. 게이트 안에 갇힌 시민들만 천 명 이상이라….”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돔 형태의 게이트가 아주 천천히 발생했다는 점이다.

게이트가 시내를 덮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시간.

그사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시민들 대다수가 대피했지만….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발생했다.

“김 대령. 미안하지만 자네가 전방으로 가야 한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이번 작전에 투입되는 병력만 최소 만 명 이상.

그마저도 절반 가까이가 시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움직인다.

즉, 실제 전투 병력은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다.

“예. 안 그래도 갈 생각이었습니다.”

영관급 장교.

특히 대령부터는 몬스터와 직접 마주할 상황이 드물다.

귀한 인재를 잃는 건 부대에서 큰 손실이기에, 병력의 지휘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지 말라고 하셨으면 아무리 대대장님이라고 해도 화냈을 겁니다.”

하나.

그는 대령임에도 본인의 안위보다는 시민들과 병사들을 우선순위로 뒀다.

‘다른 대대장들은 어떻게든 빠지려고 하는데.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다.’

이준범 대령은 그가 헌터군에 입대한 것에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꼈다.

**

대규모 게이트 앞.

김민준은 2대대 헌터들을 이끌고 진입 준비를 마쳤다.

“2대대. 너희들은 나와 함께 대규모 게이트의 클리어를 목적으로 움직인다.”

“예!”

대대라고 해 봐야 이병과 일병들은 빠졌기에, 중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무적 헌터 부대는 2대대와 4대대가 몬스터의 토벌을 담당한다.

나머지 대대는 후방에서 시민들의 안정확보와 보급을 책임진다.

“지금까지 투입된 부대는 대략 10개의 부대다.”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브리핑은 최소한으로 마쳤다.

내부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는 이상,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으니까.

띠링.

[대규모 게이트에 입장하였습니다.]

[나갈 수 없습니다.]

[게이트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사라집니다.]

돔 안으로 들어가자,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클리어 조건은 앞에서 들었던 것과 일치했다.

“이런 미친!”

“저것들은 또 뭐야!”

다만.

내부 상황은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나이트 워커! 저놈들 주위로 500m 반경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신속하게 체크해!’

김민준은 소환수를 보낸 뒤, 황금 가고일의 주머니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

이걸 사용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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