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국보급 아이템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디미르.
한 나라의 수장이 그를 보겠다고 직접 움직인 것이다.
블라디미르는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신속하게 병원부터 데려가도록!”
“예!”
연이어 도착한 헬기가 아이들을 싣고 사라졌다.
그는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
“고맙네, 정말 고맙네.”
“소령! 김민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아이들을 전원 구출한 것으로도 모자라, 골머리를 썩이던 안톤을 포획했다.
덕분에 놈과 연관된 장군 2명을 구속할 수 있었으며….
괴상한 능력을 사용하는 몬스터까지 처치했다.
일개 헌터가 해낸 일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화이트 샤크의 대원들조차 해내지 못한 걸 해결해 주었어. 러시아를 대표해 감사를 표한다.”
블라디미르는 김민준에게 악수를 건네며, 화이트 샤크 대원들을 슥 훑었다.
꿀꺽.
러시아 헌터들은 진땀을 흘렸다.
따져 보면 자신들은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미샤 소령은 나중에 혼 좀 나야겠군.”
“죄송합니다!”
그 말에 미샤 소령은 재빨리 땅에 머리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다른 대원들도 이어서 땅에 머리를 박았다.
‘음. 쟤들 몫도 살짝 남겨 줄 걸 그랬나? …는 어림도 없지. 다 내 거다.’
김민준은 그들을 향해 엄지를 척 치켜세워 주었다.
그러자 김서현도 똑같이 그 행동을 따라 했다.
“할 이야기가 많다. 어서 타고 가지.”
그들은 대통령과 함께 헬기에 올랐다.
**
“김민준 소령. 러시아에 귀화할 생각은 없나?”
김민준이 향한 곳은 대통령 집무실.
블라디미르는 자리에 앉자마자 돌직구를 던졌다.
“전 한국이 좋습니다.”
“농담이다. 만약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도록. 귀화하는 순간 별을 달아 줄 테니. 마침 장군 자리가 비었거든.”
몬스터와 인간이 내통한 대사건.
그야말로 국가적 망신이나 다름없었다.
이 일로 사망자가 속출하게 되면 나라가 흔들릴 정도였다.
몬스터와 인간이 협력해, 한창 자랄 때의 아이들을 납치한다니.
덕분에 외신 기자들이 여기저기서 달려들어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김민준 소령. 자네가 큰일을 해 주었어. 아주 큰일을.”
러시아 대통령은 이 상황에 대체 뭘 하고 있냐
국방부는 뭘 하고 있냐.
헌터들은 뭘 하고 있냐 등등.
러시아 국민들의 원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
해외 언론에서도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고.
블라디미르는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김민준 소령을 콕 집어 지원을 요청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대통령의 권한으로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건, 상상 이상의 결과를 가져왔다.
“하루 만에 이 일을 해결할 줄은 몰랐다.”
김민준 소령.
문제를 해결한 것만으로도 모자라 아예 뿌리를 뽑아 버렸다.
안톤을 생포했으며, 뒤에 있는 배후 세력까지 찾아냈으니까.
“다시 한번 감사를 표하네.”
블라디미르가 어디론가 연락을 하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말뿐인 감사는 의미가 없다면서 말이다.
‘뭔가 대단한 거 주려나 본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대통령이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수장.
김민준은 내심 기대를 하며 대통령의 말을 기다렸다.
“러시아는 한국에게 마력석의 정기적인 수출을 보장하겠다.”
예상 이상으로 충격적인 발언이 나왔다.
마력석은 온 나라가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재료다.
몬스터에게 효과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주요 수단.
그 귀한 마력석을 오직 한국에게만 판매해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어? 이거 완전 그건데?’
영업으로 치자면 거대 계약을 성사시킨 것과 같았다.
고정 거래처를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러시아가 가진 마력석의 양은 상당하지.’
오죽하면 미국이 제발 팔아 달라고 부탁해 올 정도였으니까.
‘이건 끝났네.’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 특별 진급은 확정이다.
미국조차 뚫지 못했으며.
다른 나라는 말도 꺼낼 수 없었던 마력석의 수출.
그것을, 헌터군 소령이 해낸 것이었다.
“한국의 김민준 소령. 그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고, 몬스터가 있는 걸 알면서도, 미끼를 자처해 들어갔다.”
대통령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와 같은 행동은 영웅이나 다름없으며,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뭐냐.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김민준이 볼을 긁적거렸다.
물론 다른 헌터는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니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날로 먹는 것 같아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려 했지만….
“국보급 아이템 하나를 하사하겠다. 러시아 대통령으로서, 이 정도는 치하하는 게 맞다고 판단한다.”
기자들 앞에서 대놓고 말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반대해도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말이다.
‘이거지!’
김민준은 국보급 아이템을 건네준다는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씨익 웃었다.
‘국보급 아이템이란 말이지.’
청와대의 지하 보관고에서 가져온 신념의 지휘봉.
준수한 효과를 가진 그 아이템조차 국보급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았으니까.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효과를 가졌을 것이리라.
“전 대가를 바라고 아이들을 구한 것이 아닙니다. 몬스터와 맞서 싸우는 것. 그리고 사람들을 지키는 것. 헌터군이 해야 할 당연한 일입니다.”
마침 카메라도 있겠다, 기분 좋게 이미지 메이킹까지 해 주었다.
러시아에서는 이와 같은 발언이 국가 이미지의 상승으로 이어지니까.
‘이것이 하나 먹을 것을 두 개, 세 개까지 먹는 철저함이지.’
그런 자신의 속도 모르는지 대통령과 기자들은 감동에 젖어 박수를 쳤지만.
“그럼 바로 가도록 하지.”
기자들이 물러가고 난 뒤.
블라디미르가 몸을 일으켰다.
지금 바로 아이템을 선물해 주겠다면서.
“대통령님. 김서현 하사도 아이들을 구출하는 데 일조했습니다.”
“물론 잊지 않았다. 김민준 소령을 내세우고 싶어서 굳이 발언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것으로 얻어 갈 것이 하나 더 늘었다.
‘역시 김민준 님!’
김서현은 그의 철저함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티켓!”
두꺼운 철문 안으로 이리저리 들어가길 몇 번.
수십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총구를 겨냥해 왔다.
감히 대통령에게 총구를 들이대냐 싶겠지만….
이 같은 매뉴얼은 블라디미르가 직접 지시한 것들이었다.
“국보급 아이템 하나, 그 외의 아이템 하나를 반출하겠다.”
“어서 오십시오! 대통령님!”
꼼꼼한 확인 과정을 거친 뒤에야, 헌터들이 물러났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아이템을 보관하고 있길래 저러는 걸까.
‘대단한 거 맞네.’
국보급 아이템을 둘러보니 절로 입이 벌어졌다.
청와대에서 본 아이템들과는 급이 달랐다.
정말 국보라는 이름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으니.
‘파괴 광선. 기가쇼크 그레네이드 런처. 헬 파이어.’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만큼, 효과 또한 엄청났다.
‘역시. 이걸 보관만 하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다 있지.’
다만.
대부분의 헌터들에게 있어 보기 좋은 그림의 떡일 뿐.
“이걸 사용할 수 있는 헌터가 러시아에 있습니까?”
“목숨을 걸면 사용할 수야 있지. 그렇다고 해서 제어할 수 있는 헌터는 없다.”
국보급 아이템은 강력한 효과를 자랑하는 만큼 제약도 엄청났다.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 런처 같은 경우. 한번 사용하는 것만으로 양팔이 날아갈 정도의 반동이 발생한다.
다른 아이템도 마찬가지다.
보통 헌터라면 생명을 담보로 사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긴. 이걸 막 사용할 수 있으면 나를 러시아로 안 불렀겠지.’
이런 아이템을 어디서 긁어모은 걸까.
호기심을 품으며 무엇을 고를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자신에게 있어 저런 제약들은 별것 아니었기에.
“김민준 소령. 분위기를 깨서 미안하네만, 한 가지 약속을 해 주어야 하네.”
블라디미르는 아이템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사용을 허락할 수 없다고 말해 왔다.
소유권을 양도하는 건 된다.
다만,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사용은 안 된다.
그 말은 한국으로 가져가더라도 보관만 하라는 뜻이었다.
“능력만 되면 사용해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물론이다. 하지만 방금 말했듯이….”
“이걸로 하죠. 테스트는 어디서 하면 되겠습니까?”
김민준은 거침없이 진열장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 런처를 꺼냈다.
무게만 400㎏에 육박하는 중화기를, 한 손으로.
**
국보급 아이템 테스트 시설.
핵도 거뜬하게 버텨 낸다는 튼튼한 테스트 룸.
김민준은 국보급 아이템,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를 들고 서 있었다.
‘이거야말로 상남자의 무기지.’
어떤 아이템을 골라도 손해는 아니었다.
러시아가 소유한 국보급 아이템은 하나같이 엄청났으니까.
그럼에도 굳이 중화기를 고른 이유는 두 가지.
첫 번째는, 아이템들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했으며.
두 번째는, 자신이 가진 능력과 연계가 되는 유일한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 런처]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는 중화기입니다.
단 한발로 반경 300m를 초토화시킬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기력, 마력, 혈액 등 특정 기운을 탄약으로 사용합니다.
반동이 매우 심합니다.
“이게 그레네이드 런처라고? 그냥 초소형 핵이라고 하지 왜.”
이 무기를 고른 순간.
대통령이 이것만큼은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말렸다.
러시아를 구한 영웅을 허무하게 잃을 수 없다면서 말이다.
‘내 힘 스텟은 90. 체력은 95다.’
힘 스텟 50이 넘는 헌터가 양팔이 날아갔다고 했나.
90이면 그냥 버티고도 남는다.
거기다 이 무기는 특정 기운을 탄약으로 사용한다.
자신의 마기를 탄약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 짜식이 이름도 멋지네.’
넌 이제부터 내 거다!
딸깍.
겹겹이 걸려 있는 안전장치를 해제한 뒤, 지정한 장소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몸 안의 혈액이 빠져나가며, 강렬한 폭음과 함께 거대한 탄약이 발사되었다.
그것은 마치 작은 미사일을 연상케 했다.
쿠구구구궁!
단 한 발의 탄약.
그 위력은 엄청났다.
탄약이 떨어진 곳을 중심으로, 300m에 달하는 크레이터가 생성된 것이다.
“어우…. 국보급은 장난 아니네.”
90에 달하는 힘 스텟으로도 모든 반동을 억누를 순 없었다.
몸이 3m가량 뒤로 밀려난 것이다.
확실히.
자신에게조차 이 정도의 반동이라면, 다른 헌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미치겠군. 저 헌터는 대체 정체가 뭡니까?”
“고작 뒤로 살짝 밀려난 게 전부라니!”
카메라 너머로 그 모습을 지켜본 장군들이 화들짝 놀랐다.
얼마나 놀랐으면 다들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저 무기.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는 러시아 최고의 아이템 중 하나인데… 저걸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다니!”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몬스터의 출현에 한해서, 사용 허가가 떨어진 아이템.
사용하는 헌터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무기일 텐데….
“대통령님. 지금이라도 다시 생각하셔야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국보급 아이템을 넘기는 건….”
장군들은 위기감을 느껴 강하게 반발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본능적인 공포가 다가왔을 뿐.
“서류나 작성해. 국방부의 추태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그, 그건….”
단호한 블라디미르의 태도.
장군들은 아무 말 없이 서류를 작성했다.
몇 가지 절차를 거친 뒤.
국보급 아이템, 기가 쇼크 그레네이드는 완전히 김민준의 소유가 되었다.
“김민준 소령님!”
때마침 김서현도 아이템을 지급받았는지 가까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