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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64화 (164/212)

164. 러시아-4

기발한 작전.

그것은 바로, 다크 머메이드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것이었다.

놈은 주술을 다룰 수 있고 마기를 다룰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하급 주술사나 흑마법사 수준이었다.

‘이미 내통하고 있던 안톤이 연결시켜 주는 거니, 거부감이 덜하겠지.’

거기다 한술 더 떠 자신이 마기를 다루는 것을 보여 주면 끝이다.

‘그사이 소환수와 김서현이 아이들의 위치를 파악하면 되고.’

러시아 헌터에게서 내부 지도도 전달받았다.

손으로 그린 것치고 나름 정밀하게 그려져 있다.

굳이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다.

밑 준비는 모두 끝났다.

“저만 따라오시면 됩니다.”

“필요 없어.”

“예?”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은신처 안.

마치 개미굴을 연상시키는 내부.

김민준은 안톤의 말을 무시하고, 수많은 갈림길을 거침없이 나아갔다.

몬스터의 기척을 잡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기에.

-안톤. 협상은 어떻게 되었느냐.

은신처 안쪽에서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크 머메이드는 인간들이 은신처에 들어온 순간부터 경계를 하고 있었다.

먼저 공격하지 않은 건, 놈들이 하수인인 안톤과 동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10시간 안으로 끝날 것입니다.”

-흐음. 그래서 그 인간들은 무엇이냐?

“당신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인간들입니다.”

안톤의 떨리는 목소리가 멎길 잠시.

스스스.

다크 머메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놈은 하반신은 뱀, 상반신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뱀과 인간을 합치면 저런 느낌일까.

-나를 우습게 보는 거냐. 네놈은 어디까지나 쓸모가 있어서 살려 두었을 뿐이다. 주제를 모르는구나.

“그, 그게 아닙니다! 저 인간은 마, 마기를 다룰 수 있다고 합니다!”

-호오? 마기라고? 고작 인간이?

다크 머메이드가 흥미를 가지고 김민준에게 다가갔다.

얼굴이 맞닿을 정도의 가까운 거리.

-인간. 마기를 다룰 수 있다니. 그게 정말인가?

“물론입니다.”

김민준은 놈의 얼굴을 터트려 버리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손을 들어 올렸다.

스스스스.

그러자 손에서 미약한 마기가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오오…. 신기하군. 인간의 몸에 마기가 자리 잡고 있다니… 미약하지만 확실해. 저건 마기다.

억누르고 억누른 마기.

섬세한 마기의 제어.

놈의 눈을 속이는 건 아주 쉬웠다.

“보시는 것처럼, 전 마기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저와 제 동료를 하수인으로 받아 주신다면 마기의 제어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 말은… 내가 네놈보다 못하다는 말이냐?

“마기의 총량은 감히 저와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다만, 다크 머메이드 님은 그것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할 뿐입니다.”

-음…. 당연히 그렇겠지. 확실히 난 본능이 이끄는 대로 마기를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놈은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주겠다고 말했다.

-무엇을 원하느냐. 안톤처럼 젊어질 수 있는 비약을 원하느냐? 아니면 신선한 인간을 원하느냐? 너는 안톤보다 훨씬 쓸모있는 인간인 듯하구나.

“전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놈의 경계심을 푸는 건 아주 쉬웠다.

마기를 슬쩍 보여 주고 미끼를 던져 준다.

거기에 순종적인 태도까지 보여 준다.

안 넘어올 수가 없다는 말이었다.

-오오…. 어찌 이런 인간이!

몬스터가 감동한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놈의 얼굴을 보면 정말 때리고 싶을 정도로 역겨웠지만, 지금은 참을 때였다.

‘이야…. 처음에 좀 떠보려고 했는데. 벌써 패를 다 드러냈냐?’

자신의 몸속에 존재하는 마기를 느낄 수조차 없다니.

저 정도 수준이면 하급 흑마법사보다도 못하다고 할 수 있다.

주술 역시, 그냥 운 좋게 이레귤러가 되어 발현한 능력일 터.

‘김민준 님. 앞으로 10분 정도면 파악이 다 끝날 것 같습니다.’

‘그래.’

놈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소환수와 김서현은 아이들이 있는 위치를 특정해 나갔다.

“그럼 바로 가시죠. 주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시는 것부터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오오…. 주술까지 다룰 수 있는 건가! 과연!

아이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만큼, 사소한 빈틈조차 용납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는 보다 치밀하게 행동했다.

“흠. 아이들의 상태를 보니 속박의 저주를 거셨군요.”

-그렇지. 아이들이 이곳을 벗어나려 할 수 있으니, 묶어 둬야 하지.

아이들의 상태는 생각보다 양호했다.

탈수 증세만 살짝 있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일 뿐.

“걸려 있는 주술이 약하군요. 보다 강하게 거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건가?

“주술 자체는 아주 훌륭하십니다. 거기에 견고함만 추가되면 완벽한 수준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건가! 주술 쪽은 불안한 감이 있긴 했지. 시간이 오래 걸리더구나.

“제가 옆에서 도와 드린다면 금방 느실 겁니다.”

김민준이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어, 주술을 해주했다.

주술을 해주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신체를 직접 만질 필요가 있었다.

-내가 수 시간을 공들여 시전한 주술을 고작 수 초 만에! 과연!

고작 수 초 만에 풀린 주술.

몬스터는 그의 실력에 감탄사를 뱉었다.

‘이래서 몬스터는 몬스터라니까. 제까짓 게 의심을 해 봐야 얼마나 하겠냐.’

여기서 의심을 할 줄 알고 몇 가지 미끼를 더 준비해 뒀었다.

놈이 생각보다 단순해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실험 대상은 많을수록 좋죠. 이곳에 있는 인간들의 주술을 모두 해주하겠습니다.”

-흠…. 아무래도 그건 안 되겠구나. 인간이 도망갈 염려가 있다.

“제물로 사용할 인간들 아닙니까? 그건 제가 전문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것까지 아는 건가? 너는 내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있구나.

이렇듯 몬스터가 경계심을 품어도, 김민준이 아무렇지 않게 풀어 버렸다.

흑마법과 주술에 관해서 그만한 전문가가 없었으니까.

-마침 제물의 효과를 보기 위해 인간을 더 수급하려 하고 있지. 몇 명이나 더 필요하겠느냐?

“지금으로도 충분한 것 같네요.”

제물.

말 그대로 인간을 바치는 의식.

정확히는 젊은 인간의 심장을 바치는 것으로, 흑마법의 힘을 키울 수 있다.

놈은 그 의식을 위해 아이들을 납치한 것이다.

지금 납치한 아이들로는 부족했는지 안톤에게 추가 지시를 내린 것이고.

‘넌 곱게 못 죽을 거다.’

제물은 자신이 금지를 내린 의식이었다.

유일하게 허용한 것은 전쟁 중일 때, 적군을 상대로 허용한 정도.

그마저도 아주 잠깐이었다.

그 야만적인 의식을 고작 몬스터가 행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끝. 대가리 딱 대라.”

모든 아이들의 주술 해주가 끝났다.

김민준이 고개를 까딱이자, 김서현이 기다렸다는 듯 움직였다.

그녀는 여러 장소에 흩어진 아이들을 한곳에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 뭘 하는…. 억!

다크 머메이드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무언가가 몸을 움켜쥐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게 뭐냐!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냐!

“입 다물어. 한마디만 더 하면 머리통 터트려 버릴 거다.”

-…….

눈앞의 인간.

하수인을 자처한 인간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공포를 느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가 내 앞에서 한 게 뭔지 아냐?”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낀 건, 인간이 대량의 마기를 방출했을 때였다.

“꼴 같지도 않은 재롱부린 거다.”

스스스스스스.

-커, 커컥! 커어억!

눈앞이 아찔해질 정도의 진한 마기.

과연 이게 마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달랐다.

자신이 가진 마기와, 눈앞의 인간이 가진 마기는 아예 다른 종류였다.

-이 정도의 강력한 마기를 방출하면, 제물들이 무사할 것 같으냐!

“눈이 달렸으면 잘 봐.”

-이, 이럴 수가….

다크 머메이드가 경악했다.

마기가 마치 살아 있는 듯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인간들이 있는 방향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내 입으로 말해 줘야 알겠냐? 아이들 구하려고 연기한 거야 새끼야.”

-마, 말이 안 된다! 인간이 저 정도의 마기를 제어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타락하거나 몸이 터져 버린….

“말이 많다.”

김민준이 놈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끄, 끄아아아아아!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몸 안에서 마기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말고.”

-제, 제발! 제발 그냥 죽여다오!

“죽여 주고 있잖아. 정성을 담아서.”

무언가에 구속되어 있어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다.

놈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비명을 지르며 빨리 죽길 기다리는 것뿐.

[일정 수준의 마기를 흡수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몬스터는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격통을 느끼며 죽었다.

그 모습은 마치, 바람이 빠진 풍선을 보는 듯했다.

“이거 봐라. 몸 안에 아이템도 숨기고 있었네?”

손에서 검은 구슬이 하나 딸려 나왔다.

역시 이레귤러 몬스터라 그런지 뽑아 먹을 게 많았다.

재빨리 주머니에 넣은 뒤, 안톤에게 다가갔다.

“제, 제발 목숨만은….”

안톤은 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 빌었다.

조금 전 상황은 당연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건 인간이라고 할 수 없었다.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라 표현해야 했다.

“안 죽여 인마. 죽으면 오히려 곤란해. 내 실적이 줄어드는데.”

김민준은 벌벌 떠는 놈의 이마에 피를 한 방울 떨어트렸다.

피의 서약.

놈의 입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제약이었다.

그 뒤, 러시아 헌터군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미샤 소령. 들것 가지고 대원들 투입하면 된다. 아이들 전원 무사하다.”

김민준이 러시아에 도착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작전이 종료되었다.

러시아에서 한 달이 넘도록 해결하지 못한 일.

그 유명한 화이트 샤크 대원들조차 섣불리 손을 못 대던 일을, 고작 하루 만에 해결한 것이다.

“이, 이걸 고작 두 명이서 해냈다고?”

상황이 정리되고.

내부를 조사하던 미샤 소령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30분이다.

고작 30분에, 투입된 인원은 두 명.

“두 명이서 곳곳에 흩어진 아이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서 구출했다고? 몬스터의 눈을 피해서?”

“미샤 소령님. 두 명이 아닙니다. 김민준 소령 혼자서 해낸 일입니다. 전 아이들을 피신시킨 게 끝입니다.”

중간에 김서현이 끼어들어 ‘혼자’라는 것을 강조했다.

“정신이 하나도 없어. 뭐가 뭔지 전혀 감이 안가.”

50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구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절반 정도라도 구출해 내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김민준 소령.

그는 아이들 전원을 구출해 냈다.

‘이거 완전….’

미샤 소령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자신들이 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요주의 인물인 안톤을 끄집어낸 것도 한국 헌터군.

내통하고 있는 다른 인간을 찾아낸 것도 한국 헌터군.

몬스터를 처치하고, 안의 아이들을 구출해 낸 것도 한국 헌터군이었으니.

‘상관한테 뭐라고 변명해야 되냐.’

그녀가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위에서 헬기가 착륙했다.

“김민준 소령! 자네가 김민준 소령인가!”

헬기에서 내린 인물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것도 아주 거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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