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훈련소 소대장-2
“김민준 소령님이 보시기에 훈련병들 상태가 어떤가요?”
화생방 훈련을 준비하는 도중, 촬영 스태프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을 위주로 촬영 일정을 잡다 보니 수시로 질문이 이어졌다.
이것들도 편집 과정을 거쳐 방송에 내보낼 거라나.
“저 때랑 비교해 보면 그리 좋진 않네요.”
“조교분들도 3소대 훈련병들의 태도와 성적이 문제라고 지적을 하셨는데, 알고 계셨나요?”
“아뇨. 방금 알았습니다.”
“훈련이 거의 막바지에 달했는데, 걱정되시겠습니다.”
걱정된다고?
아니, 전혀.
스태프를 향해 씨익 웃어 주었다.
“저한테 훈련받으면 금방 달라질 겁니다.”
훈련소의 화생방은 자대와 비교해 보자면, 체험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훈련이 있다 정도만 알려 주는 정도.
체력 훈련이나 몬스터 실전 훈련 쪽을 중요시해서 그렇다.
그래야 자대에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낮아지거든.
‘훈련병 대상으로는 3분 안에 끝내는 것을 권고한다라.’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계급은 소령이다.
훈련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훈련 강도를 조정할 권한 정도는 있다는 말이다.
“지금부터 화생방 훈련을 실시하겠다. 3소대의 훈련성적 및 훈련 태도가 저조한 관계로,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겠다.”
그 말에 훈련병들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렸다.
일반인이든 헌터든, 화생방 훈련이 고통스러운 건 마찬가지였기에.
“너희들이 내 지시를 똑바로 수행하지 않으면, 훈련 시간은 계속 늘어난다. 알겠나!”
“예, 예!”
“목소리 봐라. 알겠나!”
“알겠습니다!”
화생방 훈련이 시작되었다.
김민준은 조교가 건네는 방독면을 거부한 뒤,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훈련병들이 고생할 텐데, 나만 편해서 되겠냐.”
당연히 카메라를 의식해서 한 말이었다.
나중에 전국적으로 방영될 텐데, 조금이라도 멋있어 보여야 하지 않겠나.
‘내가 보여 주는 이미지. 그리고 훈련병들이 보여 주는 이미지가 헌터군의 이미지다.’
잠시 후.
3소대 훈련병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케엑! 켁!”
“꺼억! 컥!”
훈련병들은 안에 들어오자마자 켁켁거렸다.
CS탄을 평소보다 2배로 사용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놈들의 정신 상태를 여기서 고칠 생각이었다.
“정신 똑바로 안 차리나! 간격 맞춰서 정렬해!”
“케엑! 아, 알겠습…. 컥!”
“1명이라도 제대로 못 하면 여기서 영원히 못 나간다.”
훈련 시작 전, PD가 설명이 부족한 점을 보충한다며 말을 걸어왔었다.
일부러 문제가 있는 소대를 선정했으며.
이 소대를 완벽한 헌터군으로 바꾸는 스토리 라인을 잡았다나.
다큐멘터리라 해도, 시청률을 잡아야 하기에 결정한 사항이란다.
‘시청률이 높아서 나쁠 건 없지.’
그만큼 나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간다는 거니까.
애들을 더욱 열심히 굴려야… 아니, 훈련시켜야겠는걸?
“팔 벌려 높이뛰기 50회 실시. 몇 회?”
“50회!”
“목소리 봐라! 100회 실시! 몇 회?”
“100회!!”
“팔 벌려 높이뛰기! 30회. 실시!”
간단하게 끝날 화생방 훈련은, 이미 유사 유격 훈련이 되어 있었다.
훈련병들은 눈물과 콧물, 땀까지 흘리며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케엑! 켁! 커억!”
“저 새끼 잡아!”
“못 나가게 출구 막아!”
“예!”
“원위치해! 정신 안 차리냐!”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날 때쯤, 훈련병들 몇 명이 문을 박차고 나가려 했다.
조교들이 문을 막고 있어 나갈 수 있을 리 없었지만.
“소대장님께서도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으셨는데, 훈련병인 너희들이 그따위 태도를 보여 줘서 되겠냐!”
“소대장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싶냐고!”
“아, 아닙니다! 케엑!”
“그럼 정신 차리고 원위치해!”
다들 죽을 듯이 켁켁거렸지만, 김민준의 얼굴은 평온했다.
‘코끝이 살짝 매콤하네.’
그럴 수밖에.
마기가 알아서 막아 주고, 중화해 주고 있었으니.
“화생방 훈련은 이것으로 마치겠다.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15분의 훈련이 끝났다.
짧은 훈련 시간.
하나, 훈련병들에게 있어서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김민준이 저렇게 악마같이 굴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눈 감고 있어. 얼굴 건드리지 마라.”
“예, 예!”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손수 훈련병들의 얼굴에 물을 뿌려 주었다.
15분 동안 채찍을 거칠게 때렸으니, 이젠 당근을 쥐여 줘야 할 차례.
“훈련소 대충 때우고 자대 배치받아서 잘해야지, 이런 안일한 생각 하면 큰일 난다. 몬스터는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악하다.”
살살 달래 주며 조언을 몇 마디 해 주는 것으로, 훈련병들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소대장님도 방독면 안 쓰셨는데….’
‘하. 부끄럽다. 대충 최저 점수만 맞추려고 했었는데….’
‘지금부터라도 잘해 보자.’
다른 소대장이었다면 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다.
헌터들에게 영웅 같은 취급을 받는 김민준이었기에, 이런 변화가 나타날 수 있었던 것.
“3소대. 너희들의 훈련 평가가 매우 저조하다. 내가 소대장인데 끝까지 이렇게 가고 싶냐?”
“아닙니다!”
“너네들. 다른 훈련병들한테 놀림 받고 싶어?”
“아닙니다아!”
힘차게 울리는 훈련들의 목소리.
김민준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앞으로 남은 6일. 너희들이 어떻게 하나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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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저놈들 3소대 아니냐?”
“3소대? 조교들이 틈만 나면 굴린다는 그 3소대 맞냐?”
3소대의 평가는 6일 만에 바뀌었다.
밑바닥에 머물렀던 훈련 성적과 평가.
그것들이 순식간에 상승한 것이다.
“와…. 저놈들 제식 동작도 틀리던 놈 아니었나.”
“개노답 3소대였는데 언제 저렇게 변했냐?”
다른 소대들은 3소대의 변화를 보고 혀를 내둘렀다.
김민준 소령.
헌터군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헌터.
그 사람이 잠시 3소대를 맡았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바뀔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방송 촬영으로 잠깐 오신다고 안 했나?”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와…. 진짜 뼛속까지 헌터군이시다. 그놈들을 고쳐 버리시네.”
훈련병들의 전반적인 체력과 군기.
훈련 성과 및 훈련에 임하는 태도 등등.
7일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
다른 소대로 착각할 정도였다.
단기간에 이런 변화가 일어날 줄이야.
“저놈들 진짜 복 받았네.”
“난 솔직히 저놈들은 김민준 소령님이 와도 안 될 거라 생각했거든? 근데 되네.”
“내가 3소대였으면 지금보다 2배는 더 세졌겠다.”
다른 소대 훈련병들이 부러워하고 있을 때.
“다들 주목!”
“주목!”
3소대 훈련병들은 던전 앞에서 집합해 있었다.
마지막 훈련인 던전 실습을 위해서였다.
“오늘 너희들이 상대할 몬스터는 뭐냐!”
“하운드입니다!”
김민준의 말에 훈련병들이 기세 좋게 대답했다.
다들 의욕에 가득 찬 눈빛이다.
‘좋아. 이 정도면 꽤 좋아졌네.’
7일의 시간.
화생방 훈련 이후로, 훈련병들은 자발적으로 개인 훈련에 매진했다.
따로 지도를 부탁해 온 훈련병들까지 있었다.
‘이 정도까지는 생각 안 했는데, 알아서 잘들 하네.’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놈들이 왜 이러고 있었는지 원.
덕분에 PD는 방송 분량이 넘친다며 좋아했고.
훈련소 대대장 역시 훈련 성과에 만족스러운 눈치였긴 하다만.
“그래. 훈련병들은 실습용 던전에서 몬스터를 상대하게 된다. 던전 안에 배치된 하운드는 총 5마리다.”
헌터군의 훈련 강도가 올라간 만큼, 훈련소의 훈련 강도 역시 올라갔다.
전반적인 체력 훈련은 물론이요.
자신이 있을 때에 비해 훨씬 많은 하운드가 투입되었으니.
“보호 슈트를 입었다고 해서 안전한 건 아니다.”
하운드의 발톱과 이빨 자국이 나 있는 슈트를 들어 올렸다.
최하급 몬스터라 해도, 방심하면 골로 간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
“1조부터 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예!”
몇 가지 주의 사항을 전달한 뒤 바로 훈련을 시작했다.
투입되는 몬스터의 수가 늘어난 만큼, 안전에 주의를 기울였다.
이번 훈련은 소대장인 자신도 던전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어…. 저, 정말 괜찮을까요?”
“어후.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 같긴 한데….”
보호 슈트를 착용하는 스태프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몬스터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아무리 안전에 신경 썼다고 해도… 본인들은 평범한 일반인.
발톱이 잘못 스치기만 해도 크게 다칠 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제가 들어가니까요.”
김민준이 피식 웃으며 집게손가락을 세웠다.
“하운드는 손가락 한 개로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 하하! 그렇죠!”
“김민준 소령님 정도면 믿을 만하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막상 던전 안에 들어가니 다리를 덜덜 떤다.
‘스태프들이야 뒤에 잘 빠져 있으니 괜찮겠고.’
지금 신경 써야 할 건 훈련병들이다.
5명의 훈련병이 5마리의 하운드를 상대하는 건 쉽지 않다.
‘1인당 1마리를 상대해야 한다는 건데, 말처럼 쉽지가 않지.’
“크르르르르!”
“커엉! 컹!”
대부분의 훈련병들이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억!”
“이놈 좀 떼어 내 봐!”
“야! 두 마리가 내 발 물고 늘어진다! 뭐 해!”
화면 너머로 본 몬스터와 실제로 마주한 몬스터는 당연히 다르다.
하급 몬스터인 하운드라도, 그 위압감에 위축되는 훈련병들이 대부분이다.
결국, 몬스터한테 뜯기면서 배우는 것이 정답이라는 말이다.
“커엉! 컹!”
“이놈들 또 온다!”
“한 놈만 집중적으로 노려!”
“아까부터 그러고 있다고! 그럼 나머지 4마리가 우리 중 한 명을 집중적으로 물잖아!”
훈련병들이 하운드에게 쩔쩔매고 있는걸 보니, 문득 예전의 일들이 떠올랐다.
‘내가 훈련소에서 저놈들 두들겨 잡을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약 1년 전의 훈련병이 어느새 소령이 되어 있다라.
새삼 느끼는 거지만 감회가 새롭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슬슬 움직여야겠네.’
5명의 훈련병이 5마리의 하운드를 상대하는 건 역시 무리였다.
기껏해야 1마리를 무력화시킨 정도.
이 이상은 시간 낭비일 것이고, 훈련병의 부상 위험도 올라간다.
개입할 필요가 있었다.
“훈련병들 저렇게 놔둬도 괜찮을까요? 제가 볼 때는 위험해 보이는데….”
마침 스태프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교들과 제가 있는 거죠.”
보란 듯이 채찍을 꺼내 들었다.
“저건?”
“김민준 소령님은 특이한 무기를 다루는 거로 유명하셨죠.”
“채찍을 다루는 헌터는 김민준 소령님밖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촬영 팀이 반색하며 카메라를 휙휙 돌렸다.
동작 하나라도 놓치기 싫은 듯하다.
자신에게 그 많은 카메라가 집중되는 걸 보면.
‘조금 전까지 훈련병들을 걱정했던 것 같은데.’
휘익!
‘우선 하운드에게 둘러싸인 훈련병부터.’
길게 뻗어 나가는 채찍.
무심하면서도 섬세한 손목 스냅.
“어? 어어?”
“내가 뭘 본거지?”
“그거 제대로 찍은 거 맞죠?”
“네, 네!”
그 모습을 본 촬영 팀들은 화들짝 놀랐다.
…그럴 것이.
채찍이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