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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58화 (158/212)

158. 훈련소 소대장-1

“뭔데. 갑자기 목소리는 왜 낮추냐?”

“스킬에 관련된거라 그래.”

그녀는 보유하고 있는 스킬, ‘이글아이’에 등급이 붙었다며 말해 왔다.

“내가 아무리 바빠도 사격 연습은 빼먹은 적이 없었거든?”

매일 2시간.

시간이 없으면 수면 시간을 줄여서라도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단다.

사격에 관해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았다나.

“나한테 졌으면서.”

“뭐야? 오늘 한번 해 봐? 아무리 너라도 이번에는 나한테 안 될걸?”

“그것보다 스킬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 봐. 궁금하네.”

“치. 말 돌리기는.”

그녀는 잠시 뾰로통한 표정을 짓다가도, 일어난 변화에 대해 순순히 알려 주었다.

스킬에 등급이 붙었다는 것.

체감하기로는 스킬의 성능이 더욱 올라갔다는 것까지.

“이글아이는 두 번 정도만 써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았거든? 그런데 C등급이 되고 나서는 네 번까지도 괜찮더라구.”

거기다 사격 보정 효과까지 붙은 것 같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의도적으로 목표물을 비껴서 조준했는데,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면서.

“이야. 이거 완전 그거네. FPS 게임의 에임핵 아니냐?”

“음…. 그러고 보니 그렇네?”

“이거 완전 핵쟁이네, 핵쟁이.”

“아!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나쁜 짓 한 거 같잖아! 평가나 훈련할 때는 스킬 사용한 적 없어!”

“그래. 네 성격 다 알고 있다.”

그녀에게 우연히 발현하게 된 스킬, 이글 아이.

사격과 연관된 스킬인 만큼 꾸준히 단련하니 변화가 나타나고, 등급이 붙여졌다라.

이건 자신에게 있어서도 유익한 정보였다.

‘C등급인데 저 정도의 효과란 말이지.’

일반 헌터군에 소속되기에는 아까운 인재다.

스킬을 좀 더 갈고 닦으면 특수 부대에도 충분히 소속될 수 있을 터.

‘내가 이런 말 하니까 좀 그렇긴 하네.’

자신이 되찾은 스킬과 새로 얻은 스킬을 세어 보면, 대강 26개의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으니.

띠리리리.

피식 웃으며 대화를 이어 가던 도중, 스마트폰이 울렸다.

-안녕하세요! 무적 헌터 부대 김민준 소령님 맞으신가요?

“네. 누구시죠?”

모르는 번호에 모르는 목소리.

누군가 싶었더니, 방송사 PD였다.

그것도 유명 방송사 PD.

-바쁘실 텐데 죄송합니다. 10분만, 아니. 5분만 시간 내주셨으면 합니다!

PD는 자신을 대상으로 헌터군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싶다며 말해 왔다.

말이 너무 빨라 랩처럼 들리는 기분이었다.

알아듣는 것에 문제는 없었지만.

-헌터 본부에서도 그렇고, 무적 헌터 부대 사단장님께서도 반대가 심했죠.

군대 자체가 폐쇄적인 조직이다.

헌터군은 일반군보다 더 심한 편이었고.

이전에 뉴스 기사나 몬스터 처치 동영상을 업로드할 수 있게 해 준 것.

그리고 장교 양성 교육 때도 촬영을 허락한 것.

이것들만 해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으니.

“그래서 PD님은 허락을 받아 내셨다는 말인가요?”

-바로 그겁니다! 다른 직원들은 시간 낭비니까 포기하자고 했지만, 전 끝까지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허락을 받아 냈죠!

요약하자면 이렇다.

자신이 헌터군 훈련소의 소대장을 맡는 구도로, 7일간 촬영에 협조해 줬으면 한다는 것.

-당연히 맨입으로 이러지 않습니다. 김민준 소령님이 어떤 분이신데요!

PD는 각종 수당과 함께 파격적인 실적 점수를 약속받았다고 말해 왔다.

헌터군의 이미지를 알리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나.

‘7일에 실적 점수를 이 정도나 준다고? 이러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진급 점수뿐만이 아니다.

방송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알리는 것.

이것 역시,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내 힘을 드러내야 할 때가 올 거다. 방송을 통해 좋은 인상을 만들어 둔다면, 든든한 방파제가 되겠지.’

손해가 될 만한 부분은 딱히 없다.

짧은 생각을 마친 뒤 하겠다고 대답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거절하시면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 하고 고민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식사라도 한번 대접….

다시 한번 폭풍 같은 랩이 쏟아지려 한다.

“방송 일정 잡히면 연락 주세요. 그때 뵙겠습니다.”

빠르게 대답을 마친 뒤, 통화를 끊었다.

“뭐냐. 왜.”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니, 이유나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

그녀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팔을 붙잡고 매달려 왔다.

“민준아! 너 방송 나오는 거 진짜야? KXX면 메이저 방송사잖아!”

“그냥 다큐멘터리 제작한다고 해서 촬영하러 가는 거야. 더우니까 떨어져 봐.”

“장교 양성 교육 때도 분량 다 가져가더니, 이번엔 아예 주인공이야?”

“이 정도면 주인공 할 만하지.”

피식 웃으며, 계급장과 훈장을 톡톡 두드렸다.

“우와. 재수 없어….”

“칭찬 고맙고. 그것보다 나 이제 퇴근할 거다. 나가자.”

“하아…. 난 오늘도 야근이야….”

“처음에는 고생하고 그래야지. 옜다. 이거 먹고 힘내라. 그리고 다시 한번 말하는데,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알겠냐?”

그녀에게 캔 커피를 던져 준 뒤,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지가 잘난 줄 안다니까.”

이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

7일 뒤, 헌터군 훈련소.

여느 때와 같이 훈련을 받고 있어야 할 헌터들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와. 다큐멘터리 촬영하는 거 진짠가 보다.”

“오! 우리 방송 타는 거야?”

훈련소 다큐멘터리 제작.

얼마 전 조교에게 설명을 듣긴 했다.

유명 방송사에서 촬영을 하러 오니, 자연스럽게 행동하라고.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카메라맨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걸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뭔가 긴장되기도 했고.

“어우, 미친. 그럼 우리 이런 꼴로 방송에 나가는 거냐?”

“온몸이 흙투성인데.”

“그렇게 해야 다큐멘터리지 않겠냐?”

“그것보다 들었냐? 김민준 소령님이 소대장 맡으신다는 거.”

김민준이라는 말에, 훈련병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크으! 우리 기수 존나 축복받은 기수네! 김민준 소령님을 직접 볼 수 있다니!”

“내 말이. 그분이 헌터군의 살아 있는 전설 아니냐?”

“난 입대 전에 김민준 소령님이 혈귀랑 맞다이 뜨는 거 봤다. 남자가 봐도 멋있더라.”

“야. 거기다 이병에서 출발해서 소령 다는 데까지 1년밖에 안 걸렸단다.”

“시벌. 그게 어떻게 되냐.”

“헌터군이 무슨 킹든어택도 아니고.”

이병 계급장조차 달지 못한 훈련병들도, 그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럴 수밖에.

훈련병들에게 있어서 김민준은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위급한 상황에서 시민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고.

다른 헌터들을 지키기 위해 서슴없이 몸을 날린다.

그러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임무를 완수해 내곤 했으니까.

“다들 주목!”

“주목!”

훈련병들이 수군거리던 사이.

조교들이 나타나 시선을 모았다.

“전에도 말했듯이, 김민준 소령님이 오늘부터 7일 동안 2소대 소대장을 맡으실 거다.”

자연스럽게 행동하되, 절대 무례하게 행동하지 말라며 몇 번이고 당부했다.

“소대장이기 이전에 소령님이시다. 조교들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란 말이야.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오와 열 맞춰서 부동자세 유지해!”

조교들이 훈련병을 다그치며 군기를 잡았다.

“김민준 소령님이 5분 안으로 도착하신답니다!”

“지금부터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이런저런 밑 준비가 끝나고 잠시 후.

“부대! 차렷!”

김민준이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소대장님을 향하여! 경례!”

“충! 성!”

연병장에서 힘찬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김민준은 훈련병들을 슥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

“다들 무더운 날씨에 훈련받느라 고생이 많다. 너희들이 흘린 땀 덕분에 국민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다른 소령 같았으면 시간을 길게 끌었을 것이다.

촬영을 한다고 하면 더욱이.

하나, 그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의 무더운 날씨.

자신이 말을 길게 늘어트릴수록, 훈련병들의 체력을 무의미하게 낭비시키기에.

“앞으로 7일간 3소대의 소대장을 맡을 건데… 거기 조교.”

“상병! 심강민!”

“훈련이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보고해 봐.”

“예! 현재 729기 헌터군 훈련병들은 훈련 3주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화생방, 완전 군장 행군 및 던전 실전 훈련의 일정이 남아 있습니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가 큰 목소리로 남은 일정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물어본 것에는 이유가 있다.

‘방송 분량 뽑아야 한다는데 협조해 줘야지.’

자신의 방식대로 효율만을 추구해 훈련을 진행해 버리면….

방송 분량이 안 나온단다.

때문에 매뉴얼대로 하되, 이런 식으로 방송 형식에 맞는 행동을 보여 줘야 했다.

‘그것보다 PD 이 사람은 간이 되게 크네.’

알고 보니, 훈련소 다큐멘터리는 절반 가까이 촬영된 상태였다.

여기서 나머지 부분을 자신이 메꾸는 형식이었다.

자신이 다큐멘터리를 거절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랬는지 원.

“오늘은 일정대로 화생방 훈련을 진행할 건데, 최근 헌터군의 훈련 강도가 높아진 건 알고 있나?”

“예!”

“그렇습니다!”

훈련병들이 기운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로운 타입의 몬스터가 출현하고 있는 만큼.

병사들의 스펙을 높여야 하는 건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야! 이 새꺄! 훈련 시간에 누가 잡담하랬나!”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도중, 김민준이 발걸음을 멈췄다.

조교들에게도 들릴까 말까 한 작은 목소리.

하나, 그의 귀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전부 동작 그만.”

“동작 그만!”

훈련병들이 굳은 얼굴로 움직임을 멈췄다.

조금 전의 편안한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

“너네들 훈련 몇 주 차야!”

“3주 차입니다!”

“목소리 봐라. 몇 주 차냐!”

“3주 차입니다아!!”

“기가 찬다, 기가 차. 헌터군이 장난이야? 3주 차 수준이 이렇다고?”

김민준이 조교들을 앞으로 불러냈다.

“훈련병 교육 이따위로 시켜서 되겠어?”

“아닙니다!”

“알면서 왜 이따위로 시켰나!”

“죄송합니다!”

“엎드려뻗쳐!”

그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조교들이 재빨리 동작을 취했다.

“…….”

훈련병들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처음 입소했을 때는 조교들이 무서웠다.

그것도 3주 차가 되니까 별것 아니었다.

그런데….

김민준은 정말로 무서웠다.

사나운 맹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오늘 훈련 끝나고 훈련병들 교육 다시 시켜. 알겠냐.”

“예!”

“들어가.”

“충성!”

조교들이 잔뜩 성난 얼굴로 훈련병들을 훑으며 지나갔다.

오늘 밤, 조교들이 녀석들을 미친 듯이 굴릴 것이다.

훈련병들 앞에서 기합을 준 건 다 이유가 있다.

“훈련병들. 훈련 이따위 태도로 받으면 자대 가서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알겠습니다!”

방송이라 살짝 자극적으로 한 것도 있지만, 이건 필요한 행동이었다.

‘내가 훈련받을 때랑은 너무 딴판인데.’

아직 계급장도 달지 못한 훈련병들이다.

그런 훈련병들이 벌써부터 해이해져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강하게 잡아 둘 필요가 있었다.

‘마침 화생방 훈련이네.’

김민준이 입꼬리를 올렸다.

‘7일은 무슨. 3일 안으로 기강을 잡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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