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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55화 (155/212)

155. 신념의 지휘봉-1

어두운 밤인데도 한눈에 들어오는 은빛 봉.

영관급 장교, 그것도 중령부터 지급받는다는 지휘봉이었다.

“소대장님. 그거 지휘봉입니까?”

“지휘봉은 보통 중령 때 지급되지 않습니까?”

보통 영관급 장교들이 지급받은 지휘봉은 목재다.

한데, 소대장님이 들고 있는 저 지휘봉은….

한눈에 봐도 비싸 보였다.

은으로 만든 게 아닐까 싶은 정도로.

“임무 때문에 차출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보상으로 받은 거지.”

“오오….”

“지휘봉이 아이템입니까?”

“효과가 뭡니까?”

호기심 어린 병사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김민준은 말없이 지휘봉으로 산을 가리켰다.

“호잇.”

왼편에 있는 산을 가리킨 뒤, 오른편에 떨어진 산을 차례로 가리켰다.

“지금은 별것 없다. 하지만! 별 달면 산을 움직일 수 있지. 물론 내가 하는 게 아니고, 너네들이 움직이는 거.”

“…….”

“농담이야, 짜식들아. 얼굴 표정들 하고는.”

장군의 지휘봉은 산도 움직일 수 있다.

실제로는 당연히 불가능하지만, 그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사실이었다.

“자. 농담은 여기까지 하고. 오늘 너네들이 공략할 던전은 어디지?”

“자이언트 벳과 악어 수달이 출현하는 던전입니다!”

“그래. 야간에 행하는 공략인 만큼, 야행성 몬스터가 출현하는 던전이다.”

2분대원이 공략할 던전은 2곳.

자이언트 벳과 악어 수달의 서식지.

‘이전 같았으면 1개 클리어하고 끝냈을 텐데. 얘네들도 스펙이 제법 올라갔어.’

2중대 2소대원들은 다른 소대에 비해 평균적인 능력치가 높은 편이다.

그중에서도 2소대 2분대는 훌륭한 성과를 자랑했다.

자신이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틈만 나면 단련에 매진하곤 했으니

“이번 야간 공략부터 야간 투시경은 착용하지 않는 거 알지? 대열 일정 간격으로 유지 잘해라.”

“예!”

“알겠습니다!”

장비에 너무 의존하는 것도 좋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사단장의 이러한 지침 때문에, 병사들은 마나건과 마력검만을 가지고 던전을 공략해야 했다.

저벅. 저벅.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던전 안.

분대원들은 느린 걸음으로 전진해 나갔다.

“다들 정지.”

어느 순간, 김민준이 손을 들며 정지 신호를 내렸다.

“이 근처에 자이언트 벳이 2마리 있다. 한번 찾아봐. 앞으로 나가진 말고.”

“2마리 말입니까?”

헌터들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50m 지점 천장 쪽에 착 달라붙어 있는 놈 말고는 못 찾겠습니다.”

“음…. 저도 천장 쪽만 간신히 찾아냈습니다.”

자이언트 벳은 피부색이 워낙 어두워, 야간에는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괜히 투시경이나 조명 같은 걸 장비하고 가는 게 아니라는 말.

“반은 정답. 힌트 준다. 저놈 자세히 들여다봐 봐.”

자신의 말에 병사들의 시선이 천정으로 향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꿈틀거리는 자이언트 벳.

“아.”

“저놈들이….”

놈들은 몸을 완전히 겹친 상태였다.

동물들이 하는 짝짓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야밤에 짝짓기라니. 대갈통 부숴 버리고 싶네.”

“어딜 몬스터 주제에….”

헌터들이 이를 갈며 마력검을 꺼냈다.

가뜩이나 몬스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눈앞에서 몬스터를 만들고 있다니.

“좋아. 지금쯤이면 암순응 완벽하겠지. 한 마리씩 끌어들여서 처리한다.”

“알겠습니다!”

김민준의 신호에, 분대원들이 검 자루를 이용해 던전 벽을 두드렸다.

“끼익?”

“끽!”

던전 안에 울려 퍼지는 소음.

자이언트 벳들은 날개를 펄럭이며 헌터들에게 접근했다.

3m가 넘는 신장.

근육이 울끈불끈한 몸체.

겉모습만 박쥐일 뿐, 상당한 힘을 자랑하는 몬스터였다.

“대열 유지! 급하게 휘두르지 마라!”

“예!”

거구에 몸놀림까지 날렵하다.

하급과 중급 사이에 머무는 몬스터치고 강한 편.

그런 것치고, 능력치에 비해 몬스터 등급은 낮다.

‘이놈들은 눈뽕 한 번이면 끝이긴 하지.’

물론 그것에는 이유가 있다.

약점이 너무나도 명확하기 때문이었다.

놈들을 향해 강한 조명만 비춰 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빛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습성 때문이었다.

‘조명 없이 싸우면 중급 몬스터 정도는 되겠네.’

이번 야간 공략은 최소한의 장비로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헌터들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조명조차 없었다.

서걱!

“끼에엑!”

“날개 찢어졌다!”

“한 놈 떨어졌습니다!”

“그놈 놔두고 다른 놈 노려!”

“예!”

약 10분간의 접전.

헌터들의 침착한 대처와 연계로, 자이언트 벳이 죽음을 맞이했다.

“더 온다. 숨 돌릴 틈 없으니까 집중해!”

“예!”

그사이 던전 안쪽에 있는 놈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총 30마리의 개체.

1개의 분대로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수였다.

‘흠. 다들 실력은 꽤 늘었는데.’

빛 한줄기 들지 않는 자이언트 벳의 던전.

놈들의 홈그라운드에서도 수월한 대처 능력.

확실히 전에 비해 전반적인 실력이 늘었다.

‘역시 체력이 문제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체력.

병사들의 마력검 유지 시간은 1시간을 넘기기 어려워 보였다.

오직 마력검만을 사용해 공략해 나가기도 했고.

자이언트 벳들이 정신없이 날아다니며 병사들의 진을 빼놓기도 했다.

체력이 빨리 고갈될 수밖에.

‘체력이야 꾸준한 단련이 답이지.’

본인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건 쉽지 않다.

괜히 장교들도 마력검 유지에 쩔쩔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좋아. 슬슬 이걸 써 볼까.’

병사들이 거친 숨을 내쉬며 대열을 정비하는 사이.

김민준이 신념의 지휘봉이 지닌 효과를 사용했다.

띠링.

[신념의 지휘봉 효과가 적용됩니다.]

[10명의 병사가 해당 효과를 받습니다.]

[자신이 지휘하는 병사들의 사기와 능력치가 소량 상승합니다.]

[29분의 유지 시간이 남았습니다.]

[대량의 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력을 대폭 사용합니다!]

[병사들의 사기가 증가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르며, 지휘봉에서 빛무리가 일어났다.

스스스스.

지휘봉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의 빛무리.

“응?”

“소대장님? 이건 뭡니까?”

분대원들은 자신들의 몸을 감싸는 빛을 보고 당황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는 눈빛이었다.

“아이템 효과. 그것보다 아직 10마리 남았지? 쟤네 다시 덤벼들 테니까, 하던 대로 해 봐.”

“예? 예….”

“알겠습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열을 정비하는 헌터들.

“어?”

“뭐지?”

그들은 갑작스럽게 달라진 전투 양상에 의외의 목소리를 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몸이 무거웠다.

슬슬 마력검에 두른 오러도 얇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몸에 빛이 둘러지자 귀신같이 기운이 솟아났다.

“으아아아아!”

“다 죽여 버려!”

“이 새끼들 다 죽여!”

“모가지부터 잘라!”

전투 자극제를 복용하면 이런 느낌일까.

거리를 두고 침착하게 대응하던 분대원들이, 서로 고함을 지르며 마력검을 휘둘렀다.

“성능 죽여 주는데? 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김민준은 분대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력이 갑작스럽게 빨려 나가 뭔가 싶었는데, 사기가 저 정도로 올라갈 줄이야.

‘레벨 1짜리가 이 정도의 효과라 이거지.’

레벨 2는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자랑할까.

아이템이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기대감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강력한 아이템이 청와대에 더 있다 이거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 털어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소대장님! 자이언트 벳 모두 처리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높아진 사기와 소량의 능력 상승.

그 덕분에, 예정된 공략 시간보다 훨씬 빨리 공략을 끝낼 수 있었다.

“억….”

“끄억! 갑자기 다리에 쥐가….”

“어우…. 현기증이….”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이템이 만능은 아니었다.

지속 시간이 끝나자, 헌터들이 하나둘씩 주저앉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템 효과로 무리해서 그렇다. 걱정할 건 없어 보이네.”

김민준은 헌터들의 컨디션을 체크한 뒤, 10분간 휴식을 지시했다.

이런 반동도 병사들이 꾸준한 단련만 지속된다면 별것 아니게 될 터.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와. 그게 아이템 효과입니까?”

“효과가 뭡니까?”

“너네들 사기 올라가는 거랑 신체 능력 올라가는 거.”

“헐. 게임 버프 같은 겁니까?”

“그런 아이템은 처음 봅니다. 개사기 아닙니까?”

휴식을 취하는 도중.

아이템 효과를 확인한 헌터들이 입을 크게 벌렸다.

한두 명도 아니고.

최대 10명의 신체 능력을 올려 줄 수 있다니.

그런 아이템은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이게 만능처럼 보여도 가성비가 안 좋아. 별 2개 장군님이 한 번 사용했다가 3일 동안 기절하셨거든.”

“헉….”

“3일이나 말입니까?”

“소대장은 괜찮으십니까?”

“체력이 절반 가까이 깎였네. 한번 사용한 거로.”

장성조차 감당할 수 없는 아이템.

그런 아이템을 보란 듯이 사용해 놓고, 땀 한 방울 흘리고 있지 않다.

체력이 절반 깎였다는 것도 농담처럼 들릴 정도였다.

‘하긴. 마력검에 오러 두르는 거 보면 그럴 수 있지.’

‘작정하고 오러 두르신 거 봤냐? 오러 크기만 10m는 되는 것 같던데.’

‘10m는 너무 나갔고.’

헌터들은 짧은 휴식을 취한 뒤, 던전을 한 번 둘러보았다.

“좋아. 이대로 악어 수달 던전으로 간다.”

“예!”

그 뒤.

김민준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다음 던전으로 향했다.

예전 같았으면 2연속 던전 공략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면, 지금은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꾸준한 체력 단련의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찰박.

악어 수달의 서식지에 들어가자, 칙칙한 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움직임에 제약을 받는 환경.

“다들 사격 대열 만들어라.”

“예!”

김민준은 몬스터의 기척을 잡은 뒤, 사격 지시를 내렸다.

물 안에서 미동 없이 숨만 내쉬고 있는 악어 수달.

매뉴얼대로 놈들을 꾀어내기 위해서였다.

“이놈들은 물에서 나오면 시작인 거 알지? 당황하지 말고 대응만 잘하면 된다.”

“예!”

악어는 물에서 강하지만 육지에서는 그렇게 강하지 않다.

그러나, 악어 수달은 물에서도 강하지만 육지에서는 더욱 강하다.

놈은 육지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데, 치악력이 장난 아니다.

방심하다가는 순식간에 팔이 뜯겨 버릴 정도였으니.

“수면을 향해 사격해!”

“예!”

수면 위로 수십 발의 마나 건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크르아아아아!”

그러길 몇 분.

수면에서 악어 수달이 한 마리씩 튀어나왔다.

수달과 악어를 반반씩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의 몬스터.

놈은 잔뜩 성이 났는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대열 넓게 벌려! 붙어 있지 말고! 이놈들의 공격은 변칙적이다!”

“예!”

“한 번 튀어 올라 공격한 뒤에 틈이 생긴다! 처음 한 번은 회피하는 게 편해!”

“알겠습니다!”

김민준의 지시에, 분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크아아아!”

그사이, 악어 수달이 한 마리씩 분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욱!”

“이 미친놈들이!”

“이놈들은 예전에 상대했던 놈들보다 훨씬 셉니다! 조심하십쇼!”

몰아치는 몬스터의 공격.

분대원들의 자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뒤로 나자빠지는 분대원까지.

악어 수달이 예상 이상으로 강했다.

‘이대로 두면 애들 크게 다치겠네.’

김민준이 놈들을 정리하려고 나서는 순간.

‘응?’

화아아.

주머니에서 빛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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