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54화 (154/212)

154. vs 손은서

비인도적인 방법.

그건 바로 노예나 포로.

또는 죄수의 몸에 좌표를 심은 뒤, 다른 차원으로 날리는 것이었다.

마구잡이식으로 수백만 명을 날려 버리는 이유는 오직 하나.

지구의 좌표를 찾기 위해서였다.

“이놈들은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놈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야 뻔하다.

지구에 대해 환상을 품고 있는 것이다.

“착각할 만하기야 하겠지. 선례가 나니까.”

자신이 이스가르드로 소환되었을 때는, 한없이 나약했다.

툭 건드리면 나가떨어질 정도로 말이다.

그런 인간이 제국을 부숴 버리고 다닐 정도로 성장했다.

이스가르드에서 작은 힘을 부여받은 것 정도로 말이다.

“이놈들이 나를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거 아니냐?”

지구의 인간들은 약하지만, 큰 성장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어떻게든 지구를 침략해 노예처럼 지배하겠다는 것이다.

“어떤 놈 대가리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들어오기만 해 봐라. 전부 개박살을 내 줄 테니까.”

노바 제국이 저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이 지구로 귀환하면서 대부분의 힘을 잃게 되었다는 것.

그것을 알고 있기에 저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어쩌냐. 너네들은 전제부터 틀렸는데.”

힘을 상당 부분 잃었다는 것은 정답이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힘을 되찾고 있다.

“힘만 되찾고 있는 게 아니지.”

새롭게 개방된 스텟, 영구 기관.

흑마법사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준 스텟.

영구 기관 덕분에 얻은 추가 스킬.

폭발적인 신체 능력의 성장까지.

장담하건대, 제국 놈들이 지금 침략해 와도 큰 피해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놈들이 강해 봐야 얼마나 강하겠는가.

그 정도로 자신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성녀 이놈도 운이 되게 좋네.”

쪽지의 내용을 종합해 봤을 때.

성녀가 지구로 온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포로들을 마구잡이식으로 날려 대는 와중, 운 좋게 지구가 걸린 것이었다.

“성녀가 죽는 순간 몸 안에 심어진 좌표 마법이 발동된다 이거지.”

차원으로 날려지는 이스가르드인들은 몸에 주술이 심어져 있다.

특히 성녀 같은 경우는, 신을 모시는 자의 특수성 때문에 강력한 주술을 심었다.

그냥 주술도 아닌 대주술.

최소 100명분 이상의 생명력을 바쳐야 시전할 수 있는 ‘죽음의 고리’.

밑 준비와 주문 시전에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되지만, 반드시 죽음에 이르는 스킬.

고위 마법사들이 심혈을 기울여 심어 놓은 좌표 마법.

자신조차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스킬들이었다.

“1,300일 정도 남았다 이거지.”

김민준은 쪽지를 구긴 뒤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성녀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3년하고 6개월.

그 정도면 침략에 대한 대비는 다 하고도 남는다.

“지금 하던 대로만 해도 그냥 막아내겠네.”

고작 1년 남짓한 시간에 절반 이상의 힘을 찾았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나중을 대비해 권력을 가진 인물들과의 접점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노바 제국이 몰래 침략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김민준 역시, 침략을 대비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부수려면 확실하게 부숴야지.”

다만.

그렇다고 해서 방심할 생각은 없었다.

“무궁화부터 졸업해야겠네.”

그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부대로 복귀했다.

지금까지 즐겨 오던 것들에 대해, 좀 더 박차를 가할 생각으로.

**

부대에 복귀한 지 15일이 지났다.

“무궁화부터는 머리도 좋아야 되네.”

김민준은 그사이 소대원들을 관리하며, 영관급 장교에 대한 업무를 숙지해 나갔다.

장교 교육을 패스한 만큼 따로 공부를 하는 건 필수였다.

스스스스.

정확히는 공부가 아니라 거저먹기였지만.

“야. 한 권 분량 다 넘겨주는 데 시간이 뭐 이렇게 오래 걸려? 꼴랑 400페이지짜린데.”

그는 현재 나이트 워커에게 정보를 전달받고 있었다.

다른 장교가 수개월에 걸쳐 익혀 가는 각종 매뉴얼들.

그에게는 수십 분의 시간만 있으면 충분했다.

“오늘 야간에 던전 공략이라. 훈련 빈도도 꽤 늘었네.”

혈귀가 출현한 뒤 헌터군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저런 몬스터가 다시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때문에 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헌터들의 기량 역시 더욱 높여야 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진작에 이랬어야지. 몬스터가 낮에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야간 던전 공략은 전까지만 해도 1년에 2번 정도 진행되었다.

장병들의 안정성 문제 때문이라나.

그걸 이번 달부터 1년에 4번으로 횟수를 늘린 것이다.

인간형 몬스터가 출현한 게 군의 입장에서 어지간히 충격적인 듯했다.

-나 지금 대련장에 도착했어. 언제 올래?

던전 정보를 훑던 중, 손은서가 까톡을 보내왔다.

“얘도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긴 하네.”

그녀는 얼마 전부터 집요하게 대련을 해 달라고 졸라 댔다.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자신의 압도적인 기량을 말이다.

가끔씩 대련을 신청해 오던 병사나 장교들은 두 번 다시 대련을 신청하지 않았다.

의욕이 꺾일 정도로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손은서는 오히려 의욕을 불태웠다.

뭐라도 하나 이겨 보겠다고 말이다.

“열심히 하는 애들을 싫어할 이유가 없지.”

김민준은 피식 웃으며 대련장으로 향했다.

“내가 왔다.”

“소대장님 오셨습니까!”

“충성!”

“그래. 하던 훈련 해라. 나 신경 쓰지 말고.”

“예!”

대련장에는 병사들이 바글바글했다.

진급에 대한 규정이 엄격해진 지 몇 개월.

병사들은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틈틈이 개인 단련을 실시했다.

다들 진지하고 의욕 있는 모습.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고 있네.’

물론 규정이 엄격해진 만큼, 돌아오는 보상도 후해졌다.

휴가 일수를 더 준다든가.

추가 수당을 더 붙여 준다든가 등등.

“끄아아아아!”

“더 내려가! 더!”

“이번에 진급 누락되면 너 2년째 일병이라고!”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 무서운 것은 진급 누락이었다.

본인은 진급 누락으로 계급이 고정되고.

후임이 진급해 같은 계급이 된다는 건 선임 입장에서 부끄러운 일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병사들의 평균적인 기량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다.

“충성!”

병사들을 살펴보기도 잠시.

손은서가 거수경례를 해 왔다.

조금 전까지 병사들과 대련을 했는지, 이마가 땀 범벅이었다.

“얌마. 날 너무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

김민준은 훈련용 검을 내미는 그녀의 이마를 밀었다.

“아!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손은서는 평소대로 목소리를 내려다가, 재빨리 입을 틀어막았다.

병장과 소령.

헉 소리가 나오는 계급 차이.

말 한마디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평소대로 말하지 그러냐. 안 어울리게.”

“병장 손은서! 평소대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냐.”

이온 음료를 적당히 던져 준 뒤, 10분 뒤 대련장에 올라오라고 말했다.

그리고 10분 뒤.

“들어와 봐.”

김민준과 손은서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응?’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쉬익! 쉭!

목덜미로 찔러 오는 첫 일격.

그 뒤, 팔이나 몸 부분을 노려 오는 후속 공격까지.

동작들에 군더더기가 없다.

전에 있던 불필요한 움직임들을 싹 걷어 낸 것이다.

‘얘 언제 이렇게 늘었냐?’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 상승.

호기심이 들어 조금 더 어울려 주기로 했다.

휘익! 쉬익!

대화 없이 오고 가는 검.

망설임 없이 내질러지는 주먹이나 발.

그 모습은 다른 병사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와…. 뭐냐 저거.”

“검술 실력 봐라. 내가 알던 군용 검술이 맞냐?”

“손은서 병장이 특출나다고 듣긴 했는데, 검술까지 잘했었나?”

“검술은 딱 평균이었을걸?”

그들은 손은서 병장의 검술 실력에 한 번 감탄했고,

“저걸 다 받아 내는 소대장님도 대단하시네.”

“어떻게 공격이 한 번 스치지도 않냐.”

“거기다 저거 봐라. 밀리는 척하면서 조금씩 밀고 있는 거. 손은서가 바깥쪽으로 밀려나고 있잖아.”

김민준의 회피와 대처 능력에 감탄했다.

“이익!”

“어쭈. 이것 봐라?”

한편.

김민준은 손은서와 검을 섞으며 대련장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날카로운 베기와 찌르기.

격투술을 섞은 간단한 기술들.

그야말로 군용 검술의 교과서적인 느낌.

“실력 많이 늘었는데. 누구한테 배우기라도 했냐?”

검을 주고받고 느낀 점은 하나 더 있다.

손은서가 검을 휘두르는 동작들.

대부분이 사람이 아닌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었다.

몸에 굳어진 습관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한데, 손은서는 그걸 해내고 있었다.

나쁜 습관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말이다.

“…소대장님이 말씀하시니까 칭찬처럼 안 들립니다.”

“날 뭘로 보고. 나도 잘한다고 할 때는 잘한다고 말해.”

당장 같은 병장들만 해도 손은서에게 10분 이상 버텨 내지 못할 것이다.

상대가 자신이라 그런 것뿐이지.

‘나도 그사이 실력이 늘어 버렸거든.’

정확히는 검술 실력이 아닌, 검술 스킬이 올라갔다.

기본 검술 B 등급.

스킬 하나 때문에 검을 쉽게 다뤄 내는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스킬이라는 게 사기긴 사기라니까.’

빠악!

“아악!”

검면으로 그녀의 머리를 내려치는 것으로, 대련이 종료되었다.

“야.”

“병장 손은서.”

김민준은 그녀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게임처럼 검술 스킬이라도 생겼냐고.

아니면 검술 스텟이라든가.

“어?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잖습니까!”

스킬이라는 말에는 반응이 없던 손은서가, 스텟에 대해서는 반응했다.

그것도 아주 격하게.

“그으래? 검술 스텟이 생겼다고? 유전자의 힘이야? 역시 아버지가 장성이신 게 영향이 크네. 부럽게시리.”

“아! 아니라니… 아닙니다! 평소에 개인 훈련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 어쨌든 고생했다. 실력 꽤 늘었으니까 그대로만 해. 금방 하사 달 거다.”

“…감사합니다.”

손은서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재빨리 단련실 밖으로 나갔다.

“농담한 건데 뭐 저렇게 진지하게 반응하냐.”

검술 실력이 좋아진 건 맞지만, 스텟이 생겼다고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다.

손은서는 본래 병사치고 전반적인 실력이 좋았으니까.

“소대장님! 저도 대련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도 부탁드립니다!”

검을 내려 두고 몸을 풀기 무섭게 병사들이 몰려들었다.

방금 대련을 지켜보고 의욕이 생긴 듯했다.

“좋아. 한 명씩 들어와. 친절하게 봐 줄 테니까.”

이러한 시간은 자신에게 있어서도 좋았다.

병사들의 기본 실력이 올라갈수록, 국방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훗날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 틀림없었고.

“소대장님?”

“왜.”

“갑자기 훈련용 채찍은 왜 집으시는 겁니까?”

“검은 이제 질려서. 너네도 내가 전력을 다하는 게 좋지 않겠냐?”

“…….”

대련장의 병사들은 김민준의 채찍에 농락당했다.

**

시간이 지나고 밤 10시.

2소대 2분대원들이 던전 공략을 위해 연병장 앞으로 집합했다.

“장비 점검 한 번 더 하고. 마나건은 내 허락 없이 발포하지 마라. 몬스터가 코앞에 있어도 안 된다.”

“예!”

“알겠습니다!”

야간에 행해지는 공략이다 보니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

야간 공략에는 자잘한 사고가 발생하곤 했으니까.

‘좋아. 드디어 이걸 사용할 때가 온 건가.’

김민준은 주머니를 뒤적여 아이템을 꺼냈다.

그 아이템에 병사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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