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52화 (152/212)

152. 씨앗

“그, 그게 정말입니까?”

차원 이동을 해 한국으로 넘어온 여성.

그 여성의 몸에, 몬스터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몬스터의 씨앗.

“그렇다면 지금쯤….”

“이미 뿌리를 내렸겠죠.”

“으음…. 믿기 힘들군요.”

설명이 길어질수록 신세형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이스가르드인이 인위적으로 개발한 몬스터의 씨앗.

쌀 한 톨만 한 크기에서 몬스터를 인위적으로 태어나게 할 수 있단다.

그뿐만이 아니다.

몬스터가 가진 형질과 본능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한다.

“이거 완전… SF 영화가 따로 없군요….”

한국은 무슨.

전 세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몬스터가 가진 능력이나 약점을 알아내는 게 전부였으니.

도대체 이스가르드라는 곳은 얼마나 발전된 국가인 건지.

만약, 그곳의 인간들이 지구를 본격적으로 침략해 온다면…

‘아니. 그건 너무 나갔다. 당장 쳐들어오지는 못할 거라고 김민준 씨가 얘기했었지.’

우선 문제의 몬스터부터 제거해야 한다.

“이번 일은 김민준 씨에게 맡기겠습니다. 다만, 차출되는 형식이라 모양새는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99 특수 임무단의 헌터들이 곧 합류할 겁니다.”

“그러죠.”

다른 헌터였다면 당연히 믿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민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 힘을 눈앞에서 지켜봤으니까.

“지금부터 속도전입니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걸 목표로 하고 탐색을 시작하겠습니다.”

“예. 준비가 되는 대로 팀원들을 보내겠습니다.”

김민준은 곧바로 병원 밖으로 나섰다.

“나이트 워커. 넌 지하 위주로 싹 훑어. 마기 많이 사용해도 상관없으니까, 탐지 범위를 한국 전체로 하고.”

스스스스.

소환수가 마기를 잔뜩 머금은 뒤, 땅밑으로 들어갔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봉구에게 연락했다.

“이봉구. 몬스터의 씨앗이 한국에 풀렸다. 땅밑은 나이트 워커가 맡았으니까, 넌 땅 위로 쭉 훑어봐라.”

-몬스터의 씨앗 말입니까? 이런 미친! 그놈들이 기어이… 당장 그렇게 하겠습니다!

몬스터의 씨앗은 노바 제국에서 개발한 일종의 병기다.

“아이작이라고 했지.”

성녀가 의식을 잃기 전 언급한 건 두 가지.

몬스터의 씨앗과 대마법사 아이작이었다.

“그럼 이야기가 얼추 맞아떨어지네.”

성녀의 힘을 봉인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마법사.

나아가 기억을 함부로 엿볼 수 없게 자물쇠까지 채워 버렸다.

소환수조차 포기할 정도의 견고한 마법.

마지막으로 몬스터의 씨앗까지.

“아이작 그놈이 노바 제국 쪽으로 붙었나 본데.”

자세한 건 모른다.

단편적인 정보를 가지고 확실한 것만 고려해야 한다.

“아이작. 노바 제국. 성녀. 몬스터 씨앗.”

분명 성녀는 놈에게 힘을 봉인당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자력으로 차원 이동을 한 게 아니란 말이다.

“아이작이 보낸 건가? 몸에 몬스터 씨앗을 심어서?”

지구의 좌표를 아는 이스가르드인은 김서현을 제외하면 없다.

확신할 수 있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한 계획이었다.

“유일한 방법은 이봉구처럼 운으로 찍어서 넘어오는 건데….”

김민준은 중얼거리던 도중 혀를 찼다.

정보가 적어도 너무 적다.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성녀에게서 정보를 빼내기로 했다.

스스스스.

“마침 몬스터도 찾았네.”

**

서울의 지하철, 을지로 입구 역.

99 헌터 특임단 소속의 헌터들이 무장한 채 하나둘씩 나타났다.

그들은 얼굴을 반쯤 가린 채, 김민준을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헌터들 대부분이 장교다.

2명 정도가 중사를 달고 있었고.

“충성!”

“그래. 내가 소령이니까 편하게 말놓는다. 너희들이 할 일은 이곳에 있는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다.”

그는 시간이 없으니 지금 당장 움직이라고 지시를 내린 뒤, 밑으로 내려갔다.

“…아니. 그런데 진짜 저 사람 말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김민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중위 한 명이 불만스럽게 입을 열었다.

99 헌터 특임단이 어떤 부대인가.

엄격한 선발 과정을 수차례 걸쳐 선발되는, 그야말로 실력주의 특수 부대다.

사선을 넘나들며 몬스터와 싸워 온 헌터.

필요하다면 몸을 던져서라도 임무를 완수하는 헌터.

그것이 바로 99 헌터 특임단의 1차 선발 조건이었다.

“저도 좀 찝찝합니다. 청와대 쪽에선 갑자기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특수 부대에 고작 일반 헌터군 소령이 왔나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니란다.

위쪽에 문의해 보니, 알 필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저 지시하는 대로 따르기만 하란다.

“아. 이럴 거면 미리 전달을 해 주든가. 이 무거운 걸 여기까지 들고 왔는데.”

“우리가 무슨 일반군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최신식 장비에, 무거운 휴대용 몬스터 레이더까지 들고 왔다.

그런데 하라는 일이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이라니.

“김민준 소령님이 그렇게 대단하신가?”

“최근에 혈귀라는 몬스터를 단독으로 잡았다며? 그것 때문에 2계급 특진해서 소령 달았고.”

“내가 볼 땐 쇼 같은데. 뭔가 줄이 있어서 만든 쇼 말이야.”

“하긴. 그게 아니면 어떻게 중위에서 소령을 달겠습니까? 영관급 장교가 뉘집 개 이름도 아니고.”

“거봐.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았다니까.”

이렇다 보니 그들에게 반발감이 생기는 건 당연했다.

특수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나다 보니, 과격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까라면 까야죠, 뭐.”

“얼마나 잘하는지 지켜본 뒤, 위쪽에 보고 올리면 됩니다.”

그들은 확성기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그 뒤 맡은 구역으로 이동해 시민을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이곳에 계신 시민 여러분! 지금 즉시 지상으로 대피해 주시길 바랍니다!”

“현재 상황은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해당 장소에 몬스터가 서식하고 있는 걸로 확인되었습니다!”

“몬스터? 뭐 잘못 알고 온 거 아닌가?”

“이렇게 조용한데?”

아무 일도 없는데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니.

시민들은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헌터들의 과격한 목소리에 재빨리 밖으로 대피했다.

-김민준 님! 찾았습니다! 몬스터는 승강장 철로 밑 쪽에 있습니다! 대략 깊이는 대략 6m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스슥. 스스슥!

-뭐? 6m가 아니라 5m 살짝 넘는다고? 지금 그게 중요해?

스스슥!

-새치기하지 말라고? 내가 먼저 여기 왔는데 무슨 소리야? 난 부산에서 여기까지 단숨에 날아왔다고! 김민준 님이 있다고 내가 만만해 보여?

한편.

몬스터의 씨앗이 있는 장소에는 이봉구와 나이트 워커가 투닥거리고 있었다.

일렁이는 그림자와 싸우는 까마귀라니.

누가 보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는 건지.

CCTV를 사전에 꺼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다 정신없으니까 그만해라. 몬스터는 붉은 갈귀 맞고?”

-그렇습니다, 김민준 님! 씨앗에서 나온 놈이라 그런지, 증식 속도가 장난 아닙니다. 앞으로 3분 정도만 지나면 선로를 뚫고 나올 겁니다.

이봉구는 어깨 위에 앉아 호들갑을 떨며 설명했다.

“엿 같은 놈이 걸리긴 했네.”

붉은 갈귀.

이스가르드에 존재하는 몬스터.

해안가에 서식하는 이빨 달린 촉수다.

본래라면 육지에서 볼 일이 없다는 말이다.

“이봉구.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라. 내 주위 50m 반경에 아무도 없게 만들어.”

-예! 맡겨 주십쇼!

이봉구는 덩치 큰 대형견으로 변해 지하철 밖으로 나갔다.

“이 정도 크기면 씨앗에서 나온 지 2시간쯤 됐네.”

그사이.

자신은 붉은 갈귀의 움직임을 살폈다.

형질이 조작된 붉은 갈귀는 다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열하고, 증식한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갉아먹으면서 몸집을 부풀린다는 말이다.

이대로 20분만 더 방치하면 지하철을 빠져나와 지상으로 올라올 것이다.

“이놈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을 텐데.”

붉은 갈귀의 형질을 조작한 뒤 씨앗에 담으려면 긴 시간이 필요했다.

1마리에 최소 4년.

길게는 6년 가까이 잡아야 한다.

양산하려고 해도 양산할 수 없는 몬스터였다.

“붉은 갈귀는 어중간하게 제거하면 안 된다.”

놈은 한 가닥의 촉수만 있어도, 순식간에 재생해 버린다.

섣불리 건드리면 증식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는 건 덤.

한 번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제거해야 한다.

-김민준 소령님. 지하철역에 있는 민간인들 대피 완료했습니다.

붉은 갈귀의 움직임을 살피던 찰나.

시민들의 대피가 끝났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김민준 님! 딱 지금입니다!

이봉구의 보고까지.

“참나. 이걸 벌써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밑 준비를 철저하게 한 이유는 단 하나다.

얼마 전 개방된 스킬, 죽음의 숨결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미친 듯이 불어나는 붉은 갈귀를 막는 데에는 이 스킬만 한 게 없었다.

“한 번에 보내 주지.”

선로 밑 붉은 갈귀는 불로 지져도 소용없다.

그렇다고 얼린다? 오히려 놈을 자극할 뿐이다.

현대 기술로 놈을 제거하는 건 불가능했다.

이스가르드에서조차, 수십 명의 마법사가 달라붙어야 하는 놈이었으니.

“마법사들이 붉은 갈귀를 공중으로 띄워 올리고 7일을 기다렸지.”

마법사들조차 서로 교대해 가며 마법을 유지했다.

놈을 굶겨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아마 고위 마법사가 아니면 완벽한 제거가 힘들 정도였을 터.

“그런데 난 아니지.”

스으으으으.

몸 안의 마기가 빠져나가며 등 뒤로 모였다.

모인 마기는 마법진을 형성했고,

쿠와아아아!

마법진에서 검은 용머리가 튀어나왔다.

정확히는 반쯤 썩어들어 간 용머리.

“내 발밑에 꿈틀거리는 거. 모조리 날려 버려.”

말이 끝나자, 용 머리가 입을 쩍 벌렸다.

콰아아아악!

검게 쏘아지는 브레스, 죽음의 숨결.

그 위력은 실로 엄청났다.

분명 밑의 선로에 쏘아지고 있는데, 주변의 건물까지 부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깔끔하게 제거하려면 어쩔 수 없다.”

검은 브레스가 닿는 곳은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역병의 효과를 받는다.

강한 충격파에 담긴 역병.

당연히 그 위력은 상당했다.

“끼에에엑!”

어떤 피해를 입어도 반응을 하지 않던 붉은 갈귀.

놈이 비명을 지르며 선로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흐물거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촉수들.

그사이 부풀린 몸집은 지하철 천정에 닿을 정도였다.

“이걸로는 살짝 부족하네.”

힘없이 후두둑 떨어져 나가는 촉수가 바닥에 닿자마자 바스라졌다.

“그냥 곱게 뒤져.”

김민준은 욕망의 마기를 사용해 몸 안의 마기를 증폭시켰다.

쿠와아아아!

일순간 불어난 마기의 양.

스킬의 위력이 강해지는 건 당연했다.

“끼에에에에에!”

붉은 갈귀는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버둥거렸다.

그래 봤자 역병은 더욱 빠른 속도로 놈을 갉아먹었지만.

“네가 그래 봤자 이빨 달린 문어 다리지.”

순식간에 부스러기만 남은 붉은 갈귀.

김민준은 놈의 사체를 보며, 손을 탈탈 털었다.

“기, 김민준 소령님!”

그러던 사이,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99 특수 임무단 소속의 중사였다.

“시민들 대피시키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여긴 왜 왔냐?”

“김민준 소령님이 계신 곳에서 휴대용 몬스터 레이더가 격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방금 요란한 소리도 그렇고,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요란하긴 했지.”

“그것보다 방금 그건… 뭐였습니까?”

중사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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