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51화 (151/212)

151. 성녀

[룬석의 효과로 인해, 검술 스텟이 생성됩니다.]

방금 복용한 돌멩이 하나가 스텟을 만들어 준 것이다.

“검술 스텟… 이게 이렇게 될 수가 있어?”

아버지가 설명해 준 것과는 효능이 달랐다.

분명 체력이나 민첩 쪽 스텟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는데….

아예 새로운 스텟이 생겨 버릴 줄이야.

“…비밀로 해야겠지?”

모든 헌터들이 가진 기본 스텟은 3개다.

힘, 민첩, 체력.

간혹 영관급이나 장성급은 4개 정도 가지고 있다고 듣긴 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소문일 뿐,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스윽.

손은서가 재차 훈련용 검을 집어 들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가려 했다.

하나, 검술이라는 새로운 스텟이 생겨났다.

손이 근질거려 참을 수 없었다.

“나랑 딱 맞는 스텟이야.”

마침 마력검 쪽만 파려고 했었는데, 이런 좋은 일이 일어나다니.

“일단 검술 위주로 훈련해 보자. 스텟 올리는 방법을 알아내는 게 먼저야.”

단련실의 불은 새벽 내내 꺼지지 않았다.

**

“죽이네. 소령 김민준.”

다음 날.

김민준은 새롭게 받은 명패를 감상하고 있었다.

현재 근무 환경도 똑같고, 보직도 똑같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영관급 장교가 된 것.

소령이라는 계급을 단 것이다.

“여기 이름에 금을 박아 넣었나? 에이.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그렇게 시간을 때우길 잠시.

-김민준 소령님. 2계급 특별 진급 축하드립니다.

청와대 국가 안보 실장 신세형이 연락해 왔다.

“감사합니다. 작은 선물이라고 하셨는데, 예상보다 크네요.”

-하하. 김민준 씨가 이뤄 낸 성과들을 계산해 보면 당연한 겁니다. 헌터 본부 쪽이 워낙 보수적이라 그래요.

“생각보다 빨리 연락 주셨는데, 맡기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제가 기분이 좋아서 서비스 좀 해 드리고 싶네요.

-예. 사실… 급한 일이 생겨서 연락드리게 됐습니다.

이어지는 신세형의 말.

김민준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웃던 얼굴은 화가 난 듯 일그러져 있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예. 목격자들의 증언으로는, 갑자기 허공에서 뚝 떨어졌다고 합니다. 거기다 김민준 씨의 이름과 이스가르드를 언급하셔서….

“바로 가겠습니다. 어디라고 했죠?”

-상처가 심하셔서, 현재 XXX 대학 병원 쪽 VIP 병동에 있습니다.

통화가 끝나기도 전.

그는 이미 소대장실을 나서고 있었다.

‘그 미친년이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이세계에서의 지긋지긋한 관계.

성녀가 지구로 온 것이다.

‘나한테 관여하면 분명히 뚝빼기 깨 버린다고 했는데. 기어코 왔다 이거냐?’

일단 이유는 들어 보기로 했다.

만일, 별 볼 일 없는 이유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를 부숴 버릴지도 몰랐.다.

성녀에 대해서는 그만한 분노를 가지고 있었기에.

“자유롭게 밖으로 왔다 갔다 하는 거야 이미 해결됐으니까 상관없겠지.”

현재 자신의 신분은 군인이다.

활동에 있어 이런저런 제약이 많았고.

물론 이 제약은 신세형이 알아서 해결해 주었기에, 일과 중에도 부대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마침 계급도 소령이니 상관없을 터.

“쓸데없는 일로 여기 왔다면, 바로 진실의 방으로 가는 거야.”

**

대학 병원.

삼엄한 경비를 자랑하는 VIP 병동.

“어서 오십시오, 김민준 소령님.”

경비들을 수차례 지나치고, 문제의 입원실에 도착했다.

“야.”

그곳에는 이스가르드의 성녀가 누워 있었다.

등까지 내려오는 금발.

얼굴만 보면 절로 열이 뻗치는 그 성녀가 말이다.

“김민준 씨.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여성분께서는 몸 상태가 상당히 안 좋습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잠시 나가 주시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단호한 그의 말에, 신세형은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사실 같은 공간 안에 머물며 대화를 주워듣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그랬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았다.

“뒤지기 싫으면 눈 떠라.”

어느새 둘만 남은 넓은 병실.

성녀는 그제야 감은 두 눈을 떴다.

“오랜만이네요. 미놀드…. 아니, 여기서는 김민준이었죠.”

그녀의 몸 상태는 한눈에 봐도 최악이었다.

당장 중환자실에 실려 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부상.

온몸이 피투성이다.

“지금 누구 앞에서 연기하는 거냐? 불쌍한 연기 하면 내가 봐줄 것 같냐? 상처 빨리 치유해라.”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눈앞의 여자는 성녀다.

기도 한 번이면 절단된 상처까지 재생시키는 힘을 가졌다는 말이다.

“안타깝게도, 전 힘의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정확히는 봉인당했죠.”

그녀는 으르렁거리는 자신의 말에도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 힘겹게 등을 돌려, 반쯤 해진 옷을 걷었다.

“…와우. 이건 예상 밖이네.”

성녀의 등을 보자마자 들끓던 분노가 사그라들었다.

그 등에는 커다란 낙인이 찍혀 있었다.

이스가르드에서는 낙인을 가진 인간을 노예라고 부른다.

즉, 현재 그녀의 신분은 사람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노예라는 말이다.

“아하. 이제 알겠네. 노예 취급받기 싫어서 어떻게 지구 좌표를 알아서 왔다 이거구나?”

성녀도 그렇고.

국왕도 그렇고.

자신을 그토록 지구로 돌려보내지 않으려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스가르드의 거대 제국.

그곳의 국왕은 성녀와 자신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켰다.

무력을 통해 다른 대륙을 지배해 나갔다.

“내가 없어지니까 다른 제국들이 참고 배기겠냐? 이건 못 참지! 하면서 달려들지.”

힘의 큰 중추를 차지했던 자신이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결과는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주위에 적을 그렇게 많이 만들어 뒀는데, 지금까지 버틴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제국은 어떻게 됐냐? 쫄딱 망했냐?”

“…질문이 짓궂으시네요. 네. 그 말 그대롭니다. 국왕은 처형당했고, 투항하지 않은 사람들 역시 처형당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은 너처럼 노예가 됐다 이거고?”

“네. 기뻐 보이시네요. 김민준 님.”

“그럼! 당장 춤이라도 추고 싶을 지경이다. 이게 바로 권선징악이지.”

“남은 흑마법사들이 걱정되지는 않으십니까?”

“걔네들을 왜 걱정해? 내가 지구로 귀환하기 전에 아무것도 안 해 주고 간 줄 아냐?”

지구로 귀환하기 전.

흑마법사들을 위한 대비책을 몇 가지 마련해 두었다.

자신이 없어진다면 흑마법사들이 재차 핍박받고, 목숨을 위협당하는 건 당연했기에.

“다른 제국들은 우리 애들 못 건드려. 내가 그러지 말라고 했거든.”

자신을 따르는 흑마법사들은 건드리지 마라.

그렇다면 자신 역시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

흑마법사를 건드리는 순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스가르드로 돌아오겠다.

이 메시지를 모든 제국에게 남겼다.

정신 나간 제국이 아닌 이상 건드릴 수 없을 것이고.

“아하하하! 근데 넌 꼴이 그게 뭐냐? 3일 넘게 도망 다닌 거 같은데?”

김민준은 성녀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도 아주 큰 목소리로.

성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진 지 오래였다.

“김민준 님. 저를 죽이실 겁니까?”

“아. 절대 안 죽이지. 네가 죽을 거 같으면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 줄게.”

성녀에게 있어 죽음은 곧 구원일 것이다.

이스가르드에서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데, 살아도 사는 게 아닐 터.

거기다 저 등의 문양.

저건 노바 제국의 문양이다.

하필이면 독하기로 유명한 제국에 찍혀 버리다니.

운도 없지.

“제 말을 믿어 주세요. 이대로 가면 김민준 님이 계시는 지구가….”

“가만 있어 봐.”

김민준은 성녀의 말을 끊은 뒤, 나이트 워커에게 지시를 내렸다.

머릿속에 있는 정보란 정보는 모조리 긁어모으라고.

빠른 시간 내에 정보를 강제적으로 뽑아내는 것이라 상당한 격통을 겪을 것이다.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저 여자가 자신과 흑마법사들에게 한 짓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스스스스.

나이트 워커가 성녀의 몸에 달라붙기도 잠시.

스슥.

정보를 전혀 읽을 수 없다고 보고해 왔다.

두꺼운 벽 앞에 가로막힌 느낌이라나.

“B 등급의 나이트 워커가 아무 힘도 못 쓴다라.”

“김민준 님. 제가 진실만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모시는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던 와중, 성녀가 두 손을 모으며 부탁해 왔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중요한 정보를 넘기겠다고 맹세하기까지.

“좋아. 그 정도 각오면 들어는 줄게.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김민준이 의자를 끌고 와 앉은 뒤, 고개를 까딱거렸다.

“빨랑 말해. 상태 안 좋아 보이니까 중환자실로 갈 준비하고.”

“제 힘을 봉인하고, 말할 자유까지 뺏은 건 노바 제국입니다.”

“그거야 그렇겠지. 낙인이 그렇게 커다랗게 찍혔는데.”

낙인의 크기에 따라서 노예의 취급 역시 달라진다.

등에 찍힐 정도면 그냥 물건 취급을 받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물건을 더 귀하게 여길지도 몰랐다.

“김민준 님. 제가 이곳에 온건 제 몸 하나 건사하자고 한 게 아닙니다.”

그녀는 노바 제국이 다른 제국들과 동맹을 맺었으며.

다른 차원의 침략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확히는 자신이 있는 지구.

이스가르드의 적대국들을 무너뜨리자마자, 지구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성녀가 지구에서 용사를 소환하곤 했으니, 당연히 관심이 갈 수밖에.

“저를 이렇게 만든 건…. 아악!”

성녀는 말하던 중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았다.

꽉 다문 입에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몸에 걸린 제약을 거부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 정도면 됐다. 말하지 마라.”

“제가 죽더라도… 이것만은 꼭 알려 드려야 합니다!”

그녀는 피를 토하면서도 말을 이어 나갔다.

“남은 시간은 길어 봐야 3년 정도입니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커흑!”

이제는 말이 나오지도 않는 듯하다.

입술만 움직인다.

“그 정도면 됐다. 믿어 줄 테니까. 신세형 씨! 의료진들 불러서 여기 환자 중환자실로 이송 부탁드립니다!”

결국 격한 고통 끝에 의식을 잃은 성녀.

김민준은 그녀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어떻게든 살려 두라고 부탁했다.

‘넌 편하게 죽으면 안 된다. 절대로.’

제국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는 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래서 힘을 적당히 휘두르라고.

그렇게 해서는 적만 만든다고 국왕에게 몇 번이고 충고했었다.

‘어쨌든 제국이야 이미 몰락했으니 끝난 거고.’

그것보다 당장 수색을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에 성녀가 남긴 몇 마디의 말.

그것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신세형 씨. 도심 지역에 몬스터가 출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신세형을 불러 몬스터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몬스터라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주위에 게이트나 던전 같은 건 없습니다.”

신세형은 황당한지 피식 웃었다.

이곳 서울.

인구가 많이 몰린 만큼, 게이트나 몬스터 등에 대한 대비는 확실하게 되어 있다.

설치된 몬스터 레이더와 감시 인력만 해도 압도적인 수준이었으니.

“방금 저랑 대화를 나눈 여자는 성녀입니다. 저 여자의 몸에 몬스터의 씨앗이 들어 있었죠.”

“…예?”

“저 여자는 이스가르드에서 차원 이동을 통해 왔습니다.”

이어지는 김민준의 설명에, 신세형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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