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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43화 (143/212)

143. 남자아이

-김민준 님!

이봉구였다.

한동안 연락이 뜸하다 했더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마기가 있는 장소를 탐색 중이었다.

‘그래. 오랜만이네. 너 지금 어디냐?’

-예! 전 제주도에서 배 터지게 해산물을… 아니. 제주도에서 탐색을 마친 뒤, 현재 울릉도에 있습니다!’

이봉구는 울릉도의 밑바닥에 거대한 형체가 꿈틀거리고 있다며 말해 왔다.

‘섬 밑에 있는 큰 덩어리 말이냐?’

-역시 김민준 님. 알고 계셨습니까?’

‘그 안에 몬스터로 추정되는 생명체가 무더기로 들어 있다더라.’

-몬스터 말입니까?

‘그래. 조사한답시고 가까이 가지는 말고. 운 나쁘면 상급 몬스터가 뭉텅이로 쏟아져 나올걸.’

-사, 상급 몬스터….

이봉구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사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가까이 가려 했다.

저 안에 마기라도 들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물론 저 말을 들은 이상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김민준 님! 전 다른 지역을 열심히 찾아보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이봉구와의 연결이 끊겼다.

‘놀아도 된다니까 마기를 찾아다니고 있었냐?’

김서현도 그렇고 이봉구도 그렇고.

이스가르드에서 그 개고생을 해 놓고, 여기에 와서도 자신을 도우려 하다니.

기특한 녀석들이다.

‘나중에 몸보신이라도 시켜 줘야겠는데.’

물론 그건 나중의 일이다.

자신의 몸을 관리하며 스펙을 올리는 게 우선이다.

“아, 맞다. 요즘 훈련 강도 되게 높아졌더라. 딱 네가 차출되고 나서.”

대화 도중 훈련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손은서의 말에 따르면, 병사들의 마력검 유지 시간을 대폭 상승시킬 생각이라나.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훈련이 계속 추가되니 죽을 맛이란다.

‘위쪽에서는 안달 날 만하지.’

이것 또한 울릉도에 붙어 있는 아포피스의 영향일 것이다.

섣불리 접근했다간 어떤 참변이 벌어질지 몰라 접근도 못 한다.

멀리 떨어져서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게 전부다.

안의 내용물도 추측만 할 뿐, 정확히 어떤 몬스터가 몇 마리 들어 있는지도 모르고.

‘정보가 압도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보니 불안한 거겠지.’

만반의 준비와 정보를 갖추고 던전을 공략해도, 이레귤러가 휙휙 튀어나오며.

관측반의 기술력을 무시해 버리듯 게이트가 이곳저곳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헌터 본부 입장에서는 병사들 스펙이라도 올릴 수밖에.

“야. 손은서. 너 마력검 유지 시간은 좀 늘었냐?”

“마력검? 던전 밖에서는 1시간 30분 정도로 늘긴 했는데… 던전 안에서는 50분이 최대야.”

“그렇지. 이게 현실이지.”

“…뭐래? 넌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데?”

그녀는 놀림당하는 듯한 기분에 김민준을 쏘아보았다.

“훈련 전에는 던전 안에서 일주일 정도. 지금은 2주일 이상. 무리하면 20일까지도 가능할 듯?”

“…물어본 내가 잘못했지. 너 잘났어.”

터무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헌터였다면 말이 되는 소릴 하라고 답했을 것이다.

하나, 눈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누군가.

김민준이다.

고작 1년 만에 이병에서 중위로 올라간 미친놈 말이다.

지금까지 한 행동들을 보면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야. 마력검 유지 시간 늘리는 거… 무슨 비결이라도 있어?”

손은서가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말이었지만, 올해부터 헌터군 규정이 바뀌었다.

그중에서도 마력검 평가 항목이 제일 높고.

하사로 승격한 뒤 소위까지 노리려면, 지금 수준으로는 부족했다.

“비결이라. 있지. 이거 아무한테도 말 안 한건데….”

“진짜?”

기대감을 돋구는 말에 손은서가 군침을 삼켰다.

“좋아. 너니까 특별히 말해 준다. 매일 무게 달고 100㎞ 달리기랑 100㎞ 왕복 오래달리기 하면 된다. 회복 포션이나 영약 같은 거 구할 수 있으면 더 가속도가 붙어.”

“…….”

“아! 방독면 쓰고 하면 더 효과가 좋아. 딱 기절하기 직전까지 매일 하는 거지.”

돌아오는 대답은 터무니없었다.

비결은 무슨, 그냥 무식한 체력 단련을 나열해 놓은 것뿐이었다.

“말이 되는 소릴 해. 그럴 어떻게 매일 해? 무게를 그만큼 달면 서 있는 것도 힘들겠다.”

“말 되는데? 나 이렇게 매일 하고 있다. 체력 스텟 잘 오르더라.”

“…….”

“아. 물론 회복 포션빨이랑 영약빨도 있지만.”

결론은 ‘무식하게 몸을 혹사시켜라.’ 였다.

“왜. 아예 기절하기 직전까지 마력검에 오러 두르라고 하지 그래?”

“그거 다음 주부터 우리가 할 훈련인데.”

“…….”

그녀는 질린 듯 고개를 저었다.

‘저놈한테 물어본 내가 멍청이지.’

역시.

룬석이나 값비싼 영약이 없다면 무식한 훈련이 정답이었다.

‘아빠는 저놈한테 그 비싼 룬석을 왜 줘가지고. 내 거 하나만 남겨 주지….’

한참 지난 일이지만, 아쉬움에 속으로 툴툴댔다.

“덕분에 잘 먹었다. 와 줘서 고맙다.”

면회 시간이 끝났다.

김민준은 갈 때는 편하게 가라며 손은서에게 20만 원을 건네주었다.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넘긴 뒤, 손을 흔들며 멀어진다.

개인 단련하러 가야 한다면서 말이다.

“쟤는 날 뭐로 보는 거야? 나도 헌터군 병장인데. 그것보다 일요일에도 단련을 한다고? 안 지치나?”

그녀는 현금을 한동안 들여다보다가…

지나가던 택시를 멈춰 세웠다.

**

새벽 2시.

울릉도에 위치한 해양 관측소.

“어우 씨. 이러다가 골병들겠네.”

“그러니까. 도대체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되는 거냐?”

관측소에 남아 있는 모니터링 직원 2명이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얼마 전.

국방부와 헌터 본부에서 지침이 내려왔다.

별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24시간 교대 근무 체제로 모니터링을 하라는 것.

“그놈의 아포피슨지 뭔지. 그게 그렇게 큰 문젠가?”

“내가 볼 땐 커다란 돌덩이 같더만. 뉴스 너무 믿지 마라. 기자들이 어그로 끄는 게 어디 한두 번인가.”

“걔네들 호들갑 떠는 거 보면 어그로 맞는 것 같네. 야식이나 먹자고. 컵라면 남았냐?”

“짜장 라면 3개랑 일반 라면 2개 남았다.”

“난 짜장 라면으로.”

직원 한 명이 소파에 몸을 뉘었다.

다른 한 명은 커피포트에 물을 받았다.

최근 일주일.

두 눈에 불을 켜고 모니터링을 한 결과, 아무런 이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터.

“6시까지 쉬자고. 별일 없겠지, 뭐.”

“난 라면 먹고 한숨 잘란다. 이 일도 하루 이틀이지, 죽겠다.”

그들이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있을 때.

아포피스에서 아주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

스르륵.

아포피스 안에서 모래 알갱이만 한 물체가 빠져나온 것이다.

사람의 육안으로는 캐치할 수 없는 크기였으며, 레이더망에도 걸리지 않은 크기였다.

해당 물체는 지면에 올라오자마자 5살 남짓한 남자아이의 형태로 변했다.

스르르.

20년 동안 아포피스 안에 들어 있던 이 생명체는 학습을 했다.

섬 위의 인간들이 사용하는 언어.

행동 방식 등등.

지금 당장 필요한 건 힘을 기르기 위한 영양분.

이 모습이 인간들에게 호감을 사기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밥….”

남자아이는 곧 모습을 감추었다.

**

김민준이 훈련에 접어든 지도 어느새 5주 차.

무식한 훈련과 물 마시듯 마시는 회복 포션.

매일 지급되는 영약들 덕분에, 신체 능력이 월등히 좋아졌다.

[체력 강화 스킬이 C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민첩 강화 스킬이 C 등급으로 상승합니다.]

“역시 고생한 보람이 있다니까.”

무식한 훈련과 각종 영약 덕분에 체력 스텟이 90을 달성했다.

고작 5주 만에 이 정도의 변화가 일어날 줄은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지금까지 먹은 포션이랑 영약을 돈으로 환산하면….”

아파트 1채는 거뜬히 넘어가고…

2채 정도는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을까.

확실히 아이템이 좋긴 좋았다.

‘마력검이야 뭐 한 달 내내 켜 놔도 상관없을 정도고.’

다른 장교들의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다들 실전에서 2시간은 넉넉히 유지할 정도로 성과가 늘었다.

이대로 가면 여유롭게 일정에 맞출 수 있을 정도.

“김민준 중위님. 그거 들으셨습니까?”

훈련을 마치자, 장교 한 명이 최근 울릉도에서 기묘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말해 왔다.

“기묘한 일이요?”

“네. 겉보기로 4살이나 5살 법한 남자애가 밤마다 밥 달라면서 돌아다닌다더군요.”

“괴담 같은 건가 보죠?”

“그게 들어 보시면 은근 소름 돋습니다.”

장교가 스마트폰을 꺼내 뉴스 기사를 띄웠다.

[울릉도에 거주하는 43세 이모 씨.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

[울릉도에 거주하는 57세 최모 씨. 의식 불명 상태로 발견]

[울릉도에 거주하는 63세 김모 씨. 의식….]

5일 간격으로 사람이 한 명씩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기사.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몸 안의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빠져나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5일 간격으로 1명씩 쓰러지고 있는데, 다들 빈혈기가 엄청나다고 하더군요. 들리는 말로는 몬스터에게 목숨을 잃은 원혼 때문이라고….”

장교는 말을 하던 중 소름이 돋는다며 어깨를 흠칫 떨었다.

“몬스터의 짓일 가능성은요?”

“에이. 그럴 리가 있겠어요.”

자신의 말에, 장교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몬스터가 습격했다면 애초에 살아 있을 리가 없다면서.

“그건 그렇겠네요. 겉보기에 외상도 전혀 없다고 하고.”

“으으. 김민준 중위님. 저희 작전 투입되었을 때, 야밤에 그 남자아이가 나타나면 어떻게 합니까! 전 귀신이 질색입니다.”

“말 안 들으면 혼내 줘야죠, 뭐.”

야밤에 사람이 죽지 않을 정도의 피만 가져가는 남자아이라.

확실히.

그런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몬스터란 존재는 인간을 살려 두지 않으니까.

‘타이밍도 참 묘하네. 나이트 워커는 멀리 떨어져 있는데.’

호기심이 생기긴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사람들이 몇 명이고 픽픽 쓰러질 리가 없지 않은가.

‘나이트 워커. 지금 바로 울릉도로 가라.’

소환수에게 울릉도를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

나이트 워커는 1일 뒤 울릉도에 도착했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이동에 시간이 걸린 것이다.

스스슥.

소환수는 김민준의 명령대로 울릉도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상태를 체크했다.

“아유. 요즘 들어 왜 이렇게 기운이 없는지 모르겠네….”

“그쪽도 그래요? 일을 무리하게 해서 그런가? 영양제라도 하나 챙겨 먹어야 하나?”

다들 혈색이 좋지 않다.

섬 안의 주민들 중 50% 가까이가 피로감을 호소했다.

스스슥.

나이트 워커는 주민 한 명에게 달라붙어 정보를 채취했다.

김민준의 힘이 강해지면서 소환수의 힘도 덩달아 강해졌다.

별 무리 없이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스슥.

새벽에 배가 너무 고프다며 방문을 두드리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주민은 아이를 달래 주며 부모님은 어디에 계시냐고 물었다.

그 물음에 아이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주민은 더는 이유를 묻지 않고 먹을 것을 전해 주었다.

스스슥!

나이트 워커는 확실하게 느꼈다.

저 남자아이의 몸속으로, 주민의 피가 조금씩 흘러 들어가는 것을.

이대로 김민준에게 돌아가 기억을 전달해 주려는 순간.

“넌 뭐야?”

어느새 나타난 그 남자아이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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