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공명
[영구 기관의 숙련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영구 기관에 변화가 일어납니다!]
흑마법사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칠 수 있었던 스텟, 영구 기관.
틈틈히 노력을 퍼부었던 성과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스스스스.
몸 안에 존재하는 가상의 톱니바퀴에 또 다른 톱니바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기뻐하기는 이르다.
눈을 감고 온 집중력을 영구 기관에 쏟았다.
스르르르.
거대한 톱니바퀴에 새로운 톱니바퀴가 맞물렸다.
맞물린 두 개의 톱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영구 기관의 생성 속도가 빨라집니다.]
[영구 기관의 생성 효율이 증가합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의….]
알림 소리가 끊임없이 울린다.
“확실히 느껴진다.”
영구 기관이 발전하면서 마기 생성 속도가 적어도 2배는 빨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성되는 마기의 양까지 늘어났다.
“지금까지는 영구 기관을 믿고 스킬을 펑펑 써 대지 못했지.”
영구 기관이 만들어 내는 마기의 양은 결코 적지 않다.
다른 흑마법사였으면 스킬을 원하는 만큼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였을 것이다.
다만, 자신에 한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편이었다.
자신이 품고 있는 마기와 스킬이 강력한 만큼, 많은 마기를 필요로 했으니까.
“이제는… 좀 무리하면 대규모 스킬을 연속 2번까지는 사용할 수 있겠는데.”
톱니바퀴가 1개에서 2개가 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흑마법사의 고질적인 약점이 상당히 보완된 것이다.
지금부터는 마기를 외부에서 흡수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으니.
“그래도 마기 스텟을 올리려면 흡수는 계속해야겠지만.”
띠링.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듯 메시지가 다시 한번 떠올랐다.
[공명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이걸 준다고?”
새로운 스킬, 공명.
이게 뭔가 싶어 설명을 들여다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공명]
영구 기관이 공명하여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일정 시간 동안 소모 없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명한 영구 기관은 일정 시간 동안 작동을 정지합니다.
“이거 그냥 필살기잖아.”
궁지에 몰린 소설 주인공이 비장의 한 수로 사용할 법한, 그런 스킬이었다.
“마법사가 마나 소모 없이 마법을 연사하는 거랑 똑같다.”
영구 기관의 단련을 소홀히 한 적은 없다.
단지 큰 벽에 부딪혀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 큰 벽을 오늘 하루 만에 뚫게 될 줄도 몰랐고.
영구 기관의 스텟이 한 번에 10이나 오를 줄도 몰랐으며.
이런 괴물 같은 스킬을 선물해 줄 것도 몰랐다.
“아. 나 자신이 너무 무섭다. 언제까지 강해질까.”
만족감에 대자로 드러누워 정신없이 웃었다.
이 스킬을 얻게 된 이상, 지구 멸망급의 위기가 닥쳐와도 어떻게든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좋아. 그럼 바로 시험해 봐야겠지.”
김민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로 연락했다.
**
잠시 후.
10명의 헌터들이 단련실 안으로 들어왔다.
2소대 2분대원들과 김서현 하사까지 있다.
“소대장님. 저희 부르셨습니까?”
“김민준 중위님. 무슨 일 있으세요?”
분대원들은 꿀 같은 주말의 호출이라 살짝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여헌터를 마주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의욕적으로 인사했지만.
“아. 별건 아니고, 내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아서.”
“깨달음 말입니까?”
“그게 뭔….”
아침부터 헌터들 모아 놓고 하는 이야기가 깨달음을 얻었다라니.
대체 뭘까.
저 인간이 또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 것일까.
분대원들은 불안한 기색으로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너희들 나랑 술래잡기 한번 하자.”
“…잘 못 들었습니다?”
“술래잡기 말입니까?”
술래잡기라는 말에 다들 눈을 휘둥그레 떴다.
대련도 아니고, 단련도 아니고.
술래잡기?
“그래. 5분. 5분 동안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날 잡아 봐. 훈련용 무기 써도 좋으니까.”
그들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분대원들에게는 분대 회식권.
김서현에게는 부탁 하나를 들어준다고 말하자, 의욕을 다지며 무기를 집어 든 것이다.
“소대장님. 진짜 안 봐 드릴 겁니다?”
“말씀하신 거 꼭 지켜야 합니다?”
“내가 언제 약속 안 지킨 적 있었냐?”
다들 훈련용 검을 집으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김서현 역시 묘하게 들뜬 표정으로 검을 잡았다.
“자. 그럼 지금부터… 시작!”
김민준의 시작 신호가 내려지자마자 분대원들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왔다.
‘주말에 분대 회식권이라니. 당연히 못 참겠지.’
분대 회식권이나 분대 외출권.
타 부대에서는 모르겠지만, 무적 헌터 부대에서 얻는 건 매우 어려운 편이었다.
최전방이다 보니 규정이 빡센 축에 속하니까.
오죽했으면 3개월에 한 번만 분대 회식을 해도 대박이라고 할 정도였으니.
‘그래도 봐줄 생각은 없지.’
씨익 웃으며 새롭게 얻은 스킬, 공명을 사용했다.
기이이이잉.
영구 기관.
2개의 톱니바퀴가 빠르게 회전하며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어 냈다.
‘그림자 도약.’
그 상태에서 마기를 많이 잡아먹는 스킬을 사용했다.
평소라면 3번.
무리한다면 4번이면 마나가 동날 스킬이다.
하나, 이번엔 달랐다.
“뭐, 뭐야?”
“갑자기 사라지셨는….”
“저기! 1시 방향에 계시잖아!”
“언제 또 저쪽으로 도망치신 거냐? 빨리 잡아!”
“야! 1시가 아니고 11시다! 오른쪽 말고 왼쪽!”
마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그림자 도약을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모습이 휙휙 사라지는 김민준.
분대원들은 그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에도 애를 먹을 정도였다.
“아니, 소대장님! 민첩 스텟이 몇입니까?”
“그냥 순간 이동하신 것 같습니다.”
“저게 말이 되나?”
“저걸 어떻게 잡으라는 겁니까….”
“으아! 그냥 저희한테 분대 회식권 주기 싫다고 말하십쇼!”
분대원이 의욕을 잃을 때쯤, 1분이 지났다.
그동안 이리저리 사라지던 김민준의 움직임이 멈췄다.
‘공명의 지속 시간은 1분 정도네.’
스킬의 효과가 다한 것이다.
‘1분 동안 스킬을 막 갈길 수 있는데, 반동이 겨우 이거야?’
1분 동안 그림자 도약을 20번 가까이 사용했다.
스킬의 본 주인인 그림자 백작조차, 이렇게는 못 한다.
그럼에도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영구 기관이 일정 시간 동안 멈추는 것.
과부하와 같은 종류의 반동이 끝이었다.
‘이 정도면 실전에서는 그냥 사용해도 되겠….’
휙!
잠시 생각에 빠진 찰나, 뒤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김서현이 기척을 죽이고 가까이 접근한 것이다.
“오우 깜짝아. 조금만 늦었어도 맞을 뻔했네.”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스쳐 간 찌르기.
그녀는 기세를 몰아 매섭게 공격을 이어 갔다.
“너도 많이 늘었는데.”
“감사합니다. 헌터군의 훈련 방식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기척을 죽이는 건 김서현의 특기다.
그야말로 암살자에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체술 쪽도 나름 훌륭한 편이다.
이세계에서도 일대일이라면 중급기사까지는 상대할 수 있을 정도.
‘틈날 때마다 단련실에 들어간다고 했었나. 많이 노력했네.’
그 체술이 더욱 발전해 있었다.
그럴 수밖에.
혼자서 어깨너머로 배웠던 수준이 그 정도였으니.
“아….”
하나.
5분이 지날 동안, 김서현을 포함해 그 누구도 김민준을 건드릴 수 없었다.
끊임없이 노력한 건 그녀뿐만이 아니다.
김민준 역시, 적지 않은 노력을 해 왔다.
훈련 도중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할 정도로 말이다.
“좋아. 다들 고생했다. 분대 회식권 따고 싶으면 다시 도전해 봐라.”
김민준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단련실 밖으로 나갔다.
“…소대장님은 날이 갈수록 괴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소대장님한테는 한계치가 없나? 어떻게 저렇게 되는 거지?”
남아 있는 분대원들은 낚였다며 투덜거렸고.
“…원하는 부탁….”
진심을 담아 검을 휘둘렀던 김서현은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
울릉도 작전을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는 날.
김민준은 헌터 본부가 아닌 88 헌터 특전 여단으로 향했다.
남은 기간이 결코 짧지 않은 만큼, 혹독한 환경에서 훈련을 해야 한다나.
[몬스터의 머리를 모조리 뽑아라.]
입구에는 붉게 칠해진 커다란 글귀와, 박제된 몬스터의 머리가 걸려 있었다.
“오크 머리를 걸어 놨네.”
맨손으로 뽑은 몬스터의 머리를 장식한다고 듣긴 했는데, 진짜일 줄이야.
“충성!”
부대 안에 들어가자 특임단 소령이 보여 거수경례를 했다.
“…….”
소령은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바라보는 눈빛이 뭔가 화난 것 같다.
중간에 마주치는 다른 장교들 역시 마찬가지.
‘아. 그거네.’
얼마 전, 선발전에서 두들겨 팬 장교들 5명이 이 부대 소속이었지.
한 명은 나한테 시비 걸다가 배를 얻어맞고 병원에 실려 갔고.
다른 한 명은 다리가 부러졌고.
‘하긴. 저런 눈으로 쳐다보는 것도 이해는 가네.’
자신들의 부대에서 훈련을 하는데, 소속된 부대원이 단 한 명도 없다.
그것도 선발전을 치른 5명 전원이 일반 헌터한테 패배당해서.
얼마나 부끄러울까.
‘다 자업자득이지 뭐. 그러게 나 건드리래?’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보며 집합 장소로 향했다.
연병장에 도착하자, 미리 와 있던 장교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김민준 중위님! 주말은 잘 보내셨습니까!”
“앞으로 훈련이 고될 텐데, 잘해 봅시다!”
대부분 특수 부대 헌터의 갑질에 시달린 장교들이었다.
놈들을 두들겨 패 준 덕분일까.
그들의 눈에는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던 중.
어느새 도착한 박격포 대령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충….”
“아, 괜찮다. 오늘따라 귀가 멍해서. 경례는 됐다.”
박격포 대령은 손을 휘휘 저으며, 정렬한 장교들을 훑었다.
1차 선발전과 2차 선발전을 거쳐 통과된 작전의 주요 병력들.
자신은 지금부터 이 장교들과 함께 훈련해 기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마력검 숙련도와 지속 시간을 최대한으로 늘리는 것. 이게 1차 목표다.’
아포피스 안에 든 몬스터의 정체가 뭔지 모르는 이상, 마력검 사용은 필수다.
몬스터에게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마력검이었으니.
‘2차 목표는 헌터 개개인들의 능력치를 더욱 극대화하는 것.’
1차와 2차는 단순 무식한 훈련과 각종 영약이 있으면 가능하다.
애초에 이곳에 있는 200명은 훈련 일정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장교들이고.
‘나머지 3차는 헌터들 간의 손발을 맞추는 훈련.’
이 모든 것들이 50일 안에 이루어져야 한다.
“짐은 한쪽에 대충 던져 주고, 바로 훈련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예!”
“알겠습니다!”
지금부터는 1분 1초가 중요하다.
헌터들은 박격포 대령의 지시대로 훈련 준비를 마쳤다.
“다들 파워 슈트를 착용했을 텐데, 추가로 이것들까지 착용할 수 있도록!”
장교들이 입은 파워 슈트는 병사들이 입는 것보다 훨씬 무겁다.
박격포 대령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추가로 무게를 달라고 지시했다.
“…저걸 말입니까?”
장교들은 그가 가리킨 물건을 보고 마른침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