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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39화 (139/212)

139. 선발전-3

‘이놈들은 뭔데 나한테 찾아온 거냐?’

숙소 문을 두드린 장교 5명.

88 헌터 특전 여단 소속의 장교들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김민준 중위님. 남혁오 대위가 수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습니다.”

심한 복통을 호소해 정밀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뭘 어쩌라는 건지.

별 관심 없는 듯한 자신의 표정에, 욱한 장교 한 명이 나섰다.

“그렇게까지 심하게 때릴 필요가 있었습니까? 군의관의 말로는, 장기에 손상이 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심하게라뇨. 이거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네. 저 진짜 살살 때린 겁니다.”

진심을 담아 때렸으면 남혁오 대위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을 것이다.

자신의 힘 스텟이 올라간 것을 감안해, 힘 조절을 신경 써서 한 편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게 이런 유치한 항의라니.

이러면 좋게 나갈 이유가 없지.

“88 헌터 특전 여단이라고 했나요? 되게 별거 없네요. 일반 헌터군한테 두들겨 맞고 단체로 항의하러 오고.”

“…지금 비하하시는 겁니까?”

“비하라뇨. 그냥 다른 군부대보다 나랏돈 몇 배로 처먹으면서 일반 헌터군한테 발린 게 우스워서 그렇죠. 아. 저도 모르게 말을 험하게 했네요.”

장교들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린다.

뭐라고 대답은 하고 싶은데, 마땅히 할 말은 없는 그런 느낌이다.

“할 말은 다 하셨나요? 제가 뭐 남혁오 대위한테 가서 사과라도 할까요? 좀 더 살살 때렸어야 했는데, 미안하다고요.”

“…후회하실 겁니다.”

“제발 저 좀 후회하게 해 주세요.”

주먹을 불끈 쥐며 멀어지는 장교들.

김민준은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었다.

‘이거 재밌어지겠는데.’

내일 시행되는 2차 선발전은 상대를 직접 지목할 수 있다.

놈들의 성격을 보면 분명 자신에게 싸움을 걸어올 터.

‘특수 부대에 대한 자존감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은데.’

그 자존감.

내일 처참하게 부숴 준다.

농락당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가르쳐 주고.

**

“금일 2차 선발전을 실시한다! 이 선발전을 마지막으로 작전 참가 인원이 확정된다!”

다음 날.

박격포 대령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2차 선발전이 시작되었다.

“2차 선발전은 승점제다. 훈련용 무기를 사용해야 하며, 한 번 이길 때마다 1점의 점수를 부여한다. 총 5점의 점수를 얻으면 통과다.”

진다고 해도 계속 도전할 수 있다.

총 5번의 승리만 얻으면 될 뿐인 간단한 룰이다.

‘독하네.’

간단한 룰인 만큼 독한 룰이기도 했다.

대련을 거칠수록 신체에 피로와 대미지가 누적된다.

패배하게 될 경우에는 당연히 더 큰 대미지가 누적될 테고.

‘패배를 거듭할수록 2차 선발전에서 떨어질 확률이 높아지지.’

그럼에도 계속 기회를 주는 것이다.

5점만 얻으면 된다고 독려하면서 말이다.

‘최정예 인원을 선발하려면 이게 맞지.’

울릉도 공략이 실패로 돌아가면 한국은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남은 시간도 그리 많지 않고.

선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당연했다.

‘5점이란 말이지.’

김민준의 시선이 한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88 헌터 특전 여단 장교 5명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섯 놈. 딱 맞네.’

더 기다릴 것도 없겠다, 놈들 중 한 명을 지목했다.

먼저 나서는 장교가 없으니, 별문제 없이 대련을 준비할 수 있었다.

“무난하게 검으로 해 드릴까요, 아니면 제 특기인 채찍으로 해 드릴까요?”

적당히 몸을 풀며 특전 여단 장교에게 말을 건넸다.

장교는 대꾸를 하지 않고 검을 집어 들었다.

“1등이니까 채찍으로 해 드릴게요.”

김민준이 활짝 웃으며 훈련용 채찍을 집어 들었다.

‘채찍을 쓴다고? 검을 쓰는 상대한테?’

특전여단 장교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사람을 우습게 봐도 정도가 있지. 저건 선을 넘었다.

‘무기 항목에서 채찍을 없앨까 말까 하고 있는 와중에 그걸 집었단 말이냐?’

무기 중에서도 채찍은 실효성이 너무 떨어진다.

숙련도를 높이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타 무기보다 몇 배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다.

검으로 한 번 베고 끝날 것을, 채찍으로는 세 번 네 번. 또는 그 이상을 때려야 한다.

난폭한 몬스터의 성질을 돋우기에만 좋다는 말이다.

유일한 장점이라 한다면 리치.

물론 그마저도 제대로 활용하는 헌터는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애초에 채찍을 고른 헌터가 없다. 최근 5년 동안은.’

장교는 훈련용 검을 집어 들었다.

살상력이 없는 재질이지만 별 상관없었다.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으니까.

휘익!

간부 한 명이 호루라기를 불었다.

시작 신호가 떨어진 것이다.

특전 여단 장교가 발을 박차고 김민준에게 돌진했다.

채찍 대처법은 간단하다.

채찍을 휘두를 거리를 안 내 주면 된다.

‘채찍을 휘두르는 데 필요한 시간과 준비 동작. 그 틈만 안 주면 끝이다.’

김민준의 코앞에 다다른 순간.

장교는 승리를 직감하고 검을 휘둘렀다.

“어, 어어?”

그러나.

그의 예상은 깔끔하게 빗나갔다.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자세가 무너져 넘어진 것이다.

“에이. 특수 부대 장교라 해서 기대했는데. 기껏 생각한 게 그거예요?”

김민준이 한 행동은 간단하다.

채찍을 장교의 발에 휘감아 넘어트린 것뿐.

물론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혀 온 저 장교의 판단은 정확하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대처일 뿐이다.

“절 너무 우습게 보신 것 같은데….”

채찍은 비주류 무기가 맞다.

이세계에서도 고문용으로 가끔 사용되는 게 끝이다.

하지만, 김민준은 그런 무기로 몬스터들을 때려잡았으며.

온갖 강자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새겨 주었다.

“제가 한창 잘 나갈 때는 눈 감고도 잘 휘둘렀거든요. 지금은 숙련도가 떨어져서 좀 힘들지만.”

“큭!”

장교가 재빨리 발에 감긴 채찍을 풀어냈다.

그렇게 자유를 되찾은 것도 잠시뿐.

짜악!

“끄아아아아!”

눈에 잡힐 듯 말 듯 한 타격이 등에 가해졌다.

언제 휘둘렀는지조차 몰랐다.

그 정도로 빨랐다.

“하, 항복! 항복하겠습니다! 항복!”

살면서 이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 적이 있었을까.

특전 여단 장교는 팔을 휘저으면서 졌다고 소리 질렀다.

얼마나 아팠으면, 눈에서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스, 승자… 김민준 중위!”

심판역을 맡은 간부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속도였다.

대련을 시작하고 단 3분.

김민준이 압도적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

“허….”

내부에는 적막이 흘렀다.

장교들 대부분이, 방금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채찍 휘두르는 동작 보셨어요? 전 눈에 안 잡히던데.”

“전 간신히 보였습니다. 준비 동작이 그렇게 짧은데, 어떻게 하면 저런 강한 위력이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특전 여단 장교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가 시작 신호와 동시에 앞으로 뛰어나갔을 때는, 김민준 중위의 패배를 예상할 정도였다.

“무슨 채찍이 올가미도 아니고. 그 짧은 순간에 발을 어떻게 휘감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 상대방이 넘어지고 나서야 알아차렸습니다.”

김민준은 그런 모두의 예상을 가볍게 깨트렸다.

내부 대련장이 넓으면 몰라도, 좁다.

채찍의 강점인 리치를 활용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럴 텐데, 그는 보란 듯이 채찍을 자유자재로 다뤄 냈다.

‘제발 나는 지목하지 마라.’

‘저걸 어떻게 이겨.’

다른 장교들은 김민준에게 덤빌 엄두를 못 냈다.

특수 부대 장교가 한 방에 덜덜 떨며 나가떨어지는데, 자신들이 뭘 어떻게 하겠는가.

‘만만한 놈 없나.’

‘5점만 따내면 된다.’

장교들은 필사적으로 눈을 굴렸다.

이길 만한 상대를 찾아, 대련 신청을 하기 위해서.

“승자! 김민준 중위!”

“승자! 김민준 중위!”

“스, 승자! 김민준 중위!”

그러는 사이, 김민준은 3승을 더 챙겼다.

그는 특전 여단에 소속된 장교들만을 집요하게 지목했다.

채찍질 단 한 번.

그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장교들 전원이 항복을 외쳤다.

그깟 훈련용 채찍 한 번에 항복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나선 장교 역시 마찬가지.

“아. 시시해서 죽고 싶다. 어제 찾아와서 위협한 장교들치고는 별거 없네.”

김민준은 털썩 주저앉은 장교들에게 노골적으로 도발했다.

이제는 자신의 실력이 우연이 아닌 걸 아는지, 덤벼 오지는 않았지만.

‘내 채찍질이 매운 이유가 더 있지.’

이스가르드에서도 자신의 채찍질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악마들조차 살려 달라고 벌벌 떨던 채찍질이다.

그 채찍질이, 한국으로 귀환하면서 더욱 강해진 것이다.

[고통의 채찍질이 적용됩니다!]

[통증이 극대화됩니다!]

새롭게 얻은 스킬 덕분이었다.

‘힘 조절하면서 가지고 놀려고 해도 스킬 때문에 안되네.’

그래서 마지막은 검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다들 필사적인데.’

선발전 중 주어진 잠깐의 휴식시간.

장교들이 만만해 보이는 상대를 스캔하고 있다.

2차 선발전의 또 다른 무서운 점이 이것이다.

5점의 승점만 따 내면 2차 선발전을 통과할 수 있다.

2차 선발전은 상대를 직접 지목할 수 있다.

거부권은 단 한 번.

이렇다 보니, 약해 보이는 장교는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스펙이 낮은 장교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으니.’

정예 헌터를 단기간에 추려 내는 것에 특화된 방식이었다.

“슬슬 마무리해 볼까.”

김민준은 검을 집어 들고 대련장 안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지목한 상대는 특전 여단 소속의 장교, 박범준 대위.

듣기로는 부대 내에서도 한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라고 한다.

“김민준 중위님. 채찍은 안 드십니까?”

날렵한 인상을 가진 박범준 대위는 자신이 검을 들자 인상을 구겼다.

“채찍이 주 무기긴 한데, 다들 한 방에 나가떨어져서요. 너무 시시해서 칼 들었습니다.”

“…후회하실 겁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고 저한테 얻어터지던데요.”

비아냥대는 태도에 가만히 숨을 고르는 박범준.

확실히, 앞의 네 명보다는 강해 보이긴 했다.

‘실력이나 볼까.’

마지막 경기니 마음껏 가지고 놀아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시작 신호가 울렸다.

‘이놈 봐라?’

박범준 대위의 전투 스타일은 특이했다.

좋게 말하면 특이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근본이 없다는 것.

휘익! 휙!

군용 검술에 기초한 검술이야 훌륭한 수준이다.

깔끔하고, 빠르고.

페이크를 섞기까지.

“신기하게 싸우시네.”

그는 거기서 격투기까지 혼합했다.

검으로 상대의 검을 묶어 놓고, 빈틈에 발차기를 꽂아 넣는다.

보통 같으면 자세가 무너져 뭣도 아니게 된다.

그러나 박범준 대위는 그걸 해내고 있다.

과연 특수 부대 출신이라는 건가.

“이야. 단련 많이 하셨나 봐요. 고블린 같았으면 다리가 바로 부러졌겠는데요?”

허벅지에 로우킥이 작렬했지만, 김민준은 그게 대수냐는 듯 웃었다.

‘뭔 놈의 하체가 저렇게 단단한 거냐! 강철도 아니고.’

박범준 대위는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어제부터 그렇게 큰소리쳤는데 이렇다 할 유효타를 넣지 못했다.

‘때리는 내 발이 아플 지경이다.’

저 정도의 실력에 실적이면, 특수 부대에서 차출해 가고도 남았을 것이다.

대체 왜 일반 부대에 남아 있는 건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방금 그거 로우킥이죠? 괜찮아 보이는 기술이네요.”

대련 도중.

김민준이 재밌어 보인다며 로우킥을 흉내 내 왔다.

이어지는 어설픈 동작.

부자연스러운 발차기였다.

빠각!

그러나.

그 결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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