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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34화 (134/212)

134. 다트

‘이건 또 뭐냐?’

시스템이 보상으로 지급한 것은 다트 모양의 아이템이었다.

겉으로 보면 아이템인지도 모를, 흔한 다트 말이다.

‘보스 몬스터 2마리 잡아서 주는 거니까 뭔가 있겠지.’

그것도 단독으로 처치해서 받게 된 보상이다.

‘이건 일과를 마치고 바로 사용하기로 하고…’

일단은 보고 먼저다.

사전에 조사한 것보다 높은 난도의 던전.

군락을 이룬 몬스터들.

보스 몬스터의 존재까지.

중대장과 대대장이 얼마나 골치 아파할지 눈에 훤했다.

**

“김민준 중위! 지금 당장 대대장실로 가라. 2소대원들은 내가 챙길 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예상대로.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중대장이 지금 당장 대대장실로 가라며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이중 던전에서 출현했던 새로운 타입의 보스 몬스터.

그 보스 몬스터가 일반 던전에 나타난 건 절대 넘길 수 없는 사안이었기에.

“충성!”

“어어. 김중위. 이리 와서 앉게.”

대대장실.

2대대장 이준범 대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코볼트 설인이 위치한 변화형 던전. 사전 조사했을 때는 이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단 말이지.”

코볼트 설인 40마리.

많게 잡은 것이 그 정도의 숫자였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은 전혀 달랐다.

2소대가 다른 던전이라도 공략하지 않고서야, 이런 내용이 나올 수가 있을까.

“넉넉히 잡아서 3일. 그 3일 사이에 보스 몬스터가 발생하고, 놈들이 군락을 이뤘다라…. 김 중위. 이 던전 깔끔하게 정리하고 나왔다고 했지?”

“예. 그렇습니다.”

“부상자는 경상자가 9명 정도가 끝이고.”

“예.”

“후우. 자네가 그 던전의 소대장을 맡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대장은 자신의 말을 직접 듣고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회수반과 조사반이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고 보고를 받았으니, 결과야 금방 나올 것이다.

‘오우거보다도 강한 힘을 가진 보스 몬스터라. 거기다 몬스터들을 잡아먹어 능력치를 올리고 말까지 해? 뭔 이런 미친 몬스터가 다 있는 건지.’

안일했다.

이중 던전에서 처음 나타난 보스 몬스터.

생각해보면, 그 보스 몬스터라는 놈이 일반 던전에도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미치겠구만. 그렇다고 해도 던전 공략에 필요 이상의 인원을 넣는 것도 힘들고.’

막아야 할 던전과 몬스터는 많다.

그러나, 그 수에 비해 헌터군이 보유한 병력들의 수는 터무니없이 적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새어 나오는 물줄기를 그때그때 막아내고 있을 뿐이었다.

‘국방비를 아무리 올린다고 해 봐야 헌터군을 늘릴 수는 없다.’

헌터로서 각성을 해야 헌터군에 지원할 수 있다.

일반인이 헌터군으로 입대한다면, 고블린이 휘두른 둔기조차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훈련을 한다고 해도 말이다.

헌터와 일반인의 차이는 그 정도였다.

“주먹을 몇 번 휘둘러 놈의 팔을 제압한 뒤에, 마력 검과 채찍을 사용해 처치했다라. 김 중위 자네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김민준의 활약이 너무나도 익숙해 이제는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보스 몬스터를 단독으로 처치할 수 있는 건 장성급 장교뿐일 것이다.

소장 중에서 몇 명.

중장급 이상부터는 무난하게 가능한 정도.

물론, 그마저도 각종 전용 무기와 방어구로 온몸을 무장한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이러니까 사단장님이 어떻게든 잡아 두려고 애를 쓰시는 거지.’

사단장님이 밤을 새우면서까지 초과 근무를 하는 건 처음 봤다.

그것도 단 한 명의 헌터, 김민준 중위를 이 부대에 잡아 두기 위해서 말이다.

‘아쉽구만.’

헌터군 대령.

결코 낮은 계급은 아니지만, 그렇게 높은 계급도 아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 대위를 달아 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으니까.

‘대위는 무슨. 지금 정도면 소령을 달고도 남았지.’

오로지 실적으로만, 실력으로만 계급이 정해졌다면.

김민준 중위는 이미 영관급 장교일 것이다.

그놈의 복무 기간.

그놈의 짬 때문에 진급이 더딜 뿐이다.

물론 그렇다고 쳐도, 헌터군 역사상 이례 없는 진급 속도를 보여 준 건 사실이긴 하지만.

“김 중위. 고생 많았다. 소대원들을 안전하게 복귀시켜 줘서 고맙다.”

“소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했습니다. 저보단 소대원들이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크으…. 역시 김 중위. 사단장님과 내가 줄 수 있는 게 현재로서는 진급 점수와 포상 휴가, 포상금밖에 없다. 마음 같아서는 헌터 본부에 있는 무기고라도 털어 버리고 싶다만.”

“감사합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김민준은 피식 웃으며 보고를 마쳤다.

어차피 별을 달고 나면 거기에 있는 건 모두 털어 버릴 생각이었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고생하십쇼! 충성!”

“그래. 푹 쉬어라.”

보고를 마치자마자 2소대로 향했다.

하나는 소대원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서.

다른 하나는 자신의 맞후임, 박동규 이병을 챙겨 주기 위해서였다.

“예! 1분대 전원 아무 이상 없습니다!”

“2분대는 가벼운 처치가 필요한 경상자가 2명입니다! 나머지는 이상 없습니다!”

“그래. 의무실은 들렸지? 나중에라도 아프면 참지 말고 말해라. 참았다가 더 다치면 손해야 군대는.”

“예!”

필요 이상으로 자신들을 신경 써 주는 그 모습에, 소대원들이 살짝 감동했다.

바쁜 와중에도 소대원들을 꼼꼼하게 챙기는 소대장은 그리 흔하지 않기에.

“난 김민준 중위님이 이 부대에서 대대장까지 가셨으면 좋겠다.”

“나도.”

“근데 그사이에 우리가 먼저 전역할 거 같은데.”

“지금 속도로 보면 5년 안에 중령 정도는 다시지 않겠냐?”

“5년은 무슨. 3년만 해도 떡을 칠걸.”

“떡을 친다고?”

“이 미친놈은 또 뭔 헛소리 하려고. 좀 닥쳐.”

그 어려운 던전 공략을 무사히 마친 덕분일까.

소대원들의 사기가 올라갔는지 스스로 단련실을 찾았다.

소대장님이 자신들을 위해 거침없이 앞서 나가는데, 소대원들이 쉴 수는 없다는 말을 하면서.

물론 그 사기도 하루나 이틀이면 끝나겠지만.

“2분대. 이상 없지?”

“예. 박동규 이병이 발목을 살짝 다친 것 말고는 괜찮습니다.”

이승호 병장의 보고에 박동규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훈련소에서 나름 상위권의 성적이었는데, 한심하게 걷는 도중 다리를 다쳐 버리다니.

선임들이 따끔하게 혼내 줬으면 좋았겠지만, 살짝 혼내는 것으로 그쳤다.

자대에 첫 배치 받은 이병에게는 버거운 던전이라면서.

“박동규. 지금 시간 있냐?”

“이병 박동규! 예! 시간 많습니다!”

자신의 말에 박동규가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군기가 바짝 들려 있는 모습.

굳이 편하게 있으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최전방인 만큼,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유지할 필요가 있었기에.

“그래. 그럼 나 따라와라. PX 가자.”

“예, 예! 알겠습니다!”

이병이 PX를 가도 되나?

훈련소 동기들이 무적 헌터 부대는 부조리가 미친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딱히 눈치를 주는 선임들은 없었다.

그는 재빨리 일어나 김민준 중위에게 다가갔다.

“아. 맞다. 김광식.”

“상병 김광식.”

“너 휴가 신청한 거 내일 바로 나가. 내가 행정반에 빨리 처리해 달라고 말해놨으니까 지금쯤 처리됐을 거다.”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아. 소대장님. 왜 광식이만 차별하십니까. 저는 저놈보다 더 일찍 신청했는데, 저도 내일 나가게 해 주시면 안 됩니까?”

“다시 전화하기 귀찮다. 단련실에서 나랑 단련할래? 그럼 너도 내일 보내 줄게.”

“…그냥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다들 던전 공략 고생했고, 푹 쉬어라.”

김민준이 한쪽 눈을 찡긋한 뒤 생활관 밖으로 나갔다.

‘감사합니다….’

다른 분대원들은 투덜댔지만, 김광식은 당연히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골라라. 바구니 하나 말고 두 개 써.”

“가, 감사합니다.”

김민준은 박동규를 데리고 PX로 향했다.

예전, 자신이 이병이었을 때.

이동진이 PX를 데려가서 이것저것 사줬었다.

맞선임이 맞후임을 챙기는 건 당연하다면서.

그렇다면 자신도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얌마. 눈치 보지 말고 팍팍 담으라니까. 나 통장에 돈 넘쳐.”

비싼 과자를 집으려다가 저렴한 과자를 집는 후임을 보고, 손수 비싼 과자를 담아 주었다.

“보자. 냉동은 역시 킹슈넬 치킨에 크림 우동 조합이지. 이걸 이길 조합은 별로 없거든.”

“엇! 소대장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가격이….”

“내가 이렇게 사 주는 것도 이번 한 번인데, 영혼까지 뽑아먹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담아야지. 고작 집는 게 야채 과자냐? 어휴.”

두 개의 바구니가 금세 가득 찼다.

갖가지 냉동과 비싼 과자들.

“남은 건 가져가도 되는데, 생활관 내에서 취식은 안된다. 걸리면 나한테 죽는다.”

“예! 알겠습니다!”

“목소리 너무 크다. PX에서는 살짝 줄여도 돼.”

“예!”

김민준은 맞후임에게 손수 과자를 뜯어 주고, 냉동 식품을 조리해 주었다.

자신이 중위를 달고서야 들어온 맞후임이다 보니 뭔가 신선했다.

‘어우. 생각해 보니 군번줄 장난 아니게 꼬였긴 하네.’

11개월 만에 맞후임을 받았다라.

물론 그것도 그렇다만.

그사이에 자신이 중위를 달아 버린 게 후임한테는 부담이 된 모양이다.

필요 이상으로 눈치를 보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지.’

맞선임이 중위에 소대장이라니.

전군을 통틀어 보아도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궁금한 거 뭐든지 물어봐. 내가 소대장이라고 부담 갖지 말고. 네가 혼나면 맞선임인 나한테도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니겠냐?”

“엇! 아닙니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젓는 박동규.

이 이상 놀려 먹으면 부담되겠다고 생각해, 그만두기로 했다.

“소대장님은 소문 그 이상이신 것 같습니다.”

킹슈넬 치킨을 조심스럽게 집어먹던 박동규가 입을 열었다.

“뭐가?”

“훈련소에서 병사들 훈련시킬 때, 조교들이 소대장님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합니다.”

“무슨 얘기.”

그 뒤로 낯간지러운 말들이 이어졌다.

“어우 씨. 그만해.”

김민준은 질색이라며 목을 벅벅 긁었다.

그냥 몬스터를 죽인 걸 뭐 그렇게 미화해서 표현을 해 놨는지.

당장 해당 조교가 옆에 있었다면 머리를 쥐어박았을 것이다.

“소대장님!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충성!”

“그래. 고민 있으면 뭐든지 말하고.”

“예!”

맞후임을 생활관으로 돌려보내기 무섭게, 뒤에서 경례 소리가 들려왔다.

“충성!”

이유나 소위였다.

미리 와 있었는지 밖에서 기다린 듯했다.

“김민준 중위님. 그사이 또 진급하시고, 대단하십니다!”

“안 어울린다. 그냥 말 놔라. 일과도 끝났는데. 타 중대 장교끼리는 존대하잖아.”

“어색했어?”

그녀는 인상을 쓰는 김민준을 보고 재밌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이틀 뒤 토요일. 시간 돼?”

“딱히 할 거 없긴 하네.”

“헌터 본부에서 내가 한 말 기억하지? 술 마시자고 했잖아.”

“아.”

녀석의 비밀, 스킬에 대해 듣는 조건으로 하루 어울려 주기로 했었지.

“술 마시고 바로 피시방 콜?”

“오. 그거 좋지.”

오랜만에 충실한 주말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아. 나 오늘 초과 근무였지! 그럼 토요일 봐!”

이유나는 짧은 용건을 말한 뒤 후다닥 뛰어갔다.

1년 차 소대장인 만큼 이것저것 할 것도 많고, 움직일 일도 많은 듯했다.

물론 자신이야 중대장에 이어 대대장.

부소대장인 김서현 덕분에 편하지만.

띠링.

“응?”

퇴근 후 숙소로 향하던 도중.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에 대한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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