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코볼트 설인-3
[보스 몬스터가 출현합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역시.
자신의 예상대로, 이곳에는 우두머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어?”
“보스 몬스터라고?”
“미, 미친!”
소대원들은 메시지를 보고 뒷걸음질 쳤다.
던전 안쪽에 몬스터의 군락이 있는 것도 충격이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보스 몬스터까지 출현한 것이다.
“소대장님! 물러나야 합니다!”
“군락에 보스 몬스터라니, 혼자서는 위험합니다!”
그사이 모습을 드러낸 보스 몬스터.
코볼트 설인의 외양을 지니고 있지만, 덩치가 3배는 컸다.
오우거와 맞먹을 정도의 덩치였다.
“우워어어어!”
보스 몬스터가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그러자 군락에 숨어 있던 몬스터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보스 몬스터, 코볼트 우두머리가 분노합니다.]
[코볼트 설인의 모든 능력이 10% 상승합니다.]
“미치겠네.”
“이걸 1개 소대 가지고 공략하라고 했다고?”
“메시지 보십쇼! 이놈들 더 강해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숫자잖아….”
1소대 수준의 병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규모다.
대충 눈에 들어오는 코볼트 설인만 해도 100마리가 넘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이중 던전에서 나타난 새로운 타입의 몬스터인 보스 몬스터까지.
“김서현.”
“하사 김서현!”
“네가 소대원들 봐주고 있어라. 위험하다 싶으면 망설이지 말고 바로 후퇴해.”
“예!”
김민준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걸어갔다.
‘이거 다른 소대였으면 전멸이었겠는데.’
확신할 수 있다.
몬스터의 군락이 존재하는 던전.
놈들을 통솔하는 우두머리, 보스 몬스터의 존재.
혹독한 환경.
1개의 중대로도 공략이 힘들 정도의 환경과 규모였다.
‘나야 오히려 땡큐지.’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으르렁거리는 몬스터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 맛에 최전방에서 복무하는 거지.’
현재 자신은 흑마법사의 힘을 충분히 되찾은 상태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흑마법사의 스킬이 아닌, 새로운 스텟과 스킬까지 얻었다.
코볼트 설인이 한 트럭.
아니, 코볼트 우두머리가 수백 마리 달려들어도 1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었다.
‘물론 흑마법사 스킬을 사용한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소대원들이 뒤에 빠져 있는 현재로서는 흑마법을 남발하는 게 어렵다.
힘을 꽤 되찾은 만큼, 녀석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니.
“그럼 뭐겠어. 검으로 두들겨야지.”
그렇다면 무기를 사용해 처치하면 될 뿐.
“야! 거기 대머리! 덤벼!”
김민준이 보스 몬스터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도발했다.
“넌 몸에는 털이 많으면서, 머리에는 왜 하나도 없냐? 머리에 나야 하는 게 몸으로 갔냐?”
“크아아아아!”
그러자 놈이 지체없이 주먹을 휘둘러 왔다.
부웅!
주먹질 한 번에 강풍이 발생할 정도의 위력.
“뭐야. 남자답게 주먹으로 하자고? 한번 해 봐?”
들고 있던 무기를 왼손으로 옮겨 쥐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쿠우웅!
던전이 휘청일 정도의 굉음.
쿠웅!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연속해서 발생했다.
코볼트 우두머리가 휘두른 공격의 여파였다.
“워. 너 좀 센데? 힘은 오우거보다 센 거 같은데?”
보통 헌터.
아니, 장성급 헌터라도 맨몸으로 방금 공격을 막아내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 정도의 압도적인 힘이었다.
하나, 자신에게 있어서는 오우거보다 조금 센 놈.
그 정도일 뿐이었다.
오우거의 공격은 한 손으로 여유롭게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저놈의 공격은 힘을 좀 주면 막아낼 수 있는 수준.
결국, 별것 아니라는 말이었다.
“크아아악!”
“이야. 머리 쓰는 거 봐라. 공격 막히자마자 애들 다 내보내네?”
보스 몬스터는 공격이 쉽게 막히는 걸 알아차리자마자, 코볼트 설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코볼트 우두머리가 힘을 비축하기 시작합니다!]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뒤에 빠져 있던 놈들 절반 가까이가 자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쭈. 이놈 봐라?”
나머지 절반은 저 우두머리 몬스터에게 먹히고 있었다.
“절반은 시간 끄려고 버리고, 나머지 절반은 네 힘 키우려고 버린다 이 말이냐?”
부하를 도구처럼 쓰고 버린다라.
그래.
너네들이 그래야 몬스터지.
“기다려 줄 테니까 어디 한번 해 봐라.”
코볼트 우두머리가 몬스터를 먹을수록, 놈의 털 색깔이 붉게 물들었다.
[코볼트 우두머리의 모든 능력이 1% 상승합니다]
[코볼트 우두머리의 모든 능력이 1% 상승합니다]
[코볼트 우두머리의 모든 능력이….]
그와 함께 출력되는 메시지들.
“인가안!”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섭취하자, 놈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며 나타난 효과였다.
“뭐야. 너 말도 할 줄 알아?”
“내 무리를 건드리고도 살아서 돌아갈….”
놈의 말이 끝나기도 전.
김민준은 마기의 손아귀를 사용해 놈을 내동댕이쳤다.
코볼트 우두머리는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던전 벽면으로 날아갔다.
“살아서 돌아갈 건데? 너 모가지 따서. 그리고 네가 남은 놈 다 잡아먹었잖아. 이거 양심 없는 놈이네.”
“망할 인간이… 방금 그건 도대체 뭐냐!”
보스 몬스터.
거기다 남은 몬스터를 모조리 먹어 버려서 그런지, 확실히 달랐다.
스킬을 사용해 있는 힘껏 던졌는데, 금방 충격에서 회복한 것이다.
“네가 혼자서 날아간 걸 내가 어떻게 아냐?”
“죽어라!”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놈의 털이 고슴도치처럼 곤두서더니, 자신을 향해 발사된 것이다.
[코볼트 우두머리가 특수 공격을 시전합니다!]
“뭔가 싶었더니, 털 뾰족하게 해서 날리는 거야? 이게 네 특수 공격이냐?”
속도야 확실히 빠르다.
이전에 놈들이 심심하면 쏴 대던 화살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
탄환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내 눈에는 다 보인다 이 새끼야.”
예전, 자신이 이병이었을 때.
탄환을 일일이 눈으로 보고 피하는 건 살짝 버거운 수준이었다.
그때의 민첩 스텟이 아마 50 정도였나?
그러나.
지금의 민첩 스텟은 72.
총알 정도야 쉽게 피할 수 있는 정도다.
자신의 눈에는 기껏 해 봐야 빨리 달려오는 사람 정도로 잡히니까.
‘과부하 전이.’
스킬을 사용하자 검에 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대로 오러를 담아 휘두르자, 놈이 날린 털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만 개는 될 듯한 털이 말이다.
“뭐, 뭐냐! 네놈은 도대체 뭔….”
놈이 화들짝 놀라며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 했다.
그러나, 김민준이 그걸 가만히 놔둘 리 없었다.
“크아악!”
“뭐야. 되게 단단하네. 힘 빡 줘야 잘리잖아.”
코볼트 우두머리가 팔을 교차하며 공격을 막으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다.
과부하 전이로 인해 강화된 무기의 성능.
거기다 오러와 함께 추가된 전기까지.
강인함을 자랑하는 놈의 신체는 별 힘을 쓰지도 못한 채 잘려 나갔다.
“꼴에 보스 몬스터라 이건가.”
“항복! 항복하겠다! 그러니까 살려다오!”
“지능이 있는 놈들은 확실히 다르긴 하네.”
머리를 눈밭에 박으며 목숨을 구걸해 오는 코볼트 우두머리.
그런 놈에게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싫은데?”
“뭐, 뭐….”
“지금부터 넌 내 샌드백이다.”
과부하된 마력검은 잠시 뒤로 내버려 두고 심연을 머금은 어둠을 꺼냈다.
“얼마나 터프한지 한번 볼까.”
그리고 놈을 향해, 온 힘을 담아 채찍을 휘둘렀다.
[고통의 채찍질이 적용됩니다!]
[대상에게 끔찍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크아아아아아!”
7분.
보스 몬스터는 고작 7분 만에 피거품을 문 채 죽음을 맞이했다.
쇼크사였다.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민첩 스텟이 1 상승합니다.]
[힘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역시 보스 몬스터는 좋네. 스텟이 두 개나 오르고.”
히죽 웃으며 놈에게서 등을 돌렸다.
“와….”
“진짜 저게 말이 됩니까?”
한편.
뒤로 빠져 있던 2소대원들은, 던전 클리어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번 던전 공략은 아무리 김민준 중위님이라 해도 힘들 것이다.
소대원들 사이에서는 그런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사전에 보고받은 것보다 혹독한 환경.
체계화된 몬스터들의 공격과 움직임.
거기다 끝에는 놈들이 만든 군락지에, 보스 몬스터까지.
“장담하는데, 여기 공략하려면 하루만으로는 턱도 없다.”
“1중대가 공략 진행하고 뒤로 빠지면, 2중대가 이어서 진행하고. 그런 식으로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야. 우리가 코볼트 설인들한테 시달린 거 보면 모르겠냐? 그사이에 그놈들이라고 가만히 있겠냐? 함정을 미친 듯이 깔아 놓겠지.”
그것들을 모조리 정면에서, 단신으로 뚫어 버릴 줄이야.
“그것보다 방금 보셨습니까? 소대장님이 저놈 공격을 맨손으로 막은 것 말입니다.”
“난 눈으로 보고서도 못 믿겠다. 도대체 힘 스텟이 몇인 거지.”
병사 때도 터무니없이 강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장교가 되고 소대장이 되니 확 느껴졌다.
김민준 중위님은 자신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이.
“다들 잡담은 그만하고, 소대장님이 있는 곳으로 집합해!”
“예!”
김서현의 일갈에 소대원들이 후다닥 달려갔다.
던전 클리어 메시지가 나타났으니, 그들이 해야 할 일은 하나.
던전을 마지막으로 훑어보는 것이었다.
“이상 없습니다!”
“여기도 이상 없습니다!”
“좋아. 다들 고생했다. 사체나 무기는 회수반이 알아서 회수할 테니까, 우린 이대로 복귀한다.”
“예!”
마무리 작업까지 깔끔하게 마친 뒤, 김민준의 OK 사인이 떨어졌다.
“아닙니다!”
“소대장님이 제일 고생하셨지 않습니까.”
자신들이 한 일이라곤 방패로 공격을 방어한 것뿐.
대부분의 일은 김민준 중위님이 다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제가 군장 들어 드리겠습니다!”
“지쳐서 헉헉대는 놈들이 뭔 소리야?”
그래서 소대장님이 메고 있는 군장이라도 들어 드리려 했지만, 오히려 뺏겼다.
힘들어하는 다른 소대원이나 챙겨 주라면서 말이다.
‘좋아. 크게 다친 애들은 없네.’
김민준은 소대원들의 몸 상태를 간단히 점검했다.
가벼운 부상을 입은 소대원이 8명.
나머지는 체력만 고갈된 상태일 뿐, 멀쩡했다.
‘생각보다 환경이 열악해서 애들이 버텨 주려나 싶었는데, 잘 버티네.’
소대장직을 맡은 뒤의 첫 던전 공략.
예상보다 더 깔끔한 결과가 나왔다.
물론, 대부분의 몬스터를 두들겨 팬 건 자신이지만.
‘어쩔 수 있나. 던전 난도가 높았는데.’
군락이 있는 던전을 깔끔하게 클리어.
거기다 보스 몬스터의 처치까지.
이번에는 어떤 포상이 기다리고 있을까.
‘같은 보스 몬스터라도 해도, 확실히 던전에 따라 다르네.’
이중 던전의 황금 가고일.
그놈은 특수 능력을 몇 개씩 가지고 있는 데다가, 날아다니기까지 했다.
‘영관급 장교까지도 놈이 일으킨 돌풍에 묶였으니까.’
그뿐만 아니라 회피가 불가능한 공격까지 해 왔고.
그놈에 비하면 이놈은 보스 몬스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하들을 실컷 잡아먹고 나타난 변화가 말하기랑 날카로운 털 날리기라니. 잡아먹힌 부하들이 비통해서 울겠다, 울겠어.’
예상했던 것보다 시시했다.
김빠진 콜라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띠링.
[보스 몬스터를 단독으로 2회 처치하였습니다.]
[보상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응?’
그렇게 생각하며 발걸음을 옮기길 10여 분.
메시지와 함께, 허공에서 아이템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