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장교 양성 교육-4
[쉐도우 다이스]
주사위를 던져, 해당 숫자에 대한 보상을 얻습니다.
사용 가능 횟수는 5회입니다.
1-5: 사용자에게 나쁜 일이 일어납니다.
6:사용자에게 좋은 일이 일어납니다.(사용자 이외의 대상에게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시스템이 보상으로 던져 준 아이템은 자그마한 주사위였다.
옅은 회색의 오러가 일렁거리는 것 말고는, 문방구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한 주사위.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계단형 던전에서 받았던 보상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시스템의 보상은 확률형 아이템이었다.
“기회는 5번이란 말이지.”
숫자 6을 뽑으면 좋은 일이 일어난다라.
좋은 일이라는 게 뭘까.
하늘에서 비싼 영약이라도 뚝 떨어진다는 건가.
“좋은 일과 나쁜 일이라. 되게 추상적이네.”
나쁜 일이 일어날 확률이 훨씬 높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건 당연히 써야지. 죽기라도 하겠어?”
바닥에 주사위를 내려 둔 뒤, 지긋이 바라보았다.
당연히 꼼수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6이 나오게 던진다든지, 스킬을 활용해 6이 나오게 조작한다든지.
“아무리 그래도 아이템인데 그런 짓이 통할 리가 없지.”
기회는 총 5번.
한 번이라도 헛되게 사용할 수는 없다.
“정직하게 가야지. 정직하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주사위를 들어 올렸다.
‘자신 이외의 대상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라는 문구를 보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기에.
“다크사이더. 이거 좀 던져 줘라. 되도록 6이 나오면 좋고. 6이 나왔을 때는 무조건 날 골라. 아니면 나한테 죽는다.”
곧바로 다크 사이더를 불러내, 쉐도우 다이스를 건네주었다.
[그거야 쉬운 일….]
녀석은 아무 의심 없이 주사위를 던지려다가, 우뚝 멈췄다.
[김민준 님… 이거. 제가 잘못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이 주사위가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이걸 왜 자신에게 건네줬는가다.
“그거야 그 주사위. 6 이외의 숫자가 나오면 페널티를 받거든. 나쁜 일이 일어난다더라. 왜. 겁나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악마들조차 두려워하는 제가, 고작 이따위 물건에 겁을 먹을 리가!]
머릿속이 복잡해졌지만, 깊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어차피 저 인간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소멸이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또르르르.
“1이네. 어떠냐. 뭔가 변화는 있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군요]
“좋아. 그럼 계속 던져. 이왕 아플 거, 한 번에 아픈 게 낫잖아?”
[아, 알겠습니다….]
정녕 저놈은 인간이 맞는 걸까.
사실 악마의 탈을 뒤집어쓴 인간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며, 다크사이더는 쉐도우 다이스를 연속해서 굴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마지막 다섯 번의 시도 끝에야, 숫자 6이 나왔다.
효과가 다한 아이템은 연기로 변해 사라졌다.
“오. 좋아. 마지막에도 6 안 나오면 한 대 패 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상을 나로 지정하고 들어가서 쉬어라.”
[예….]
김민준이 고생했다며 손을 흔들어 주던 찰나.
화아아아악!
[이건 또 뭐냐!]
녀석의 몸 주변으로 새하얀 빛무리가 일기 시작했다.
[느아아아악!]
이스가르드의 고위 사제들이 사용하곤 했던 스킬과 유사한 빛무리였다.
저놈이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는 게 이런 건가 보네.”
뭐야.
별거 없잖아.
그냥 따끔하고 마는 정도네?
5번 던져서 겨우 저 정도면 내가 던질 걸 그랬네.
“당분간 안 불러낼 테니까 들어가서 푹 쉬어. 내가 배려심이 좀 좋거든.”
[크아아아악! 몸이 불타는 것 같은….]
“하하. 그렇게 좋냐? 스킬 저항력도 올리고 좋구만 뭘.”
얼마나 아프면 스스로 돌아가지도 못할까.
친절히 소환을 해제해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었다.
“어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시간을 확인하니, 교육 시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템의 효과야 알아서 일어나겠거니 하며 밖으로 향했다.
**
장교 양성 교육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교육생들은 14일 남짓한 시간 동안 최소한의 수면 시간을 제외하고 미친 듯이 굴렀다.
말이 교육이지 훈련이나 다를 바 없는 강행군.
얼마나 강도가 높았으면, 김민준을 제외한 교육생들의 스텟이 올라갈 정도였다.
“드디어 오늘이 마지막 훈련이다….”
“어우. 뭐가 이렇게 힘드냐? 난 교육 받는 게 이 정도로 빡셀 줄 상상도 못 했다….”
“이번 승격 시험부터 여러 가지 개편되어서 장난 아니라고 듣긴 했는데….”
교육생들이 초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다이아 하나를 다는 게 이토록 힘들 줄은 몰랐다면서.
“다들 파이팅 합시다.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김민준은 그런 교육생들에게 다가가, 손수 어깨를 주물러 주었다.
위로 올라가려면 인맥도 중요하다고 했었나.
좋은 인상을 남겨 주어서 손해 볼 것은 전혀 없었기에.
물론 마석두는 예외였다.
내가 그놈 어깨를 왜 주물러 줘?
아작 내지 않으면 다행이지.
“허… 넌 진짜 괴물이다….”
“어떻게 그렇게 팔팔하냐?”
“어우. 저 멀리서 기자들이 다 찍고 있는데. 망가진 모습 다 나오겠네.”
교육생들은 김민준의 압도적인 성적에 혀를 내둘렀다.
마지막 교육날인 14일 차까지 이론 성적 만점에, 실기 성적은 당연히 만점.
거기다 교육이 끝나고 주어진 잠깐의 휴식 시간.
그사이에 은폐형 게이트에서 나타난 샌드 웜을 남김없이 포획했다고 한다.
교육받으러 와서까지 실적 점수를 챙기는 헌터라니, 절로 감탄이 나올 수준.
“아. 그거야 제가 팔팔한 나이라 그렇죠. 아직 21살인데. 제 옆에 있는 이유나만 해도 원래는 25살….”
“갑자기 난 또 왜!”
“아. 만으로 치면 24살인가? 누나라고 불러 줘?”
“어휴. 소름 돋으니까 제발 그러지 마.”
자신의 말에 이유나가 화들짝 놀라며 귀를 막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게 싫다나.
‘하긴. 21살의 나이에 소위를 단 헌터가 나밖에 없긴 하지.’
하물며 사관학교 출신도 아니고, 병사 출신이다.
이병부터 압도적인 실적으로 씹어 먹고 올라온 병사출신의 소위.
복무 기간이 이제 1년 다 되어 간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괴물 같은 진급 속도였다.
‘근무지 고를 때 입김이 많이 들어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잠잠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자만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자신이 하사일 때도 특수 부대에서 제의가 올 정도였으니까.
사단장이나 대대장이 따로 힘을 써 뒀겠지.
“다들 주목!”
“주목!”
잠시 후, 교육이 시작되고 던전 앞.
교육관이 시선을 모은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긴장을 놓지 않도록 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마지막 교육은 실전 지휘 체계 실습.
교육생마다 소대장의 역할을 맡아, 소대를 이끄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다.
“충! 성!”
“자. 다들 오와 열을 맞춰서 정렬해!”
“예!”
마지막 교육이니만큼, 철저한 FM으로 진행된다.
실제 타 부대의 병사들이 장교들의 교육 지원에 동원될 정도였으니.
“지금부터 교육생들은 소대원들을 이끌고 던전에 들어간다. 병사들과 교육관의 평가를 합산해 점수를 낸다.”
던전이라고 해 봐야 별것 없다.
2개의 분대로도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던전이다.
기껏해야 하급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정도.
‘좀 과하긴 하네. 별것 아닌 던전에 50명이 넘는 헌터를 투입시키다니.’
장교를 교육시킨다는 면에서야 좋긴 한데.
저렇게 소대 하나를 빼 버리게 되면, 해당 부대에서는 그대로 손실일 터.
‘20명 정도로 줄여도 충분할 텐데. 지휘 능력을 본다니 꽉꽉 채워서 온 거겠지.’
소위들에게 있어 그만큼 중요한 교육이라는 말이다.
하긴.
나나 상사 출신 소위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후보생들은 실전 경험이 아예 없으니까.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해야 추후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겠지.
“김민준 교육생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소위 김민준! 알겠습니다!”
간단한 주의 사항 전달이 끝나고 실전 지휘 교육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자신은 소대장이 되어 소대원들을 이끌어야 한다.
“던전에 입장하기 전, 브리핑부터 하고 출발한다. 지금부터 우리가 들어갈 곳은 변화형 던전이며, 출현하는 몬스터는 하급 몬스터인 하운드다.”
매뉴얼대로 브리핑을 마치고, 대열과 함께 장비를 점검해 나갔다.
“거기 너.”
“이병 이수호!”
“군화 끈 그렇게 묶으면 전투 중에 풀린다. 다시 묶어. 시간 줄 테니까.”
“죄, 죄송합니다!”
“그 옆에 너.”
“일병 신지완!”
“마력검 벨트가 살짝 비뚤어졌다. 다시 풀어서 차라. 잘못하면 큰 사고로 번진다.”
“예!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짧은 시간 안에 병사들의 장비를 바로잡았다.
병사들이 일부러 장비를 어설프게 찬 것 정도야, 딱 봐도 알 수 있다.
교육관이 사전에 지시를 내린 것이겠지.
‘50명에 가까운 병사들의 장비를 점검하는 데 10분이라. 빠듯하긴 하네.’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정비를 끝내고, 대열을 맞춰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진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주 경계 확실히 하면서 이동한다!”
“예!”
“이 던전에서 나타나는 몬스터는 하운드다. 1열과 5열은 군용 방패로 안전거리만 확보한다! 알겠냐!”
“알겠습니다!”
“하운드가 아무리 하급 몬스터라 해도, 무리 지어서 나타나면 그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만만하다고 해서 절대 대열을 벗어나지 마라.”
“예!”
매뉴얼대로 사소한 것 하나 놓치지 않고 공략해 나가다 보니, 공략 속도가 처지긴 했다.
실전이라면 비효율적이겠지만 어쩌겠는가.
뒤에서 교육관들이 매의 눈으로 감점 요소가 없는지 체크하고 있는데.
“소대장님! 전방에 하운드 출현했습니다!”
“양방향에서 나뉘어서 옵니다!”
던전 중반부에 다다르자, 하운드가 파도처럼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30마리는 가뿐하게 넘겠는데. 생각보다 많네.’
좌우 양방향에서 몰려오는 놈들.
“크르르르….”
“컹! 컹컹!”
이를 드러내며 사납게 짖는 모습에 병사들의 대열이 조금 흐트러졌다.
첫 실전인 이병들이 섞여 있어서 나타난 현상이었다.
“겁먹어서 힘 빼거나 대열 이탈하면 큰 사고로 번진다! 특히 이병들! 내 말대로 하면 절대 안 다치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
“예, 예!”
“헌터군이 저런 개한테 쫄아서야 되겠냐! 너희들이 물러나면 소중한 가족들이 다친다고 생각해라!”
소대원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어 주며, 사격 지시를 내렸다.
쿠와앙! 쿠왕!
총성과 함께 맥없이 쓰러져 가는 하운드들.
30명이 넘는 헌터들이 마력탄을 퍼부었다.
덕분에 별 힘들이지 않고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워우. 확실히 마력탄이 사기긴 사기라니까.’
제대로 힘을 갖춘 소대의 위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시, 총 앞에서는 몬스터라 해도 장사가 없다니까.
‘훈련 목적이라 해도 마력탄이 아깝긴 하네. 저게 다 얼마야.’
어쨌든 이것으로 교육은 끝났다.
‘내가 나서서 휩쓸어 버리면 10초 컷인데.’
그렇게 하면 지휘 교육을 하는 의미가 없으니 나설 수도 없고.
마지막 교육이라 해서 살짝 기대했는데, 예상보다 별것 없었다.
띠링.
정리를 마치고 던전 밖을 빠져나오던 중.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드디어?’
쿠구구구구궁!
‘그런데 이건 또 뭐냐.’
기뻐하기도 잠시.
던전 안쪽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