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24화 (124/212)

124. 장교 양성 교육-3

그녀가 보유한 스킬은 이글아이.

총기를 손에 쥐고 있을 때 발동 가능한 스킬이라고 한다.

“이게 무슨 스킬인지 몰라서 알아내는 데 엄청 고생했다니까. 게임처럼 친절하게 가르쳐 주지도 않고.”

이것에 대한 정확한 효과는 모른다고 한다.

총기를 손에 쥐고 있으면 사용하겠냐는 알림이 떠오를 뿐이라나.

‘그건 그럴 수 있지.’

아이템부터 시작해서 스킬 및 각종 다양한 상황의 알림까지.

시스템이 친절을 베푸는 건 자신에 한해서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글아이를 사용하면 사격 정확도가 올라가는 거냐?”

“맞아. 사격 정확도랑 시력이 좋아지는 건 확실해. 멀리 있는 물체도 갑자기 선명해질 정도니까. 그런데 연속으로는 못 써. 하루에 두 번 이상 사용하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거든.”

“지속 시간은?”

“컨디션에 따라 다르더라구. 5분에서 10분 사이?”

이글아이라.

꽤 괜찮은 스킬을 건졌다.

총기를 사용할 수 없으면 쓸모없는 스킬이긴 하다.

그러나, 그녀는 헌터군을 직업으로 택했다.

앞으로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중요한 건 저 스킬의 입수 루트다.

기대감을 품고 질문을 던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잘 모른다였다.

“고등학생 땐가? 그때 친구들끼리 해수욕장 놀러 간 적 있었거든? 정신없이 놀다가 뭘 삼켰는데, 그 뒤에 저 스킬이 나타난 것 같아.”

“그럼 아이템이겠네.”

“맞아. 그런데 이리저리 알아보니까, 그런 아이템은 없더라고. 내가 스킬을 가졌다고 말해 봐야 관심 병사만 될 거 같아서 숨기고 있었지.”

“그래. 그건 앞으로도 숨기는 게 낫겠네. 어쨌든 고맙다.”

김민준이 살짝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입수 루트만 알 수 있다면 스킬 한두 개 정도는 건질 줄 알았는데 말이다.

“치킨이나 먹으러 가자.”

어쨌든 아이템 중에서도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정보는 건졌다.

이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단련실을 나서자, 이유나가 몸으로 입구를 막았다.

허리에 손을 올린 채로.

“왜?”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려고? 네가 알려 달라는 대로 다 알려 줬는데?”

“오케이. 그럼 치킨 사 주면 되냐?”

“치킨 같은 소리 하네. 던파 아이템 다 뜯어가 버린다?”

“그건 좀 그렇네.”

피식 웃으며 원하는 게 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나중에 나랑 같이 술 마셔. 단둘이서만.”

**

교육은 계속 진행되었다.

매일 치러지는 시험과 각종 교육들.

6주 동안 진행해야 하는 교육을 압축해서 때려 넣다 보니, 따라오는 교육생들은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였다.

“아. 또 재시험이네.”

“어우. 죽겠다.”

“이놈의 시험은 뭐가 이렇게 어려워? 내가 알던 군사학 맞아?”

오전에는 이론 교육과 함께 필기시험을 치르고, 오후에는 실전 교육과 체력 훈련까지 한다.

이렇다 보니 체력이 뛰어난 헌터들도 처질 정도.

“와. 김민준 저 사람은 또 100점이잖아.”

“미쳤네. 이번 시험이 몇 회째지? 7회짼가? 지금까지 하나도 안 틀렸다고?”

“말이 되나?”

교육생들은 김민준과 시험지를 번갈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말하면 무시하는 것 같겠지만, 그는 병사 출신이다.

반면 자신들 중 상당수가 사관학교 후보생 출신이고.

몸으로 하는 훈련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론 쪽으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실제 상사 출신의 예비 소위들은 항상 재시험 대상이었고.

“난 지금까지 공부가 싫어서 안 했을 뿐이지.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다, 이 말이야.”

사실 지금까지도 공부는 전혀 안 했다.

소환수가 대신 공부해 줬을 뿐이지.

김민준은 시험지를 든 채 한쪽 구석으로 향했다.

“마석두! 의대 출신인데 점수가 왜 그 모양이냐?”

마석두를 놀려 먹기 위해서였다.

처음이야 당연히 그럴 생각이 없었지만, 저놈이 또 시비를 걸어왔으니 갚아 주는 것뿐이었다.

“네 이론 점수가 그따위니까 이중 던전에서 돌멩이를 룬석으로 착각해서 트랩을 작동시켜 버리지. 아! 이거 말하면 안 되는 건데. 나도 모르게.”

“뭐? 룬석 때문에 트랩 일부러 건드린 거라고?”

“진짜냐….”

“그래. 말이 안 된다 했다. 이병들도 피해 가는 트랩을 의무 장교가 건드리는 게.”

다만.

갚을 때는 10배로 돌려줄 뿐.

“큭….”

다른 교육생들이 마석두를 쓰레기 보듯 쳐다보았다.

놈은 별 대꾸도 못 하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저놈은 내가 중위 달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냐. 물론 부대가 다르니 볼 일이야 없겠다만.’

열등감이 심한 놈이라고 생각하며 관심을 껐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른 이상, 저놈은 소위에서 진급이 멈춰 있을 테니.

필요 이상으로 관심을 줄 필요는 없지.

“오늘 오후는 교육 뭐였지?”

“지휘 체계 훈련이었나? 오늘은 아마….”

오전 교육이 끝났다.

교육생들이 다음 교육을 준비하려던 찰나.

휘익!

“어, 어?”

“방금 뭐냐?”

김민준이 어딘가로 후다닥 달려갔다.

얼마나 빨리 뛰어갔으면 눈 깜빡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질 정도.

‘이야. 게이트가 이런 식으로 나타났다 이거지?’

한편.

김민준은 어느새 건물을 나가 위병소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게이트는 이미 발생했다.

그러나, 헌터 본부는 여전히 잠잠하다.

다른 어떤 부대와 비교해도 대응 속도와 능력이 가장 뛰어날 텐데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방금 나타난 게이트는 자신조차 놓칠 수 있는 게이트였다.

그 이유는 하나.

아예 감지가 안 되는 은신형 게이트였기 때문이다.

김서현의 예언을 전달받고 나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았더라면.

미리 다크사이더를 풀어 두지 않았더라면, 확실하게 놓쳤을 것이다.

[크윽… 흑마법사들조차 경외하는 이 내가 땅 밑에서 숨죽이고 망이나 보고 있어야 한다니….]

녀석이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야. 다 들린다. 33호기. 뒤질래? 부를 땐 나오지도 않고 말이야. 원산 폭격 한 번 더 할래?’

[죄, 죄송합니다! 그것만은 제발! 방금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도착할 때까지 정확한 위치나 말해.’

[예, 예! 저… 그리고 전 33호기가 아니라 44호기입니다….]

다크사이더의 소극적인 대답과 함께 게이트의 정보가 흘러들어 왔다.

‘위병소에서 30m 떨어진 지점에 있네.’

다크사이더는 매번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소환수인 만큼, 여러 가지 특수 능력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은신을 감지하는 것.

아무리 완벽하게 은폐한다 할지라도 녀석의 감지망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물론 은신 하나 감지하려고 다크사이더를을 소환하는 흑마법사는 없지만.

“충! 성!”

위병소에 도착하자 근무를 서던 헌터들이 거수경례를 해 왔다.

“그래.”

병사 신분이라면 이런 행동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혼자 움직이는 것에도 여러 제약이 붙는다.

하나, 현재 자신의 신분은 소위.

중사도 아니고 소위다.

교육생 신분이라 하더라도, 위병소까지 가는 것 정도야 아무 일도 아니었다.

“김민준 소위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말없이 허공을 응시하는 김민준.

그 모습에, 병사들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너네 방독면 가지고 있냐?”

“방독면 말씀이십니까? 예. 휴대하고 있습니다.”

“그거 곧 써야 할 거다. 안 써도 상관은 없는데, 터지면 냄새가 지독할 거다.”

“잘못 들었습니다?”

“뭐가 터지는 겁니까?”

방독면을 착용하라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하늘에서 툭툭 떨어져 내리는 벌레들을 보고 빠르게 방독면을 착용했다.

“김민준 소위님! 샌드 웜입니다!”

“으아아! 만지지 마십쇼! 터지기라도 하면 지옥입니다!”

병사들이 기겁하며 거리를 벌렸다.

샌드 웜은 다른 의미로 무서운 몬스터였으니.

‘에이 씨. 뭔가 강력한 몬스터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다른 의미로 강력한 놈들이 나와 버렸잖아.’

은신형 게이트라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했는데, 정작 게이트에서 나온 몬스터는 샌드 웜이었다.

‘3마리 정도는 벌써 땅속으로 들어가려 하네.’

샌드 웜.

뱀과 비슷한 몸집을 가진 몬스터.

쉽게 말하자면, 뱀 정도의 덩치를 가진 지렁이라고 보면 된다.

공격성이 아예 없고 수명이 짧아 3일 안에 죽는다.

하급 몬스터인 하운드보다도 밑에 있는 개체다.

이 말만 들어 보면 그냥 가만히 놔두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저놈들이 죽으면서 내뿜는 악취가 상상을 초월하거든.’

샌드웜은 땅속을 마음껏 헤집고 다니다가 죽을 때 지독한 악취가 나는 체액을 내뿜는다.

얼마나 지독하냐면, 그 냄새가 땅에서 뚫고 지면으로 올라올 정도다.

그냥 냄새만 지독하면 모르겠는데, 주변의 농작물까지 피해를 입힌다.

그래서 샌드 웜이 감지되는 날에는 국방부의 환경 관련 부서가 초긴장 상태라고 한다.

놈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날에는, 농부들부터 시작해서 민간인들의 민원 총공격을 맞아 버리니까.

“내가 처리할 테니까 가만히 있어. 이놈들 잘못 건드리면 바로 터지거든.”

김민준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쥐꼬리만 한 실적 점수밖에 받지 못하니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열. 열하나. 열둘. 이놈들 뭐 이렇게 많이 나왔어?”

꿈틀거리는 놈들을 하나둘씩 잡다 보니 어느새 15마리가 모였다.

“김민준 소위님! 여기 샌드 웜 전용 포획 주머니입니다!”

“어. 고맙다.”

스스스스.

몬스터들을 주머니 안으로 넣고 단단히 밀봉하던 사이, 상공에 나타난 게이트가 사라졌다.

참나.

뭔가 있을 것처럼 나와 놓고, 고작 벌레 조금 뱉어 놓고는 사라지네.

다크사이더를 소환한 게 아까울 지경이었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는 법이지. 지금까지 운이 좋긴 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보고를 하러 부대로 돌아가는 도중.

띠링.

눈앞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은신형 게이트의 보상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응? 이건….”

메시지를 확인한 김민준의 눈동자가 빛났다.

확실하다.

계단형 던전에서 아이템을 얻었을 때 떠올랐던 것과 일치했다.

“나이스!”

역시.

예상대로 아이템이 떨어졌다.

누가 볼세라 재빠르게 낚아챘다.

“내가 한 건 샌드 웜 15마리 산 채로 잡아넣은 것뿐인데.”

뭘까.

무슨 기준으로 시스템이 보상을 주는 걸까.

조금 전 상황과 계단형 던전 클리어 때의 상황을 떠올려 봐도,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아무렴 뭐 어때. 아이템을 얻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오후 교육이 끝나자마자, 개인 단련실로 향했다.

이전, 은신형 게이트에서 샌드 웜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터무니없는지 조사 과정이 길기는 했다.

‘하늘에서 뱀만 한 지렁이가 떨어진다라. 좀 그렇긴 하겠네. 게이트도 휙 나타났다가 바로 사라져 버리고.’

어찌 되었든 아이템을 얻었다는 것이 중요하지.

기대감을 품으며 주머니에서 아이템을 꺼냈다.

과연.

시스템이 주는 두 번째 보상은 어떤 굉장한 효과를 가지고 있을까.

“오?”

처음 보는 아이템이다 싶었는데.

역시, 헌터 본부에서도 획득하지 못한 물건이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