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22화 (122/212)

122. 장교 양성 교육-1

찰칵! 찰칵!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입구를 막은 것은… 다름 아닌 기자들이었다.

정훈병도 아닌, 민간인 기자 말이다.

“김민준 소위님! 이번에 충무 무공 훈장을 받으셨는데, 기분이 어떠십니까?”

“김민준 소위님! 이병 때부터 경이로운 속도로 진급을 해 오셨는데, 그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도심에서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빠른 속도로 대처할 수 있으셨던 이유가 뭔가요?”

카메라와 함께 마이크를 가까이 들이대는데, 그 수가 상당하다.

‘마이크로 얼굴 그냥 덮어 버리겠는데.’

적당히 내치고 들어가 버리면 되겠지만, 상대는 민간인이다.

위병소 앞에서 대놓고 저러고 있는걸 보면 공식적으로 허가를 받았겠고.

위병소에서 근무하는 헌터들이 이쪽을 바라보기만 하는 걸 보면 그렇다.

‘뭐지. 헌터 본부는 이런 쪽으로 굉장히 폐쇄적이지 않나?’

적당히 대답해 주며 입구로 향하는데 기자들이 입구 안쪽까지 따라왔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더니, 헌터 본부에서 이례적으로 취재를 허락해 준 것이다.

김민준 소위에 대해서만 취재를 하는 조건으로 말이다.

‘워우. 의외로 합격 인원이 적은데?’

집합 장소에는 60명 정도의 소위만이 도착해 있었다.

작년 승격 시험의 합격 인원을 생각해 보면 꽤 적은 숫자였다.

‘그만큼 이번 시험이 어렵긴 했지.’

소위들의 얼굴을 슥 훑어보는데, 아는 얼굴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민준아! 여기!”

승격 시험에서 친해진 이유나였다.

“어. 너도 붙었네.”

“난 아슬아슬하게 붙었지 뭐. 와. 근데 그거 충무 무공 훈장이야? 대박….”

어느새 자신의 곁으로 온 그녀가, 가슴팍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다른 소위들도 실물은 처음 본다며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잠시.

멀리서 소위 한 명이 걸어왔다.

“저 사람은… 마석두 아닌가?”

“맞네. 대위에 의무 장교였던 사람이었네.”

“얼마 전 이중 던전 공략에서 2계급 강등당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재교육까지 받나 봅니다.”

“쯧. 얼마나 개판을 쳐 놨으면 양성 교육을 다시 받아?”

이중 던전에서 트랩을 건드려 일원들을 위험에 처하게 한 헌터, 마석두였다.

당연히 그 일에 대해 모르는 헌터는 없다.

각 부대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예시를 작성해, 병사들에게 교육 자료로 활용할 정도였으니까.

‘이야.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다? 이런 우연이 다 있나.’

김민준이 마석두 소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혹여나 싸움으로 번질까 싶어 다른 소위들이 우려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야! 마석두! 오랜만이다?”

오히려 활짝 웃으며, 김민준 쪽에서 인사를 건넨 것이다.

“뭐? 마석두? 미쳤냐?”

마석두 소위는 그 말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강등당해서 같은 계급이 되었다 해도, 짬이란 게 있다.

다짜고짜 반말을 툭툭 던지니 기분이 상할 수밖에.

“야. 같은 소위라고 해도 새끼야. 짬이 있지. 다시 말해 봐.”

“뭐라고? 대위에서 2계급 강등당한 찐따라 안 들리는데?”

“이 새끼가 정신이 나갔나.”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으르렁거리는 모습.

그래 봐야, 자신에게는 아무 위협도 되지 않는다.

“야. 석두야. 짬 대우를 해 줄 만해야 해 주지. 분대 하나 전멸시킬 뻔했으면서. 내 말 맞지?”

녀석의 어깨에 손을 얹은 뒤, 활짝 웃어 주었다.

“2계급 강등에 군기 교육대. 거기다 장교 양성 교육 다시 받는 거 정도로 끝나는 게 다행인 거 아니냐? 나 없었으면 누구 하나는 죽었을 텐데?”

“큭….”

“아. 의무 장교가 괜히 사기가 아니라니까. 이병도 안 하는 실수를 무려 대위가 했는데, 그걸 봐줘? 고졸은 서러워서 살겠나.”

이어지는 말에 마석두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저 이죽거리는 놈에게 주먹이라도 한 방 날리고 싶었지만, 그럴수록 본인만 손해였다.

거기다 놈의 계급은 어느새 소위.

이전까지만 해도 중사였는데, 소위를 달았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데… 가슴팍에는 훈장까지 달려 있다.

그 받기 힘들다는 훈장 말이다.

‘여기서 대응하면 내가 손해다.’

저 괴물 같은 진급 속도를 보면, 놈이 곧 중위를 다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반면, 자신은 2계급 강등이라는 엄청난 징계를 먹어 진급은 멈춰 있을 것이고.

그냥 가만히 인내하는 게 정답이었다.

“마석두 소위랑 같이 교육받게 될 줄이야. 이거 너무 설레는데?”

김민준은 교육관이 오고 나서야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얼마나 놀렸으면, 마석두의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라 있었다.

“민준아… 힘들었겠다….”

“저놈이 괴롭히려 하면 저한테 말해 주세요. 제가 막아 드리겠습니다.”

“참나. 저 정도의 사고를 치고 불명예제대 안 당한 게 신기하다니까. 의무 장교가 아무리 귀하다 해도 그렇지.”

이유나와 다른 소위들이 신경 쓰지 말라며 위로를 해 온다.

괴롭힌 쪽은 오히려 자신인데 말이다.

‘교육 기간 동안 재미 좀 보겠는데.’

산뜻한 기분을 만끽하는 것도 잠시.

“다들 주목.”

“주목!”

“지금부터 교육을 시작할 건데, 시작하기에 앞서 교육생들에게 교재를 지급하겠다.”

교육관이 소위들에게 책을 건네주었다.

군사학 개론, 군사 이론, 지휘 통솔론, 군사 교육학, 헌터 무기 체계 등등….

땔감으로 써도 이틀 정도는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의 권수였다.

“3일 주겠다.”

교육관은 3일 안에 이 안에 있는 내용을 완벽히 숙지하라고 말한 뒤 자리를 비웠다.

“…….”

“뭐지?”

“장교 양성 교육은 원래 이렇게 하나?”

사관학교 출신들이야 그러려니 하는 표정이었지만, 상사였던 소위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럴 수밖에.

저 많은 책들을 무슨 수로 3일 만에 공부하겠는가.

사관학교 출신들이야 이미 다 배운 내용들이라 수월하겠지만, 상사 출신들에게는 버거웠다.

‘장교 양성 교육 기간은 14일이라고 했지.’

확실히.

14일이라는 시간은 짧다.

하사라면 모르겠지만, 교육 대상이 소위다.

한 소대를 이끌 능력을 갖춰야 하는 소위 말이다.

때문에 받아야 하는 교육만 해도 가뿐히 두 자릿수가 넘어갔다.

‘무식하긴 해도 저 방법이 제일이긴 하지.’

소대장이 흔들리면, 소대도 흔들린다.

고개를 끄덕이며 책을 들어 올렸다.

다만.

이론 공부를 위해 후다닥 독서실로 향하는 소위들과는 달리,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민준아. 너 바로 공부하러 안 가? 그쪽은 단련실 가는 방향인데?”

이유나의 의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해 주었다.

‘야. 너 지금 어딨냐.’

나한테는 비장의 방법이 있거든.

**

다른 교육생들이 잠자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이론 공부에 몰두할 때.

“여기 단련실 시설 죽이는데. 역시 헌터 본부.”

김민준은 단련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엄청난 분량의 책들이야 별 상관없었다.

스슥. 스슥.

소환수인 나이트 워커가 머릿속으로 정보를 전달해 줬으니까.

다른 교육생들이 보면 허탈함을 느끼겠지만, 어쩌겠는가.

자신이 뛰어난 흑마법사일 뿐인데.

“영구 기관이나 단련해야지.”

눈을 감고, 차분히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스킬 사용으로 인해 얼마 전까지 기능이 멈춰 있던 스텟이다.

더욱 신경을 써서 운용했다.

‘슬슬 마기가 필요하긴 해.’

현재 자신의 마기 스텟은 50.

꽤 만족할 만한 수치긴 하지만, 아직 멀었다.

잠겨져 있는 스킬은 여전히 많다.

던전 및 게이트 공략의 난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이를 인지한 국방부가 특수 무기를 개발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따라잡기는 힘들 터.

‘지금까지는 소환수의 능력과 김서현의 마안으로 대처를 해 왔지만, 그게 안 먹힐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 둬야겠지.’

이봉구가 이리저리 마기를 찾고는 있지만, 딱히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한국도 그렇고.

다른 해외도 그렇고.

지구에서 마기를 찾는 것은 그만큼 어려웠다.

‘그렇다면 기댈 곳은 던전의 이레귤러 몬스터나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인데….’

교육 기간 도중 마기를 잔뜩 머금은 몬스터가 나와 주면 베스트겠지만, 그런 일은 드물다.

‘아니면 날 잡아서 아이템이라도 미친 듯이 찾아볼까.’

그렇게 생각에 빠진 도중.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서현이 보낸 문자였다.

“응?”

뭔가 싶어 확인해 보니, 마안이 보여 준 예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지금까지 많이 빗나갔다고 했으니까, 이번 건 가능성이 좀 있겠는데.”

예지의 내용은 총 10가지.

그중 터무니없는 걸 제외해 보면 3가지 정도로 좁혀진다.

1. 앞으로 1시간 뒤. 헌터 본부에 게이트가 생성된다.

2. 앞으로 10시간 뒤. 헌터 본부 근처의 던전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다.

3. 앞으로 20시간 뒤. 헌터 본부의 위병소 앞에서 게이트가 생성된다.

“오케이. 이 정도야 껌이지.”

어느 쪽이든 1분 안에 대처 가능한 예지들이다.

이왕이면 강한 놈이나, 마기를 잔뜩 품은 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슬슬 가 볼까.”

본격적인 교육을 받으러.

**

간단한 필기시험을 치른 후, 바로 실기 교육으로 넘어갔다.

현재 교육생들이 위치한 곳은 실기 교육장.

“지금부터 교육생들은 분대장이 되어 각 분대를 이끈다! 본래 같으면 하나의 소대를 이끌어야 하겠지만, 보유한 훈련용 로봇이 많지 않다.”

잠시 후.

소위들 앞으로 병사 역할을 맡은 인간형 로봇들이 하나둘 걸어들어왔다.

머리에 쓴 전투모를 보면 이병부터 일병, 병장까지 계급이 다양하다.

‘훈련에 로봇을 쓴다고?’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지만, 훈련으로 로봇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했다.

한국의 과학 기술 발전 속도가 상당하다고는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저렇게 돈을 쏟아부어도 던전에는 못 들여보내는 게 문제긴 하겠네.’

다만.

개발한 로봇은 훈련용 말고는 사용할 곳이 없었다.

움직임이 뻣뻣하고 느리기도 하고, 던전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제어가 안 된다고 하니까.

“교육생들은 예비로 편성된 분대를 통해, 지휘란 어떤 것인지 익힐 수 있도록 한다!”

교육이 시작되었다.

지금부터 소위들은 분대원들을 지휘해 상대 분대를 전멸시켜야 한다.

일대일로 행해지는 대전.

교육생들이 의욕적인 눈빛으로 순서를 기다렸다.

‘여기 성적이 높으면 진급 점수 가산점을 준다고 했지.’

그뿐만이 아니다.

교육이 끝난 뒤, 성적을 종합해 근무지를 고를 수 있다.

자신이야 이미 오고 간 말이 있기에, 다른 부대를 고르지는 않겠지만.

“교육생들 중, ‘나는 이 교육생과 꼭 대전해 보고 싶다!’ 하는 교육생 있나?”

대전표를 작성하던 교육관이 문득 입을 열었다.

본래 하지 않는 말인데, 아무래도 저 멀리 떨어진 기자들이 부추긴 듯했다.

‘좋지. 그럼 난 바로….’

김민준이 손을 들기 전.

마석두가 재빨리 손을 들어 올렸다.

“소위 마석두! 김민준 교육생과 대전해 보고 싶습니다!”

“좋다. 그럼 김민준 교육생과 마석두 교육생은 바로 준비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보란 듯이 조소를 날리는 마석두.

뻔하다.

저 멀리서 기자들도 촬영하고 있겠다, 수치스러운 패배를 안겨 줄 목적일 것이다.

‘고맙게 내가 할 말을 네가 대신해 주네?’

어떡하냐?

박살 나는 건 너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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