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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20화 (120/212)

120. 소위로 간다-4

[심연을 머금은 어둠의 속박 효과가 발생합니다.]

[대상을 일정 시간 동안 강하게 속박합니다.]

쿠웅!

거대한 덩치의 다크 카우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힘이라도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까지라면 다행인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스스스스스.

놈의 목을 휘감은 채찍에서, 거무스름한 오러가 넘실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

그 장면을 목격한 모든 헌터들이 눈을 몇 번이고 비볐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법한 장면을 보게 되었으니.

‘뭐야. 이거 너무 눈에 띄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지만, 김민준은 채찍을 거두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려 사단장에게 받은 인증 마크를 달고 있다.

누가 이의를 제기해 온다면 인증 마크를 보여 주면 될 뿐이었다.

물론 아이템의 능력으로 복사한 것뿐이었지만, 들킬 일은 없을 터.

그것보다, 넘실거리는 검은 오러.

이 오러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다크 카우의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이거 졸라 멋있잖아.’

멋있다.

무기의 효과를 확인하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이 정도면 무기가 약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 내 정신 좀 봐. 적당히 해야지.’

심연을 머금은 어둠의 멋있는 이펙트에 잠시 한 눈이 팔렸다.

재빨리 채찍을 거두어들이고, 무기 손잡이에 힘을 실었다.

아직 시험해 볼 게 하나 더 남았기에.

‘풀 파워 한번 때려 보자고!’

손에 착 달라붙는 무기.

과연, 무기 자체는 얼마나 강할까.

푸화악!

“…….”

“어?”

“뭐, 뭐냐?”

예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놈의 머리통만 터져 나갈 줄 알았는데, 몸 전체가 풍선 터지듯이 터져 버린 것이다.

그 덕에 다크 카우의 피와 살점들이 시험장 내부를 뒤덮었다.

안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 피를 뒤집어쓰게 되었고.

“1, 1조. 통과! 잠시 시험을 중지하도록 하겠다!”

한동안 침묵을 유지하던 시험관이, 급히 어디론가 연락했다.

그럴 수밖에.

저 몬스터가 어떤 몬스터인가.

훈련용 몬스터로의 역할을 50년 이상 해 줘야 하는 놈이었다.

그 정도로 많은 돈을 퍼부은 놈이었는데….

김민준이 그걸 한 번에 박살 내 버렸으니.

‘미치겠네. 살다 살다 강화한 다크 카우를 한 방에 박살 내 버리는 헌터가 있다고?’

시험관의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

조금 전 나타난 시꺼먼 오러도 그렇고.

김민준 중사의 예상 밖의 힘도 그렇고.

보고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상황 대처 훈련의 훈련 취지는 이런 게 아닌데….’

4명의 시험생들을 1조로 묶은 것과, 강한 몬스터를 투입시킨 것.

이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시험생들의 협동 능력과 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지, 몬스터를 때려잡는 시험이 아니라는 말이다.

‘미치겠군. 이걸 어떻게 보고하라는 건지.’

시험관들이 자리를 비웠다.

당연히 시험은 일시적으로 중지.

시험생들에게 예상치 못한 휴식 시간이 주어지게 되었다.

“어, 김민준 중사라고 했나? 방금 그거 도대체 뭔가?”

“전 확실히 봤습니다! 채찍에서 검은 안개 같은 게 생겨나서 다크 카우를 옭아매는 거 말입니다!”

“김민준 씨가 휘두르신 그 채찍이요! 그거 아이템 아닌가요? 구경 좀 할 수 있을까요?”

시험생들이 김민준에게 우르르 몰려들었다.

방금 보여 준 압도적인 실력.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수준의 광경.

휘두른 채찍이 아이템이 아니라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기에.

“아이템이긴 한데, 최하급 등급을 가진 채찍입니다. 사단장님께서 특별 주문해 주셨고요.”

안 보여 줄 이유가 없었기에, 순순히 채찍을 건네주었다.

‘당연히 저 채찍은 개쩌는 아이템이지만, 들킬 리가 없지.’

심연을 머금은 어둠은 자신에게 귀속된 상태.

거기다, 시스템이 보여 주는 아이템 정보는 다른 헌터들에게는 떠오르지 않을 테니까.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이전부터 시스템이 자신만을 차별하고 있었다.

차별이라기보다는, 특별 대우에 가깝긴 하지만.

“뭐냐. 이거 진짜 그냥 채찍인데?”

“소재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군용 채찍이랑 별 차이도 없네.”

“사단장님 인증 마크가 박혀 있는 걸 보면 김민준 중사의 말이 맞구만.”

시험생들은 그가 사용한 채찍이 별것 없는 아이템이라는 말에 놀랐다.

그럼 도대체, 방금 일어난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저 인증 마크가 박혀 있는 이상 설명을 더 요구할 수도 없고.

“다들 주목!”

그들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시험 일정이 변경되었다! 시험생들은 지금부터, 배정된 생활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어?”

“휴식?”

“사, 살았다!”

김민준이 훈련용 몬스터를 터트려 버린 탓에, 일정이 비어 버리게 된 것이다.

그게 휴식으로 이어지게 되었고.

“김민준 중사! 사실 아까부터 잠 와서 쓰러질 것 같았는데, 고맙다!”

“덕분에 시험 붙을 수 있겠는데? 나이스다!”

상사들은 크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해 왔고, 후보생들 역시 머리까지 숙여 가며 감사를 표했다.

이미 그들의 머리에서 조금 전의 일은 날아가 버린 듯했다.

최소한의 휴식 시간을 제외한 강행군.

실력 있는 헌터라 한들, 피로가 쌓이게 되는 건 당연했으니.

**

“워우. 헌터 본부 시설 끝내 주네.”

김민준은 휴식 시간을 받자마자 오락 시설로 향했다.

시험생 대부분이 임시 생활관에서 곯아떨어졌지만, 그는 딱히 피로가 쌓이지 않았다.

마기를 되찾고, 스텟이 예상 이상의 속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때문에 하루에 1시간만 자도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이야. 모니터 큰 거 봐라. 던파 할 맛 제대로 나겠네.”

PC방도 한 수 접고 들어갈 듯한 훌륭한 시설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응?”

그의 시선이 자연스레 한곳으로 향했다.

그 빈자리의 모니터에는, 90개에 달하는 게임 캐릭터들이 대기 모션을 취하고 있었다.

“이야… 제대론데. 이 많은 걸 육성하려면 돈이랑 시간을 미친 듯이 퍼부어야 할 텐데.”

화면을 가득 채운 근육질의 남성들.

‘취향 한번 특이하네.’라고 생각하던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민준 씨? 거기 제 자리예요.”

같이 승격 시험을 치르고 있는, 이유나 후보생이었다.

“제가 던파를 좀 좋아하거든요. 김민준 씨도 게임 하시죠?”

“그렇죠. 저도 던파 하러 왔거든요.”

“정말요?”

그 말에, 이유나가 환하게 웃었다.

묻지도 않았는데 게임에 대한 설명까지 한다.

도트를 찍어 내는 기술이 너무 예술적이라 끊을 수가 없다느니.

나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이펙트에 눈을 호강한다느니 등등.

얼마나 저 게임을 좋아하는지 자연스레 느껴질 정도.

“아.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친구 신청해도 될까요? 가끔씩 던전이라도 같이 돌면 재밌을 것 같은데… 물론 게임에서요.”

그녀는 한동안 재잘대다가 조심스럽게 질문해 왔다.

자기 할 말만 너무 했나 싶어, 무안한 듯 웃기까지.

김민준은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오늘부터 우린 친구다.”

이런 인재를 놓칠 수는 없지.

**

“오늘이 회의 며칠 차지?”

“3일하고 3시간째입니다!”

헌터 본부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후우…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밤새우는 게 슬슬 힘들구만.”

“체력 단련 좀 해야겠어.”

이중 던전의 일부터 시작해 훈련용 던전에서 게이트가 발생한 것.

그 게이트에서 간부 1명과 병사 1명이 고립된 것.

게이트에서는 초재생 능력인지 뭔지, 터무니없는 특수 능력을 가진 이레귤러 몬스터가 출현한 것.

그 몬스터를 처치해 버린 김민준 중사.

이전의 회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새로운 안건이 들어온다.

거기에는 김민준 중사가 무조건적으로 속해 있었고.

때문에 장성들은 요 며칠간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허허. 참….”

“이 친구. 보면 볼수록 인재인 것 같습니다.”

장성들은 보고서와 PPT를 확인해 가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중 던전에서는 보스 몬스터라는 개체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영관급 장교가 쩔쩔매는 놈을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그곳에서 의무 장교가 건드린 트랩 역시, 혼자서 대처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입이 절로 벌어질 수준.

그러나, 그의 활약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얼마 전 초기화형 던전에서 발생한 게이트.

그곳에서 무려 3일 동안 버티며 몬스터를 처치하기까지.

이쯤 되니 별들이 그에게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었다.

“보스 몬스터라는 놈의 샘플까지 확보해 오고 말이야.”

“거기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장교 승격 시험. 모든 항목이 만점이라고 한다. 상황 대처 능력에 사용되는 다크 카우를 채찍 한 방에 풍선 터트리듯이 터트려 버렸고.”

“그놈을 말인가?”

“그 거대한 놈을 한 방에? 허… 보고도 믿지 못하겠는데.”

대화가 이어지기도 잠시.

장성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 기회를 이용해야 할 때다.”

뭔가 싶었더니 들끓고 있는 여론을 가라앉혀야 한다는 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게이트의 발생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시민들이 불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일 전 발생한 게이트에서는 민간인 2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고.

이 이상 폐쇄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위험하다는 지적이었다.

“기회를 이용하다니. 어떻게 말인가?”

다들 그 말에 동의하는지, 반론은 없었다.

의견을 낸 장성이 천천히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뱉었다.

“곧 소위로 진급하는 김민준. 거기에 훈장 하나 달아 주고 기사를 내보내는 거지. 뉴스에도 몇 번 나온 얼굴이라 더욱 반응이 뜨거울 테고.”

“일단 그것으로 여론을 덮자는 말이군. 좋아.”

“훈장이야 진작에 줘야 하긴 했지. 그만한 일은 몇 개나 해냈는데.”

회의가 계속 이어졌다.

김민준이 소위로 진급하는 날.

그날, 훈장까지 수여되는 것이 확정되었다.

**

5일에 걸친 장교 승격 시험이 끝났다.

이제는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다들 고생 많았습니다!”

“합격하실 겁니다! 파이팅!”

시험을 치른 헌터들이 가볍게 인사를 나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같이 고생했으니, 정이 들만도 했다.

“민준아. 나 합격하고 너네 부대 갈게.”

“상관없는데, 우리 부대 빡세다. 괜찮겠냐? 너 성적도 좋다며.”

“엉. 대신 진급 빠르잖아. 너도 있고.”

“그러냐? 나야 괜찮지.”

“꼭 갈게!”

김민준과 이유나는 그사이 특히 친해졌다.

같은 공감대가 있기도 했고, 성격 또한 잘 맞는 편이었으니.

“아… 졸라 부럽네.”

“쟤네들은 왜 저렇게 친해졌냐?”

“이게 나라냐.”

헌터들은 김민준을 살포시 끌어안는 이유나를 보며, 처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험 기간 중 유일한 여후보생이다 보니 이리저리 말을 걸었다.

실력도 좋고, 외모 역시 혹할 정도.

거기에 성격까지 좋아 보여, 친해지려고 한 행동이었다.

물론 돌아오는 건 철저한 벽이었지만.

“후… 이번 주말에 소주 한잔 어떠십니까?

“좋죠.”

그렇게 다들 본래 복무하던 부대로 복귀했다.

“민준아!”

“충성! 중사 김민준. 장교 승격 시험을 마치고 복귀….”

부대에 도착하자.

보고를 마치기도 전에, 김철민 중위가 자신을 소대장실로 끌고 왔다.

저 들뜬 표정.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민준아! 너 곧 엄청난 거 받는다!”

“그게 뭡니까?”

이어진 김철민 중위의 말에 김민준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예상외의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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