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13화 (113/212)

113. 고립-1

스스스스스.

훈련용 던전 안에서 게이트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던전이 변화합니다.]

[던전의 입구가 닫힙니다.]

그 영향으로 인해, 던전에게까지 변화가 나타났다.

마치 폐쇄형 던전처럼, 입구가 막히기 시작한 것이다.

“빨리 나가 빨리!”

“제대로 못 걷는 애들은 어떻게든 부축해서 나가!”

“이 악물고 밖으로 달려라!”

감독관들은 지친 헌터들을 이끌며, 던전 밖으로 이끌었다.

본래 매뉴얼대로라면, 게이트의 대처가 먼저다.

다만, 현재 헌터들은 마력검 훈련 때문에 상당히 지친 상태.

이 상태로 게이트에 대처해 봐야, 부상자만 늘어날 뿐이다.

“허억… 헉….”

“하악… 도, 도저히 못 뛰겠습니다….”

쌩쌩한 헌터들이었다면, 던전 밖으로 나가는 데에 3분도 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타이밍이 너무 나빴다.

철저한 조사를 끝낸 지 얼마나 됐다고, 하필이면 초기화형 던전에서 게이트가 발생할 줄이야.

“몸에 힘 빼라! 내가 밖으로 던져 줄 테니까, 낙법 잘하고!”

“예, 예!”

“나 믿고 팔에 힘 빼!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감독관들 중, 누구보다 대처가 빨랐다.

지쳐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헌터들 위주로, 던전 입구를 향해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힘 스텟이 높다 하더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식하게 던져 버리면 헌터들이 부상당할 위험도 있었기에.

‘던전 입구가 막히기까지 2분 정돈가.’

좀 더 속도를 높였지만, 애초에 중대 규모가 던전에 들어와 있는 상태다.

모든 중대원들을 밖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힘들었다.

“야! 손은서!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밖으로 나가!”

“병장 손은서! 전 괜찮습니다! 이대로 나가면 다른 중대원들이 고립됩니다!”

비교적 쌩쌩한 손은서는 감독관들을 도와, 헌터들을 부축해 주고 있었다.

나가라고 해도 말을 안 들을 것 같다.

“닫히기 전에는 알아서 나가라! 알겠냐!”

“네!”

적당히 주의만 주고 시선을 돌렸다.

정신이 없다.

눈치껏 마기의 손아귀를 사용해, 다른 중대원들을 내보내고 있어도 그렇다.

‘아오. 사제나 마법사였으면 이럴 때 얼마나 좋아.’

대상을 보호하거나 이동시키는 스킬이 없다시피 한 흑마법사다 보니, 단순 무식한 방법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좋아! 감독관분들! 빨리 나와요!”

김민준과 감독관의 빠른 대처 덕분에, 중대원 대부분이 던전 밖으로 피신했다.

이미 입구의 70% 이상이 막힌 상태.

지금 저 상태라면, 몸을 날려야 간신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였다.

“김민준 중사! 빨리 안 나오고 뭘 하나!”

“거리가 너무 멉니다! 제가 여기 게이트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김민준은 진작에 밖으로 나갈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저건 내 거다.’

던전 안에서 발생하는 게이트.

그로 인해, 영향을 받아 변화하는 던전의 대처.

이것들을 해결하면, 실적 점수가 두 배였기 때문이었다.

“김민준 중사아아아!”

“네 몸도 생각하라고! 언제까지 병사들만 챙길 거냐!”

“그러다가 죽으면 끝이라고 끝!”

던전 밖에서 소리치는 감독관들.

걱정해 주는 게 고마워서, 일부러 비극을 맞이하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슬픈 표정을 지어 주었다.

“전 괜찮습니다.”

“버텨! 버티기만 해! 싸울 생각은 하지 말고!”

“입구는 어떻게든 뚫을 테니까, 끝까지 버텨라!”

그게 잘 먹혔는지, 감독관 몇 명은 눈물을 글썽거렸다.

자신에게 영화배우의 소질이 있는 걸까.

쿠웅!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던전 입구가 막혔다.

“좋아. 완벽했다. 이대로 여기 다 부수고 나가면… 응?”

한쪽에서 기척이 느껴진다.

다른 곳에 신경을 쓰다 보니, 이제야 알아차렸다.

미처 나가지 못한 헌터가 있는 걸까.

“야. 너 여기서 뭐 하냐?”

기척이 느껴진 곳에는 손은서가 앉아 있었다.

알아서 나간다고 해 놓고 결국에는 고립된 것이다.

“…마지막에 다리를 심하게 접질린 후임이 있어서. 걔 내보내 주다 보니까, 이렇게 됐네.”

머쓱한 듯이 웃는 손은서를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저 녀석을 탓하겠는가.

“그래도 뭐. 그 짧은 시간에 2명 빼고 다 탈출했으면, 엄청난 성과 아니냐?”

갑작스럽게 발생한 변수치고, 대처 속도가 빨랐다.

물론 자신이 무식하게 헌터들을 던져 댔기 때문이었지만.

“넌 속도 편하다. 던전 안에서 게이트가 발생했는데. 안 무서워?”

“내가 다 때려 부술 건데.”

“하아… 너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다. 던전에서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게 무슨 의민지는 알아?”

태평한 자신의 대답에 손은서가 눈을 가늘게 떴다.

“당연히 알지.”

게이트는 일반적으로 던전 밖에서 발생한다.

던전 안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는 하지만, 드물다.

그 드문 상황이, 지금 일어났다는 것이고.

“던전 안에서 생기는 게이트는 저런 식으로, 몬스터가 바로 안 튀어나오거든. 던전이 먼저 변화하지.”

멀리 떨어진 지점.

작은 점처럼 보이는 게이트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흐물거렸다.

게이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

아직 아무것도 뱉어 내지 않은 상태에서는 딱히 뭘 할 수가 없다.

“거기다 여기는 초기화형 던전이라, 최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아이언 골렘을 처치한 지 10분쯤 지났나.

앞으로 20분 뒤면, 아이언 골렘이 다시 등장할 것이다.

게이트를 처리하기 전까지 계속.

“아이언 골렘들을 두들겨 패다가,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면 그것도 두들겨 패면 된다. 쉽지?”

“쉽기는 개뿔이. 그 짓을 언제까지 하려고. 아무리 너라도 지칠 수밖에 없어.”

“음. 한 달 정도 그러면 아무리 나라도 지치긴 하겠네.”

손은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어린애와 대화하는 기분이다.

거의 죽었다고 봐도 좋은 상황에, 어쩜 저렇게 태평한 건지.

“아이언 골렘이 불어나기 전까지 최대한 기척을 죽이면서 체력을 온존해야 해.”

“알아, 인마. 농담 한번 해 본 거야.”

김민준은 피식 웃으며, 몸을 숙여 등을 보였다.

업히라는 제스처와 함께.

“너 지친 거 다 안다. 빨랑 업혀라. 던전이 계속 변화하고 있으니까, 일단 뒤로 빠져서 지켜봐야지.”

“…알았어.”

손은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등에 업혔다.

방금까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상황 하나는 기가 막히게 파악하고 있었다.

‘이 자식은 도대체 정체가 뭐야.’

겉으로 보면 단순무식해 보이지만, 미리 일어날 일들을 생각해 최선의 행동을 하고 있다.

우선 게이트에서 멀어지는 것부터가 그렇다.

미리 달려드는 것보다,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것을 택한 것이다.

1년 차 헌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노련함이었다.

‘도무지 속을 알 수가 없네.’

변화하는 던전 안.

둘은 안전한 장소를 탐색해 나갔다.

**

-뭐? 훈련용 던전에서 게이트가 발생했다고? 이런 씨팔! 훈련 첫날부터… 빨리 인원 파악부터 해!

한편.

밖은 그야말로 난리였다.

1년이라는 기간을 거쳐 안전 확인이 끝난 던전에서, 게이트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예! 1대대와 2대대의 인원 파악이 끝났습니다!”

“병사들 대다수가 지쳤지만, 부상자는 없습니다!”

“2대대에 김민중 중사가 던전 안에 있는 상황입니다!”

중대장이니 소대장이니 상황 보고 때문에 정신없이 무전을 치고 있다.

-김민준 중사가 던전 안에? 망할. 마력 폭탄 준비해! 폭발 전문가들 부르고! 빨리!

대대장의 화난 듯한 음성이 멎기도 전, 4대대 4중대의 소대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

“대, 대대장님… 손은서 병장이 없습니다! 던전 안에 김민준 중사와 같이 고립된 것 같습니다.”

-뭐라고? 손은서 병장까지? 후… 미치겠군.

방금 같은 상황에서, 중대원 전원이 대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두 명 정도는 고립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하필이면 그 헌터가 손은서 병장이었다.

107사단 사단장의 딸, 손은서 병장 말이다.

-마력 폭탄은 내가 사단장님에게 직접 말씀드릴 테니까, 병사들부터 부대로 돌려보내!

“예, 예! 알겠습니다!”

대대장은 화를 낼 시간조차 없는지, 곧바로 무전을 끊었다.

사실 방금 같은 상황에서, 잘못한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감독관들의 대처는 능숙했으며, 병사들을 잘 통제한 편이었기에.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더군다나 군대 같은 집단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욕이 날아다니는 게 당연했다.

“하… 씨펄.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던전 안에서 게이트가 생겨? 그 많은 날 중에서, 하필 오늘?”

김철민 중위는 입구가 막힌 던전을 보며 혀를 찼다.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검증을 마친 만큼, 헌터들이 훈련하는 저 던전은 안전했다.

다만, 게이트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현재 기술로는 예측조차 불가능한 것이 게이트였으니까.

“던전 안에서 게이트가 나타나는 건 드문 편인데… 후. 골치 아프게 됐네.”

거기다 저 던전은 초기화형 던전이다.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오는 던전 말이다.

아이언 골렘들을 상대해 가면서,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까지 상대해야 한다.

헌터들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 중 하나일 것이다.

“아무리 민준이라도 저건 힘들 것 같은데… 제발 싸우지 말고 버텨만 줘라.”

**

김민준은 게이트 발생 지점에서 2㎞ 가까이 떨어진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몬스터가 기척을 못 알아차리는 것을 확인하고, 손은서를 내려 두었다.

“자. 물은 아껴 마시고, 전투 식량 먹어 둬. 딱 하나 가지고 있네.”

“난 괜찮아.”

“넌 그 상태로 길게 버텨 봐야 1일이야.”

“너는?”

“난 아무것도 안 먹고 한 달은 버틴다.”

“뭐래. 그게 사람이야? 괴물이지.”

투덜대면서도, 물과 전투 식량을 받아먹는다.

이미 그녀의 체력은 50% 이상 소모된 상태.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먹는 편이 옳다고 판단한 것이다.

“넌 사람이 너무 좋아. 헌터 기동 훈련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네 몸 좀 생각해라.”

“뭐? 그게 같이 갇힌 네가 할 말이야?”

“난 갇혀도 빠져나올 자신 있는데?”

누가 누구에게 훈수를 두는 건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김민준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결과로 다 증명해 주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이곳에서 상당수의 중대원들을 빼낸 것도 김민준이었다.

“다른 사람이랑 갇혔으면 포기했을 거 같은데, 너랑 있으니까 죽을 거 같지는 않네.”

“당연한 걸 말하냐? 아니지. 오히려 잘됐어. 게이트를 없애고 사단장의 딸까지 구출하면 보너스 점수가 얼마야.”

“그걸 내 앞에서 대놓고 말하는 거야? 어이가 없어가지고.”

손은서가 얕게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여유로운 놈을 보니, 던전에 고립된 것 같지도 않았다.

“난 불어나는 놈들 처리하고 있을 테니까, 도저히 못 버티겠다 싶으면 이거 먹어라.”

그녀에게 영혼석을 하나 넘겨주었다.

현재 체력과 영혼석까지 생각해 본다면, 3일 이상은 여유롭게 버틸 터.

“야. 잠깐만. 이게 뭔데. 야!”

손은서가 대답도 하기 전, 그의 모습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신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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