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12화 (112/212)

112. 초기화형 던전

“예. 그렇습니다.”

“내가 가기 전에, 사랑을 듬뿍 담아서 굴려 준다.”

“…잘 못 들었습니다?”

떠들썩한 분위기가 금세 사그라들었다.

“야. 4일 뒤에 훈련… 그거 아니냐?”

“마력검 실전 훈련이잖아.”

“…조졌다.”

헌터들이 4일 뒤에 하는 훈련은 바로, 마력검 실전 훈련.

그동안 훈련했던 마력검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온종일 던전에서 살아야 한다.

살려 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한 훈련이라는 말이다.

‘그거에 대비한 훈련을 한다는 건….’

‘뭐긴 뭐야. 토할 만큼 굴리겠다는 거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민준 중사님의 체력 단련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얼마 전, 생활관 TV로 헌터군 특수 부대의 훈련 영상을 시청한 적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 훈련을 받고 싶은 정도였다.

“난 강제로 안 시킨다. 받고 싶은 놈들만 따라와. 그런데, 내가 소대장 되고 뒤처지는 애들이 있으면 마음에 안 들 것 같은데….”

“큭… 가겠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분대원들에게 선택의 여지란 없었다.

김민준이 2분대의 소대장을 맡게 된다고 했으니, 그의 심기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훈련 성적에 민감하시니까.’

‘소대장이 스트레스 엄청 받는다던데, 김민준 중사님이 화나시기라도 하면….’

분대원들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그의 특별 지도에 참가했다.

**

“죽겠다….”

“나 못 일어나겠다. 나 좀 일으켜 줘라.”

“온몸의 근육이 떨린다.”

“나… 지금 떨고 있냐….”

4일이 지나고, 훈련 당일.

기상나팔이 울려 퍼지자, 분대원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났다.

헌터 기동 훈련에 이어 혹한기 훈련까지 버텨 낸 그들이다.

하지만, 김민준의 특별 훈련은 앞의 훈련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였다.

“어떻게 기절하기 전까지만 딱 굴릴 수 있으십니까….”

“전 그렇게 안 오르던 체력 스텟이 4일 만에 3이나 올랐습니다….”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특별 체력 단련에 참가한 분대원 전원의 체력 스텟이 올라갔다.

김민준의 단련 방식은 무식한 만큼 확실한 효과를 자랑했다.

“사실 강도를 더 세게 할까 고민했는데, 그랬다간 누구 하나 숨넘어갈 것 같아서 참았다.”

“허….”

“어우.”

공포감에 머리를 젓는 분대원들.

“잘해 봐라. 그동안 마력검 밥 먹듯이 휘둘렀는데, 훈련 점수 빵빵하게 받아야지.”

피식 웃으며, 열심히 해 보라고 말한 뒤 생활관을 나섰다.

저놈들이 연병장으로 나오려면 10분 이상은 걸릴 것 같았기에.

“김민준 소위님! 2계급 특별 진급 축하드립니다!”

“이제 소대장 하시는 겁니까? 이제 와서지만, 진급 속도 정말 장난 아닌 것 같습니다!”

연병장으로 나오자, 헌터들이 진급 축하 인사를 건네왔다.

진작에 다른 대대까지 소문이 퍼진 듯했다.

“나 아직 중사야 자식들아. 교육받고 임관돼야 소위다.”

적당히 인사를 받아 주던 와중, 손은서와 눈이 마주쳤다.

그동안 최소한의 시간을 제외하고 단련에만 집중했다고 했나.

피로가 많이 쌓였는지 눈이 퀭하다.

갑자기 장난기가 돌아, 녀석을 향해 입을 뻐끔거렸다.

‘난 이제 곧 소위 다는데, 넌 하사 언제 달래?’

‘…갑자기 왜 또 시비야? 미쳤어?’

‘아. 이번에 승격 시험 되게 까다로워졌을 텐데. 마력검 때문에 힘들겠네.’

‘아오! 저걸 진짜!’

죽일 듯이 쏘아보는 시선에,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역시 손은서는 놀리는 재미가 있다니까.

“금일 오전 8시부터, 마력검 적응 훈련을 시작하겠다!”

시간이 지나고, 오전 8시.

중대장의 전달 사항과 장비 점검이 끝나고, 훈련이 시작되었다.

다른 훈련 일정을 뒤로 미루면서까지 새롭게 추가한 훈련이다.

그만큼, 헌터들에게 있어 중요한 훈련이었다.

“보호 슈트 점검한 뒤, 1대대 1중대부터 던전 안으로 들어간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감독관들이 동행하니, 너무 긴장하지 말도록.”

“예!”

“알겠습니다!”

헌터들은 보호 슈트를 착용하고, 마력검 하나만 들고 던전에 들어간다.

오직 마력검을 다루는 능력만을 보겠다는 이야기다.

‘초기화형 던전이면 훈련하는 데 딱 좋긴 하네.’

초기화형 던전.

이름 그대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출현하는 던전이다.

그야말로 훈련 용도에 적합한 던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던전을 왜 이제 사용하냐고 한다면, 조사 절차가 까다로워서였다.

초기화형 던전은, 다른 던전과는 달리 던전 클리어 개념이 없다.

때문에, 몬스터가 쏟아져 나오는 순간에도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고작 1년 전 출현한 형태의 던전이다.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더욱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위장형 던전이니 이중 던전이니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자꾸 나오고 있으니까. 그만큼 공을 들였다는 거겠지.’

마력검 적응 기간을 그만큼 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네.

“김민준 중사는 감독관을 맡도록.”

“중사 김민준. 알겠습니다.”

몬스터를 마음껏 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감독관 역을 해 달라는 중대장의 지시가 있었다.

이미 마력검 실력은 입증된 상태고, 소위로서의 진급까지 확정된 상태니, 굳이 훈련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 뒤따랐다.

살짝 아쉽지만, 괜찮다.

그 대신, 전 대대원들의 실력이 어떤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이곳의 초기화형 던전에서 출현하는 몬스터는 아이언 골렘이다! 던전에 입장한 중대원들은, 감독관의 별다른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마력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예!”

아이언 골렘이라.

마력검 훈련 대상으로는 딱 좋다.

무식한 방어력을 자랑하는 중하급 난이도의 몬스터지만, 움직임이 더럽게 느리고 공격력도 약했으니.

“그럼 1대대 1중대부터 입장할 수 있도록!”

훈련이 시작되었다.

1중대가 던전 안에 들어가고, 뒤에 김민준을 포함한 감독관 10명이 뒤따랐다.

훈련 목적으로 처음 이용하는 던전이다 보니, 많은 감독관을 배치하게 된 것이다.

[초기화형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10분 간격으로 아이언 골렘 10마리가 출현합니다.]

다른 던전과는 다르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친절하게 언제, 몇 마리가 나타나는지 알려 주었다.

“훈련한 대로 대열 만들어! 도저히 검을 못 쥐겠다 싶으면 바로바로 대열 뒤로 빠진다! 알겠나!”

“예!”

소대장들의 지시로 검을 뽑은 뒤, 대열을 만드는 헌터들.

스걱! 서걱!

그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아이언 골렘을 별 힘들이지 않고 베어 냈다.

‘오. 그동안 빡세게 굴렸다고 들었는데. 전체적으로 많이 늘었는데?’

약 10분 동안 이어진 전투.

30마리의 아이언 골렘은 깔끔하게 조각났다.

‘마력검 개발 하나는 확실하게 했네. 저 철 덩어리들이 쑥쑥 잘리는 게.’

마력검이 없었다면 마력탄을 꽤 잡아먹었을 몬스터들이다.

탄 소모 없이 저놈들을 잡았다는 건 의미가 크다.

비싼 마력탄을 아끼게 되면, 당연히 탄이 남아돌 것이다.

남아도는 마력탄은?

마력탄이 불가피하게 많이 필요한 던전이나, 상황에 사용하면 되고.

‘저게 1세대 마력검이고. 2세대 마력검은 이미 나한테 있단 말이지.’

대한민국의 기술 발전 속도에, 가슴이 절로 웅장해진다.

‘초기화형 던전이 아이템이랑 스텟 경험치만 줘도 최고의 던전일 텐데.’

초기화형 던전은 다른 던전들과는 다르다.

일반 던전은 몬스터를 처리하게 되면 스텟 경험치를 준다.

운이 정말 좋으면 아이템까지도.

하지만, 초기화형 던전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훈련을 위한 던전이라는 말이다.

‘신기하게 사람이 들어와야 몬스터가 나타나기도 하고.’

이런 특징들 때문에, 사용 허가가 떨어질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이다.

“1열! 2열과 바꿔!”

“거기 너!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했잖아! 넌 4열로 가라!”

“예!”

훈련은 1중대당, 1시간 간격으로 진행되었다.

무난하게 몬스터를 상대해 내는 중대가 있나 하면, 마력검의 숙련도가 떨어지는 중대.

체력이 떨어지는 중대도 있었다.

“허, 참. 하루 종일 마력검을 사용하라는 것도 아니고 중대 규모 기준으로 평가하는 건데 왜 이러냐.”

“1중대 기준으로 1시간 기준이 최소친데, 이걸 만족하는 애들이 반은 나오려나 모르겠네.”

감독관들은 전체적으로 헌터들의 기량이 부족하다며, 평가지에 선을 찍찍 그었다.

가차 없게.

‘훈련은 훈련이지.’

병사들에게 잘 대해 주기로 소문난 김민준 역시, 이런 부분에서는 봐주는 것이 없었다.

“다음! 2대대 1중대!”

“다음! 2중대!”

2중대원 역시 가차 없게 선이 그였다.

마력검 숙련도는 그럭저럭이지만, 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다만, 2소대 2분대는 예외였다.

김민준이 특별 단련시킨 2분대원들만은, 감독관들의 눈에 띌 정도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저놈들은 괜찮네. 대처 능력도 좋고.”

“지금까지 보던 놈들 중 체력이 가장 좋은데.”

그 말에, 김민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식들의 칭찬을 듣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걸까.

거기까지는 너무 나가긴 했지만, 기분이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지. 누가 단련시켜 준 애들인데.’

자신의 분대야 그렇다 치더라도, 2중대가 전체적으로 뒤처지는 건 사실이다.

쟤네 이번 훈련 끝나면 많이 혼나겠네.

“다음! 4대대! 4중대!”

훈련은 계속 진행되어, 어느덧 4대대.

손은서가 포함된 4중대의 차례가 왔다.

현재 시각은 새벽 2시지만, 이번 훈련은 모든 대대원들이 훈련을 마칠 때까지 계속 진행된다.

“허어… 영혼이 빠질 것 같다….”

“어우. 무박 4일도 거뜬한데, 마력검만 쓰면 이런다니까….”

던전 안에서 마력검을 장시간 휘두르다 보니, 대부분의 헌터들이 지친 상태.

이 정도 수준이라면, 실전에 써먹는 건 무리다.

적어도, 6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이건 헌터 본부가 너무 급했네. 우리 부대가 그렇게 널널한 편도 아닐 텐데.’

악명 높은 훈련 강도를 자랑하는 무적 헌터 부대가 이 정도면, 다른 부대는 말할 것도 없을 터.

‘위에서 평가지 보고 알아서 판단하겠지 뭐.’

김민준은 크게 하품을 했다.

훈련을 시작하고, 16시간.

자신이 한 일이라고는 헌터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과, 평가지를 작성하는 것뿐이었다.

‘행정병들은 매일 이런 일을 한다고? 대단하네.’

행정병들이 들었다면 어이없어했겠지만, 역시 자신은 몸으로 뛰는 쪽이 편했다.

재밌기도 하고, 시간도 잘 가고.

‘쟤네들이 마지막이네.’

4대대 4중대의 여헌터들 역시, 앞의 헌터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처음 30분은 그럭저럭 괜찮은 기량을 보여 주었지만, 그 이후부터는 급격하게 지쳤다.

‘오?’

다만.

손은서 병장만큼은 마력검의 일정한 오러를 유지하고 있었다.

서걱!

다른 중대원들은 마력검이 튕겨 나가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력검은 여전히 쑥쑥 들어갔다.

‘괜찮네.’

마력검 적응 능력이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사이 많이 늘었다.

1시간 동안 마력검의 오러를 유지한 병사는 없다.

그러나, 손은서는 가능할 것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띠링.

훈련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헌터들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건… 다들 던전 밖으로 나가라! 빨리!”

감독관들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안 좋은 상황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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