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11화 (111/212)

111. 개방

“스킬 해제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새로운 스킬이 생겨 버렸잖아.”

기분 좋게 메시지를 읽던 김민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잠깐만. 이건 봉인기 수준의 스킬이잖아.”

[일정 수준의 마기 스텟을 달성해, 역병의 저주(D)가 개방되었습니다.]

[부패가 강화됩니다.]

[부패의 비가 강화됩니다.]

[암흑 화살이 강화됩니다.]

[마기 채찍이 강화됩니다.]

스킬이 해제된 건 좋다.

어떤 스킬이든 없는 것보다는 있는 편이 나으니까.

다른 스킬의 등급이 올라간 것도 좋다.

다만….

역병의 저주는 적어도, 대한민국에서는 사용하면 안 되는 스킬이었다.

[역병의 저주(D): 지정한 위치에 역병의 저주가 담긴 씨앗을 심습니다. 씨앗은 환경에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자라기 시작합니다. 씨앗이 자라 성체가 되는 순간, 주위에 역병을 퍼트립니다.]

설명대로, 역병을 마구잡이로 퍼트리기 때문이다.

“스킬 등급이 D 정도 되면… 범위가 5㎞ 정도는 될 텐데.”

D등급이 이 정도의 범위다.

전성기 때의 역병의 저주는, 그야말로 재앙이었다.

수십 킬로미터는 우스울 정도의 범위와, 강력한 스킬 효과.

“사제들의 힐도 안 드니까. 이놈은 꽤 독하단 말이지.”

씨앗은 성체가 되면 기괴한 형태의 나무처럼 변해, 공기 중으로 역병을 살포한다.

이 점이 무서운 점이었다.

이 스킬에 맞은 놈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른 채 피를 토하며 죽어 갔으니.

“던전에서도 쓸 일은 거의 없겠는데.”

역병의 저주는 강력한 효과를 가진 스킬인 만큼, 상당한 양의 마기를 요구한다.

지금껏 모은 마기를 대부분 퍼부어야, 한 번 사용할 수 있을 정도.

“스킬 효과가 너무 강력해도 문제네.”

이세계에서는 좋아도, 이 땅덩어리 좁은 대한민국에서는 잘못 사용하는 순간 멸망의 길이다.

만일 사용할 일이 있다면, 던전 안에서만 사용하기로 했다.

‘상태창.’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86 민첩: 72 체력: 78 마기: 50 영구 기관: 18

보유 스킬: 부패(B), 나이트 워커(B), 암흑 화살(C), 마기의 특이점, 마기의 손아귀(C), 마기 채찍(C) 기본 둔기술(E), 기본 검술(D), 스트렝스(B), 민첩 강화(E), 고통의 채찍질(C), 부패의 비(C), 지옥귀 폭발(D), 악독한 돌진(C), 욕망의 마기(D), 체력 강화(E), 절망의 세계(D), 다크사이더(D), 역병의 저주(D)

‘좋아. 무난하네. 오히려 예상보다 빠르게 힘을 되찾고 있다.’

시스템 창을 뚫고 나올 듯한 기세의 스킬 목록들.

무난하게 성장 중인 스텟.

그리고, 새로운 스텟인 영구 기관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말할 수 있다.

‘몸 안의 마기는 50% 가까이 차올랐고.’

최근 들어 사용할 일이 없다 보니, 마기의 보유량도 여유롭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마기가 차오른다니.

새삼 느끼지만, 영구 기관은 자신에 한해서는 개사기 스텟이었다.

‘귀족 직업인 마법사 놈들이 이런 느낌이었나.’

뿌듯한 기분을 만끽하던 사이.

“김민준 님! 역병의 저주를 사용하실 수 있는 건가요? 정말 다행입니다….”

멀리서 자신을 지켜보던 김서현이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역병의 저주는 흑마법사들 중, 오직 김민준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강력한 스킬이다.

그 스킬이 해제되었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라고 판단한 것이다.

“힘을 완전히 되찾지 못하셔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안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불안정한 힘 때문에, 혹시라도 몬스터에게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봐 걱정되었단다.

그것도, 자신이 지구로 귀환한 그날부터 말이다.

참나.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건지.

“야. 이리 와 봐.”

“네? 네.”

가까이 다가온 김서현의 이마에 딱밤을 날려 주었다.

“윽!”

“넌 내 일에 대해서는 너무 진지해. 태평한 이봉구랑 반반 섞어 버리면 딱일 텐데.”

“이봉구….”

이봉구라는 말에 그녀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꽤나 충격받은 모습이었다.

그게 그렇게 심한 말인가?

“요즘 예지는 어떠냐. 보고할 만한 건 있냐?”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래? 그럼 됐고.”

특별한 예지라.

특별하다기보다는, 신경 쓰이는 예지가 하나 있긴 있다.

‘김민준 님이 소위를 달고, 교육을 받으러 간 곳에서 동기를 만나는 예지가 자꾸 나와.’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겨 버리면 될 것이다.

그러려고 했지만, 하필이면 그 동기가 여성이었다.

‘소위 주제에 김민준 님에게 불여우 짓을 해 대고!’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변덕쟁이 마안은 3분의 2가 거짓을 보여 준다.

김민준 님이 이성에 관심 있는 편도 아니고.

‘지금 김민준 님은 중사야. 한 번에 2계급이 올라가는 일은 잘 없어.’

자신 역시 이 예지는 거짓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어. 김민준이. 여기 있었네. 이중 던전 공략 다녀오자마자 또 단련실이냐? 독하다, 독해.”

“충성! 몸이 근질거려서 그렇습니다.”

“어련하겠냐.”

“충성!”

“어. 3소대 부소대장이지? 같이 훈련하고 있었나 보네.”

잠시 후.

김철민 중위가 들뜬 표정으로, 김민준을 찾았다.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김민준이. 놀라지 마라. 너 소위로 특별 진급 확정됐다.”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는 무슨! 이놈아! 너 2계급 특진 확정이라니까!”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연신 두드리는 소대장.

사실 이번 이중 던전에서의 활약이 커서, 2계급 특진은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혼자 보스 몬스터를 잡고, 백 마리가 넘는 가고일들을 추가로 처리했는데. 당연히 해 줘야지.’

다른 던전도 아니고, 장교들 중에서도 엘리트가 간다는 이중 던전을 클리어했는데.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일이 실적에 반영되어도 진급이 안 된다면, 소환수를 보내 별들을 괴롭혀 줄 생각이었다.

‘아무리 고졸이라도 그렇지. 이 정도 했으면 진급시켜 줘야지.’

언제까지 부려 먹기만 하려고.

“너 같은 놈은 살면서 처음 본다! 으하하하하! 그 유명한 107사단 사단장님도 이병에서 소위까지 10년이 넘게 걸렸다던데! 넌 그걸 1년도 안 돼서 달아 버렸다고!”

김철민 중위는 이대로 가다간 추월당해 버리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부소대장 얼마나 했다고, 벌써 소대장이 되려 하냐? 난 네가 부소대장 더 했으면 좋겠는데.”

“전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상관있다, 이놈아. 안 그래도 위에서 부소대장 그만 시키라고 하는데, 더 시켰다간 내가 털려.”

그 뒤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본래는 1차, 2차, 3차까지 승격 시험을 거쳐야 하지만, 자신에 한해서는 승격 시험이 프리 패스였다.

이것도 회의를 통해서 결정된 일이란다.

별 하나가 ‘그래도 공정성을 위해 승격 시험을 치르게 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발언이 있었지만, 의견을 낸 별은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고 한다.

“그 전에 확인해야 할 게 있는데….”

김철민 중위는 잠시 말을 멈춘 뒤, 심호흡을 했다.

살짝 긴장한 듯한 모습이다.

중요한 말이라도 하려는 걸까.

“민준아. 너, 소위 달고 다른 곳에 갈 생각이냐?”

뭔가 했더니, 임관 뒤 다른 부대로 갈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당연히 할 만한 질문이긴 하다.

‘소위부터는 그냥 계급장 달았다고 끝이 아니니까. 그럴 만하지.’

소위로 임관되기 위해서는, 전문 헌터 장교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갓 임관된 소위는 일반적으로 소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게 되니까.

즉, 1개의 소대를 지휘해야 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장교 교육이 끝나면 성적에 따라 원하는 근무지를 고를 수 있다고 했었지. 나도 마찬가지겠고.’

소대장님이 저렇게 안절부절못할 만도 하네.

임관되는 소위들은 대부분이 경험 없는 초짜 장교들.

내가 다른 부대로 가게 되면, 내 빈자리를 다른 소위가 채워야 하겠지.

‘진급을 위해서면 다른 부대로 가는 게 이득이긴 하지.’

적어도 자신의 신도.

김서현이 없었다면 그렇게 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나만 보고 그렇게 공부를 하고, 헌터 부사관 학교에 들어가서 최전방까지 따라왔는데. 김서현을 내버려 두고 다른 곳에 갈 리가 있나.’

부대원들도 꽤 마음에 든 상태고.

아직까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래도 네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대대장님께서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보라고 하시더라.”

원하는 거라.

효과 좋은 룬석이나 하나 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선을 넘는 거겠지.

‘아. 임관하고 나면 나 소대장이잖아.’

그럼 당연히 부소대장이 있어야겠지.

부소대장이 없는 소대도 있긴 하지만, 지금 타이밍에 말하기 좋은 부탁이 하나 있지.

“소대장님. 제 부소대장으로 김서현 하사가 왔으면 좋겠는데, 가능합니까? 아. 그리고 되도록, 2소대를 맡고 싶습니다.”

김서현과는 같은 부대에 있고 같은 소대에 있지만, 마주칠 일이 생각보다 없다.

이왕 이곳에서 소대장 할 거면, 부소대장은 김서현이 해 주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그 정도야 부탁 축에도 안 끼지. 욕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

“그럼 룬석도 하나 얻을 수 있겠습니까?”

“얌마. 그건 선 세게 넘었잖아.”

“농담입니다.”

“김민준이가 소위 단다고 농담도 할 줄 아네. 나중에 대위 달았다고 나 무시하고 그러면 안 된다?”

김철민 중위는 피식 웃은 뒤 밖으로 나갔다.

헌터 장교 교육은 10일 정도 뒤에 받으러 갈 것 같으니, 놀러 가는 마음으로 다녀오라는 말과 함께.

“김민준 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이런 거로 고마워하면 되나.”

김민준이 별것 아니라는 듯 손을 저으며 생활관으로 돌아갔다.

‘설마… 아니겠지?’

김서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예지가 거짓이기만을 바랐다.

**

“김민준 소위님!”

“야! 다들 일어나서 절 올려!”

“2계급 특별 진급 축하드립니다, 김민준 소위님!”

생활관으로 돌아오자 분대원들이 호들갑을 떨며 축하해 주었다.

“이중 던전에서 활약하셨다는 거 방금 들었습니다.”

“미친. 말이 됩니까? 장교들 중에서도 엘리트들만 선발한다는 곳에 김민준 중사님이….”

“야. 거봐라. 내 말이 맞았잖아. 거기다 보스 몬스터? 말도 안 되게 강한 몬스터를 김민준 중사님이 단독으로 처치하셨다는데.”

정신이 없다.

분대원들이 서로 다른 질문을 퍼붓고 있다.

적당히 떼어 낸 뒤, 던전에 관한 일은 아직 말해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마석둔가. 의무 장교가 이번에 같이 공략에 참가했는데, 그놈이 트랩을 건드려 버렸다.”

다만.

큰 사고를 쳐 2계급 강등당한 마석두 소위에 관해서는 알려 주었다.

‘이 재밌는 일을 어떻게 혼자만 알고 있냐?’

장교가 이중 던전의 트랩을 건드렸다는 말에, 분대원들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그런 미친놈이 어떻게 장교를 달았느냐니.

김민준 중사님이 아니었으면 분명 크게 다치는 사람이 나왔을 것이라느니.

이병도 안 하는 실수를 했다느니 등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자. 어차피 그 사람은 징계 세게 받을 테니까, 이제 신경 끄고. 내가 소위 달고 오면 너네 소대 맡기로 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와! 김민준 중사님이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다들 기뻐하는 기색이다.

녀석들을 보면, 역시 군생활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이 후임들을 잘 챙겨 주는 헌터가 어디에 또 있겠냐?’

분대원들에게 10일 뒤, 장교 양성 교육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아쉬워할 새도 없이 말을 이었다.

“너네, 4일 뒤에 훈련 일정 잡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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