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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10화 (110/212)

110. 영혼석

“마석두 대위는 지금 이 시각부터, 두 계급 강등을 적용하겠다.”

의무 장교에게 부과된 징계는 계급 강등.

간혹 던전에서 대원들을 큰 위험에 빠트릴 정도로 실수를 하면, 계급 하나가 강등되는 일이 있긴 있다.

물론 사전에 충분한 훈련을 거치기에 그런 경우는 잘 없긴 했지만.

있기는 있다는 말이다.

‘캬. 두 계급 강등이라. 저건 괘씸죄까지 얹어져서 그런 거네. 확실하다.’

의무 장교에게는 1계급 강등도 아니고, 2계급 강등이 적용되었다.

방금까지 대위였던 놈이, 순식간에 소위가 된 것이다.

‘장군님들이 어지간히 화가 났나 보네.’

그럴 수밖에.

실수로 이중 던전의 트랩을 건드린 것도 아니고, 고의로 건드린 것이다.

그것도 눈앞의 아이템에 눈이 멀어서 말이다.

결국, 놈이 손에 넣으려던 룬석은 평범한 돌멩이였을 뿐이었지만.

찌익!

사단장은 의무 장교에게 다가가, 대위 계급장을 사납게 떼어 냈다.

그 후, 소위 계급장을 던져 주고 알아서 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넌 부대로 돌아가면 군기 교육대 갈 준비부터 해라. 쉴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말고. 이후 6개월 동안 감봉에, 의무 장교의 직책에서도 당연히 제외될 거고.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

“이 정도로 끝난 걸 다행으로 알아라. 김민준 중사의 활약이 없었으면, 군사 재판을 받았을 거다. 하여간 그놈의 의대.”

“예….”

입술을 질끈 깨물며 대답하는 마석두 대위.

아니, 이젠 소위지.

어쨌든, 툭 건드리면 서럽게 울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자업자득이지, 자업자득.’

어깨를 부들부들 떠는 놈을 보니, 절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소위였다면, 위로하는 척 약 올려 줄 수 있었을 텐데.

‘자기의 힘을 과시하는 거? 거만한 거? 다 좋다 이거야.’

성격이 좀 나쁘다 해도, 그것을 커버할 정도로 실력이 있으면 어디까지고 올라갈 수 있거든.

헌터군이라는 게 그래.

첫 번째가 실력, 그다음이 짬이니까.

‘물론, 준위나 행정 보급관 같은 짬킹은 예외긴 하지만.’

사단장의 지시로, 마석두 소위가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하하. 내가 분위기를 너무 무겁게 만들었구만. 여기 앉게.”

그러자, 그는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며 회의실 탁자를 두드렸다.

“방금 막 이중 던전 공략 끝내고 온 헌터들에게 미안하네. 위에서 하루빨리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해서 말이지.”

“아닙니다!”

“저희는 쌩쌩합니다!”

사실 길바닥에 쓰러져서라도 자고 싶었지만, 헌터들은 최대한 기운찬 목소리를 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단장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누적된 피로를 잠시 참는 것쯤이야, 그들에게는 별것 아니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 던전 입장할 때부터 클리어할 때까지 있었던 일 전부를 나한테 보고할 수 있도록.”

“예? 예…. 알겠습니다.”

사소한 일 하나까지 모조리 보고하라는 사단장의 말.

이필두 대령은 살짝 당황하는 듯하다가, 이내 생각을 정리하고 보고를 하려 했다.

“이중 던전 공략은….”

“아. 내가 제대로 설명을 안 했군. 김민준 중사. 자네가 보고해 보도록.”

“예. 알겠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보고하라 하면, 분대를 이끌던 이필두 대령이 하는 것이 당연했다.

왜 굳이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따라야겠지.

“저희들이 마주한 던전은 미로형 던전이었습니다.”

김민준은 사단장의 지시대로, 세세한 일 하나하나까지 모조리 보고했다.

얼마나 자세했냐면, 어느 지점에서 물을 마셨는지.

어느 지점에서 몇 분 동안 휴식을 취했는지.

몬스터는 얼마나 출현했으며, 이중 던전의 트랩은 어느 시점에 발생했는지 등등.

기억하는 모든 상황을 간결하게 풀어 설명해 나갔다.

“마석두 그놈은 인성이 쓰레기야. 글러 먹었어. 지금까지 사고가 없었던 게 다행이라고 해야겠구만.”

물론 의무 장교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관을 더해 좀 더 나쁜 인상을 심어 주었다.

“흠….”

30분에 걸쳐 보고를 전해 들은 사단장은, 진지한 표정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복잡한 심정일 것이다.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상황들이 연달아서 일어났으니까.

“미로형 던전에 보스형 몬스터… 황금 가고일이라….”

실력 있는 장교들 대부분이, 놈이 일으킨 바람에 묶였다.

대령조차 몸을 가누는 게 고작이라 할 정도의 위력이라면, 상당히 골치 아파진다.

‘미쳐 버리겠군. 이런 놈들이 일반 던전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헌터들이 특수 무기들을 제외하고 공략에 임하긴 했다.

어떤 환경의 던전일지 알 수 없는 이중 던전의 특성상, 위험 요소가 있는 장비들은 들고 들어갈 수는 없었으니.

그러나, 그래도다.

김민준 중사의 설명을 들어 보니, 보스 몬스터는 2세대 마력검에도 버틸 정도의 튼튼한 피부를 가졌다고 했다.

그게 황금 가고일의 특징이라고는 했지만, 다른 보스 몬스터가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 봐야, 병사들의 전력을 끌어올리는 것뿐인데.’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상 이상으로 큰 안건이었다.

‘이건 추후에 회의를 거쳐 가며 논의해야 되겠군. 김민준 중사가 보스 몬스터의 샘플을 확보해 준 건 그나마 다행이다.’

원래 같으면 헌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수고했다며 악수라도 건네야 했지만, 그럴 시간조차 없었다.

안건이 안건이었기에.

“다들 고생 많았다. 밑에 차량을 대기시켜 놓을 테니, 복무하던 부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충! 성!”

건물 밖으로 향하는 헌터들.

두석용 소장은 김민준의 뒷모습을 한동안 응시했다.

‘100년에 한 번, 아니. 어쩌면 헌터군 역사상 단 한 번 나올 인재를 모르모트로 넘길 수 없지.’

그에 대한 말이야, 이미 수도 없이 나왔다.

일반 헌터와는 규격이 다른 힘.

몬스터를 맨손으로 농락할 정도의 압도적인 힘.

그 힘 때문에, 별들이 난리도 아니었다.

김민준 중사의 유전자를 분석해야 한다느니, 피를 뽑아서 성분 분석 좀 해야 한다느니 등등.

“쓰레기 같은 놈들. 그냥 도구로 보는 거지, 도구로.”

뚫린 입이라고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별들을 볼 때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물론 70% 이상의 별들은 그런 비윤리적인 말에 반대해 주긴 했지만.

‘어쨌든 이걸로 정해졌군.’

김민준 중사.

이제는 이중 던전에서까지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

이 이상 중사라는 계급에 묶어 두기는 아까웠다.

‘키우려면 빨리 키워야지.’

**

“충성! 중사 김민준! 이중 던전 공략을 끝내고 도착했습니다!”

부대에 돌아와, 보고를 하자마자 단련실로 향했다.

당장 시험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였다.

‘이놈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네. 김광식은 아는 것 같기도 하고.’

던전 공략에 대해 당분간 발설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어서일까.

부대원들은 자신이 무슨 교육이라도 받고 온 줄 아는 것 같았다.

“충성! 김민준 중사님. 별 탈 없으셨는지요.”

마침 김서현이 단련실 밖으로 나왔다.

땀에 흠뻑 젖어 있는 걸 보면, 빡세게 단련이라도 한 것 같았다.

“너도 잠깐만 들어와 봐.”

“네?”

“보여 주고 싶은 게 있거든.”

“네. 알겠습니다.”

문득 뭔가가 떠올라, 그녀와 함께 단련실로 들어갔다.

“김민준 님. 실험이라는 게 무슨….”

“내가 이중 던전을 클리어하면서 아이템을 얻었거든.”

주머니를 뒤적여, 아이템을 꺼내 보여 주었다.

황금색을 띠는 주머니.

“그건…! 엄청난 아이템입니다! 김민준 님! 그건 이스가르드에서도 구하기 힘든 효과의 아이템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아이템에 대한 설명을 듣자, 마치 자신의 일인 듯 환하게 웃었다.

“그렇지. 마법사들 중에서도 잘나가는 상위권 마법사들만 갖고 다닐 만한 아이템이지. 그래 봐야 이거의 하위 호환 정도겠지만.”

피식 웃으며, 안에서 영혼석을 꺼냈다.

“영혼석을… 다섯 개나….”

김서현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영혼석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영혼석이 어떤 물건인가.

그 어떤 회복 약보다도 좋다고 자부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다만, 보관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시 김민준 님. 대단하세요….”

그걸 하나도 아닌 다섯 개나 소유하고 있다니.

이중 던전에서 마주한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 생명력을 지녔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문제. 흑마법사가 영혼석을 사용하면, 사용한 마기를 회복할 수 있겠냐?”

“그건 불가능합니다.”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맞다.

마기를 외부에서 흡수해야 하는 흑마법사들에게 있어, 영혼석은 부상 회복 아이템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법사를 대상으로 사용했을 때.

영혼석은 마법사의 부상과 마나까지 회복시켜 주었다.

흑마법사들이 영혼석을 만들어 냈지만, 정작 제대로 된 효과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마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면 어떻게 될 것 같냐?”

“그건….”

그 말에 김서현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기를 스스로 생성할 수 있는 흑마법사는 김민준이 유일하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야,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건 곧 알게 되겠지.”

영혼석을 하나 집어, 그대로 입안으로 넣었다.

스으으.

“오.”

진득한 기운이 몸 안으로 퍼지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났다.

[영혼석을 흡수하였습니다.]

[치유할 부상이 없습니다.]

[모든 기운이 영구 기관에 스며듭니다.]

[영구 기관이 이로운 영향을 받습니다.]

[영구 기관의 마기 생성 효율이 증가합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몸 안의 부족한 마기가 회복되는 것이 아닌, 영구 기관의 성능이 업그레이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또 예상 밖인데.”

고작 하나로 이 정도의 효과라니.

여기서 하나를 더 먹으면 어떻게 될까.

띠링.

[기운이 너무 강합니다.]

[영구 기관이 영혼석의 기운을 거부합니다.]

“뭐? 그것밖에 안 되냐? 근성을 보여 봐!”

보통 같았으면 멈추는 게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김민준은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다.

[기운이 너무 강합니다.]

“그래. 나도 너무 강해.”

영혼석을 두 개.

연이어 세 개까지 입안으로 넣은 순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몸 안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강대한 기운이 여분의 스텟으로 변환됩니다.]

[변환 중….]

[강대한 기운이 마기 스텟에 영향을 미칩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

“그래. 세 개나 때려 넣었는데 이 정도는 되어야지.”

만족스러운 결과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영구 기관의 성장에 이어, 마기 스텟까지 성장했다.

물론 방금 한 행동은 아무 근거가 없었다.

그저, 감이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달려야 되겠다는 감을 믿고, 영혼석을 추가로 퍼부은 것이다.

“나머지 두 개는 비상용으로 보관해 둬야지.”

이번 이중 던전 공략으로 꽤 짭짤한 수익을 얻었다.

실적부터 시작해서, 스펙 업까지.

띠링.

“뭐야. 또 있냐?”

지금까지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인데, 또다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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