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08화 (108/212)

108. 이중 던전-4

‘황금 가고일이랬냐? 이렇게 판을 깔아 줘서 고맙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돌풍.

자신을 제외한 헌터들은 눈을 뜰 수조차 없는 이 상황.

그야말로 다크사이더를 소환할 수 있는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띠링.

[황금 가고일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못하면, 체력을 회복합니다.]

놈에게 맞서려 하자, 이전의 경고가 한 번 더 떠올랐다.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지 못하면, 체력을 회복한다라.

저 문구를 보고 떠오른 것이, 바로 얼마 전 새롭게 얻은 스킬이었다.

‘질긴 놈들한테 특화된 스킬이 다크사이더거든.’

트롤같이 엄청난 회복 능력을 자랑하는 몬스터들에게 효과적인 소환수.

그것이 바로 다크사이더였다.

‘응?’

보스 몬스터에게 가까워지자, 놈이 두꺼운 팔로 자신을 잡아챘다.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움직임이었지만, 피할 수 없었다.

[황금 가고일이 당신을 제거 대상 1순위로 인식합니다.]

[일정 시간 동안 움직임이 제한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몸이 뻣뻣하게 굳었기 때문이었다.

‘워우. 신기한데.’

보스 몬스터의 특수 능력일까.

아니면, 시스템이 개입해서 생긴 현상인 걸까.

뭔지는 모르겠지만, 억지로 힘을 쓰면 뿌리칠 수 있는, 그런 느낌의 힘이었다.

‘어떻게 나오는지 기다려 볼까.’

놈이 어떤 패턴으로 행동하는지 가만히 기다려 보기로 했다.

보스 몬스터는 헌터군들이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몬스터.

앞으로 이중 던전이 아닌, 다른 던전에서도 출현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게 되면, 다음에 마주치게 되더라도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터.

‘그리고 그게 또 실적으로 이어진다는 말이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리던 사이.

황금 가고일의 거대한 팔이 자신의 몸을 휘감았다.

이대로 힘을 주어 죽이려는 셈일까.

펄럭!

예상과는 달리, 보스 몬스터는 거대한 날개를 펄럭여 위로 날아올랐다.

그 상태로, 다른 공간을 향해 날아갔다.

“크윽! 김민준 중사아아!”

“대대장님! 김민준 중사가 놈에게 잡혀가고 있습니다!”

“망할! 뭔 놈의 바람이 시간이 지나도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이는 거냐!”

“사격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김민준 중사가 맞을 수도 있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놈의 돌풍에 별다른 대항을 하지 못하던 분대원들.

결국, 그들은 실눈을 뜬 채로 김민준이 잡혀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전 괜찮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빠르게 처리하고 오겠습니다!”

처절하게 소리치는 분대원들과는 달리, 김민준은 평온했다.

“이야. 너 덩치는 더럽게 크면서 뭐 이렇게 빠르냐? 처음부터 날아서 공격해 왔으면 됐을걸.”

오히려 놈의 비행 속도에 감탄하기까지.

처음에 돌풍을 일으키지 말고, 몸통 박치기로 공격해 왔으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며 조언까지 해 주었다.

“야. 너 말 못 하냐? 재미없게.”

“…….”

황금 가고일은 그의 얼굴을 슥 쳐다본 뒤, 비행 속도를 더 높였다.

**

이윽고 도착한 곳은 거대한 공동이었다.

방금 전 보스 몬스터가 있던 장소도 넓은 편이었는데, 여기는 그것의 배는 되는 장소였다.

[황금 가고일의 은신처에 도착하였습니다.]

[황금 가고일의 생명력이 100% 증가합니다.]

[이동 제한이 해제되었습니다.]

“아. 이곳까지 왜 데려오나 했더니, 버프 받으려고 그런 거였냐? 할 줄 아는 놈이네.”

김민준은 적당히 힘을 주어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뒤 주위를 찬찬히 살폈다.

보통 이런 곳에 오면 숨겨진 보물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그냥 텅 빈 공간일 뿐이었다.

“그럼, 들어와 봐. 놀아 줄 테니까.”

놈에게 손가락을 까딱였다.

어떤 공격 패턴을 가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당분간 회피만 할 생각으로.

쿵! 쿵!

황금 가고일의 공격 패턴은 일반 가고일과는 완전 달랐다.

가고일이 이빨을 사용해 물어뜯는 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저 황금빛으로 빛나는 근육 돼지는 일방통행이었다.

그저 우직하게 팔을 휘두르고, 날개를 휘두르고, 몸을 부딪쳐 왔다.

“힘도 좋고, 움직임도 덩치에 비해서는 나쁘지 않은 편이네.”

놈의 공격에 지면이 움푹 파여 들어간다.

다른 헌터라면, 저 공격에 맞는 순간 중상 확정에, 운이 나쁘면 사망일 정도의 위력.

보스 몬스터인 황금 가고일은, 지금까지 만나 본 몬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놈이었다.

“여기에 괴물 같은 생명력까지 가지고 있다 이건가.”

약 30여 분간 놈의 공격을 파악하며, 보스 몬스터에 대한 특징들을 몇 가지 캐치해 냈다.

보스 몬스터가 특정 행동을 할 때면, 시스템이 메시지를 통해 경고해 준다는 것.

그리고, 처음 놈을 마주했을 때 일으킨 강력한 돌풍이 2번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

마지막으로, 날개를 공격에만 쓸 뿐 공중으로 날아오르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 나의 괴물 같은 관찰력이 너무 무섭다.”

과거.

사선을 넘나들며 단련된 관찰력은, 고작 수십 분만에 보스 몬스터의 주요 패턴을 파훼해 버렸다.

“5분 간격으로 30초 정도 쉬는구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어느새 다시 쇄도해 오는 놈의 주먹.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한 손을 들어 막았다.

움찔.

황금 가고일이 당황했는지, 뒤로 살짝 물러났다.

마치 공포라도 느낀 듯한 움직임이었다.

“나와라.”

김민준은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스스스.

그러자 주위에 검은 안개가 생성되기 시작하며, 다크사이더가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김민준 님. 불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크사이더는 소환되자마자 지면에 앉아 넙죽 엎드렸다.

다른 흑마법사들에게는 갑의 위치에 있지만, 김민준에게 한해서는 을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다크사이더는 순종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래. 눈앞에 저놈 보이냐? 황금색 뚱땡이. 저놈 모가지만 남기고, 생명력 빨아들여라.”

[간단한 일입니다. 맡겨 주십시오.]

다크사이더의 강력한 능력은, 생명력을 흡수하는 데에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대상의 생명력과 함께 재생 능력까지 흡수해 버린다.

아무리 강한 생명력을 지닌 몬스터라 해도, 시간이 좀 더 걸릴 뿐.

죽음을 맞이한다는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저놈의 능력에는 부가 효과가 하나 더 있지.’

앞서 말한 능력으로만 따져도 다크사이더는 강력한 소환수다.

물리적인 공격은 일절 통하지 않는데, 강력한 공격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다크사이더는 대상에게서 흡수한 생명력을 이용해 아이템을 만드는 능력까지 있다.

괜히 소환자에게 그만한 대가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주제도 모르는 미천한 것이 김민준 님에게 대들다니.]

다크사이더는 보스 몬스터의 코앞까지 날아가, 손을 뻗었다.

스스스스스.

그러자, 놈의 피부에서 녹색 기운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놈이 가진 생명력과 재생 능력이었다.

“우오오옥!”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황금 가고일은, 그제야 위협을 느꼈는지 팔을 이리저리 휘둘렀다.

그래 봐야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다크사이더다.

놈의 주먹질은,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추하구나. 네가 내포한 많은 생명력이, 김민준 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면서 죽도록 해라.]

“크오오오옥!”

머리를 제외한 온몸이 썩어들어 가며, 황금 가고일은 최후를 맞이했다.

본래 같았으면 만반의 준비를 갖춘 2개의 중대.

아니, 3개 중대의 화력이 필요한 보스 몬스터였다.

자칫하면 엄청난 희생자를 낼 뻔했던 보스 몬스터가, 고작 40분 만에 제거된 것이다.

그것도 고작 1명의 인간에게.

띠링.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모든 미로가 해제됩니다.]

[던전 출구가 생성됩니다.]

잠시 후.

던전이 클리어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스 몬스터를 처치하였습니다.]

[처치 보상으로 모든 스텟이 1 상승합니다.]

강한 스펙을 가진 몬스터였던 만큼, 보상도 후했다.

모든 스텟이 올라갈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좋아. 역시 44호. 쓸 만하다니까.”

[김민준의 도움이 되셨다니, 영광입니다.]

샘플도 확보했고, 보스 몬스터를 혼자 처리했으니 실적 점수도 빵빵할 것이다.

어디 그뿐이랴.

보스 몬스터의 공격 패턴까지 대부분 파악했다.

“돌아가면 어떤 보상을 줄지 기대되는데.”

물론 기대되는 건 헌터군의 보상뿐만이 아니다.

다크사이더의 손에 들린 저 황금색 주머니.

저건 분명히, 보스 몬스터의 몸에서 나온 아이템이다.

[저놈의 몸에서 이게 나오더군요.]

소환수에게서 아이템을 건네받았다.

겉으로 보면 복주머니같이 생긴 아이템.

정체가 뭘까 싶던 찰나, 시스템이 친절하게 창을 띄워 주었다.

[황금 가고일의 주머니]

보스 몬스터, 황금 가고일을 처치할 시 1%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어떠한 부피의 물건이든 일정 무게까지 보관할 수 있습니다.

안에 보관한 물건은 항상 최적의 상태를 유지합니다.

무게 한도는 500㎏입니다.

주머니의 무게는 항상 1㎏을 유지합니다.

“뭐야. 이거 되게 좋은 거잖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이템을 획득하게 될 줄은 몰랐다.

“캬. 안 그래도 저런 아이템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딱 나와 주네.”

그냥 주는 것도 아니다.

1%의 확률을 뚫어야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새로운 스텟으로 행운을 선택했으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네.”

저런 게 무더기로 튀어나오거나 그러는 거 아냐?

그러면 좀 아쉬울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영구 기관이 짱이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크사이더를 향해 주머니를 벌려 공간을 만들었다.

“44호. 정제는 끝났냐? 끝났으면, 영혼석 여기에 넣어라.”

[예. 알겠습니다.]

자신의 지시에 다크사이더가 손을 몇 번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보랏빛을 띤 돌이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다크사이더가 가진 두 번째 능력이었다.

‘영혼석. 내 손을 굳이 쓰지 않은 이유가 이거거든.’

다크사이더는 대상에게서 흡수한 생명력을 정제해 영혼석을 만들 수 있다.

‘보자. 영혼석 하나 정도면 경상은 즉시 치유. 팔다리 절단 같은 경우는 두 개 정도로 즉시 치유였나.’

영혼석의 효과는 사제가 보면 뒤로 까무러칠 정도였다.

아무런 부작용 없이 엄청난 회복 효과를 가져다주는 아이템은 이스가르드에서도, 이곳 대한민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웠기에.

‘이거 보관 방법도 되게 까다로운데, 저 아이템이 그냥 해결해 주네.’

스텟도 얻고, 아이템도 얻고, 영혼석도 얻고, 실적도 얻고.

이 던전에서 얻은 이득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44호. 다음에는 언제 나올 수 있냐?”

[다음에는 5일 정도가 걸릴 것 같습니다.]

“5일이라. 오케이.”

다크사이더의 또 하나의 단점은, 바로 쿨타임.

한 번 소환하면 다음 소환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다는 것이었다.

물론 신체 부위를 추가로 주면 그 단점이 사라지기는 하지만, 김민준이 그럴 리 없었다.

“수고했다. 들어가 봐.”

소환수를 돌려보내고, 보스 몬스터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기, 김민준 중사?”

“그건… 보스 몬스터의 머리 아니냐?”

그사이.

어느새 도착한 헌터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