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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107화 (107/212)

107. 이중 던전-3

‘저놈 지금 뭐 하는 거냐?’

이중 던전 입장 전, 이필두 대령이 몇 번이고 강조한 주의 사항이 있다.

푸른색으로 일렁거리는 지점에는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말 것.

그것은 어떠한 종류의 이중 던전이라도,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일종의 트랩이었다.

상당히 위험하기도 했고.

의무 장교는 방금, 저 트랩을 건드린 것이다.

“너 지금 뭐 하는… 이 미친 새끼가!”

트랩의 영향으로, 거칠게 뒤로 튕겨 나가는 의무 장교.

이필두 대령은 뒤를 돌아보고 경악했다.

2번의 브리핑을 거치는 동안 몇 번이고 강조했던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할 줄이야.

드드드드.

의무 장교가 건드린 푸른 기운이 증폭되기 시작하면서 크기를 키웠다.

순식간에 사람 하나가 지나갈 만한 타원형이 되자, 안에서 몬스터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껏 한두 마리씩 상대했던, 석상 형태의 가고일이었다.

“대대장님! 마력검을 사용하겠습니다!”

김민준은 재빨리 마력검을 장비한 뒤, 오러를 형성해 검을 감쌌다.

고작 수 초 동안 나온 가고일의 수만 30마리다.

앞으로 몇 마리나 더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상, 단시간 안에 개체 수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크레에엑!”

전투 태세를 취하고 마구잡이로 달려드는 가고일들.

‘벌레가 아무리 많아 봐야 벌레지.’

만일 이 장소에 있는 헌터들이 2조나 3조였다면 100% 전멸이었다.

그 정도로, 의무 장교가 건드린 트랩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그냥 마력검도 아닌, 2세대 마력검을 든 김민준에게 있어서는 그저 실적과 경험치 덩어리였다.

‘이야. 보스 몬스터 잡을 때 한번 써 볼까 했는데, 지금 써 보니까 성능 죽여 주네. 미리 지급받길 잘했다니까.’

가고일 같은 경우는, 마력검을 사용해도 단칼에 죽일 수 없다.

그만큼 놈의 피부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다른 부대에서 실험해 본 결과, 1세대 마력검으로 가고일의 신체 부위가 잘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분이라는 보고가 있었다.

서걱!

그러나, 김민준이 든 2세대 마력검은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머리가 단번에 잘려 나갔다.

‘1세대보다 무겁고 기력을 더 많이 가져가긴 하는데, 화력은 확실히 죽여 주네.’

놈들이 어느 방향으로 공격해 오던 결과는 같았다.

도중에 공격 방향을 틀어 다른 장교를 공격하려 해도, 당연히 가만히 놔둘 리가 없었다.

‘너네가 아무리 발악해 봐야,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 할 거다.’

20분 동안, 쏟아져 나오는 가고일들을 막아냈다.

그사이, 이필두 대령은 흩어진 조원들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자신의 전투를 보조했다.

‘오. 역시 대령은 아무나 다는 게 아니라니까.’

무기를 이용해 몬스터들의 공격을 흘리면서도, 간결한 움직임으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모습.

무작정 몬스터를 처치하려는 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이필두 대령은 처음부터 자신의 전투를 보조하려는 목적으로 움직였다.

“김민준 중사! 후방으로 날아서 넘어가는 놈은 내버려 둬! 내가 알아서 붙잡아 둘 테니까!”

“예!”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자신이 공격하기 좋은 상황을 연속해서 만든다.

둘은 마치, 사전에 합이라도 맞춰 본 듯한 움직임으로 몬스터들을 처리해 나갔다.

“후우.”

발밑이 가고일 시체로 가득해질 때쯤이 되어서야, 문제의 트랩이 사라졌다.

[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민첩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몬스터를 얼마나 때려잡았으면, 평소 잠잠하던 스텟이 올라갈 정도.

그 정도로 김민준이 잡은 가고일의 수는 상당했다.

“후우. 김민준 중사. 자네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중사 김민준. 아닙니다. 대대장님이 보조해 주신 덕분입니다.”

“자네에 비하면 한 게 아무것도 없는 수준이다.”

그사이 숨을 몇 번 고르던 이필두 대령은, 상황이 종료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벽에 기대앉았다.

체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하더라도, 트랩에서 나타난 몬스터의 수가 워낙 많았다.

대대장이었기에 이 정도로 그쳤지, 다른 헌터였다면 진작에 탈진했을 것이었다.

“야! 의무 장교!”

“대, 대위 마석두!”

폭풍 같은 한순간이 지나갔다.

이필두 대령의 시선이 의무 장교에게 고정되었다.

이글거리는 듯 불타오르는 눈빛.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두들겨 팰 것 같은, 그런 시선이었다.

“자네, 이중 던전 처음 왔나?”

“아닙니다! 이번으로 공략은 세 번째….”

“그 전에 두 번이나 공략했던 새끼가 트랩을 건드려? 도대체 이유가 뭐야!”

“그, 그건….”

“사실대로 말해라. 허튼수작 부릴 생각은 집어치우고.”

이중 던전의 트랩은 구분이 매우 쉽다.

푸른 빛으로 일렁거리는 아지랑이.

멀리서 봐도 ‘저거 트랩이네.’라고 알아볼 수 있는 정도다.

물론 색맹이라면 말은 달라지겠지만, 애초에 색맹이 있는 헌터는 없다.

신체검사에서 걸러 내니까.

“죄송합니다! 룬석으로 추정되는 아이템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확보하려던 도중 트랩을 건드렸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설프게 거짓말을 해 봐야 징계만 더 늘어난다.

그렇게 판단한 의무 장교는 사실만을 말했다.

트랩 근처에 룬석이 있어, 어떻게든 건져 보려다가 트랩을 건드렸다고.

“룬석? 자네는 룬석 1개와 여기 있는 전 헌터의 목숨을 바꿔도 되겠다고 판단한 건가?”

“그, 그건….”

“그 룬석이 진짜라고 해도, 넌 해서는 안 될 짓을 한 거라고! 넌 여기가 던전이 아니었으면, 나한테 죽도록 얻어터졌을 거다!”

“죄송합니다….”

던전 공략 전, 장교들 중 가장 기세등등하던 의무 장교가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실전 경험이 넘치고, 우수한 장교를 선발했는데도 그랬다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 말은, 지금까지의 선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 되니까.

‘저런 놈이 대위를 달았다는 게 신기하네. 그 전에 이중 던전을 두 번이나 클리어했다는 것도 그렇고.’

트랩이 사라진 쪽에 의무 장교가 말했던 대로 돌이 하나 놓여 있었다.

무심코 보면 룬석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문양의 돌이었다.

결론은 룬석이 아니라, 그냥 돌이었지만.

‘저놈은 나가는 순간 징계 확정이네.’

방금 발생했던 상황은, 희귀한 룬석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징계를 받게 되는 상황이다.

‘내가 아닌 다른 장교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세 명 다 확실하게 죽었을 거고.’

우수한 장교라고 해 봐야, 가고일을 한 번에 두 마리 이상 상대하는 건 버거울 것이다.

세 마리부터는 그냥 애써 대처가 되는 정도고, 네 마리부터는 별다른 저항도 못 해 본 채로, 죽을 것이다.

‘이게 현실이지 뭐.’

헌터라고 해도, 결국 인간일 뿐이다.

몬스터와 헌터의 스펙 차이가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그 간격을 피를 토하는 듯한 단련과 우수한 장비로 좁힐 뿐이고.

‘그것보다, 아직 나는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저러면 어떻게 하냐?’

적당히 소환수를 시켜 실수나 몇 번 유발하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런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저지를 줄이야.

저건 계급 강등으로 끝나도 감사하다고 할 수준이네.

“다시 정신 차리고 간다. 넌 던전 밖으로 나가서 보자.”

“예….”

다시 대열을 정비하고, 던전을 탐색해 나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던전 안에서 소비한 시간은 4시간.

앞으로 20시간 이내에 던전 어딘가에 있는 보스 몬스터를 찾아, 처치해야 한다.

-대대장님! 보스 몬스터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표식을 남기며 탐색을 진행하던 도중, 2조에서 무전이 왔다.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발견했다는 연락이었다.

“거리를 충분히 두고 물러나서, 그대로 대기하도록. 2조가 남긴 표식을 따라 이동하겠다.”

2조가 있는 위치까지 집결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조, 2조, 3조가 무전을 이용해 상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고 남기는 표식 형태 또한 다 달랐다.

그 덕분에 쓸모없는 이동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저 쓰레기 같은 새끼. 결국 일 저질렀네.’

‘듣자 하니, 뭐? 룬석 때문에 이중 던전의 트랩 근처로 갔다고?’

‘그 전에 두 번 동안 이중 던전을 별 탈 없이 클리어한 게 신기할 정돈데.’

‘아예 그냥 불명예제대 해 버렸으면 좋겠네.’

의무 장교를 보고, 다른 장교들이 작은 목소리로 나눈 대화였다.

거지 같은 성격 때문에 평소에도 인식이 좋지 않은 듯했다.

‘김민준 중사. 네가 우리들을 살렸다.’

‘듣자 하니, 이중 트랩에서 가고일이 말도 안 되게 출현할 거 같던데.’

대대장이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놈을 관찰하던 사이.

장교들이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 많은 가고일들을 어떻게 상처 없이 처리했으며, 그 괴물 같은 체력은 어떻게 키웠으며, 그런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도 중사의 계급에 머물러 있냐는 등.

미친 듯이 질문을 퍼부었다.

평소에 자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장교들인 것 같았다.

“다들 주목.”

적당히 대답해 주기도 잠시.

이필두 대령이 조용히 시선을 모았다.

“보스 몬스터로 추정되는 저 가고일, 지금까지 상대한 놈들과는 다르다.”

황금빛을 띠는 피부.

다른 가고일에 비해 5배는 거대한 덩치와 날개.

석상 형태의 놈들과는 달리, 거대한 두 날개로 몸체를 감싸고 있다.

불끈거리는 근육들을 보면, 상당한 힘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에는 철저하게 방어적으로 간다. 보스 몬스터가 어떤 능력을 가졌고, 얼마나 강한지 판단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 공격하지 말도록.”

“예!”

“알겠습니다!”

헌터들의 체력이 조금이라도 더 많을 때 공략해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이필두 대령은, 간단한 브리핑을 마치고 몬스터에게 접근했다.

띠링.

[보스 몬스터와 접촉했습니다.]

눈앞에 떠오르는 메시지.

던전은 친절하게, 저 황금색 가고일이 보스 몬스터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다들 숨을 죽이고, 발소리를 죽였다.

“야!”

“이쪽이다!”

“덤벼!”

원형으로 대열을 만들고 전투 준비를 마친 뒤, 잠자는 듯한 보스 몬스터를 깨웠다.

[황금 가고일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황금 가고일이 주위의 대상을 적으로 인식합니다.]

[황금 가고일은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지 못하면, 체력을 회복합니다.]

[황금 가고일이 돌풍을 일으킵니다.]

“이건… 다들 뭐라도 잡아!”

연속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행동을 시작한 황금 가고일.

놈은 거대한 날개를 펄럭여, 돌풍을 만들어 냈다.

“이건 무슨….”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 패턴.

헌터들은 당황하면서도, 재빨리 몸을 어딘가에 고정시켰다.

온몸에 힘을 주고 있는데도 자칫하면 날아갈 것 같은 강풍.

황금 가고일의 예상치 못한 공격 패턴에 헌터들의 대열이 흐트러졌다.

이 상태에서는 놈이 공격해 오기라도 하는 순간, 끝장이다.

“뭐 이런 정신 나간 몬스터가 다 있는 거냐!”

돌풍 안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거체.

헌터들은 어떻게든 대응해 보려 안간힘을 썼지만, 무기 하나 꺼낼 수 없었다.

‘이건…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필두 대령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겪어 보고 깨달았다.

고작 9명에 달하는 인원으로, 저 보스 몬스터에게 대항하는 건 불가능하다.

“제가 이놈을 맡겠습니다!”

그렇게 판단한 순간, 돌풍 속에서 헌터 한 명이 뛰쳐나갔다.

그 정체는 바로, 김민준 중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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