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대대 회식
[영구 기관의 효율이 증가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얼마 전 새롭게 얻은 스텟, 영구 기관.
무슨 일인지 마기를 생성해 내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정답을 맞혀 볼까.”
단련실로 들어가자마자, 자세를 취하고 눈을 감았다.
영구 기관에 대한 정보는 기껏해야 50% 정도밖에 모르는 상태.
영구 기관이라는 스텟을 획득했을 때 머리로 흘러들어 온 정보는 어디까지나 기초적인 것들뿐이었다.
나머지는 경험을 통해 알아가야 했다.
스슥….
눈을 감으니 영구 기관의 미세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영구 기관의 효율.
즉, 마기의 생성 속도를 높이는 것에 있어서는 이미지의 힘이 중요했다.
‘단순하게 최고지.’
자신의 경우에는, 몸 안에 커다란 톱니바퀴 하나가 있다는 상상을 했다.
새로운 스텟이 생기고 나서, 최소한의 시간만 제외하고 말이다.
‘하루에 21시간. 밥을 먹으면서, 몬스터와 싸우면서, 훈련을 하면서도 놓치지 않았지.’
어디 그뿐인가.
직접 톱니바퀴를 구해 맛을 본 적도 있었다.
물론 다른 헌터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니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그랬지만.
자신은 압도적인 재능을 타고난 것이 아니다.
그저, 끊임없는 노력을 한 것뿐이다.
흑마법사의 마기를 다루는 속도는 남들보다 빠르긴 했다만.
‘영구 기관 스텟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이미지 트레이닝.
나머지 하나는, 외부에서 흡수한 마기를 영구 기관에 집어넣는 것.
‘최근에 마기를 집어넣은 적은 없으니, 첫 번째가 정답이지. 드디어 성과가 나왔네.’
뿌듯함을 느끼며,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영구 기관을 단련했다.
희귀한 스텟인 만큼, 스텟을 높이는 방법도 특이했다.
힘이나 민첩, 체력 같은 스텟들은 신체 단련만 하면 올릴 수 있다.
아니면, 몬스터를 잡아 경험치를 얻어서도 올릴 수 있고.
하지만, 영구 기관은 몬스터를 잡아 봐야 소용없었다.
특정 행동을 통해서만 생산 효율과 함께, 스텟을 높일 수 있었다.
“나를 위해 만든 것 같은 스텟이란 말이지.”
단련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6시간이 지났다.
눈 잠깐 감았다가 뜬 것 같은데 말이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단련을 진심으로 한 적은, 영구 기관이 생기고 나서 처음이었지.”
스텟이 오를수록, 마기의 생성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아주 미세한 차이였지만, 이것이 쌓이다 보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터.
“좋아. 의욕이 솟아나는데. 오늘 하루 종일 달려 볼까.”
그날.
김민준은 단련실에서 밤을 보냈다.
**
평일이 지나가고, 주말이 왔다.
2대대 전 헌터들은 활동복 차림으로 BOQ에 집합해 있었다.
“와. 미친. 저거 봐라.”
“크. 술이다, 술.”
“술이 도대체 몇 박스냐.”
“저거 삼겹살 아니냐? 오늘 다 뒤졌다.”
그들은 주류와 고기를 쉴 새 없이 나르는 수송반 헌터들을 보며, 군침을 삼켰다.
간부 숙소 앞 연병장에서 대대 회식이라니.
이런 일은 군생활 중, 1번 있을까 말까 한 엄청난 특혜였다.
“자. 오늘에 한해 2대대 병사들에게 음주를 허용하겠다. 정도를 지킬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대대장의 짧은 훈화가 끝나고, 회식이 시작되었다.
치이이이이.
숯불 위로 쉴 새 없이 올라가는 삼겹살.
헌터들은 고기를 한 점 집어 든 뒤, 입을 모아 큰 목소리로 외쳤다.
“김민준 중사님!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2대대원 전원 회식.
그것도 BOQ에서 회식을 할 수 있다니.
이 모든 것은, 김민준이 오우거를 생포했기에 얻은 결과였다.
“술 마시다가 바닥에 전 부치는 순간 알지? 나한테 날아간다. 선은 지키면서 마셔라.”
“예!”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젓고 어딘가로 향했다.
대대장과 중대장이 있는 테이블이었다.
“캬. 예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김민준 중사님은 쿨하시다니까.”
“저건 인정이지. 오우거 생포하고, 포상금 2억 받았는데 자랑 한 번 안 하시잖아.”
“야. 어디 그거뿐이냐? 김민준 중사님 그 뒤로, 매일 단련실에서 개인 단련했다더라.”
“와… 그게 되냐? 요즘 일과 빡세서 끝나는 순간 그냥 기절인데.”
헌터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는 그를 보며, 존경의 시선을 보냈다.
병사 때부터 미친 듯한 속도로 진급해 간부를 달았지만, 전혀 거만하지 않다.
오히려 뒤처지는 병사들을 다독여 주고, 도와주고, 이끌어 주었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를 뒤져도 김민준 같은 간부는 찾을 수 없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난 김민준 중사님이 계속 여기 계셨으면 좋겠다.”
“내 말이. 김민준 중사님 없었으면 여기 복무하는 헌터들 무조건 크게 다쳤을걸.”
“최근 들어 지랄 맞긴 했지. 뭔 놈의 이레귤러가 밥 먹듯이 나타나? 철원만큼 던전이 자주 생성되는 곳도 없다니까.”
다들 김민준에 대한 칭찬으로 대화를 나누는 한편.
“하하하! 내가 요즘 네 덕을 많이 본다니까!”
간부들이 앉은 테이블에서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대대장은 기분이 좋은지 시원하게 웃으며 술을 연달아 들이켰다.
“중사 김민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습니다.”
“오우거를 사로잡은 게 당연하다고? 나도 당연한 일 좀 해 보고 싶네.”
“전 오크만 생포해도 소원이 없겠습니다.”
테이블 내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김민준이 달성한 거대한 성과.
그 덕분에 104사단의 평가가 수직 상승했다.
헌터 본부에서도 좋게 봤는지, 104사단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할 정도.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계급은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마시게. 편하게.”
“감사합니다!”
그 덕을 많이 본 것은 당연히 사단장과, 2대대장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기분 좋게 대화를 이어 나가는 도중.
전출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김상덕 대위가 그 분위기를 깨트렸다.
대화 주제가 오직 김민준으로 흘러가서 불만이라도 느낀 것일까.
“첫 번째로는, 아무리 본인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단독 행동을 한 것입니다. 이 행동은, 향후 병사들을 지휘하게 된다면 상당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 말에, 대대장의 눈썹이 불편한 듯 꿈틀거렸다.
중대장은 그만하라고 눈치를 줬지만, 김상덕 대위는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물론 아무도 다치지 않은 완벽한 결과가 나왔지만, 이 뒤에도 그렇게 되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적이 찾아온 간부 테이블.
김상덕 대위는 다른 간부들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다 했다.
그의 말을 요약해 보자면,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이야. 저놈 처음 나한테 찝쩍거릴 때부터 알아봤는데, 평범한 놈이 아니었잖아?’
김민준은 김상덕 대위를 보며, 속으로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한 건 아니다.
안 좋은 쪽으로 평범한 놈이 아니라는 뜻이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가는데, 반도 못 가게 생겼네.’
어떻게 해서든지 내 트집을 잡고 싶었나 본데, 어림도 없지.
난 완벽주의자거든.
그것보다 대대장의 갈구는 실력을 구경할 수 있겠는데?
“교육관.”
“대위 김상덕!”
그렇게 생각한 찰나.
대대장이 화난 듯 말을 뱉었다.
“교육관이라고 매뉴얼에 기초해서 말하는 것 같은데,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나?”
“결과는… 오우거를 생포하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병사들이 다치기라도 했나? 단독 행동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그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거냐?”
헌터군의 힘이 단체 행동에서 나오는 건 맞다.
그렇다고 해도, 단독 행동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오우거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던전 밖으로 나온 그 순간. 김민준 중사가 누구보다 빠르게 대처했다. 병사들을 후퇴할 수 있게 시간을 벌겠다고 말이다. 그게 어디 보통 각오로 가능한 일인 것 같나?”
“그, 그건….”
“내가 하나 물어보지. 1986년쯤에 서울 시내에서 게이트가 생성된 일이 있었지. 몬스터가 백 마리 가까이 출현했었고. 그 상황에서 병사들을 후퇴시키고,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진 중위가 있었다.”
죽을 것을 알고서도,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곳으로 달려갔던 장교.
그 장교도 잘못한 행동을 한 거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아닙니다….”
점점 커지는 대대장의 음성에 웃고 떠들썩한 병사들의 시선까지 집중되었다.
김상덕 대위는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느꼈지만, 이미 선을 넘은 지 오래였다.
‘이야. 살벌하게 털어 버리네.’
논리로도 털리고.
계급으로도 털리고.
역시 무궁화는 아무나 다는 게 아니라니까.
‘그리고 이번 일로 확실하게 알겠네.’
대대장은 이미 내 편으로 돌아섰다는 것을.
김상덕 대위는 먼지 털리듯이 털린 뒤, 화장실로 사라졌다.
대대장 역시, 기분이 상했는지 나머지는 알아서 즐기라고 하고 BOQ 밖으로 나갔고.
“민준아. 신경 쓸 필요 없다. 네가 잘못한 건 없으니까. 중대장님도 그렇고, 나도 두 눈으로 직접 봤다.”
“그래. 김상덕 저 새끼는 다른 부대에서도 문제 많이 일으킨 놈이다. 너무 마음에 둘 필요 없다.”
중대장과 소대장이 어깨를 두드려 왔다.
기분이 상하기는커녕 재미난 구경을 한 참이었는데, 알아서 위로까지 해 주시네.
“감사합니다.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저놈은 교육관 직책만 아니었어도 장기 복무는 절대 못 하는 놈인데. 쯧.”
다른 간부들도 김상덕 대위를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곳에 전출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온갖 비호감 짓은 다 저지르고 다닌듯했다.
‘군대가 이래야 군대지. 어차피 내 편이 훨씬 많아.’
김민준은 술을 홀짝이며,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김상덕.
저놈보다 계급이 높아지는 순간, 지옥을 보여 주겠다고.
**
“아오. 교육관 그놈 때문에 회식 2시간밖에 못 한 거 실홥니까?”
“대대장님의 말에 태클 거는 미친놈은 살면서 처음 봤습니다.”
대대 회식은 2시간 만에 끝났다.
원래 같으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행되는데, 대대장의 기분이 상한 것이 원인이었다.
“내가 그래서 너희들 데리고 분대 외출 나왔잖아.”
현재 김민준은 분대원들을 데리고 부대 밖으로 나온 상황.
툴툴대는 녀석들을 데리고, 소고깃집으로 데려갔다.
“여기 안에 2억 있는 거 알지? 내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시켜라.”
“하루 만에 2억 털어먹겠다는 생각으로 시키겠습니다.”
“무조건 비싼 거! 비싼 거만 시켜!”
분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비싼 소고기를 미친 듯이 주문했다.
‘이놈들한테는 날 잡아서 사 주려고 했는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네.’
다른 헌터들은 몰라도, 내 분대원들한테는 아낄 필요가 없지.
이병 때부터 함께하던 놈들인데.
“저… 혹시, 김민준 헌터님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는 와중.
건너편 테이블에 있던 여성이 다가왔다.
“미친….”
“와….”
여성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분대원들은, 이게 실화냐며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