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93화 (93/212)

93. 영구 기관

[66번의 보상을 획득합니다.]

[어둠의 자극을 획득하였습니다.]

“이스가르드에서는 운이 더럽게 없었는데, 여기서는 운이 좋아야지.”

이세계에서는 극악의 확률이라는 것을 수없이 겪었다.

한 마리의 몬스터만 처리하면 90%의 확률로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수십 마리를 잡고 나서야 얻을 수 있었다든가.

비가 오는 날, 길을 가다가 날벼락이 연속으로 떨어진다든가.

운을 별로 신경 쓰지 않던 김민준조차 뭔가 찜찜해 주술사를 찾아가곤 했었다.

“개고생한 보상을 여기서 받으니, 감회가 새롭네.”

만족스럽게 웃던 도중, 환한 빛이 번쩍였다.

재빨리 허공에서 떨어지는 아이템을 낚아챘다.

검은 전구처럼 생긴 아이템.

어둠의 자극이었다.

[어둠의 자극]

정체불명의 기운이 담겨 있다.

섣불리 사용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설명이 뭐 이러냐?”

불친절한 시스템의 설명.

적어도 아이템 종류라도 알려 주든가, 뭐냐 이게.

“딱 봐도 먹는 건 아니겠고. 아닌가. 사실 먹는 건가?”

얼마 전 룬석이라는 돌멩이를 먹었던 걸 생각해 보면… 이 검은 전구도 가능성이 있기는 한데.

스스스스.

김민준이 아이템을 든 채로 이리저리 살펴보던 사이.

어둠의 자극 내부에서 검은 기운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몸 안으로 들어갔다.

“워우. 되게 빠르네.”

피할 수 있었지만, 굳이 피하지 않았다.

저 아이템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알 수 없는 현재.

몸으로 부딪쳐 보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었으니.

“일단 기다려볼까.”

검은 기운은 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고삐 풀린 소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을 죽이겠다는 듯 사납게 신체 내부를 공격해 왔다.

“이야… 이건 다른 헌터였으면 큰일 났겠는데. 아니지. 확실히 죽었겠네.”

몸이 좀 튼튼하다고 해서, 버텨 낼 수 있는 기운이 아니었다.

자신조차, 몸 안의 마기가 없었다면 상당한 고통을 겪었어야 했을 수준.

“이거 함정 아이템인데? 뭔 이딴 아이템이 다 있냐?”

헌터 본부에서 발표한 아이템의 종류는 대략 수백 가지.

그중에서, 사용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아이템은 단 하나도 없었는데.

띠링.

[어둠의 자극이 사용자에게 굴복했습니다.]

[어둠의 자극이 흡수됩니다.]

[이로운 효과가 발생합니다.]

[원하는 효과를 선택해 주십시오.]

“이걸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쁘다고 해야 하나.”

몸 안에서 날뛰는 기운이 잠잠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10분.

어찌 보면 짧은 시간이다.

다만.

자신의 마기 스텟과 몸 안의 마기의 농도를 생각해 보면, 저 검은 기운은 상당히 질긴 놈이었다.

현재 자신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만독 불침.

가장 강력한 독을 품고 있는 몬스터에게 아무리 피해를 입어 봐야, 수 초 내로 마기가 중화시켜 줄 수준이었으니.

“나에 한해서는 좋은 아이템이 맞았네.”

눈앞으로 떠오르는 선택지를 보자 찝찝했던 기분이 날아갔다.

그럴 것이.

[원하는 스텟 +15]

[새로운 스킬 추가]

[새로운 스텟 생성]

선택지로 주어진 항목들의 보상 규모가, 하나같이 엄청났으니까.

“스텟은 일단 패스.”

스텟이야,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두 번 째나, 세 번째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새로운 스킬 추가.

새로운 스텟 생성.

다른 헌터들이 이 항목들을 봤다면, 눈이 뒤집혔을 것이다.

헌터들에게 스킬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순수한 재능.

유전자빨.

타고나야 한다는 스텟까지 새롭게 얻을 수 있다.

“내 예상보다 엄청난 아이템이었는데?”

대가가 큰 만큼 돌아오는 보상이 짭짤했다.

“어떤 걸 주는지 확인할 수는 있겠지.”

홀로그램 앞으로 손을 가져가자, 추가로 항목이 나타났다.

[스킬 획득 목록]

[스텟 획득 목록]

“음… 스킬이라. 생각보다 별거 없네.”

전투 구보

전투 취침

정확한 사격

매의 눈

맷집

“전투 취침은 또 뭐냐?”

딱 봐도 볼품없는 스킬들밖에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자신에 한해서 볼품없다는 말이다.

다른 헌터들은 저 스킬 중 하나만 습득하게 되어도, 상당히 강해질 수 있을 정도.

“스텟 쪽은 쓸 만한 거 하나라도 있겠지, 뭐.”

이어서 스텟 항목을 살펴보았다.

“마나, 마력, 행운, 매력, 활력, 회피력, 건강, 시야….”

스텟에도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스텟 쪽은 생각보다 쓸 만한 게 많네.”

다만, 여기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다.

좋아 보이는 스텟을 아무렇게나 고르는 건 답이 아니다.

그 스텟을 성장시키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몬스터를 잡는다고 모든 스텟 경험치가 올라가지는 않으니까.”

게임처럼 일과적으로 한꺼번에 올라가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마나. 안 되고. 마력. 안 되고. 행운? 이건 뭐. 행운 수치 높이면 길 가다가 아이템이라도 떨어지나?”

마나와 마력은 일단 배제다.

몸 안의 마기를 생각해 보면 다루는 건 불가능한 수준.

마기의 반발 작용 때문에, 오히려 몸에 부담이 가해질 수도 있었다.

“마기랑 딱 어울리는 스텟 없나?”

자신이 흑마법사로서 가지고 있는 추가 스텟, 마기.

이것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텟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터.

“오… 이건?”

신중한 표정으로 목록을 읽어 내려가던 중.

눈에 확 들어오는 스텟이 있었다.

“영구 기관이라.”

영구 기관.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도, 영원히 작동할 수 있는 기관.

무한 동력 같은 느낌의 스텟이다.

“내 느낌이 맞다면… 이거다.”

스텟에 대한 설명은 따로 없다.

다만, 자신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저 스텟을 선택해야 한다고.

띠링.

[상태 창에 새로운 스텟이 추가됩니다.]

[영구 기관이 추가되었습니다.]

망설이지 않고 영구 기관을 선택했다.

눈앞에 있는 홀로그램이 터지듯이 흩어지며 상태 창이 나타났다.

힘: 84 민첩: 70 체력: 76 마기: 45 영구 기관: 10

“…이거, 진짜냐?”

새로운 스텟이 추가되자,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영구 기관이라는 스텟의 정보가.

“이건… 나한테, 아니. 흑마법사들에게 있어 꿈같은 스텟인데.”

웬만한 일로 놀라지 않는 김민준은, 자리에서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기존의 틀을 부숴 버리게 될 줄이야.”

말없이 상태 창을 바라본 지 10여 분.

김민준은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 흑마법사의 정점에 달했으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전에도 말했지만, 흑마법사의 치명적인 단점은 마기에 있다.

스킬의 성능과 효과는 강력한 편이지만, 마기를 보충하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마나처럼 자연스럽게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영구 기관이라는 새로운 스텟이 생성된 지금.

김민준만은 이전처럼 마기가 깃든 몬스터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었다.

“마기를 흘려 넣어서… 새로운 마기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새롭게 자리 잡은, 영구 기관의 능력이었다.

곧바로 자세를 잡고 앉은 뒤, 마기를 운용했다.

스스스스.

영구 기관을 다루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몸 안에 장치가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마기를 넣으면 될 뿐이었으니.

“후우….”

몸 안의 마기가 사라졌다.

40%가량 존재하던 마기가, 한꺼번에 모두 빠져나간 것이다.

“꽤 많이 잡아먹긴 하네.”

시동을 거는데 예상 밖의 마기가 필요했지만, 상관없었다.

자신은 마법사의 마나 회복과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되었으니까.

[영구 기관이 마기에 반응합니다!]

[영구 기관이 마기에 완전히 적응하였습니다!]

[영구 기관이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영구 기관의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스텟 올리는 방식도 뭔지 잘 알겠고.”

아직은 스텟이 낮아, 마기를 생성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다.

흑마법사의 가장 큰 약점을 없애 버렸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었다.

“계단형 던전을 한 번 클리어한 것뿐인데… 나한테 이런 선물을 가져다주네.”

김민준은 단련실에서 대자로 누웠다.

이만한 만족감은 처음이었다.

지구로 돌아와 순순히 군대, 그것도 헌터군에 입대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애들한테 알리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방금 자신이 이뤄 낸 업적은, 이스가르드였다면 역사적으로 기록될 일이었을 것이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불변의 법칙.

그 틀을 뽑기형 아이템으로 깨 버렸으니까.

“좋아. 오늘은 영구 기관 숙련도 높이는 데에만 집중해보자고.”

그날.

김민준은 새벽 내내, 단련실에 틀어박혔다.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말이다.

**

“드디어!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김민준 님!”

부산에 위치한 개좌산.

그동안 마기를 찾아다닌 이봉구는, 마기가 흘러나오는 던전을 발견하고 히죽 웃었다.

“크흐흐흐. 이걸로 김서현한테 한 방 먹일 수 있겠지.”

마기를 발견하는 건, 확실히 어려운 일이었다.

지구의 마기는 마향 자체가 너무 옅어 탐지하기가 상당히 힘들기도 했고.

무엇보다 이스가르드와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버거웠다.

특히나 이 대한민국이라는 곳은, 땅덩어리가 유난히 좁았다.

“내가 해냈다… 해냈다고!”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꽤 진한 마기가 풍기는 장소를 발견하다니.

스스로가 대견할 정도였다.

“크윽… 그동안 김서현한테 시달리느라 괴로웠습니다… 김민준 님.”

벌레.

밥벌레.

쓰레기.

분리수거도 안 되는 쓰레기.

빈손으로 집에 돌아갈 때마다 그녀에게 들었던 말들이었다.

“김민준 님이 따로 보내 주신 돈이 아니었으면… 난 굶어 죽었겠지. 독한 년….”

김서현을 생각하니, 절로 오한이 끼쳤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이 성과를 김민준 님에게 알리면, 김서현은 당분간 아무 말도 못 할 것이다.

“오늘은 나에 대한 상으로 국밥을 먹어야겠어.”

부산 하면 국밥이라는 김민준 님의 말이 떠올랐다.

스스스스.

“뭐냐? 넌 또 언제 여기 왔어?”

군침을 삼키며 던전에 가까이 다가가는 사이.

김민준의 소환수, 나이트 워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슥.

“뭐? 양보해 달라고? 아니면 주인님한테 혼난다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동안 온갖 고생을 하면서 마기를 찾았는데, 그 성과를 뺏으려 하다니.

“내가 먼저 발견했다. 알지?”

어림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나이트 워커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쉬익!

그러고는 해당 지점을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아니! 너까지 이러기야? 내가 그동안 얼마나 개고생하면서 찾았는데!”

이봉구는 이에 질세라, 소환수의 뒤를 후다닥 쫓았다.

그냥 마기를 발견했다고 다가 아니다.

마기가 얼마나 있는지.

던전은 어떤 종류의 던전인지.

세세하게 보고할 필요가 있었다.

‘응? 저건…?’

던전 근처로 다가간 이봉구는,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숨겼다.

‘군인인가? 아니면 헌터군?’

던전 앞에서 2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무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뭐야. 둘 다 아니잖아. 괜히 쫄았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은 군인이 아니었다.

개구리 군복도 아니고, 시꺼먼 헌터 군복도 아니다.

‘저건 짭이다.’

이봉구는 그들의 정체를 확인한 뒤, 김민준에게 즉각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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