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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90화 (90/212)

90. 계단형 던전-1

장성들이 고작 중사를 눈여겨본다라.

본래 같으면 성립될 수 없는 말이다.

“네가 복무하고 있는 사단의 대대장, 중령 이준범이었나. 이번에 대령으로 진급 확정됐다. 이게 다 누구 덕분이겠나?”

그 뒤로 구체적인 언급이 하나둘 이어졌다.

모두 김민준이 압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했거나, 혼자서 처리하다시피 한 일들이었다.

“…이렇게 들어 보니까 진짜 기가 차네. 저것들을 반년 만에 다 했다고?”

손은서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줄줄이 이어지는 실적 나열.

이 정도까지 했는데도, 이제야 중사를 달 정도라니.

헌터군의 진급이 얼마나 어려운지 확 와 닿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런 사람인데 뭐 어쩌겠냐. 룬석은 절대 안 준다.’

김민준은 그녀를 향해, 고맙다는 제스처를 취해 주었다.

“자네를 눈여겨보고 있다고 해서, 당장 어떻게 해 달라는 건 아니네.”

손태호는 두 손에 깍지를 낀 채로, 입을 열었다.

“그저 나를 긍정적으로 봐 주기만 하면 되네. 물론, 우리 딸을 더 잘 봐 주면 좋겠지만.”

“아니, 아버지! 그런 건 굳이 왜 말해요!”

“전 손은서를 친구로 대할 뿐이지, 이용하려고 친하게 지내려는 건 아닙니다.”

그 말에,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질문에 화가 나 있는 듯한 착각도 들 정도.

헌터군 사단장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모습.

“하하하! 이 친구.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드는구만.”

손태호는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손은서는 왠지 미심쩍다는 얼굴로 김민준을 바라보았지만.

“시간 있으면, 어떤가. 곧 저녁 시간인데. 내가 한턱내지.”

“감사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단련을 하고 싶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마력 무기를 완벽하게 다루고 싶습니다.”

“휴가 나와서까지 단련이라… 그래. 그 정도로 노력을 하니 진급이 빠르지.”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귀한 아이템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충성!”

큰 목소리로 거수경례를 한 뒤, 집을 나섰다.

한시라도 빨리 룬석을 꿀꺽하고 싶었기에.

**

“어우. 되게 크네. 이걸 어떻게 입안에 집어넣냐?”

김민준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룬석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사탕처럼 녹여 먹여야 하는 단점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었다.

체력 스텟이 1도 아니고, 최대 10까지 오르는 엄청난 효과를 지녔으니까.

“그냥 아무 맛도 안 나네. 돌멩이 맛이네.”

입안을 가득 채웠던 룬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녹으며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띠링.

[룬석을 완전히 흡수하였습니다.]

깔끔하게 룬석을 해치우자,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로운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연속으로 떠오른 상승 알림 메시지는, 정확히 7번 출력되었다.

아이템을 한 번 복용한 것만으로, 7의 체력 스텟이 오른 것이다.

[체력 강화(D)가 생성되었습니다.]

거기다 생각지도 못한 스킬까지.

“운이… 아주 좋군.”

안 그래도 체력 스텟이 살짝 모자랐는데, 아이템 하나로 해결이 될 줄이야.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78 민첩: 70 체력: 75 마기: 45

상태창을 열어 스텟을 확인해 보니, 체력이 눈에 띄게 급증해 있었다.

“키야. 룬석으로 체력 스텟 7상승에, 체력 강화 스킬로 5가 더 올랐네.”

짧은 시간에, 12의 체력 스텟이 올랐다.

체력 75의 수치라면, 던전 안에서 맨몸으로 3일은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그것도 잠도 안 자고 말이다.

“이 체력 스텟이면, 던전에서 살림 차려도 되겠는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일반 헌터의 기준이다.

마기를 보유한 자신이라고 치면, 10일은 여유롭게 버틸 수 있을 터.

“병사들 대부분은 던전 안에서 2일도 못 버티지.”

체력이 좋다는 장교들도, 오래 버텨 봐야 50시간 정도.

그만큼, 던전이라는 곳은 체력 고갈이 심했다.

거기다 앞으로는 마력 무기까지 사용해야 했기에, 헌터들은 체력 스텟을 우선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었다.

“힘이 남아도는데, 마력 무기에 오러를 빵빵하게 둘러도 아무 문제 없겠네.”

아.

빨리 던전 부수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거리네.

**

“다들 주목!”

“주목!”

김민준이 휴가를 복귀하고 3일 뒤.

헌터들은 던전 공략을 위해, 연병장 앞으로 집합했다.

“이번 던전에서 우리 중대가 공략할 던전은 3층의 구조를 가진 계단형 던전이다!”

김철민 중위는 던전에 대해 브리핑하면서, 군장을 잘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보통 소규모 던전은 소대 단위로 공략한다.

중대 단위로 공략한다는 건, 그만큼 던전 규모가 크다는 말이고, 공략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뜻이었다.

“오랜만에 계단형 던전이네.”

“전투 식량 오지게 먹을 것 같습니다….”

이동진과 김광식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계단형 던전은 보통 층마다 일정 시간 차이를 두고 공략했기에.

“우리가 2중대 2소대고 오늘 1층을 공략하니까… 빠르면 2층까지 공략할 것 같습니다.”

계단형 던전은 다른 던전에 비해 규모가 크다.

당연히 몬스터가 출몰하는 개체 수도 많다.

그뿐만 아니라, 1개의 층을 공략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생성된다.

이 계단이 생성되지 않을 때까지 몬스터를 때려잡아야 던전을 클리어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공략 난도가 낮은 계단형 던전이라고 해서, 절대 방심하지 말도록! 알겠나!”

“예!”

“함부로 대열을 벗어나지 않게 주의하도록 하고, 마력 무기는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각 소대장들이 주의 사항을 전달한 뒤.

중대원들과 함께 변화형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1]

그러자 헌터들의 눈앞으로, 숫자가 출력되었다.

계단형 던전을 입장하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1층은 거대 토끼. 2층은 붉은 머리 원숭이. 맞지?”

“예. 그렇습니다.”

대열을 유지하며 이동하던 중.

김민준이 주위를 살피며, 병사들에게 질문했다.

거대 토끼.

붉은 머리 원숭이.

둘 다 중하급에 속하는 몬스터.

상대하는 데 그리 어렵지 않은 놈들이다.

‘머릿수가 많긴 하네.’

그럼에도 헌터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놈들의 개체수 때문이었다.

계단형 던전은 다른 던전에 비해 많은 수의 몬스터가 출현하는 특징이 있었기에.

‘던전이라는 게 참 신기하단 말이지.’

헌터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던전을 클리어하는데, 다음 날이면 새로운 던전이 생겨난다는 게.

‘무슨 바퀴벌레도 아니고.’

생각해 보니, 질기긴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없어지기는커녕, 새로운 형태의 던전이 만들어질 줄이야.

“전방 60m! 몬스터 출현했습니다!”

“괴물 토끼입니다!”

김민준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전방에서 괴물 토끼가 한두 마리씩 나타났다.

“이런 미친! 대충 봐도 100마리가 넘습니다!”

“1열! 마력방패 꺼내서 장비해! 2열과 3열은 마력탄 장전!”

“예!”

어느새 눈더미처럼 불어난 몬스터 수에, 중대장은 재빨리 지시를 내렸다.

괴물 토끼 한 마리의 덩치는 호랑이와 맞먹는다.

겉모습만 토끼일 뿐이지, 무식한 힘까지 가지고 있다.

그 수가 한 마리도 아니고, 100마리가 넘는다면….

거리를 내주는 순간 대참사가 일어날 터.

“사격 개시!”

쿠와아앙! 쿠왕!

중대장의 지시에, 사격 자세를 취한 헌터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긴다.

“끼이익!”

“기이익!”

괴물 토끼들은 마력탄의 위력에 버티지 못하고, 금방 나가떨어졌다.

소대도 아니고, 중대 단위의 일제 사격이다.

그만큼 위력이 강력할 수밖에 없다는 말.

다만.

마력탄을 3번이나 재장전했는데도 괴물 토끼의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중대원 전원! 뒤로 물러난다! 빨리!”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중대장은 재빨리 철수 명령을 내렸다.

보통 계단형 던전 1층에서 거대 토끼가 나타나는 경우 많아 봐야 50마리 선에서 그친다.

그런 놈들을 100마리를 넘게 처리했는데도 50마리에 가까운 개체 수가 남아 있었다.

‘운도 더럽게 없군. 하필이면 같은 계단형 던전 중에서도 독한 타입이 걸려서!’

여기선 전투 태세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중대장님! 여기선 저한테 맡겨 주십쇼!”

김민준 중사가 대열 밖으로 뛰쳐나갔다.

“김민준! 괴물 토끼의 수가 안 보이나! 아무리 너라도 해도 힘들….”

중대장은 말을 하다 말고, 두 눈을 끔뻑거렸다.

촤아악! 촤악!

그가 오러를 두른 마력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3마리의 괴물 토끼가 죽어 나갔으니.

“역시 신무기, 마력검. 성능 확실하구만.”

김민준은 부드럽게 썰려 나가는 괴물 토끼의 머리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이거지. 이게 바로 아이템빨이지.”

“끼이이익!”

마력검에 두른 오러로 공격을 가한다.

그 덕분에 검날이 상할 일이 없다.

강약 조절을 안 하고, 마음껏 휘둘러도 되는 무기라는 말이다.

“트리플 킬!”

김민준은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던전을 휘젓고 다녔다.

“썰어도 썰어도 계속 나오네.”

단시간에 30마리 가까이 처리했음에도, 괴물 토끼들이 추가로 나타났다.

“고맙다. 계속 나와 줘서.”

오히려 좋았다.

체력이 남아돌고, 힘도 남아돌았으니까.

놈들이 많이 나타날수록 많은 실적 점수와 스텟 경험치를 얻으면 될 뿐.

“재미도 보고. 실적 점수도 많이 얻고.”

이거지.

이게 바로 던전 공략이지.

‘룬석의 힘인가. 그냥 하나도 안 지치는데.’

체력 스텟 75의 체감은, 예상 이상이었다.

마력검에 무식하게 오러를 두르고 있고, 던전 안에서 몬스터를 단신으로 상대하고 있다.

체력이 조금이라도 깎여 나가야 정상이라는 말이다.

‘체력 스킬까지 추가로 붙어서 그런 건가?’

분명 자신은 흑마법사인데, 전사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 정도로, 룬석의 효과는 상당했다.

“아니. 진짜 말이 안 나온다….”

“저거 지금 몇 분째 저러고 있는 겁니까?”

“10분은 넘었을걸….”

한편.

뒤에서 그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은, 저마다 입을 벌리고 있었다.

예상 수치를 아득히 넘어선 몬스터의 머릿수.

그리고 그 몬스터들을 태연한 표정으로.

아니, 즐거운 표정으로 잡고 있었기에.

“몬스터가 불쌍해 보일 지경입니다….”

“그냥 나오자마자 죽는데?”

마치 도살장은 연상케 하는 광경.

헌터들은 저마다 마른침을 삼켰다.

그토록 많았던 괴물 토끼가, 이제는 10마리도 채 남지 않았으니까.

“어떻게 땀 한 방울 안 흘립니까?”

“마력검 오러도 보십쇼. 저거 최대 출력일 겁니다.”

보통 헌터들이면, 마력검을 3분만 사용해도 지칠 것이다.

걷지도 못할 수준으로 말이다.

그런데 김민준은, 마력검의 오러를 유지한 채로 남은 괴물 토끼를 마무리했다.

아주 깔끔하게 말이다.

[1층을 클리어하였습니다.]

김민준이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처리하자 모든 헌터들에게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 처리한 것 같습니다.”

그는 마력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며, 대열로 돌아왔다.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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