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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88화 (88/212)

88. 확정

육안으로 보일 듯 말 듯한 세기의 오러였지만, 벌써 10분째 유지하고 있다.

‘뭐지? 아까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지금은 참을 만하잖아.’

김민준이 도와주기 전까지는 온 힘을 다해 오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약간 힘든 정도로도 최소한의 오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고작 검을 잡아 주고, 자세를 교정해 준 것 뿐일 텐데.

이런 큰 변화가 일어날 줄이야.

“손은서 병장이라고 했나? 마력 무기 지급 첫날부터 나쁘지 않은 성과다.”

마침 돌아온 교육관이 그녀의 오러를 보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

단시간이었지만, 그의 지도는 큰 효과가 있었다.

‘이, 이걸 어떻게 한 거야?’

손은서는 충격적인 눈빛으로 마력검과 김민준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김민준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김민준 하사님! 저도 팁 좀 알려 주십쇼!’

‘저, 저도! 전 오러를 1분도 유지 못 하겠습니다!’

‘저도 일대일 지도 부탁드립니다!’

그 장면이 충격적이었는지, 대다수의 헌터들이 가르침을 구해 올 정도.

‘큭… 역시 마력검도 재능빨인가.’

‘아오. 턱도 없네.’

물론 손은서 이외에, 마력검을 제대로 제어해 내는 헌터는 한 명도 없었다.

**

“자. 오늘도 오전 일과는 마력검 적응 훈련으로 대체한다. 평소대로 오러를 유지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 뒤로 한 달이 지났다.

헌터들은 하루 일과 중,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마력검 단련에 쏟았다.

“앞으로 5개월 뒤에, 마력검을 장비한 채로 던전 공략을 할 예정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막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병사들에게 주어진 마력검 적응 시간은 6개월.

장교들이 마력검에 적응하는 데 평균 6개월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히 빠듯한 기간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게이트 발생 빈도는 조금씩 잦아지고 있고, 새로운 던전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특히 무적 헌터 부대는 최전방에 위치해 있다.

후방 부대보다 훨씬 높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말이다.

때문에, 병사들이 하루빨리 마력검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했다.

“어우, 씨… 밥만 먹고 이것만 훈련하고 있는데 도무지 늘질 않습니다.”

“내 말이. 이제 오러 두르는 건 숨 쉬는 것처럼 하겠는데, 유지하는 걸 5분도 못 하겠네….”

3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90%에 해당하는 부대원들이 마력 무기에 적응하는 것을 버거워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평범한 무기를 사용했으니까.

국방부에서 난데없이 ‘마력석이라는 미지의 물질을 이용해 신무기를 만들었으니, 6개월 안에 적응하도록.’이라고 말하며 던져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군대가 까라고 해서 까는 건 알겠는데… 이건 너무 터무니없는 것 같습니다….”

한 달 넘게 같은 일과만 반복하고 있는데, 결과는 항상 똑같다.

그것으로 인해, 부대원들의 의욕이 조금씩 꺾여 나갔다.

“아직 5개월 남았잖아. 150일 정도 남았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해라. 그럼 나처럼 될 수 있다.”

김민준은 한숨을 푹푹 내쉬는 헌터들을 향해 진한 오러를 두른 마력검을 치켜들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그는 교육관보다 더욱 진한 오러를 두를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유지하는 건 말할 것도 없었고.

“진짜 말이 안 나옵니다.”

“김민준 하사님은 마력 무기 지급 전에도, 몬스터들 학살하고 다니셨지 말입니다.”

“지금 수준이면 상급 몬스터들을 백 단위로 썰어 버릴 것 같습니다.”

헌터들은 김민준이 두른 진한 오러를 보고, 재차 의욕을 다졌다.

적어도 짐이 되지는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오. 너도 많이 늘었네?”

“병장 손은서. 감사합니다.”

김민준은 여전히 같은 강도의 오러를 유지하며, 손은서에게 다가갔다.

훈련 중 지정된 자리를 벗어나는 일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김민준은 교육관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를 허락받았다.

현재 마력검 적응 훈련은, 그에게 있어 자유 시간이나 다름없었다.

“한 달 전에는 5분도 유지하지 못 하더니, 이제 10분 이상은 쉽게 유지하네.”

최근 1개월 이내 가장 훈련 성과가 좋은 헌터가 있다면, 단연 손은서 병장이었다.

아버지인 사단장의 우수한 유전자 덕분일까.

마력검의 적응 속도가 다른 헌터들에 비해 매우 빨랐다.

“너 나한테 지갑 털릴 준비 해야겠는데? 이것도 내 덕분인 거 알지?”

“예… 그렇습니다.”

손은서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재수 없는 말이었지만, 저놈의 덕을 많이 보긴 했으니까.

“자! 오늘부터는 훈련용 몬스터를 상대로 실전 감각을 기르도록 하겠다!”

어느새 훈련 2달 차에 접어들었다.

이쯤 되니, 대다수의 헌터들은 10분 정도의 오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강도는 제각각이었지만.

‘아. 심심해 죽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훈련다운 훈련을 하네.’

그동안 지루함을 느끼던 김민준은, 훈련 몬스터를 확인하고 눈을 빛냈다.

‘훈련용 스틸 스톤이라. 나쁘진 않네.’

스틸 스톤.

엄청난 방어력을 자랑하는 인간형 몬스터.

1미터가 안 되는 덩치를 가진 놈들은 중하급 몬스터에 속했다.

공격 성향이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움직임이 나무늘보처럼 느렸다.

피부가 워낙 튼튼해서 훈련용이나 각종 실험용으로 활용되곤 했다.

“다들 주목!”

“주목!”

“훈련을 시작하기에 앞서, 본 교육관이 먼저 시범을 보여 주겠다! 보호 슈트를 착용하고 하는 훈련이니, 긴장할 필요는 없다!”

“알겠습니다!”

김상덕 대위가 내부 훈련실로 들어가, 마력검을 뽑았다.

능숙하게 형성되기 시작하는 오러.

“우우우….”

잠시 후.

천정에서 스틸 스톤이 투입되었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상병을 기준으로, 한 마리를 처리하는 데 평균 20분 이상이 걸린다.

놈의 피부가 워낙 튼튼하기 때문이었다.

서걱!

하지만.

마력검을 능숙하게 다루는 교육관은, 단 20초 만에 놈을 처리했다.

힘들이지 않고 세 번 휘둘렀을 뿐인데, 훈련용 스틸 스톤의 머리가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오….”

“마력검 성능 미쳤네.”

이렇게 보면.

마력검이라는 무기가 개발됨으로써, 몬스터들을 쉽게 학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강한 절단력을 발휘하는 마력검의 단점은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몬스터를 신속히 처리할 수 있는 건 소수의 장교들뿐이었으니.

“지금이야 이렇게 훈련하는 거지만, 실전에서는 몬스터를 일반 무기로 상대하기 어려울 때. 그 순간에 국한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던전에서는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체력이 고갈된다.

그 상황에서 마력검을 사용하면, 체력이 몇 배로 더 빠르게 소모된다.

때문에, 던전 안에서의 마력검 사용은 중요한 순간에만 사용하라는 방침이 전달되었다.

“어욱….”

“미치겠네. 갑자기 오러가 왜 이래?”

훈련 때 오러를 잘 둘렀던 헌터들은 막상 몬스터를 마주하자 마력검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세세한 신체의 변화가, 마력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훈련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그것밖에 못 하나! 다음!”

교육관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두 달 넘게 훈련을 받은 놈들이 그것밖에 못 하냐며 면박을 줬다.

훈련 첫날에도 그런 경향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여전했다.

‘교육관이라는 놈이 애들 놀리기만 하고. 저러면 애들 의욕만 떨어지는데.’

시간이 지나고, 김민준의 차례가 다가왔다.

“뭐야. 세 마리네?”

천정에서는 세 마리의 스틸 스톤이 투입되었다.

그동안 한 마리만 투입되던 몬스터가, 내 차례가 되자 귀신같이 늘었다라.

‘날 골탕 먹이려고?’

당연히 교육관의 짓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모기 한 마리가 세 마리로 늘었다고 해서 위협적이기나 할까.

“우우우….”

“우어어!”

“잘 가고.”

김민준은 진한 오러가 일렁이는 칼을, 재빠르게 세 번 휘둘렀다.

놈들에게는 공격 성향이 거의 없다.

천천히 움직이는 놈들을 처리하는 데는, 10초면 충분했다.

서걱!

훈련이 개시되고 나서 10초.

스틸 스톤 세 마리의 머리가, 동시에 잘려 나갔다.

“…….”

“허….”

“와….”

몬스터가 잘못 투입되었다며 이의를 제기하려던 헌터들은, 방금 일어난 상황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한 베기 속도.

마치 놈들의 움직임이 보이는 듯한 공격.

앞서 시범을 보인 교육관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이었다.

“기, 김민준 하사. 교육관이 실수로 몬스터를 추가로 투입했는데… 잘했다.”

김상덕 대위는 압도적인 그 모습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교육관님. 몬스터 투입을 실수하시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민준이 태연한 표정으로 훈련실 밖으로 나오자, 손은서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김민준이었기에 아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아무리 스틸 스톤이 훈련용으로 안전한 몬스터라고 해도, 세 마리를 한 번에 투입한 건 노골적이었다.

“으, 음… 그래. 내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했다. 미안하다.”

순순히 사과하는 김상덕 대위.

이의를 제기한 병사가 다른 헌터였다면 오히려 화를 냈겠지만, 손은서 병장은 사단장의 딸이다.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

괜히 일을 크게 키울 필요는 없었다.

“전 괜찮습니다. 10마리가 투입되어도 30초 안에 정리할 자신이 있어서.”

김민준은 어쩔 줄 몰라 하는 교육관에게, 보란 듯이 입꼬리를 올려 주었다.

**

‘야. 너 요새 왜 이렇게 성과가 없냐?’

그 뒤로 한 달가량이 더 지났다.

매일 같은 일과가 시작된 지 3개월.

김민준은 슬슬 지루함을 느껴, 괜히 가만히 있는 소환수, 나이트 워커를 갈궜다.

스스스스.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는 소환수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쭈. 노력만 하면 끝이야? 결과물을 가져와야지!’

스스스스.

녀석은 마기를 좀 더 나누어 주면,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가져오겠다고 대답했다.

‘말대꾸할래? 그래서 네가 잘했어? 저번에 아이템을 물어 온 뒤로 며칠이 지났냐? 100일 가까이 지났어, 100일! 이스가르드였으면 상상도 못 하는 일이라고. 알아?’

스스스스.

그 말에, 발밑의 그림자가 축 늘어지듯이 움직였다.

‘앞으로 10일 더 준다. 나 심심해서 죽는 꼴 보기 싫으면, 뭐라도 찾아와.’

소환수는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겁지겁 모습을 감췄다.

이 정도로 해 뒀으면 뭐라도 물어 올 것이다.

스킬 등급이 B로 올라갔는데, 90일 넘게 아무 수확이 없다니.

그건 저놈 잘못이지.

“김민준!”

일과 시간을 마치고, 생활관 안.

김철민 중위가 환하게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걸까.

“하사 김민준!”

“그래! 너 이 자식아! 결정 났다!”

“무엇이 말입니까?”

그 뒤로 이어지는 말에, 생활관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런 미친!”

“정말입니까?”

“간부에서 승진하는 건 되게 어려운 거 아닙니까?”

김민준이 헌터군에 입대한 지 약 6개월 정도.

하사로 승격한 지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중사 진급이 확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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