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마력검-1
‘뭐라고?’
‘미친. 그게 진짜냐?’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딨는데!’
그도 그럴 것이.
새로 보급되는 무기를 일정 수준까지 다루지 못하면 진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아니, 이놈들이? 지금 대대장님이 앞에서 말씀하시는데….”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분위기.
중대장이 헌터들에게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대대장이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냈다.
“괜찮으니까 잠시 내버려 둬. 나도 어제 들었을 때는 충격 많이 받았으니까.”
“대, 대대장님…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전방 헌터 부대에 보급되는 무기는 마력이 담긴 신무기였다.
국방부는 얼마 전, 마력석에 잠재된 힘을 끌어내 무기에 담는 것에 성공했다.
마력의 기운이 담긴 무기는 기존에 사용하던 무기보다 내구성은 물론, 높은 공격력을 자랑했다.
당연히 몬스터에게도 효과적이었고.
다만, 3가지의 단점이 존재한다.
먼저, 마력 무기는 다루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실력 있는 장교가 6개월 이상 무기 단련에 매진해야,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다른 하나는 일반인들은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마력 무기는 헌터의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반응한다고 한다.
그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마력 무기는 헌터들의 기력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무기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하루 만에 방침이 추가되었다는 건, 이럴 일이 생길 것을 알고 대비했다는 거겠지.’
김민준은 대대장의 말을 듣고, 일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얼마 전 발생한 게이트.
그 사태 때문에, 개발 최종 단계에 들어간 무기를 미리 보급하는 거겠지.
‘국민들의 반발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서, 전 헌터군에게 마력이 깃든 특수 무기를 지급한다. 우선 이걸로 여론을 잠재울 생각이구만.’
하긴.
게이트가 시내 쪽에서 단기간에 두 번이나 발생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민간인들이 두려워할 만도 하지.
‘마력 무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못 다루면 진급에 영향을 준다라….’
주위에 있는 헌터들은 뭐 이런 게 다 있냐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자신은 별 상관없었다.
‘고작 무기 하나 못 다룬다고 진급을 못 할 내가 아니지.’
오히려 새로 지급되는 무기가 얼마나 강한 화력을 자랑하는지, 다루기 어렵다면 얼마나 어려운지.
한시라도 빨리 확인해 보고 싶을 정도였다.
“아니, 하… 난 이제 곧 병장 바라보고 있는데, 여기서 걸린다고?”
“난 하사로 승격을 노리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대대장이 부대를 떠나고 나자, 연병장에 한숨과 함께 불만 어린 한탄이 울려 퍼졌다.
그럴 만도 하다.
헌터군은 안 그래도 진급이 어려운 편인데, 방금 발표된 내용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졌으니까.
“자, 다들 조용하고 주목해!”
중대장이 헌터들의 시선을 모았다.
“오늘 지급되는 마력 무기. 잘 다루면 실적 점수를 그만큼 더 받을 수 있다. 진급을 더 빨리할 수도 있다는 말이야.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마라. 새로 추가된 방침은 일반 병사뿐만 아니라, 간부들에게도 적용된다.”
중대장은 당장 오늘부터 마력 무기를 다루는 훈련에 들어간다는 말을 끝으로 점호를 마쳤다.
“아. 원래 당분간 훈련 없이 일과만 하면 끝이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오랜만에 꿀 빠나 싶었는데… 이놈의 헌터군은 병사들을 너무 굴리는 것 같습니다.”
생활관으로 돌아오자 분대원들이 짜증 섞인 목소리를 냈다.
“후… 하사로 승격 준비하고 있었는데, 뭐 이딴 게 다 있어?”
평소 훈련 외의 일로 화를 잘 내지 않던 이승호 병장역시, 욕설을 뱉을 정도.
병사들에게 있어, 진급 기준이 높아졌다는 건 그만큼 심각한 일이었다.
“야.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긍정적으로.”
김민준은 그런 분대원들에게 다가가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다.
“새로 지급되는 무기, 마력 무기라고 했나? 그걸 잘 다루게 되면, 그만큼 너네 진급이 빨라지는 거야.”
“…마력 무기는 장담하는데, 다루기 엄청 어려울 겁니다.”
자신의 말에, 이동진 상병이 풀이 죽은 채 대답했다.
“마력 무기 개발에 대한 말은 10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수월하게 진행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3년 전쯤에 났었는데… 벌써부터 보급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 외에도 이어지는 간단한 부가 설명들.
녀석은 생각보다 마력 무기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다.
아직 지급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아. 제 취미 중 하나가 국방부에서 개발하는 각종 무기들을 찾아보는 겁니다.”
분대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자, 이동진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했다.
“…뭐 그런 취미가 다 있냐?”
“이상한 놈이네. 차라리 김민준 하사님처럼 던파나 하지.”
“그래. 던파는 갓겜이지. 아니, 그것보다 빨랑 연병장으로 나가 이놈들아.”
당연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던 김민준은, 분대원들의 등을 밀었다.
당장 오전부터 진행될 마력 무기술 훈련 때문이었다.
“김민준이. 잠깐 시간 되냐?”
연병장으로 향하던 도중.
소대장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성! 하사 김민준! 시간 됩니다!”
“그래. 여기 앉아라.”
안으로 들어가니, 김철민 중위가 전달 사항이 있다고 말해 왔다.
“전달 사항 말입니까?”
“그래. 네가 얼마 전 단독으로 게이트를 처리한 일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그 일에 대한 얘기가 아직 안 나왔지.
‘진급에 대한 얘기였으면 좋겠네.’
그렇게 내심 기대하고 있던 사이.
김철민 중위가 서류들을 몇 장 가져와 소리 내어 읽었다.
“우선 확정된 것만 말해 주마. 너에게는 7박 8일 포상 휴가와, 3천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될 거다. 그리고 진급에 관해서는, 유감인데 시기가 안 좋았다.”
유감이라니.
그게 무슨 뜻일까.
이 정도로도, 진급이 안 된다는 말일까?
“이번 일로도, 진급할 수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자신의 말에, 김철민 중위가 아쉽다는 듯이 대답했다.
“진급은 거의 확정이었지. 본부 회의를 거쳐 거의 확정이 되어 가는 상황이었는데… 헌터군 방침이 하나 추가되었거든.”
“아. 마력 무기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김철민 중위는 현재 자신의 진급 건은 보류라고 대답했다.
마력 무기를 얼마나 잘 다루는지 확인하고, 진급을 결정하겠다나.
“사단장님께서 굉장히 애를 쓰셨다. 그 정도의 일을 했는데도, 새롭게 추가된 방침 하나 때문에 진급이 안 되는 게 말이 되냐면서. 무려 별 네 개짜리 장군님한테 이의를 제기했지.”
“그렇습니까. 전 괜찮습니다.”
마력 무기를 잘 다루면 중사로 진급시켜 주겠다.
결국 이거잖아.
“전 마력 무기 잘 다룰 자신 있으니까,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크흡. 그래. 네가 말하는 건 의심 없이 다 믿을 정도다.”
당연한 듯한 자신의 말에, 소대장이 피식 웃었다.
“이번에 교육관이 추가로 왔다고 하니까, 네 실력을 한번 보여 줘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충성!”
마력 무긴지 뭔지.
기다려라.
아무리 오래 걸려도, 3일 안에 다뤄 내 보일 테니까.
**
연병장에 집합한 헌터들은, 처음 보는 교육관의 모습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야. 교육관님이 바뀌셨는데?’
‘누구지?’
‘마력 무기술 훈련이라 그런가?’
다들 조용히 대화를 주고받던 사이.
‘야. 미친. 저 사람 김상덕이잖아!’
헌터 한 명이 교육관의 정체를 알아보고, 화들짝 놀랐다.
‘뭔데.’
‘누군데 그래?’
‘야. 너희들 모르냐? 김상덕 대위! 타 부대에서 교육관 하다가, 문제 자주 일으켜서 전출 밥 먹듯이 한 사람이잖아!’
‘미친… 전출을 밥 먹듯이 했다고? 그것도 헌터군에서?’
군대에서 전출을 자주 했다.
그 말이 뜻하는 건 하나다.
징계를 받을 만한 행동을 자주 했다는 것.
물론 순환 근무인 경우에도 전출을 가긴 하지만, 교육관이라는 직책은 그럴 일이 없었다.
“다들 주목!”
“주목!”
무적 헌터 부대에 새로 배치된 교육관, 김상덕 대위가 입을 열었다.
“본 교관은, 무적 헌터 부대에서 마력 무기술 지도를 맡았다!”
그는 30대 초반에 속하는 나이였지만, 겉으로 보면 40대 초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노안을 가졌다.
거기다 날카로운 눈매와 항상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은, 그가 한 성격 한다는 것을 잘 나타내 주었다.
“너희들도 오늘 들었겠지만, 헌터군에 새로운 방침이 추가되었다! 오늘부터 지급되는 이 마력 무기를 다루지 못하면, 앞으로 진급은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김상덕 대위는 푸른 검날을 가진 군용 칼을 보라는 듯 치켜들었다.
이번에 병사들이 지급받게 될, 군용 마력검이었다.
스스스스.
그 자세를 가만히 유지하길 1분.
푸른 막이 나타나, 검날을 감쌌다.
“오….”
“우와….”
그 광경은, 판타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오러와 흡사했다.
“이 마력이 깃든 무기는, 방금처럼 무기 표면에 마력을 두를 수 있다. 이 오러는, 몬스터에게 있어 유효한 공격 수단 중 하나다.”
이어지는 마력 무기에 대한 갖가지 설명들.
‘오. 저거 완전, 성기사들이 사용하던 무기잖아?’
마력 무기를 눈으로 훑던 김민준은, 저 칼이 이스가르드에 존재하던 무기와 흡사하다고 판단했다.
‘성기사들이 무기에 오러를 담아서 휘두르곤 했었지.’
무기에 오러를 담게 되면, 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저 마력칼도 같은 이치인 듯했다.
“오… 미친. 무게 가벼운 거 봐라.”
“기존 군용검보다 무게는 가벼운데, 절단력은 5배 이상 좋다고 했다고? 괜히 비싼 게 아니네.”
마력칼을 지급받은 헌터들은, 무기의 가격에 한 번 놀라고, 가벼운 무게에 두 번 놀랐다.
보급형 마력칼의 가격은 자그마치 3천만 원.
칼 한 자루가, 차 한 대의 가격과 맞먹는 것이다.
이것도 가장 저렴한 보급형 마력칼의 가격이고, 소령부터는 더욱 성능이 좋고 비싼 마력칼이 지급된다.
‘별 달면 어떤 개쩌는 무기를 줄까.’
김민준은 보급형 군용 마력검을 몇 번 쥐어 보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냥 되겠는데?’
당장 마음만 먹으면, 방금 교육관이 한 것처럼 마력을 두를 수 있을 것이다.
‘마력석으로 가공한 무기. 다만, 칼에 두른 마력을 유지하려면 엄청난 기력이 필요하겠는데.’
이렇게 무기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이유는 나이트 워커 덕분이었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녀석이 알아서 내부 구조를 스캔해 알려 주었으니.
‘무기 자체는 괜찮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거기. 김민준 하사, 맞나?”
김상덕 대위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지목했다.
“하사, 김민준! 그렇습니다!”
“그래. 네가 무적 헌터 부대에서 그렇게 우수하다던데.”
“아닙니다! 헌터군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뭐, 그거야 그렇긴 하지.”
교과서 같은 대답에, 김상덕 대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마력 검술 훈련에 들어갈 건데, 그 전에 앞서 김민준 하사의 실력을 보도록 하겠다.”
그는 예시를 두고 설명하기 위해서니, 오해 말라고 덧붙이며 김민준을 단상 위로 불렀다.
“방금 내가 한 것처럼 마력검에 마력을 둘러 보도록.”
막 마력검을 지급받은 참인데, 마력을 두르라니.
이게 무슨 말일까.
‘딱 보면 알지. 나를 이용해서 우월감이라도 느끼려고 하나 봐?’
김민준은 속으로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마력검을 위로 치켜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