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85화 (85/212)

85. 망토

“이건… 희생의 망토잖아.”

거무스름한 색을 띠고 있는 망토 하나.

그 아이템의 정체는, 체력을 소모해 다른 스텟을 올릴 수 있는 일회성 아이템이었다.

“이야… 이것도 나름 귀하다고 알고 있는데. 대대장이 이번에 게이트 처리한 일이 상당히 마음에 드나 보네.”

하긴.

그건 나 아니었으면 누구 하나는 무조건 다쳤을 수준이기는 했지.

“이건 겉으로 보면 그냥 담요 같네.”

일반인이 보면 이불로 착각할 수도 있는 이 아이템은, C등급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언제였지. 예전에 놀이 공원 갔을 때 받았던 검은 카드는 B등급 정도 되겠고, 수확의 목걸이 같은 경우도 C등급은 되겠네. 에너지 스톤은… A급이고.”

김민준은 헌터군이 임의로 정한 아이템의 등급표를 떠올렸다.

당연히 등급이 높을수록 구하기 어려우며, 상당한 효과나 위력을 자랑하곤 했다.

아이템 등급표는 병사들이 아닌 간부들에게만 먼저 배포된 샘플이었지만, 참고할 만한 정도는 되었다.

“이렇게 좋은 게 C등급이라니.”

이 망토의 평가는 그리 좋지 않다.

체력을 소모해 원하는 스텟을 올릴 수 있다.

말만 들어 보면, 말도 안 되는 사기 아이템이라고 느낄 것이다.

“여기에는 함정이 있거든.”

이 아이템을 사용한 헌터군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올릴 수 있었던 스텟은, 고작 1이나 2에서 그쳤다.

체력을 무지막지하게 뺏어 가는 것치고, 그리 좋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장교들이 시도해 봤다가, 3일 동안 앓아누웠다고 했었나.”

그 정도로 효율이 나쁘기 때문에, C등급을 받았겠지.

“하지만 내가 사용하면 다르다. 대대장님. 잘 사용하겠습니다.”

김민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망토를 몸에 둘렀다.

[희생의 망토를 착용하였습니다.]

[희생의 망토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실시간으로 체력이 소모됩니다.]

[변환할 스텟을 정해 주세요.]

그러자, 눈앞으로 메시지가 연속으로 떠올랐다.

“올릴 스텟이야 당연히 정해져 있지. 마기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마기를 눌렀다.

“후우.”

몸을 감싼 망토가 꿈틀거리며, 열을 내뿜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육체에 피로감이 쌓여 갔다.

김민준은 그저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지만, 신체적으로는 최악의 환경에서 몬스터와 쉴 새 없이 싸우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왜 헌터들이 스텟을 조금밖에 못 올렸는지 알 것 같네.”

이 아이템을 사용한 헌터들 대다수가, 5분을 채 못 넘겼다고 했었나.

그럴 만도 하다.

지친 적이라고는 단 한 번도 없던 자신조차, 땀이 한 방울씩 흘러내리고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스릴 있고 좋은데. 가끔씩 힘들 때도 있어야 한다니까.”

희생의 망토를 착용한 지 60분이 지났다.

김민준의 얼굴에 땀이 흘러내렸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이야. 1시간 동안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마기 3스텟? 이건 쓰러지기 직전까지 가야겠는데?”

이것으로 자신의 마기 스텟은 43.

마기를 모으기 까다로운 이 환경에서, 시원하게 오르는 마기 스텟이라니.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였다.

안 그래도 마기 스텟이 높아져 슬슬 정체기가 올 시점이었는데, 이걸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줄이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고. 더 해 봐!”

90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김민준.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더 이상 스텟을 변환할 수 없습니다.]

그 괴물 같은 체력과 정신력에, 아이템이 먼저 흐물거리며 녹아내렸다.

효과를 다 사용해, 수명이 다한 것이다.

“좀 더 버틸 수 있었는데. 아깝네.”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이템.

김민준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시며, 땀을 닦아 냈다.

“그래도 마기 스텟을 5나 올렸으니, 충분히 본전은 뽑았네.”

[일정 수준의 마기를 흡수해, 욕망의 마기가 개방되었습니다.]

[부패의 비의 스킬 등급이 C로 상승하였습니다!]

숨을 돌리는 사이, 새로운 스킬이 개방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욕망의 마기(D): 몸 안의 마기를 순간적으로 증폭시킵니다. 모든 능력이 일시적으로 증가합니다.]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네. 이미 알고 있는 건데.”

욕망의 마기.

상당히 쓸 만한 스킬의 잠금이 해제되었다.

현재 수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회수는 하루에 2번 정도.

저 스킬을 사용하게 되면, 짧은 시간 동안 평소의 2배에 달하는 힘을 낼 수 있다.

물론 아무 페널티 없이 말이다.

“2배면 많이 크지.”

이스가드르에서 저 스킬의 덕을 톡톡히 봤었다.

불리한 상황을 자주 뒤집을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저 스킬 덕분이었으니까.

“무리를 하면 3배도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몸에 반동이 오고.”

어차피 이곳에서 출현하는 몬스터의 수준을 보면, 저 스킬을 사용할 일은 잘 없을 것이다.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78 민첩: 70 체력: 63 마기: 45

보유 스킬: 부패(C), 나이트 워커(B), 암흑 화살(D), 마기의 특이점, 마기의 손아귀(C), 마기 채찍(D) 기본 둔기술(E), 기본 검술(D), 스트렝스(C), 민첩 강화(E), 고통의 채찍질(C), 부패의 비(D), 지옥귀 폭발(D), 악독한 돌진(C), 욕망의 마기(D)

“이거지. 이제 흑마법사 구실 좀 하겠네.”

이것으로, 잃어버린 흑마법사의 힘을 40% 가까이 되찾았다.

단기간에 이 정도의 힘을 되찾을 줄이야.

최전방 헌터군 생활의 덕을 톡톡히 봤다.

“남은 시간은 적당히 단련이나 해야지.”

흑마법사의 힘이야 만족스러울 정도로 회복했지만, 육체적인 능력은 아직이다.

압도적인 실적으로 별을 달려면, 보다 완벽해져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개인 단련을 시작했다.

**

한편.

헌터 본부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김민준에 대한 것도 있지만, 다른 중요한 사안들도 있었다.

“음… 이거 시기를 앞당겨야겠는데.”

때문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헌터군 대장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전 헌터군을 통틀어, 5명밖에 없는 4성 장군.

그중 한 명인 구학철 대장이 진지한 얼굴로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

“…….”

회의실에서는 침묵이 감돌았다.

그가 뭐라도 하나 지적하는 순간, 헌터군에 태풍이 불어닥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인해, 회의실의 사단장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정면을 응시했다.

마치 부대로 전입 온 이병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허. 춘천시에 발생한 지 얼마나 됐다고, 강릉 쪽에 게이트가 또 생겨? 이번 연도는 유난히 지랄 맞구만.”

구학철은 혀를 몇 번 차더니, 다른 보고서를 빠르게 훑었다.

“이전의 영상, 재생해 봐.”

“예!”

그 말에 비서역을 수행하는 장교가 재빨리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헌터군 한 명이 단독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 영상.

어떤 이유에선지 움직임을 멈춘 라이칸 슬로프를, 헌터군 간부 한 명이 맨몸으로 처리하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그것도 단 한 순간에.

“자네들도 이거 봤겠지?”

“예!”

“그렇습니다!”

“요즘 기술이 너무 발달해도 문제라니까. 100배 줌인가 뭔가.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찍었는데, 왜 이렇게 잘 찍히나 몰라.”

해당 영상의 출처는, 김민준 하사가 구한 고등학생이 찍은 것이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몸을 바쳐 구하는 그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나.

“기사를 저런 식으로 내 버리면, 우리 쪽에서 삭제 요청을 할 수가 없지. 기자 놈들이 머리 좀 굴렸구만.”

구학철은 껄껄 웃으며 커피를 한 잔 들이켰다.

그의 반응을 보아하니 딱히 기분이 나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김민준 하사라… 저건 정상적인 헌터의 범위를 넘어섰다. 저걸 헌터라고 불러야 하나? 그 뭐냐. 외국 영화의 초록 괴물. 그놈을 보는 것 같단 말이지.”

“그건… 저희들도 동감합니다.”

헌터 본부에서야, 진작에 알고 있었다.

김민준 하사가 특출나다는 것 정도는.

애초에 특별 진급을 밥 먹듯이 하는데 모른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런데 왜 일반 헌터와 비슷한 대우를 했냐 하면, 바로 구학철 대장 같은 인물 때문이었다.

“저런 우수한 헌터를 연구 대상으로 안 삼고 뭐 했는지 모르겠군. 혈액 샘플을 확보하거나, 그 외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을 텐데.”

방금 말한 것처럼, 그는 병사를 인간적으로 대우해 주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헌터군 병사란, 단순한 병력일 뿐이었으니까.

쓰다가 쓸모없어지면 가차 없이 내쳐 버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위험한 사상을 가지고 있음에도 별을 달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그의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겉보기에 노년에 접어드는 일반인 같다.

하지만, 중상급 몬스터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준의 실력을 가진 장군이기도 했다.

“요즘 시대에 그런 행동을 하는 건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국방부에서 승인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애써 웃는 얼굴로 대답하는 사단장들.

‘미친 새끼. 헌터가 무슨 실험 동물이야?’

그중에서도 104사단 사단장은, 속으로 구학철 대장에게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헌터군 대장이라는 놈이, 저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부터가 글렀다.’

회의에 나와서 한다는 말이 저런 망언이라니.

마음 같아서는 육성으로 욕을 퍼붓고 싶었다.

물론 그런 짓을 했다가는, 뒷감당을 할 수 없을 테지만.

“허허.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댄데. 잘못했다가는 내 모가지가 날아가지. 그냥 해 본 말일세. 우선 지켜보기로 하지.”

구학철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훌륭한 성과를 낸 김민준에게 충분한 포상을 해 주라며 말을 이었다.

“이 외에도 헌터군 주요 방침이 변경되었으니, 병사들한테 잘 전달해 줄 수 있도록 하고.”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그날 밤.

헌터군에게 있어, 충격적인 방침이 추가되었다.

**

다음 날.

헌터들이 연병장에서 아침 점호를 하는 도중, 대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훈련 때를 제외하고 잘 볼 수 없던 대대장이 나타나니, 병사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부대 차렷!”

“대대장님께 대하여, 경례!”

“충! 성!”

“그래. 요즘 몬스터들이 기승을 부리는데, 고생이 많다.”

대대장은 당장 오늘부터 헌터군 방침이 하나 추가되었다고 말했다.

‘헌터군 방침?’

‘또 뭐야?’

그 말에, 헌터들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헌터군 방침이 추가되는 거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각자 부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니, 그에 걸맞게 방침이 바뀌곤 했다.

다만, 이번에는 뭔가가 달랐다.

대대장이 직접 부대에 나와, 발표를 할 정도였으니까.

“국방부에서는 몬스터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 개발을 쉴새 없이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달 이내로, 춘천시와 강릉시 쪽에서 게이트가 연속으로 발생했다.”

그 때문에, 개발 완성 단계에 들어간 신무기를 보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방으로 복무 중인 헌터들에게 우선적으로 말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좋은 내용이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진 대대장의 말에, 병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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