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83화 (83/212)

83. 예지-2

김서현이 예지를 마친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게이트.

앞서 예지한 세 가지의 상황이, 모두 틀린 것이다.

“물러나! 빨리!”

“예, 예!”

김민준의 외침에, 김서현은 재빨리 게이트에서 멀어졌다.

마기가 없다시피 한 지구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흑마법사는 김민준뿐.

현재 그녀에게는 몬스터와 맞서 싸울 만한 힘이 없었다.

푸쉬이이이이.

게이트가 잠시 일렁거리더니, 붉은색의 가스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붉은색의 유독 가스!”

김민준은 가스의 색을 확인하자마자, 근처에서 지나다니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게이트에서 방출되는 가스의 종류는 세 가지.

그중에서도 붉은색이, 인체에 가장 치명적인 해를 끼치기 때문이었다.

어느 정도로 위험하냐면, 살짝만 들이마셔도 의식을 잃는 수준.

“어, 어? 군인 아저씨? 갑자기 왜 이러세요!”

난데없이 달려든 헌터군에, 학교 근처를 지나고 있던 학생들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지금부터 최대한 숨 참아! 여기에 게이트가 생성되었으니까!”

“게, 게이트요? 그 말은 몬스터가… 읍!”

김민준은 남학생의 입을 막고, 시야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다 들쳐 업었다.

“가, 갑자기 왜 이러는 거예요?”

“이게 무슨 짓이에요? 저 지금 당장 회사에 돌아가지 않으면….”

시민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하긴.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가스가 방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리겠는가.

보통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의식을 잃는다.

“숨 들이마시지 마세요! 게이트에서 유독성 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습니다! 잘못해서 들이마셨다가는,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허, 헉!”

사망이라는 말에, 황급히 입을 막는 시민들.

‘이야. 여기서 또 몬스터가 나온다 이거지.’

시민들을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는 사이,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한 마리씩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사람처럼 이족 보행을 하는 늑대형 몬스터, 라이칸 슬로프였다.

“쿠아아아아아!”

놈들은 회색으로 빛나는 털을 곤두세우며,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퍼트렸다.

‘저놈들을 그대로 놔둘 순 없지.’

라이칸 슬로프는 중급 몬스터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한다.

짐승 아니랄까 봐 날렵한 몸놀림과 강력한 발톱을 자랑하는데, 여기에 공격을 한 번이라도 허용하는 순간 중상을 입을 정도였다.

‘저기서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순간, 헌터군은 있는 욕 없는 욕 다 먹겠지.’

거기다, 놈들은 식욕이 강해 살아 있는 사람들을 먹이로 인식한다.

과거, 시내 한복판에서 게이트가 터졌을 때, 놈들은 3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당연히 그 비난의 화살은 헌터군에게 향했었고.

‘헌터군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마는.’

시내에서 게이트가 발생하는 경우, 헌터군들이 5분 안에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애초에 군부대 자체가 시내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다치게 둘 수는 없지.’

어느새 자세를 낮추고, 사람의 냄새를 맡는 라이칸 슬로프.

김민준은 놈들에게 마기의 손아귀를 사용했다.

스스슥.

무형의 기운으로 만든 거대한 손이, 놈들의 몸체를 감쌌다.

“크, 크륵?”

“크아아악!”

무형의 기운에 움직임이 속박당한 놈들은, 당황한 울음소리를 냈다.

‘이전에 단련실에서 연습 많이 해 놓길 잘했네.’

스킬 등급이 오른 마기의 손아귀는, 6마리 가까이 되는 라이칸 슬로프를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오래는 유지 못 하겠네.’

놈들과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스킬의 위력이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자. 여기까지 오면 안전할 겁니다. 혹시 모르니, 인근에 있는 대피소로 향하세요! 어서요!”

“예, 예!”

“군인 아저씨! 거기에 가려고요?”

시민들을 데려다주고 등을 돌린 순간, 학생들이 혼자서는 위험하다며 말려왔다.

“아저씨! 총도 없고 무기도 없으시잖아요! 맨몸으로 저 몬스터를 어떻게 이겨요! 아저씨도 도망쳐요!”

“도망치기는 무슨. 내가 할 일은 국민들을 지키고, 저런 몬스터와 맞서 싸우는 거야.”

김민준은 자신을 걱정해 주는 학생에게 걱정 말라고 답해 준 뒤, 게이트를 향해 내달렸다.

가스가 퍼지고 있는 이상, 1초라도 빨리 몬스터를 처리해야 했기에.

“가스와 몬스터가 같이 나오는 게이트라. 다른 헌터군들이 봤으면 기절초풍했겠지.”

보통, 게이트에서 가스와 몬스터가 같이 출현하는 경우는 잘 없다.

있다 하더라도, 몬스터 역시 가스의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놈들 역시 저런 붉은색의 가스를 마시게 되면, 절반 이상이 죽거나 힘이 약해지곤 했다.

“내가 볼 때는 6마리 전부 쌩쌩한 것 같다만.”

“크르르르르….”

“크아아!”

가까워지는 자신을 보자, 위협하듯이 울부짖는 라이칸 슬로프들.

“시끄럽다. 늑대 새끼들아.”

발톱까지 세우며, 마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놈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

이 가소로운 자식들.

“어우, 맵긴 맵네.”

유독 가스를 마시자, 코끝이 화끈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것보다 더한 맹독 가스라 해도 김민준의 몸에는 해를 끼칠 수 없었다.

몸 안의 마기들이 알아서 다 정화해 주니까.

“부대에 신고는 들어갔을 테니까, 헌터군들이 도착하기 전에 내가 다 꿀꺽해야겠지.”

라이칸 슬로프는 마력탄이 통하지 않는다.

놈들의 강인한 가죽은, 마력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상급 몬스터로 분류되는 것이다.

‘헌터군에게 있어 마력탄이 통하지 않는다는 건, 주력 무기를 하나 뺏기는 것과 같으니까.’

놈들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군용칼.

수가 10마리 이상이면, 화염 수류탄이나 냉각 수류탄 같은 특수 무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군용칼은 없으니까, 몸으로 때우지 뭐.’

시간을 오래 끌수록 위험하다.

그렇게 판단한 김민준은, 놈들을 향해 달리기 자세를 취했다.

‘그냥 부패나 부패의 비 같은 스킬을 사용하면 쉽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면 내 실적이 인정되지 않을 수가 있거든.’

헌터 본부에서 ‘이 몬스터, 어떻게 죽였나?’라고 물어 온다면, ‘부패 스킬로 처리했습니다. 제가 흑마법사라서요.’라고 대답할 순 없지 않겠는가.

실적 점수를 얻을 목적이라면, 최대한 정상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게 최고였다.

“크아악! 크악!”

“크르르릉!”

시간이 지날수록, 스킬의 속박을 점차 벗어나는 몬스터들.

김민준은 크라우칭 스타트를 취한 채, 하체에 힘을 실었다.

“5초 안에 끝내 줄게.”

스킬, 악독한 돌진을 사용했다.

마기가 자신의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이전에 비해 강화된 육체.

스킬의 등급이 올랐기에, 파괴력도 한층 더 올라갔을 터.

쉬이익! 푸화악!

총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몬스터들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놈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피를 쏟으며 절명했다.

부릅뜬 눈들을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죽었을 것이다.

스스스스.

몬스터를 모두 처리하자, 게이트에서 새어 나왔던 유독 가스가 안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10분 안에 원래의 환경으로 돌아올 터.

“10분이라. 너무 길지.”

김민준은 숨을 크게 들이쉬며, 유독 가스를 힘차게 마시기 시작했다.

“어우 씨. 왜 이렇게 매워. 기침 나올 것 같네.”

한시라도 빨리 상황을 정리하고 싶었기에.

**

“이런 씨팔! 강릉 시내에 게이트가 터져? 그냥 게이트도 아니고, 가스가 새어 나오는 게이트?”

강릉의 인근에 위치한 헌터군 소대장.

그는 욕설을 뱉으며, 소대원들을 이끌고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5대기 때 상황이 터져가지고!”

가스만 새어 나왔다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몬스터까지 출현했단다.

그 몬스터는 중상급에 해당하는 라이칸 슬로프였고.

생각할수록 눈앞이 아득해졌다.

“다들 방독면은 챙겼겠지! 정화통에 이상 있는지 점검하고, 제대로 착용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한다! 실시!”

“실시!”

소대장의 목소리에, 헌터들이 정화통의 흡입구를 손바닥으로 막고 숨을 들이쉬기 시작했다.

정화통이 제대로 밀착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상 없습니다!”

“여분의 방독면도 다시 한번 점검한다!”

“예!”

“알겠습니다!”

이번 게이트에서 새어 나온 가스는 붉은색 가스.

가장 위험한 종류의 가스다.

그렇기에, 안전에 안전을 기해야 했다.

“화염 수류탄은 내 지시 없이 절대 사용하지 않도록! 시민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으로 한다! 알겠나!”

“예!”

“의식을 잃은 시민을 발견하면, 그 즉시 보고하고 여분의 방독면을 씌울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그들은 달리는 차량 안에서 신속하게 브리핑을 마쳤다.

‘여기서부터 목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이동한다.’

‘예.’

약 50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게이트 발생 지점에 도착했다.

몬스터 6마리를 상대하는 데 1소대를 투입하다니, 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독 가스에 라이칸 슬로프라. 1소대로도 불안하다.’

하지만, 소대장은 1소대에 달하는 병력으로도 부족함을 느꼈다.

마력탄이 통하지 않는 늑대 외양의 몬스터.

날붙이를 사용해야 효과적으로 놈을 처리할 수 있었으니까.

‘군용방패 장착하고, 대열 유지한다! 쓰러져 있는 시민을 발견하면 최우선적으로 보호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20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앞 열에 서, 군용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소, 소대장님? 여기 게이트 발생 지점 맞습니까?’

다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동한 지 3분.

연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고, 몬스터의 기척조차 잡히지 않자, 소대원들이 의아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라이칸 슬로프의 울음소리는 상당히 크다. 여기까지 오면 무조건 들릴 텐데?’

그건 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아, 아니. 저건?”

“소대장님 저, 저기 보십쇼! 게이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목표 지점에 도달하자, 붉은색을 띠는 게이트가 사라지고 있었다.

몬스터를 다 처리해야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아니… 이것들은 도대체?”

소대장은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몬스터의 사체를 확인하고, 두 눈을 부릅떴다.

“하나, 둘… 셋… 총 여섯 마리. 보고받은 대로 라이칸 슬로프 여섯 마리의 사체다.”

놈들은 뭔가에 꿰뚫렸는지, 복부가 휑하니 비어 있었다.

“두 눈을 뜨고 죽은 걸 보면… 즉사다.”

소대장은 재빨리 던전 가스 탐지기를 꺼냈다.

[0]

가스 수치는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안전하다는 뜻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자신들이 신고를 받고, 여기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다.

10분 만에, 라이칸 슬로프 6마리를 처리했다고?

대체 누가?

무슨 수로?

“잠깐, 거기 너!”

소대장의 시선이 한곳에서 멈췄다.

전방 30m 지점에서 손을 털고 있는 헌터군 하사 한 명이 보였다.

“충성! 104사단 무적 헌터 부대 2대대 2중대 2소대 소속, 김민준 하사입니다!”

“104사단? 설마, 다른 부대가 먼저 도착한 건가?”

소대장은 태연한 얼굴로 경례해 오는 김민준을 보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질문했다.

“제가 혼자 처리했습니다.”

김민준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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