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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79화 (79/212)

79. 악조건 훈련-1

‘이야. 이런 걸 물어 왔다 이 말이지. 이거라도 어디냐. 수고했다.’

스스스스.

녀석은 자신의 칭찬에, 앞으로도 이런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얼마 전 나이트 워커의 스킬 등급이 강화되었다 보니, 적은 마기로도 뛰어난 탐색 능력을 자랑했다.

‘몬스터 박스라.’

나이트 워커가 가져온 물건은 몬스터 박스였다.

겉보기에는 반지 하나 들어갈 법한 작은 박스였지만, 여는 순간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아이템.

‘색깔 좀 보자. 파란색이네.’

3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이 호기심에 한 번씩 열어 보다가 참변을 당하곤 했다.

그만큼 화려한 색상을 띠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이야 철저한 안전 교육 덕분에, 그런 사고들이 없어졌다시피 했지만.

‘파란색이면… 중간급 처치 난이도의 몬스터인가.’

규정대로라면 몬스터 박스를 획득하는 순간, 부대에 제출해야 한다.

살아 있는 몬스터의 샘플을 확보해, 연구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었으니까.

‘실적 점수 많이 줬으면 제출했지.’

김민준은 이 아이템을 자신이 꿀꺽하기로 했다.

쥐꼬리만 한 실적 점수를 얻을 바에야, 몬스터를 처리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으니.

‘이 안에 들어 있는 놈은, 심심할 때 스킬 실험 좀 하는 용도로 쓰자.’

**

빠빠빠빠빰.

새벽 6시.

기상나팔 소리가 생활관 내로 울려 퍼진다.

“으아아아….”

“아… 멘탈 나갈 것 같다….”

“기상나팔 소리 들으니까 한숨만 나오네….”

2생활관의 분대원들은 평소보다 더 뭉그적대며, 침구를 정리했다.

휴가를 그렇게 즐겁고 알차게 보냈으니, 돌아오는 반동이 컸던 것이다.

여헌터들과 술 마시고 놀며 외박을 보낼 수 있다니.

그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기는 할까.

“오늘 오전 오후 내내 악조건 훈련이다….”

“아오. 하필이면 날씨도 추운 날에 악조건이야?”

“나는 죽었다….”

거기다 오늘은 소대장이 사전에 공지했던, 악조건 훈련을 실시하는 날.

분대원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며, 전투복으로 환복했다.

“일반군도 아니고 헌터군들이 왜 이렇게 굼떠? 빨랑빨랑 움직여라. 늦게 나가는 놈은 내가 PT 체조 일대일로 지도해 준다.”

“헉!”

“빨리 입어! 빨리!”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김민준의 장난스러운 경고 덕분에, 분대원들은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생활관 밖으로 나갔다.

“다들 주목!”

“주목!”

일과 시간이 시작되었다.

헌터들은 오늘 하루 동안 진행될 훈련을 위해, 연병장 앞으로 모였다.

“오늘은 전 헌터! 악조건 훈련을 실시하도록 하겠다! 오전은 악조건 사격, 오후는 악조건 상황에서의 몬스터 대처 능력을 보겠다!”

교육관은 한쪽에 놓여 있는 파워 슈트와 특수 군장을 가리켰다.

‘악조건 훈련이라… 재밌겠네.’

헌터군은 일반 병사나 간부나, 동일한 훈련을 받는다.

물론 별쯤 되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부대에서 대위까지는 예외 없이 훈련에 참가하는 편이었다.

‘저런 걸로 내가 지치기는 하려나 모르겠네.’

김민준은 진열된 훈련 장비들을 슥 훑어보았다.

100㎏ 가까이 무게가 나가는 파워 슈트.

보통 군장보다 배는 무겁다는 특수 군장.

헌터들은 악조건 훈련이 실시되면, 저 훈련 장비들을 장비한 채로 사격 훈련장으로 향한다.

‘절반 지점까지는 뛰다가, 나머지 절반 지점은 오리걸음에 포복 자세였나.’

연병장에서 사격장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훈련이 실시되는 순간, 대부분의 헌터들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사격장에 도착하곤 했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심하도록 만들어진 훈련이라는 말이었다.

‘악조건 훈련이라는 게 그런 거니까.’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일정 수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훈련.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마음에 쏙 들었다.

물론, 이 정도 훈련 강도로는 자신을 지치게 만들 순 없지만.

“자! 그럼 1열부터 출발할 수 있도록 한다! 체력이 남아돈다 싶은 헌터들은, 교육관이 추가로 더 훈련을 시키도록 하겠다!”

“예!”

“알겠습니다!”

삐익!

교육관의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각종 장비를 착용한 헌터들이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

“허억… 헉!”

“헤엑! 헥!”

연병장을 10바퀴 돌고, 사격장으로 향하는 길.

헌터들은 죽을 듯한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몸을 움직였다.

‘이놈들이 연기 하나는 잘하네.’

김민준은 숨을 몰아쉬는 헌터들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당연히 저 헌터들의 절반 이상은, 충분한 체력이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힘든 연기를 하는 것은 단 하나.

교육관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였다.

“자. 여기서부터 오리걸음으로 올라간다! 빨리빨리 안 올라가나!”’

“으어….”

“끄아아아….”

물론 그것도 잠시뿐.

경사진 언덕을 오리걸음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자, 헌터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헌터군들에게야 오리걸음은 쉬운 수준이겠지만, 무게가 나가는 장비들을 추가로 달고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여기서부터 사격장까지 포복 자세로 올라간다! 실시!”

“실시!”

“시, 실시….”

거기에 그치지 않고 포복 자세까지.

헌터들은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사격장에 도착했다.

“음… 좋아. 이대로 다들 사로에 들어가 사격 준비를….”

교육관은 헌터들을 살펴보던 도중, 한곳에 시선이 멈췄다.

한 명의 헌터가, 전혀 지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깐. 거기. 김민준 하사.”

“하사 김민준!”

그곳에는 평온한 표정의 김민준이 있었다.

“자네,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데, 맞나?”

“예! 그렇습니다!”

“음… 그래. 그럼 포복 자세로 여기서부터 저기 끝까지 왕복할 수 있도록.”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교육관의 지시에, 포복 자세로 300m 가까이 되는 거리를 왕복하기 시작했다.

“와….”

“보통 여기까지 오면 체력 좋다는 간부들도 숨넘어가는데, 김민준 하사님은 아직도 멀쩡하신데?”

김민준이 추가로 훈련을 실시한 지 5분.

헌터들은 그의 모습을 보고, 입을 떡하니 벌렸다.

포복 속도는 일정함을 유지했고, 표정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에이. 아무리 김민준 하사님이라도 10분 정도만 더 지나면 지치실걸? 등에 메고 있는 무게만 몇인데.”

“그건 맞지. 거기다 포복 자세로 왕복하고 계시는데. 난 5분 안에 지치실 거라 본다.”

헌터들은 그의 경이로운 체력에 놀라워하면서도, 이제 곧 지칠 것이라 확신했다.

“…몇 분 지났지?”

“15분.”

그런 그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20분의 시간이 더 지났음에도, 지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끙…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교육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침음을 흘렸다.

악조건 훈련은 최악의 상황을 조성한 뒤에 실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민준 하사는 강도 높은 상황에도 전혀 지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시간을 더 끌면 병사들이 체력을 회복해 버리겠다.’

10분의 시간이 더 지났음에도, 여전히 팔팔한 김민준.

교육관은 결국 훈련을 강행하기로 했다.

“김민준 하사! 이제 충분하니까 돌아오도록! 나머지 헌터들은 저기 끝에 손을 짚고 온다! 선착순 1명!”

물론 그사이, 병사들이 회복한 체력을 빼놓는 것도 있지 않았다.

“준비된 사로부터 사격 개시!”

잠시 후.

교육관의 지시로, 악조건 사격이 실시되었다.

“후욱… 훅….”

“헤엑….”

헌터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표적지가 올라오는 것을 기다렸다.

휘익!

몬스터 형태를 본뜬 표적지가, 일순간 모습을 드러냈다.

타앙! 탕!

헌터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표적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허억! 아오… 절반 이상 놓쳤네.”

“후우. 세이프.”

한동안 진행된 악조건 사격.

사격이 끝나고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헌터들이 있는가 하면, 침울하게 한숨을 내쉬는 헌터들도 있었다.

그럴 것이, 악조건 사격은 일반 사격과 다르게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터군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면, 다음 날에 지금까지 한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한다.

지옥 같은 훈련을 2번이나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때문에, 헌터들은 이를 악물며 집중력을 유지하려 애썼다.

“몇 점 밑이 재사격이었냐.”

“80점까지가 커트라인이고, 그 밑은 모조리 재사격.”

“어우. 재사격 걸리면 지옥이다, 지옥.”

거기다 일반 사격은 표적지가 고정되어 있지만, 악조건 사격은 무작위 위치에서 표적지가 휙 하고 나타난다.

체력이 고갈된 상황에서, 극한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요구하는 훈련이었다.

“야. 저기 몇 분대냐?”

10명 중 7명 가까이가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고난도의 훈련.

지금까지 분대원들 중 절반 이상의 헌터들이 불합격을 받았지만, 2소대 2분대만큼은 달랐다.

“와… 저 분대는 6명이 합격이야?”

“미쳤네. 따로 단련이라도 했나?”

이승호 병장, 이동진 상병, 김광식 상병을 시작으로, 6명의 분대원이 합격 기준을 통과한 것이다.

“뭐야. 우리 분대원이 6명이나 통과했어?”

“그러게 말입니다. 6명 이상은 떨어져 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들 역시,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예상치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민준 하사님 밑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이 는 것 같습니다.”

“하긴. 우리 분대원들이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지.”

이동진 상병의 말에, 분대원들이 납득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들어, 자신들은 훈련을 받을 때 더욱 고강도의 훈련을 받곤 했으니까.

“지금까지 비상 상황 겪은 것만 몇 번이냐. 옆 소대에서 우리보고 뭐라는지 아냐? 저주받은 분대란다.”

그뿐이랴.

온갖 비상 상황을 겪고, 헤쳐 나오길 수차례였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 훈련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아오… 60점이네.”

“이번 악조건 사격은 강도가 더 빡세진 것 같은데. 후.”

한편.

사격을 마친 간부들이 저조한 성적에, 침울한 목소리를 냈다.

악조건 훈련은 간부들도 쉽게 넘기지 못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간부 10명 중 4명 정도는 재사격을 해야 할 정도.

“쩝. 요새 체력 단련을 소홀히 했나 보네. 재사격이다.”

김철민 중위 역시, 한 발 차이로 합격선에 도달하지 못했다.

“후우. 우리 분대원들이 저렇게 좋은 결과를 내는데, 소대장이라는 사람이… 반성해야겠군.”

그는 사로를 벗어나며, 아깝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소대장님. 제가 소대장님 몫까지 점수 따고 오겠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민준은, 만점을 얻겠다고 말하며 사로로 향했다.

“…당연히 너야 만점이겠지. 이자식아.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구만.”

김철민 중위는 여전히 멀쩡한 상태의 그를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준비된 사로부터 사격 개시!”

간부들의 악조건 사격이 시작되었다.

현재 사로에 있는 간부들은, 김민준을 제외하면 전부 헌터 부사관 출신이다.

일반 병사에 비해, 실력이 월등하게 높다는 말이다.

타앙! 탕!

“어우….”

“와… 뭐 저런….”

하지만.

그런 그들이라 할지라도, 김민준의 사격 실력 앞에서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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