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단체 휴가-2
자신의 말에, 이승호 병장이 과감한 센터 어택으로 공격해 왔다.
수비 사이의 중간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기술.
당연히 헌터가 차는 공이기에 일반인이 맞으면 부상의 위험이 있는, 그런 강도의 공이었다.
“좀 하긴 하네.”
김민준은 자세를 낮춘 채로, 중앙으로 움직여 발을 휘둘렀다.
“그래도 999년은 이르다.”
휘익!
“어….”
“뭐지.”
“바, 방금 뭐였습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반대편 네트로 넘어간 공.
워낙 순식간이라 2팀이 반응할 틈도 없었다.
2팀은 방금 발생한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 눈만 끔뻑거렸다.
“…김민준 하사님.”
“왜.”
“그걸 바로 공격해서 넘기신 겁니까? 준비 자세도 하지 않으시고?”
“준비 자세가 굳이 필요하냐?”
“…….”
이승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통 공격이 들어오면, 수비 과정을 한 번 거치게 된다.
그런데 김민준 하사님은, 공격해 들어오는 공을 공격으로 받아넘겼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이다.
훈련 때도 그렇지만, 스포츠를 즐길 때도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할 줄이야.
“아! 세상에 족구를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주작입니다! 주작!”
“김민준 하사님이 상금 거시고, 김민준 하사님이 날름하시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본 헌터들은, 김민준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 냈다.
“이 자식들이. 하라는 대로 해 줬더니, 또 불만이냐? 너네 말대로 해 줄 테니까, 어디 한번 말해 봐.”
이대로면 재미가 반감되는 건 사실이다.
때문에, 김민준은 헌터들의 어처구니없는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해 주었다.
“전투 족구는 1팀의 우승입니다!”
그래 봤자 김민준의 질주를 막을 수 없었지만.
“아… 미친.”
“저게 사람입니까? 괴물이지.”
“한쪽 발만 사용하도록 했는데도, 도저히 점수를 따 낼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예전에 족구 같은 스포츠를 많이 하긴 했지. 너네들도 밥 먹고 공만 차 봐. 나처럼 된다.”
“밥만 먹고 해도 그건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불만을 토로하는 김광식과 이동진.
김민준은 그런 분대원들을 향해 입꼬리를 올렸다.
‘족구는 이 정도면 충분하고. 이제 이 상태로 애들 전투 수영시키고, 체력 단련 좀 시키면 스텟 올라가는 애들도 있겠는데. 응?’
곧바로 다음 종목으로 넘어가려던 찰나.
자신의 눈앞으로 메시지가 떠올랐다.
[수확의 목걸이의 변환이 완료되었습니다.]
[1일 안으로 섭취하지 않으면, 효과가 사라집니다.]
‘좋아. 슬슬 때가 됐긴 하지.’
이전에 획득한 수확의 목걸이가, 최종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10분간 휴식.”
김민준은 해안의 한쪽으로 걸어갔다.
그 뒤, 반바지 형태의 전투 수영복 주머니를 뒤적거려, 알사탕 형태의 아이템을 꺼냈다.
‘이 영롱한 빛깔 봐라. 맛있게도 생겼네.’
이대로 섭취하기만 하면, 무작위 스텟이 상승하게 된다.
‘마기만 올라가라. 다른 건 시간만 들이면 올릴 수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영약을 삼켰다.
스으으으.
몸 안으로 영약의 기운이 스며들어 간다.
마치 혈관에 시원한 물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띠링.
그렇게 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아이템의 흡수가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예!’
김민준은 연속으로 떠오르는 메시지를 보고, 쾌재를 질렀다.
[이로운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마기 스텟이 3 상승하였습니다.]
[이로운 효과가 적용되었습니다. 민첩 스텟이 1 상승하였습니다.]
[여분의 스텟이 남아, 추가로 이로운 효과가 적용됩니다. 체력 스텟이 1 올랐습니다.]
그럴 것이, 마기뿐만이 아니라 민첩과 체력 스텟까지 올랐기 때문이었다.
‘총 5의 스텟이 올라갔네.’
현재 자신의 스텟은, 다른 장교들은 가볍게 씹어 먹을 정도로 높다.
그 말은, 스텟 하나를 올리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스텟이 높아질수록, 숫자 1을 올리는 데 상당한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스텟이, 영약의 효과 덕분에 아주 쉽게 올라갔다.
띠링.
[나이트 워커의 스킬 등급이 B로 상승하였습니다.]
[마기의 손아귀 스킬 등급이 C로 상승하였습니다.]
‘괜히 헌터들이 영약, 영약 하며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구나.’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킬 등급의 상승까지.
과연, 구하는 게 쉽지 않다는 수확의 목걸이.
오래 기다린 만큼, 확실한 효과를 자랑했다.
‘상태창.’
[김민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창시자.
힘: 78 민첩: 70 체력: 63 마기: 40
보유 스킬: 부패(C), 나이트 워커(B), 암흑 화살(D), 마기의 특이점, 마기의 손아귀(C), 마기 채찍(D) 기본 둔기술(E), 기본 검술(D), 스트렝스(C), 민첩 강화(E), 고통의 채찍질(C), 부패의 비(D), 지옥귀 폭발(D), 악독한 돌진(C)
상태 창을 열어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돌아오고 있었으니.
‘마기 스텟 40. 이 정도 속도면 원래 힘을 되찾을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겠는데.’
헌터군 생활을 하고 있는 덕분일까.
마기 스텟은 그렇다 쳐도, 힘이나 민첩 같은 스킬은 상당한 속도로 상승하고 있었다.
이 정도로 1년만 지나도, 세 자릿수의 스텟을 구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나이트 워커. 이 주변을 싹 탐색해서 쓸 만한 아이템 찾아와. 되도록이면 영약 같은 걸로.’
김민준은 곧바로 나이트 워커를 풀었다.
B급으로 강화된 나이트 워커는, 보다 적은 마기로 세세한 탐색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탐지 기능이 강화되었다는 말이다.
살아 있는 생명체에게서 정보를 빼내 오는 것 역시 수월해졌고.
스스스스.
나이트 워커는 맡겨 달라고 대답한 뒤, 모래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야. 아까부터 부르는데 너 뭐 해.’
그 순간.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손은서가 귓속말을 건넸다.
자신이 한동안 바다만 응시하고 있자, 뭐 하나 싶어 다가온 듯했다.
“말 놓아도 된다니까 그러네. 지금 휴가 중인데.”
‘다른 헌터들 있는데 그러면 눈치 보인다고! 날 어떻게 생각할 줄 알고!’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손은서.
김민준은 그런 그녀의 어깨를 툭 친 뒤, 체력 단련.
아니, 전투 수영을 하러 가자고 대답했다.
**
그날 저녁.
헌터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비틀거리며 식당으로 모였다.
“으어어어….”
“어우, 나 죽는다….”
“온몸이 쑤신다….”
그 뒤로 이어진 전투 수영, 왕복 오래달리기, PT 체조, 잠수 등등….
체력 단련이나 다름없는 강행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전 체력 스텟이 1 올랐습니다.”
“너도 올랐냐? 나도 올랐다….”
분위기만 휴가 분위기였지, 훈련이나 다름없는 일정.
헌터들은 죽어 가는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체력 스텟이 오른 거야 좋긴 한데, 뭔가 속은 듯한 느낌이 든 기분이었기에.
“아… 김민준 하사 이 미친놈….”
“저는 종아리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희 팀이 상금 가져가지 않았습니까? 전 그걸로 만족합니다….”
“거기다 이 뒤에 온천 갈 수 있지 않습니까? 피부 미용에 되게 좋다고 들었습니다.”
여헌터들 역시,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만큼 김민준이 계획한 일정이, 힘들었다는 뜻이리라.
“젊은 놈들이 벌써 지쳐서 쓰나.”
어느새 밖에서 술을 사 온 김민준은, 테이블에 퍼질러져 있는 헌터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민준 하사님… 제발 저희들 체력 좀 생각해 주시면 안 됩니까?”
“모처럼 휴가 맞춰서 나왔는데… 눈 감으면 잠들 것 같습니다….”
“누구 덕분에 체력 스텟이 올랐는데. 은혜도 모르는 놈들이네.”
그는 봉투에 든 술들을 테이블 위로 쏟았다.
“그래서 내가 마법의 물약을 사 왔지. 소주랑 맥주. 내가 쏠 테니까 마음껏 먹어라. 선은 지키면서 먹고. 온천은 밤 11시까지라니까, 이용할 사람은 참고할 수 있도록 해라.”
“술!”
“김민준 하사님! 잘 먹겠습니다!”
남헌터와 여헌터 간의 술자리.
이런 기회가 언제 다시 오겠는가.
“짠!”
“적셔!”
“다들 오늘 하루 고생했습니다!”
반쯤 죽어 가던 헌터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기운을 회복했다.
“김민준 하사님도 이리 오십쇼! 오늘은 취하기 전까지 못 나가십니다!”
“너네들, 나 감당할 자신 있겠냐?”
“김민준 하사님은 술도 잘 마셔요?”
“예. 그냥 잘 마시는 정도가 아닙니다. 전 김민준 하사님이 취하기는 하는지 궁금합니다.”
“와….”
여헌터들은 그 말에, 눈을 빛냈다.
단기간에 병사에서 간부로 초고속 진급.
항상 자신감 넘치는 모습.
성격이 괴팍한 것 같지만, 같은 부대원들을 잘 챙겨 주는 모습까지.
호감이 안 가면 이상할 수준이었다.
“야… 너희들, 설마 그런 거 아니지?”
손은서는 그런 여헌터들을 향해, 눈을 가늘게 떴다.
자신의 분대원들이 저런 괴짜한테 호감을 가진다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 아닙니다.”
“간부이신데도 병사들한테 잘 대해 주셔서 그렇습니다.”
그녀들은 손을 홱홱 저으며 강렬하게 거절했다.
사실, ‘손은서 병장이 김민준 하사님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라는 소문은 이미 알 만한 헌터들은 모두 알고 있었기에.
“나 같은 남자가 이 세상에 또 없기는 하지.”
김민준은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은서가 재수 없다는 얼굴로 쳐다보기는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 듯했다.
“전 김민준 하사님 덕분에 상병으로 진급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체력 스텟이 오른 것도, 전부 김민준 하사님 덕분입니다.”
“확실히. 우리 분대원들이 하사님 덕분에 실적 점수를 받는 게 있긴 하지.”
이동진 상병이 진지한 기색으로 말을 꺼내자, 다른 분대원들도 그건 맞다는 듯이 동의했다.
현재 이 휴가지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그의 능력 덕분이었으니.
“그래. 알면 감사하게 즐겨라.”
김민준은 그런 헌터들을 보며, 피식 웃어 주었다.
**
“아… 벌써 복귀….”
“휴가 때는 시간이 정말 금방 가는 것 같습니다….”
다음 날.
헌터들은 부대로 복귀하는 특수 차량 안에서, 볼멘소리를 냈다.
낮에는 해수욕, 저녁에는 술을 즐기고 온천욕.
이런 기회가 두 번 다시 오기는 할까.
하루 만에 두 가지의 즐길 거리를 마음껏 만끽했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웠기에 아쉬웠다.
“피부 탱글탱글해진 것 봐….”
“어제 온천물 되게 좋더라.”
“그래 봐야 뭐 해…. 복귀하자마자 며칠 지나면 다시 훈련인데….”
부대에 복귀하고 나면,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헌터들은 차라리 훈련을 먼저 하고 휴가를 가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간만에 재밌게 놀았네. 애들 체력 단련도 겸사겸사 시켜 주고. 응? 왔냐?’
한편.
특수 차량을 몰며 부대로 복귀하던 김민준은, 소환수의 보고에 의외라는 듯 눈을 떴다.
‘나이트 워커. 그게 진짜냐?’
스스스스.
소환수가 이 근처에서, 의외의 물건을 물어 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