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수확
[수확의 목걸이가 충분한 몬스터를 수확했습니다.]
[수확의 목걸이가 변환됩니다.]
[변환 중….]
[남은 기간:5일]
‘그러고 보니까 이게 있었구나.’
이전에 획득한 수확이 목걸이.
이번에 처리한 이레귤러 몬스터까지 해서, 완성된 듯했다.
‘좋네.’
목걸이가 흐물거리며,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대로 시간만 지난다면, 알사탕 모양으로 굳을 것이다.
그렇게 된 다음 섭취하게 되면 영약의 효과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5일 뒤가 기대되는데.’
마기 스텟이나 올랐으면 좋겠네.
**
던전 공략이 끝났다.
김철민 중위는 부대에 복귀하자마자, 보고를 위해 중대장실로 향했다.
“뭐? 이레귤러 몬스터, 붉은 아귀가 2마리가 끝이 아니고 30마리였다고?”
“예… 그렇습니다. 사체가 남아 있을 테니, 회수하시면 될 듯합니다. 2마리는 김민준 하사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레귤러 몬스터의 수에, 중대장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부상자는? 아니, 그것보다 그 던전 공략에 편성된 병력은 1소대가 끝일 텐데?”
한두 마리도 아니고 30마리라니.
그 정도 수의 붉은 아귀라면, 냉각 수류탄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으니까.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김철민 중위는 던전 공략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 보고를 시작했다.
“일정 지점을 넘어가자, 예상 이상의 열기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상당수의 이레귤러가 있다고 판단해, 김민준 하사가….”
“…뭐라고?”
설명이 이어질수록, 중대장의 눈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그걸 그런 식으로 처리했다고?”
그럴 것이,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붉은 아귀들을 처리했으니까.
여분의 화염 방호복으로 벽을 만든 뒤, 채찍으로 놈들을 한 마리씩 끌고 와 처리한다.
보통의 담력으로는 시행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후우… 그래. 상황이 상황인데, 뭐 어쩌겠나. 부상자도 없고, 던전은 깔끔하게 클리어했다. 그 사실이 중요한 거지.”
중대장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정 시간마다 들어와야 할 무전이 들어오지 않아,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는데.
저런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줄이야.
“김민준 하사가 없었다면… 저희 소대는 전멸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 붉은 아귀가 그 정도로 몰려 있었으면, 냉각 수류탄이 아무리 많아 봐야 답이 없지. 거기다 폐쇄형 던전이었으니까.”
중대장은 이 일을 대대장님께 보고한 뒤, 던전에 대해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와. 레알이냐?”
“뭔 거기서 붉은 아귀가 30마리나 나와?”
한편.
생활관 안.
소식을 전해 들은 다른 소대원들이, 생활관 안으로 들어왔다.
현재 김민준의 생활관은 발 디딜 틈도 없는 상태.
“이 자식들아. 너네들 때문에 숨 막혀 죽겠다. 좀 나가 봐.”
“김민준 하사님! 채찍으로 놈들을 한 마리씩 끌고 와서 처리했다는 게 진짜입니까?”
김민준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는 옆 소대원들.
그럴 것이.
그 많은 수의 이레귤러 몬스터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상대했다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서였다.
“그래. 내가 채찍으로 한 마리씩 낚아서 건네주면, 이승호가 놈의 입을 벌리고, 김광식이 타이머를 설정한 냉각 수류탄을 넣어서 처리했다.”
김민준은 열기에 그을린 채찍을 꺼내, 소대원들에게 보여 주었다.
“와….”
“그게 말이 됩니까?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몬스터를 잡아 오십니까?”
“KCTC 때도 여헌터들 잡아 올 때, 대단해 보이긴 했는데… 완전 달인이십니다.”
앞부분이 살짝 녹아내린 채찍을 보자, 소대원들은 감탄사를 뱉었다.
“아니, 그런데 너무한 것 아닙니까?”
그러길 잠시.
그들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를 뱉었다.
“무슨 이놈의 강원도 철원은 심심하면 이레귤러 몬스터가 나옵니까? 얼마 전에도 이레귤러 몬스터 처리하지 않았습니까?”
“제 말이 그렇습니다. 다른 지역만 해도, 이레귤러 몬스터는 한 달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랍니다.”
“저희 부대는 이번 달만 해도, 이레귤러 몬스터가 5번은 출현한 것 같지 말입니다.”
“거기다 이번은 좀 많이 심합니다. 2마리로 측정된 이레귤러가, 30마리로 개체 수를 부풀린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희 소대가 공략을 맡았으면, 무조건 끝장났을 겁니다.”
2소대가 30마리에 달하는 붉은 아귀를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은, 김민준 하사 덕분이었다.
만약, 그 장소에 있었던 소대가 다른 소대였으면….
그 소대는 무조건 전멸했을 것이기에.
“야. 너네들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구하러 가 줄 테니까, 너무 쫄지는 마라.”
김민준은 그런 소대원들을 향해, 피식 웃으며 나가라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와… 김민준 하사님. 조금 감동했습니다.”
“김민준 하사님이면 믿을 만한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꺼져. 너네들 때문에 더워 죽겠으니까.”
“알겠습니다. 고생하십쇼! 충성!”
폭풍 같은 한순간이 지나갔다.
“어우 씨. 저놈들 이제야 나갔네.”
“에어컨 온도 더 내려! 빨리!”
분대원들은 상의를 탈의한 채로, 에어컨 앞에 모여서 입을 벌렸다.
그만큼 던전 안의 열기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어이고. 이놈들이. 중대장님이 봤으면 너네 바로 기합이야.”
때마침 생활관 안으로 김철민 중위는, 그런 분대원들의 모습을 보고 옷이나 입으라고 말했다.
“소대장님도 던전 안에 계셔서 잘 알지 않습니까. 저희 정말 몸이 타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 어쨌든 다들 고생했고, 전달 사항이 몇 가지 있으니까, 들을 수 있도록.”
김철민 중위는 이번 던전 공략으로 인해, 특별 진급이 확정된 병사가 있다고 말했다.
“어? 그게 정말입니까?”
“특별 진급 엄청 빡센 거 아닙니까?”
“특별 진급 기준이 상당히 엄격하긴 한데,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지. 이것도 다 민준이 덕분인 거 알지? 이동진.”
“일병! 이동진!”
“그래. 앞으로 나와.”
“알겠습니다!”
소대장은 이동진 일병에게 상병 계급장을 건네주었다.
“이번에 특별 진급된 병사는 동진이다. 4년 가까이 되는 짬을 무시할 수는 없지. 최근 들어 훈련 성적도 많이 올랐고. 축하한다.”
“상병! 이동진! 감사합니다!”
“오….”
“동진이가?”
“동진이 정도면 달 만하긴 하네. 최근 들어 실적 점수 많이 쌓였을 거고. 실력도 늘었고.”
분대원들은 그에게 축하의 말을 건네며, 박수를 쳐 주었다.
4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일병의 위치에 있으면서, 항상 성실한 모습을 보여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이동진. 내가 된다 했냐 안 했냐?”
“상병 이동진. 김민준 하사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내 덕이 있기는 하지. 그래도 네가 열심히 해서 특별 진급된 거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
“감사합니다!”
“얌마. 이제 됐다.”
이동진은 자신의 만류에도, 완전 직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조금만 더 숙이면 얼굴이 바닥에 닿을 것 같다.
“그러다 허리 다친다.”
참나.
소대장님이 앞에 계시는데, 이게 뭐 하는 건지.
“자. 그리고, 이번 던전 공략에 큰 기여를 한 김민준 하사가 실적 점수를 가장 많이 받았다. 다음에는 이승호랑 김광식이고.”
김철민 중위는 지금처럼만 하면, 누구나 특별 진급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민준이. 너 이러다가 중사도 금방 달겠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도록 해.”
“하사 김민준.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대장님께서, 너네들 고생했다고 포상 휴가 2일을 주신다니까,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휴가 말입니까?”
“우와아아아아!”
분대에서 특별 진급자가 나온 것으로도 모자라, 2 소대원 전원 포상 휴가라니.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연달아 좋은 소식만 들려오자, 분대원들은 기쁨의 포효를 내질렀다.
“자. 그리고 마지막 전달 사항인데, 이건 훈련에 관련된 사항이다.”
“아….”
“훈련….”
그런 기쁨도 잠시.
훈련이라는 말이 나오자, 분위기는 금세 식었다.
던전 공략을 끝낸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훈련이라니.
“앞으로 6개월 정도는 개고생한다고 생각해라. 어쩔 수 없다. 헌터 기동 훈련의 여파니까.”
김철민 중위는 2주 뒤 악조건 사격과, 악조건 실전 훈련이 잡혀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 뒤에도 훈련이 임의로 추가될 예정이니까, 휴가 쓰려면 지금 쓰는 게 좋을 거다.”
“알겠습니다….”
“악조건 세트? 이런 미친!”
악조건 훈련이라는 말에, 분대원들이 질렸다는 듯이 몸을 떨었다.
악조건 훈련은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을 조성한 뒤 실시하는 훈련이기 때문이었다.
“자식들이 벌써부터 쫄아가지고. 그것보다, 다들 휴가 일정 맞춰라. 내가 한턱낼 테니까.”
김민준은 이동진이 특별 진급했으니, 분대원끼리 휴가나 한번 나가자고 말했다.
“김민준 하사님. 이왕 나갈 거, 손은서 상병 분대랑 같이 어떠십니까?”
김광식의 말에, 다른 분대원들이 그렇게만 되면 어떻게 해서든지 일정을 맞추겠다고 입을 모았다.
“저번에 놀이 공원 갔을 때 재밌었지 말입니다.”
“이번에 여헌터들이랑 휴가를 같이 보낸다면, 이 뒤에 있을 훈련.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놈들이 남자 아니랄까 봐.
김민준은 분대원들을 슥 둘러본 뒤, 대답했다.
“만점 못 받으면, 알지? 너네 만점 받을 수 있을 때까지 굴릴 거야.”
“얼마든지 구를 수 있습니다!”
분대원들은 그게 뭐가 대수냐는 듯이 일제히 대답했다.
방금 전과는 달리, 의욕에 충만한 모습이었다.
김민준: 야. 너 분대원들이랑 휴가 한번 맞출 수 있냐? 우리 분대원들이랑 단체로 놀러 한번 가자. 비용은 내가 낼게.
손은서: 갑자기 뭔 소리야?
일과 시간이 끝나고, 손은서에게 단체 휴가를 나가면 어떻겠냐는 까톡을 보냈다.
[사진1]
그녀는 대답 대신, 계급장 사진을 하나 찍어 보냈다.
병장 계급장이었다.
김민준: 뭐냐?
손은서: 보면 몰라? 나 병장으로 특별 진급했어. 너네 분대도 한 명 특별 진급했다며?
김민준: 와, 고생은 우리 분대원들이 다 하고, 네가 왜 특별 진급이냐?
손은서: 뭐래. 나도 지금까지 엄청 노력한 거거든? 그것보다, 어디로 갈 건데?
그녀는 분대원들 전원을 설득시키려면, 제대로 된 휴가지를 골라야 할 것이라며 대답했다.
“휴가지라.”
최근 들어, 분대원들은 고된 훈련과 던전 공략 등에 지친 상태.
놈들의 의욕을 한번 충전시켜 줄 필요성이 느껴졌다.
“밑의 병사들을 잘 이끄는 것도 간부의 능력이지.”
병사들이 의욕이 흘러넘치게 되면, 훈련 성과가 좋아질 것이고.
그 효과가 자신의 실적 점수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럼 여기가 딱이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김민준은, 절대 거절할 수 없는 매력적인 휴가지를 선정했다.
손은서: 헐. 거기를 갈 수 있어? 진짜?
김민준: 내가 누구냐. 준비나 해 놔.
손은서는 무조건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럴 것이, 일반 병사는 이용할 수 없는 특별 휴가지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