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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75화 (75/212)

75. 붉은 아귀-2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좀 더 꽉 묶어. 거기 간격이 조금 벌어졌어.”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소대원과 여분의 화염 방호복을 이용해, 작업에 들어갔다.

성인 두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좁은 통로.

그곳에 화염 방호복을 촘촘히 엮은 뒤, 정중앙을 제외하고 막았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다.”

단시간에 완성된 그물망.

이 정도로 꼼꼼하게 엮었으면, 붉은 아귀 10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와도 뚫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자신이 있는 이상 그럴 일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소대장님. 준비 완료했습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김민준은 김철민 중위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래.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도록.”

그는 김민준에게 냉각 수류탄을 넘겨준 뒤, 소대원들을 이끌고 뒤로 물러났다.

본래 같으면, 자신이 이승호 병장이나 김광식 상병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럴 만한 실력은 당연히 있었고.

‘소대장과 부소대장 둘 다 폭발에 휘말려 버리면 나머지 소대원들까지 끝이다.’

다만.

그렇게 했다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해 버리면, 소대원들을 이끌 간부가 없어져 버린다.

그 결과가 소대의 전멸로 이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고.

“자. 다들 냉각 수류탄 하나씩 지참하고 있도록.”

소대장은 뒤로 물러난 헌터들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만일 붉은 아귀들이 저 벽을 뚫고 들이닥친다면, 일제히 냉각 수류탄을 던지라는 지시를.

“아, 알겠습니다….”

“후우….”

소대원들은 잔뜩 긴장한 채로, 냉각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이승호. 김광식.”

“병장 이승호.”

“상병 김광식.”

“뭘 그렇게 쫄아 있냐. 너네 얼마 전에 나랑 오크 때려잡은 거 몰라?”

김민준은 채찍을 휘두르기 전, 초조한 표정을 초조한 녀석들의 어깨를 두드렸다.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해서였다.

저런 상태에서는 실수가 발생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건 훈련용 오크….”

“얌마. 붉은 아귀랑 고블린이랑 일대일로 싸우면, 누가 더 강하냐?”

“고블린이 더 강합니다….”

“그래.”

김민준은 김광식의 대답과 함께, 채찍을 휘둘렀다.

“지금부터 내가 그 상황을 만들어 줄 거다. 마음 편하게 먹어라.”

쉬이익!

중간에 뚫린 구멍으로, 채찍이 살아 있는 뱀처럼 들어갔다.

“생각보다 가깝네. 일단 한 마리. 준비해.”

“알겠습니다!”

손목 스냅을 이용해 채찍을 뒤로 당기자, 해바라기 외양을 가진 식물이 딸려 왔다.

“치이이익!”

붉은 아귀는 위험에 빠진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아가미를 쩍 벌렸다.

강력한 열기를 쏘아 내기 위해서였다.

“지금!”

“예!”

“맡겨 주십쇼!”

김민준이 놈을 움직이지 못하게 속박하고 있는 사이.

이승호 병장이 놈의 입을 잡고 고정시켰다.

“치익! 치이익!”

“타이머 설정하고 바로 넣어!”

“예!”

놈이 강렬하게 저항하던 사이.

타이머를 지정한 김광식이 놈의 아가미 안으로 냉각 수류탄을 집어넣었다.

“김민준 하사님!”

“오케이!”

붉은 아귀는, 자신의 입에 들어온 물체를 먹이로 여겨 한동안 놔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놈이 냉각 수류탄을 뱉는다든가 하는 일을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쉬이이이이익!

놈을 등 뒤쪽으로 던지자, 붉은 아귀가 순식간에 얼어붙으며 움직임을 멈췄다.

냉각 수류탄이 안쪽에서부터 터져, 사망한 것이다.

“바로 다음 간다! 준비해!”

“예!”

꾸물거릴 틈은 없다.

김민준은 바로 다음 몬스터를 낚아 왔다.

“타이머!”

“예!”

마치 기계처럼 딱딱 맞아떨어지는 동작들.

세 명은 마치 사전에 합이라도 맞춰 본 것처럼 상황에 대처했다.

“와… 미쳤네.”

“김민준 하사님 채찍 뭐 저렇게 잘 다루십니까? 전생에 카우보이셨습니까?”

“아니, 보이는 걸 채찍으로 잡아 오는 것도 쉽지 않는데, 안 보이는 걸 감으로 잡아 온다고?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그것보다 이승호 병장님이랑 김광식 상병님도 대처 속도가 빠릅니다. 벌써 4마리째 처리했습니다.”

멀리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소대원들은 입을 떡하니 벌렸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1마리씩 처리해 나가는 경이로운 속도.

저런 기발한 생각을 하고, 그것을 실현해 버리는 김민준 하사의 능력도 놀랍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그 옆에 있는 헌터들까지 뛰어난 기량을 보여 주고 있었다.

“김민준이… 좋아! 그렇게만 해라!”

김철민 중위는 붉은 아귀를 빠른 속도로 낚아 버리는 김민준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최악의 상황에,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저런 성과를 내 버리다니.

만약 녀석이 부소대장으로 이 자리에 없었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걸로 25마리째다! 거의 다 끝나 가니까 집중력 흐트러지지 마라!”

한편.

김민준은 30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를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단시간에 많은 개체를 처리한 덕분에, 던전 안의 열기도 많이 식었다.

여유로워졌다는 말이다.

‘잠깐만. 이거 마향 같은데?’

다만.

열기가 식으면서, 자신의 코안으로 익숙한 냄새가 흘러들어왔다.

‘확실하네.’

마향이었다.

던전 안의 열기 때문에, 마향이 묻혀 버린 듯했다.

‘마기를 품고 있는 개체는 둘이라.’

김민준은 이승호와 김광식에게 물러나라고 지시했다.

마기가 새어 나오기라도 하면, 녀석들에게 악영향을 끼쳐 버리기에.

“소대장님! 이 안에 세 마리가 더 남아 있습니다! 제가 안쪽으로 들어가서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뭐라고? 지금까지 잘하다가 굳이 그렇게 하겠… 김민준! 위험하다 이놈아!”

그는 김철민 중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던전 안쪽으로 내달렸다.

“이놈들 봐라.”

던전 안쪽에는, 세 마리의 붉은 아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두 마리는 마기를 품고 있는지 검 보랏빛을 띠고 있었고.

“수가 불어난 것도 이놈들 때문이겠지.”

마기를 품은 몬스터는 이상 현상을 일으킨다.

덩치가 비정상적으로 커지거나, 개체 수를 늘리거나, 기존에 없는 공격 패턴을 사용하거나.

2일 전에 2마리였던 붉은 아귀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도, 분명 이 때문이리라.

“그 마기가 이레귤러 몬스터에 깃들어 버렸다라.”

과연 최전방, 강원도 철원.

이레귤러 몬스터 안에 마기가 깃든 건 나도 처음 보네.

“어쨌든 나한테 있어서야 땡큐지.”

김민준은 씨익 웃으며 놈들을 향해 걸어갔다.

“치이이익!”

그러자 붉은 아귀들은 괴성을 내지르며, 그를 향해 줄기를 뻗었다.

스스스.

천천히 뻗어 나간 줄기가, 그의 몸을 옭아맸다.

붉은 아귀의 줄기에는 신경독과 유사한 독이 들어 있다.

스치기만 해도 몸을 가누질 못할 정도로 치명적이지만, 공격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일반인조차 쉽게 피할 수 있을 수준.

“거기까지 가기도 귀찮다.”

“치익?”

김민준은 굳이 놈들의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온몸을 옭아맨 줄기를 손으로 잡고, 세게 당겼을 뿐.

“치이이익!”

붉은 아귀들은 별 저항도 못 해 본 채, 그의 코앞까지 끌려왔다.

놈들은 말도 안 되는 힘에 당황했는지, 몸을 사납게 움직였다.

[일정 수준의 마기를 흡수하였습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마기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이야. 기대 안 했는데, 마기 좀 들었네?”

두 마리의 마기를 빨아들였을 뿐인데, 마기 스텟이 2나 올랐다.

생각지도 못한 수확.

“부패.”

김민준은 놈들을 움켜쥔 채로, 부패를 사용했다.

본래 같으면 손으로 쥔 채 터트려도 되겠지만, 그렇게 하면 소대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었기에.

스스스스스.

손에서 퍼져 나가는 진한 보랏빛의 마기.

헌터군을 배탈 나게 했던 예전의 부패와는 차원이 다른 스킬이였다.

“어디 자폭하려면 해보시든가.”

붉은 아귀들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몸체가 썩어들어 가며 죽음에 이르렀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초.

[민첩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달달하네.”

이전부터 몬스터를 거의 혼자서 처리하다시피 해서 그런 걸까.

자신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스텟이 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마기도 흡수하고, 경험치도 얻고, 실적 점수도 얻고.”

그야말로 1타 3피였다.

“이 정도의 성과면, 우리 애들 특별 진급할 수도 있겠는데?”

다른 소대원들은 모르겠지만, 2분대.

특히 이동진이나 김광식 같은 경우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승호야 뭐… 병장이니까 안 될 수도 있겠고. 병장에서 하사는 빡세다고 했지.”

녀석들은 지금까지 궂은 훈련들을 별 탈 없이 소화해 냈고, 이런 비상 상황들을 아무 피해 없이 해결해 냈다.

방금 자신이 언급한 세 명 중 한 명 정도는, 특별 진급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 군대는 헌터군이든 일반군이든 짬이 중요하긴 하다니까.”

김민준은 아깝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

압도적인 실적으로 하사까지 단기간에 올라왔다.

다만, 그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게 문제였다.

“짬이 1년, 아니지. 2년 정도만 더 있었어도 중사까지 가는데.”

물론 살짝 아쉬울 뿐이지, 별 상관은 없었다.

짬을 때려 부술 만한 실적을 세우면 그만이었으니까.

“김민준! 너 위험하게 던전 안쪽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하냐! 다친 데는 없냐?”

안쪽에서 빠져나오자, 김철민 중위가 재빨리 달려와 몸 상태를 점검했다.

그는 자신의 몸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쪽에 있는 개체들은 제 채찍의 사정거리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습니다. 이대로 길게 시간을 끌다가 놈들이 예상 밖의 행동을 할 수 있어서, 빠르게 조치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네 몸을 먼저 생각하란 말이야. 그러다가 죽으면 끝이라니까.”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 참. 네가 지금까지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으니, 혼낼 수도 없고.”

자신감 있게 대답하는 자신의 모습에, 소대장은 허탈하게 웃었다.

“다들 주목!”

“주목!”

“폐쇄형 던전의 입구가 개방되었다! 전체적으로 점검을 한 번 마친 뒤, 신속하게 이탈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던전이 클리어되었다는 소대장의 말에, 소대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서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던전 난이도다.

이레귤러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폐쇄형 던전.

그것을 고작 3시간도 걸리지 않아 클리어할 줄이야.

“실적 점수… 왕창 받겠는데.”

“내 말이. 이런 던전은 클리어만 해도 점수가 빵빵하지.”

소대원들은 들뜬 기색으로 대화를 나누며, 던전을 마저 점검해 나갔다.

“이 자식들. 잘했다.”

김민준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승호와 김광식에게 다가가 칭찬의 말을 건넸다.

생각 외로 녀석들이 잘 대처해 준 덕분에, 별 힘들이지 않고 몬스터를 처리할 수 있었다.

“병장 이승호. 김민준 하사님이 거의 다 하셨지 않습니까.”

“상병 김광식. 저흰 그냥 받아먹은 거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이승호와 김광식.

“받아먹는 거도 실력이야, 짜식들아.”

김민준은 그런 그들의 어깨를 툭 쳐 주었다.

띠링.

‘응?’

그러길 잠시.

자신의 눈앞으로, 메시지창이 출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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