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71화 (71/212)

71. 5대기-3

“전방 80m 부근에 오크 발견! 총 두 마리입니다!”

분대원들의 움직임은 신속했다.

상황이 발생하자마자, 현장까지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분.

김민준이 미리 분대원들에게 귀띔해 준 덕분이었다.

“전 분대원, 마력탄 장전!”

“마력탄 장전!”

분대원들은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사격 대열을 형성했다.

“오크의 약점은 목이다! 놈들의 목을 노려라!”

“알겠습니다!”

“사격 개시!”

김철민 중위의 지시에, 헌터들이 자세를 잡고 사격을 실시했다.

쿠와앙! 쿠와앙!

귀가 울릴 정도의 굉음이 퍼져 나가며, 오크들을 향해 발사되는 마력탄.

“인, 인간들….”

“죽인다!”

“아프다! 인간들! 죽여 버린다!”

오크들은 거대한 두 팔을 교차해 머리를 보호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놈들은 약물로 인해 약화된 훈련용 오크인데도, 마력탄을 거뜬히 견뎌 냈다.

‘이런 미친….’

‘저게 약해진 오크라고?’

‘제대로 된 오크를 상대할 때는 목숨을 걸어야 하겠는데….’

헌터들은 그 모습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병사들, 특히 일, 이병들은 오크의 위압감에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상병 말이나 병장은 달아야 상대할 법한 오크들을, 벌써부터 마주하고 있었으니까.

“1개의 분대가 마력탄을 퍼부었는데도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게 끝이라….”

약화되어도 오크는 오크라는 건가.

김철민 중위는 이 이상 마력탄을 사용해 봐야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병사들의 사격을 중지시켰다.

“전원, 주 무기를 꺼내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해! 훈련 상황이지만, 상대할 몬스터는 오크다! 잘못하면 크게 다치니까 주의해!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으니까!”

“예!”

“알겠습니다!”

김철민 중위는 고개를 돌려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분대원들이 위축되고 있다.

분위기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었다.

“맡겨 주십쇼.”

너한테 맡기겠다는 눈빛.

김민준은 걱정 말라는 듯이 웃으며, 오크들을 향해 돌진했다.

‘오크들이야 맨주먹으로도 충분하지만, 분대원들을 생각해야겠지.’

그는 채찍을 꺼내 든 뒤, 오크들을 향해 차례로 휘둘렀다.

짜악! 짝!

채찍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입히는 피해에 비해 큰 고통을 안겨 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오크처럼 피부가 질긴 몬스터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고통의 채찍질 효과가 적용됩니다!]

거기다 고통이 배로 증폭되는 스킬의 효과까지 발휘되자, 서서히 거리를 좁혀 오던 오크들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끄워어어어억!”

“아프다, 인간! 아프다아아아!”

마력탄에도 꿈쩍 않던 놈들이, 김민준의 채찍질에 소리를 마구 질러 대기 시작했다.

“지금! 이놈들 목을 노려서 공격해!”

“예!”

한동안 이어진 채찍질.

김민준은 오크들이 무릎을 꿇은 것을 확인하자마자, 분대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끄르륵….”

“끄어어어!”

채찍의 고통에 정신을 못 차리던 오크들은, 분대원들의 공격에 대처할 여유가 없었다.

놈들은 분대원의 군용 검에 목이 썰려 나가며, 죽음을 맞이했다.

“오크 세 마리를 이렇게 쉽게 처리하다니!”

“역시 김민준 하사님!”

오크를 이렇게 빠른 속도로 죽인 5대기조가 또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환호성을 지르려던 분대원들은, 김민준의 이어지는 말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안 끝났다! 긴장감 유지하고 있어!”

“…저건?”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지점을 보면, 오크들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6분 정도. 제한 시간이 지나서 추가로 두 마리를 풀었구만.’

김민준은 가까워지는 오크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일반 헌터들에게 있어 이 정도 속도면 상당히 준수한 성적이지. 내가 도와준 걸 감안해도.’

고작 1개의 분대로 2마리의 오크를 상대하는 건 상당히 버겁다.

놈들은 고블린처럼 지능을 가진 몬스터기도 하고, 무식한 힘과 체력을 자랑했으니까.

‘그걸 빠르게 처리했는데도, 몬스터를 더 내려보낸다 이거지.’

특수 부대에 소속된 헌터가 아니고서야, 지금 상황을 대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특수 임무단 작전 참모.

대놓고 부대를 엿 먹이겠다는 의도가 느껴졌다.

쿠웅! 쿵!

“우워어어어어!”

묵직한 발소리를 울리며, 소리를 질러 대는 오크들.

놈들은 동료들이 죽음을 당하자, 잔뜩 열이 오른 듯했다.

“세 마리가 추가로 더 내려옵니다! 저걸 우리가 어떻게 대처합니까!”

“김민준 하사님. 이건 철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분대원들은 저건 어떻게 할 수 없다며, 물러나야 한다고 말해왔다.

“특수 임무단 작전 참모… 정신이 나갔구만. 5대기 하는 데 오크를 총 5마리나 풀어? 이거 본부에 허락받고 하는 짓거리 맞냐!”

김철민 중위의 의견도 마찬가지.

오크 한두 마리도 아니고, 총 다섯 마리다.

앞의 두 마리야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 달려오는 세 마리는 1개 분대 가지고는 어림도 없었다.

“저건 최소 2개 분대는 있어야 한단 말이다!”

특수 약물이 투여되어 있어 약해진 놈들이라도 해도, 놈들은 오크다.

저 정도의 수는 아무리 김민준이라 해도, 무리일 것이다.

“김민준! 이건 너라도 해도 안 된다! 이대로 물러… 응?”

그렇게 생각하며 후퇴하자는 말을 하려 했지만, 이미 김민준은 달리기 자세를 잡고 있었다.

달리기 선수들이나 사용하는 크라우칭 스타트.

김민준은 두 손을 땅에 짚은 뒤, 자세를 낮추며 입을 열었다.

“소대장님. 저한테 맡겨 주십쇼. 1분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뭐? 1분?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는 김철민 중위의 대답이 이어지기도 전에, 스킬을 사용했다.

‘저런 무식한 놈들한테는 이게 최고지. 악독한 돌진.’

스스스스.

마기의 기운이 빠져나와,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방어력과 체력이 낮아지는 페널티가 있는 스킬.

몸이 약해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지만, 별 상관없었다.

그만큼 이 스킬은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니까.

파앗!

총알처럼 쏘아지는 몸.

‘이거지. 이 느낌이지. 이 속도감.’

김민준은 익숙한 느낌에 입꼬리를 올리며, 오크들을 향해 어깨 빵을 날렸다.

푸확! 푸화아악!

앞쪽에 있던 오크 한 마리는 몸이 꿰뚫리며 즉사했다.

뒤쪽에 있던 오크들 역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중상을 입었다.

[악독한 돌진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높은 스킬 숙련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악독한 돌진이 C등급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뭐야. 그냥 오크 한 마리 죽인 것뿐인데, 스킬 등급이 올랐잖아?’

악독한 돌진은 C등급만 되더라도, 웬만한 몬스터들은 다 뚫어 버릴 수 있는 위력을 자랑했다.

예상치 못한 수확에,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강도 조절을 살짝 실패했네. 분대원들 것도 남겨 놨어야 했는데.’

“…와.”

“방금 저거 뭐냐?”

“그냥 어깨로 치고 들어간 것 같은데… 저렇게 된다고?”

“그것보다 방금 속도 봤냐? 시속 200㎞는 되겠는데. 어떻게 하신 거지? 저게 말이 되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헌터들은,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중상 입은 놈들을 마무리하러 움직여야 했지만, 그만큼 김민준이 보여 준 모습이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오크를 어깨 빵으로 죽일 수 있는 헌터라니.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으니까.

“이놈들아. 빨리 마무리해야지. 뭐하냐.”

“예, 예!”

“바로 가겠습니다!”

훈련 상황은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다섯 마리의 오크를 상대한 분대원들이었지만, 그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라고는 1도 없었다.

“아니, 김민준 하사님이 다 죽여 놓은 거 우리가 받아먹은 것 아닙니까?”

“와… 혼자서 오크를 그 정도나 상대하고도 쌩쌩하시다니. 진짜 괴물이십니다.”

“그것보다 맨몸으로 저놈들 날려 버린 거 어떻게 하신 겁니까? 보고도 이해가 안 갑니다.”

김광식 상병과 이동진 일병은 허탈한 말투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자신들이 한 것이라고 해 봐야 사격 몇 번 한 것과, 김민준 하사가 반 죽여 놓은 오크를 마무리한 것뿐이었기에.

“너네들, 이거 따라 할 생각하지 마라. 이건 타고나야 하는 거라서.”

“…굳이 주 무기 놔두고 어깨 빵 날릴 이유가 없지 말입니다.”

얼마나 어이가 없었으면, 평소 과묵한 이승호 병장이 딴지를 걸어올 정도였다.

‘허, 참. 보고서에 사실대로 적어 봐야, 나만 욕먹을 것 같은데. 대대장님이 믿어 주시기는 하려나?’

김철민 중위는 널브러진 오크의 시체들을 둘러보고, 확신했다.

특별 진급의 기준이 옛날처럼 까다롭지 않았더라면, 김민준은 벌써 소위의 자리에 올라오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

5대기 중 오크가 5마리나 출현한 상황에, 부대는 한동안 시끌벅적했다.

“아니, 작전 참모 또라이 아니냐? 오크를 5마리나 풀어? 거기서 헌터들 한 명이라도 크게 다치거나 죽었어 봐라. 그 사람 바로 옷 벗어야 할 텐데.”

“내 말이. 도대체 뭘 믿고 오크를 그렇게 많이 푼 거냐? 오크가 무슨 고블린도 아니고.”

“특수 부대가 왜 우리 부대에 와서 지랄이냐 근데?”

5마리의 오크라니.

아무리 훈련 상황이라고 해도, 너무 과격했기 때문이었다.

“5달 전인가, 그때 한 번 오크 한 마리 푼 적은 있었는데. 그 뒤로 가짜 상황만 걸렸었지 아마?”

“그렇지.”

한동안 대화를 주고받던 헌터들은, 김민준의 빈 자리를 슥 쳐다보았다.

현재 그는 작전 참모의 부름에 자리를 비운 상태.

“야. 김민준 하사님이 어깨 빵으로 오크들 날려 버렸다는 거, 진짜냐?”

“그 사람이 아무리 괴물 같아도 사람일 텐데, 그게 말이 되냐?”

그들은 그 당시의 상황이 어땠는지 집요하게 물어왔다.

오크를 맨몸으로 상대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야. 우리가 그 자리에서 두 눈으로 봤다니까? 사실 보고도 안 믿기긴 했지.”

김광식 상병이 그 소문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다고 말해 왔다.

“오크들이 몰려오는데, 태연하게 달리기 자세를 잡더라고. 이런 식으로.”

김광식은 그 당시의 상황을 흉내 내며, 열정적으로 설명을 시작했다.

“김민준 하사. 완벽한 대처였어.”

그리고 같은 시각, 대대장실.

김민준은 현재 특수 임무단 작전 참모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내가 몬스터들을 많이 풀긴 했지. 본부에서도 그건 너무 과격하다고 했는데, 어쩌겠나. 네 역량을 확인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밀어붙였지.”

작전 참모는 그 많은 오크들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헌터는 듣도 보도 못했다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 왔다.

“우리 임무단 소속 중사를 때려눕혔다길래, 얼마나 강한가 싶었는데… 여기 있는 게 아까울 정도구만.”

한동안 이어진 대화.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가져온 서류 가방에서 봉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특수 임무단 소속인 내가 굳이 네 부대에 와서 그 많은 몬스터를 푼 이유. 궁금하지 않나?”

그리고 김민준을 향해, 확인해 보라는 듯이 눈짓했다.

“내가 상당히 힘을 썼지. 한번 읽어 보게. 절대 후회하지 않을 테니.”

자신감이 넘치는 표정.

김민준은 뭔가 싶어 봉투를 연 뒤, 안에 있는 내용을 확인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김민준은 피식 웃었다.

특수부대 소속 작전 참모가 104사단에 온 것.

5대기 중 무리하게 몬스터를 푼 것까지, 전부 자신의 예상대로였기에.

김민준은 작전 참모를 향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거절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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