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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70화 (70/212)

70. 5대기-2

-상황이 발생한 지역으로 차가 이동하지 못하도록 길이 막혀 있습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냐!”

-부대 내에서 의도적으로 설치한 차폐물인 것 같습니다! 이대로 뛰어서 목적지까지 이동하겠습니다!

김민준의 보고가 끝나고 무전이 꺼졌다.

김철민 중위는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었는데?”

현재, 상황이 터진 장소로 5분 이내에 도착하려면 차량이 필수다.

헌터들이 모든 힘을 쥐어짜 내 달린다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

“5대기 첫날부터 이게 무슨 일이야!”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은 김철민 중위는, 재빠르게 상황이 터진 장소로 내달렸다.

**

“모두 차에서 다 내려! 지금부터 목적지까지 뛰어간다!”

한편.

김민준은 차량이 들어갈 수 없게 설치된 차폐물을 확인하고, 빠르게 판단을 마쳤다.

‘저 차폐물을 한쪽으로 던져 버린 뒤에 차로 가면 되겠지만, 그러라고 설치한 차폐물이 아니겠지.’

적절한 상황 판단을 보겠다는 의도가 느껴졌다.

“미친! 5대기 첫날부터 이게 뭔….”

“이런 적이 있었긴 한가?”

“차가 지나가지 못하게 막아 놓은 적은 처음일 겁니다!”

그동안 5대기를 몇 번이고 했던 헌터들은 인상을 구기며 차에서 내렸다.

“다들 입 다물고 목적지까지 전력으로 뛴다! 뒤처지는 애들은 내가 챙길 테니까 빨리 뛰어가!”

“예, 예!”

“알겠습니다!”

김민준의 일갈에, 헌터들은 상황이 터진 장소로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생활관에서 나오는 데 1분. 애들 탑승하는 데 1분. 목적지까지 가는 데 1분이면 된다.’

차량을 이용했다는 가정하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3분.

분대원들이 정말 미친 듯이 뛰어야, 몇 초 차이로 목적지에 도착할 수준일 터.

‘이 정도로 빡빡하게 한다고는 안 했는데?’

어찌 되었든 상황은 터졌고, 자신은 병사들을 이끌고 5분 안에 도착해야 한다.

“이 악물고 뛰어! 시간 충분히 된다!”

“예!”

지난번, KCTC 훈련을 대비해,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분대원들의 성과가 여기서 발휘되었다.

김민준이 따로 훈련 강도를 올리지 않았다면, 전원 5분 안에 도착하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흠. 4분 55초라.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네.”

김철민 중위까지 포함해, 모든 5대기 병력들이 도착한 시간대는 4분 55초.

상황이 터진 장소에는, 상급 부대에서 검열을 나온 간부가 스톱워치를 들고 있었다.

“충성!”

“어, 그래. 5대기 제대로 하는지 한 번 점검해 봤다. 이번에는 차량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폐물까지 설치했는데, 괜찮은 대응이었다.”

검열을 나온 간부는 헌터 특수 임무단 소속의 작전 참모.

계급은 중령이었다.

104사단의 2대대장과 계급은 같지만, 소속이 다르기에 계급의 파워 역시 차원이 달랐다.

‘뭐냐. 헌터 특수 임무단이 왜 여기에 온 거지?’

‘내 말이. 자기들 임무 하느라 정신없는 거 아니냐?’

‘해외 파병 다니느라 바쁠 텐데, 5대기 첫날부터 이렇게 검열한다고?’

헌터들은 군생활하면서 처음 겪는 상황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이런 망할. 첫날부터 뭐야?’

그것은 김철민 중위 역시 마찬가지.

특수 부대 소속의 작전 참모가 검열을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는지,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부러 5분 내에 도착하기 힘들게끔 했는데, 의외군.’

한편.

작전 참모는 예상했던 것과 다른 결과가 나오자,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104사단 쪽에 김민준 하사가 특수 임무단 소속의 중사를 발라 버렸다는 것이 생각나서 한번 방문해 봤는데, 깔끔하구만.’

그는 김민준을 눈으로 슥 훑은 뒤, 앞으로도 긴장감을 가지라고 말하며 자리를 떠났다.

“후아….”

“정말 십년감수했습니다….”

“아니, 저 마크. 특수 헌터 임무단 거잖습니까? 특수부대 작전 참모가 왜 우리 부대에 옵니까?”

“난들 아냐. 그나저나 처음에 차폐물 봤을 때 뇌 정지 오더라.”

“김민준 하사님이 발 빠르게 대응하셔서 살았습니다.”

작전 참모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분대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부대도 아니고, 특수 임무단 소속 작전 참모다.

뭐라도 하나 잘못 걸렸다가는, 부대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몰랐다.

‘뭐지. 설마 내가 특수 임무단 소속 중사를 두들겨 팼다고 그러는 건가?’

김민준은 멀어져 가는 작전 참모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에이, 설마.’

특수 부대가 고작 나한테 채찍 몇 번 맞았다고 이러지는 않겠지.

애들도 아니고.

좀 아프게 때리긴 했다만 어쩌겠어.

내 신경을 건드렸으니, 감수해야지.

스스스스.

‘응?. 뭐냐.’

나이트 워커가 갑자기 작전 참모를 향해 이동했다.

그에게서 정보를 뜯어낼 생각인 듯했다.

‘너 이 자식. 내가 말한 대로 잘 행동하는구나. 작전 참모 정도면 쓸 만한 정보가 있겠지.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라.’

높은 계급들 위주로 정보를 빼내 오라는 지시를 잘 수행하고 있는 나이트 워커였다.

자신에게 마기만 풍부했어도 밥 먹듯이 정보가 흘러들어 올 텐데, 이 점이 살짝 아쉬웠다.

스스스스.

헌터들이 5대기 생활관에 복귀하자, 나이트 워커가 작전 참모에게서 빼내 온 정보를 자신에게 넘겨주었다.

‘좋아. 그대로 하나씩 보여 줘라.’

한동안 눈을 감고 정보를 확인해 나가던 김민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이런 걸 계획하고 있었구나?’

5대기 첫날.

초동 대응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지 점검하고, 마지막 날에 몬스터를 푼다 이거지.

‘특수 부대 작전 참모라 그런지 화끈하시네.’

보통 5대기 도중, 상황이 걸리는 것은 대부분 가짜 상황이다.

그런데 나이트 워커의 정보에 따르면, 작전 참모는 마지막 날에 진짜 상황을 걸기로 해 놓은 상태였다.

‘아니, 이건 뭔 이따구로 해 놨어?’

정보를 확인해 나가던 김민준은, 부대에 푸는 몬스터의 종류와 위치를 확인하고 인상을 썼다.

‘푸는 놈들은 특수 약물로 약화시킨 오크 2마리. 8분 이내에 처리 못 하면 3마리를 추가로 투입?’

자신에게 있어서야 오크는 10초 안으로 처리할 수 있는 몬스터다.

하지만, 분대원들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약화한 오크라고 해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거기까지만 하면 모르겠는데, 푸는 위치가 멀다.’

차량을 타고 미친 듯이 밟아도, 여유 시간은 5분 가까이 걸리는 거리.

헌터들은 5분 안으로 오크 3마리를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일반적인 헌터들보다 훨씬 높은 임무 수행 능력을 요구하고 있었다.

거기다 전투에 참가하는 건 부소대장까지만 허용하겠다고 한다.

제한된 상황에서, 병사들의 대처 능력을 보기 위해서란다.

‘아쉽네. 내가 마기만 더 많았어도, 정보를 많이 빼낼 수 있었을 텐데.’

현재로서 알 수 있는 건 이 정도인가.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긴 하지.’

김민준이 정보를 정리하고 눈을 뜨자, 어느새 김광식 상병이 근처로 다가와 있었다.

“김민준 하사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뭔가 걱정이 있으신 것 같아 보입니다.”

“걱정이라.”

있기는 있지.

나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내 분대원들에 대한 걱정 정도?

‘나중에 푸는 오크를 나 혼자서 처리하는 것 보다, 병사들과 나눠서 처리하는 편이 실적 점수가 높으니까.’

부소대장의 상황 판단 능력과 병사들 지휘 능력도 본다는데, 부소대장인 내가 오크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면 그 부분에서 감점을 받겠네.

“그것보다, 너네 오크들 약점이 어디인지는 알고 있냐?”

“오크 말입니까? 갑자기 오크는 왜… 놈의 약점은 목입니다.”

뜬금없는 질문에, 김광식 상병이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놈들의 키가 워낙 커서 말입니다. 3m 가까이 되지 않습니까? 검을 쓴다고 치면, 용을 써 봐야 놈들 가슴팍에나 닿을 정도입니다.”

“그렇지. 그래서 오크를 상대할 때는, 놈들의 하체를 먼저 공격하지. 오크랑 싸워 본 놈들은 있냐?”

자신의 말에, 이승호 병장이 손을 슬쩍 들었다.

“제가 상병 때, 던전에서 오크가 출현해 상대해 본 적이 있습니다.”

“오. 그러냐?”

김민준은 분대원들을 한곳에 모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5대기 마지막 날, 긴장하고 있어. 오크가 풀릴 거다.’

‘…잘못 들었습니다?’

‘김민준 하사님이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5대기 중 몬스터를 푸는 상황이야 가끔 있긴 하다.

그래 봤자 형식적인 것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하급 몬스터들뿐.

오크라고 하면, 헌터들이 상대하기에 쉽지 않은 몬스터였다.

‘작점 참모님이 혼잣말하시는 걸 우연히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마지막 날 새벽에 오크가 풀릴 거다. 대비 단단히 해 둬.’

사실은 소환수를 시켜 정보를 빼냈지만.

‘아, 알겠습니다.’

김민준의 진지한 눈빛에, 분대원들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었기에.

**

시간이 지나, 5대기 마지막 날.

첫째 날을 포함해, 가짜 상황이 발생한 것은 추가로 한 번.

헌터들은 그 이후로 부대 순찰이나 생활관 내에서 대기만 했다.

“김민준 하사님. 오늘이 말씀하신 날입니다.”

“그래.”

현재 김민준은 이동진 일병과 함께 부대를 순찰하는 중이었다.

녀석은 오크가 출현한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는지, 긴장한 기색이었다.

“긴장 풀어라. 합만 잘 맞추면 충분히 잡고도 남으니까.”

“알겠습니다.”

녀석이 예전과 똑같았으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몇 마디 더 해 줬을 것이었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넌 내가 이병 때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몬스터 만나면 굳는 악습관이 거의 사라졌던데.”

“감사합니다. 그동안 마음가짐을 많이 다졌습니다.”

“그러냐? 그건 좋은 변화네.”

이동진은 ‘김민준 하사님 덕분입니다.’라고 말하기에는 오버하는 것 같아, 적당히 대답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하네….’

본인조차, 말 몇 마디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덕분에 상병으로 진급하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판단해, 일과만 마치면 단련실에서 살 정도로 의욕이 살아났다.

“그런데 김민준 하사님은 다른 부대로 가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왜. 내가 다른 부대로 갔으면 좋겠냐?”

장난스러운 김민준의 표정에, 이동진은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

“아, 그게 아닙니다. 워낙에 진급이 빠르시고 능력이 좋으시다 보니… 호기심에 질문해 봤습니다.”

“얼마 전에 헌터 특수 임무단에서 제안을 받긴 했지. 내가 병장이었을 때. 하사 달아 줄 테니까 오라던데?”

“특수 임무단이라면… 상당히 들어가기 힘든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 정도 되면 뭐 어디라도 못 가겠냐. 그런데 바로 거절했지. 전자 기기 엄금이라더라. 당연히 인터넷도 안 되고.”

“김민준 하사님이라면 그건 못 참으실 것 같습니다.”

“그렇지? 남자가 게임 없이 어떻게 사냐.”

그들이 적당히 잡담을 나누며 순찰을 도는 도중, 갑작스럽게 사이렌이 울렸다.

-왜에에에엥!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사이렌.

작점 참모가 몬스터를 풀었다는 신호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생각보다 빨리 푸네. 바로 준비한다!”

“예!”

김민준은 곧바로 군용 차량을 향해 내달렸다.

‘퍼펙트가 보여 주지.’

잘 봐라, 작전 참모.

완벽이란 이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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