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63화 (63/212)

63. 헌터 KCTC-3

“꺄아악!”

“뭐, 뭐야!”

“아악!”

엄호 사격을 하던 적군들이 낚싯줄에 걸린 물고기처럼 한 명씩 딸려 온다.

“뭐, 뭐야! 어떤 놈이 공격한 거냐! 무리해서 쫓지 말라고 했을 텐데!”

중대장은 계획에 없던 일에 당황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김민준 하사입니다! 절대 무리는 안 하겠습니다! 저한테 맡겨 주십쇼!”

뭔가 싶어 확인해 보니, 김민준이 훈련용 재질의 채찍을 머리 위로 빙빙 돌리고 있었다.

마치 서부 영화에서나 볼 법한 카우보이의 모습.

“뭐, 뭐야! 채찍을 저런 용도로 사용한다고?”

중대장은 김민준이 다루는 채찍을 보고, 황당한 듯이 말을 뱉었다.

김민준이 던지는 채찍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움직이며, 도망치는 적군들을 한 명씩 끌고 왔기 때문이다.

‘적군을 살아 있는 채로 제압하면 바로 우리 쪽 포로가 된다.’

그것은 바로 훈련 점수로 이어지며, 상당한 가산점을 받게 된다.

그만큼 적군을 생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뜻이다.

‘보통 KCTC 훈련은 모 아니면 도다.’

적군을 사살하거나, 적군에게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말이다.

그런데 고작 훈련용 채찍으로 저런 일이 가능하다니…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중대장님! 적군들이 포로로 사로잡혔습니다!”

“후퇴해! 뒤돌아보지 말고 달린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달아 발생하자, 적군 측은 연막탄을 뿌린 뒤 후퇴에만 집중했다.

‘나의 다크 메이지 아이에는 다 보인다!’

김민준은 그게 뭐가 대수라는 듯이, 연막 안으로 채찍을 휙휙 날려 적군들을 추가로 더 사로잡았다.

“부상자나 사상자 있으면 지금 즉시 보고한다!”

“2중대 1소대, 부상자 및 사상자 없습니다!”

“2중대 2소대, 부상자 및 사상자 없습니다!!”

“2중대 3소대, 경상자가 5명 발생했습니다!”

약 30여 분간의 짧은 전투가 끝났다.

중대장은 각 소대의 보고를 듣고, 지휘소에 상황을 전달했다.

“독수리, 독수리. 여기는 올빼미 2. 보고 대기 중.”

-올빼미 2, 여기는 독수리. 보고 내용 송신하라.

이어지는 중대장의 보고에 지휘소가 웅성거리는 것이 무전기를 통해 느껴졌다.

짧은 전투였지만, 적의 규모는 100명이 넘었다.

유리한 위치를 점해, 적들의 병력을 손실시켰음은 물론 화생방 가스까지 소모시켰다.

지휘소가 놀란 것은 이 부분이 아니다.

김민준 하사가 단독으로, 적군 포로들을 20명 가까이 사로잡은 것.

이것으로 2대대의 사기가 단번에 올라갈 것이 분명했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위치를 사수하라.

박서훈 대위는 무전을 끝낸 뒤, 중대원들에게 경계를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 오늘이 훈련 첫날이다. 적군은 현재 후퇴했지만, 포로들이 잡혀 있기 때문에 다시 습격할 수도 있다! 다들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첫 전투.

사기가 올라간 중대원들은 피로감도 잊은 채, 지정한 시간까지 고지를 사수했다.

“물 드실래요?”

“괘, 괜찮습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갑자기 호흡이 가빠진다든가 하면, 말하세요. 안 풀리게 꽉 묶긴 했거든요.”

“네….”

김민준은 20명의 실적 점수… 아니, 포로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뒤, 도망치지 못하도록 단단히 묶었다.

‘이게 말이 돼?’

‘제가 채찍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고 말했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갑자기 방향이 확 꺾이는 게 어딨어?’

적군들은 김민준의 무기 숙련도가 말도 안 된다며,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좋아. 첫날부터 무난하네.’

김민준은 적군들의 기척이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입꼬리를 올렸다.

적군들의 머릿수는 대략 800여 명.

그중에서 40명 가까이 사살하거나 포로로 잡았으니, 괜찮은 수확인 셈이었다.

띠링.

[고통의 채찍질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고통의 채찍질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무기 숙련도까지 오를 줄은 몰랐는데.’

아.

그것보다 빨리 공격 가고 싶다.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활약하는 게 점수가 훨씬 높은데.

**

KCTC 훈련 1일 차가 그렇게 지나가고, 2일 차가 되었다.

“여기와! 여기! 그리고 이 지점까지 함정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

“예!”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동안 적군들의 동향을 살피던 대대장은 훈련용 함정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훈련용 함정의 개수 역시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설치할 필요가 있다.

이준범 중령은 적군들의 움직임을 예측해, 공격에 취약한 부분을 함정으로 보완하기로 했다.

“자! 잠시 대대장에게 주목할 수 있도록 한다!”

“주목!”

“KCTC 훈련 2일 차에 접어들었다. 첫날, 2중대가 고지대를 훌륭하게 방어해 냈다. 하지만!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대대장은 작전 지도를 펼쳐, 한 부분을 가리켰다.

“보통 수비 3일 차가 되면, 이 지점에서 불시에 몬스터가 쏟아진다. 4대대가 첫날에 받은 피해가 적지 않기에, 당장 오늘 안에 풀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

각 대대는 단 한 번, 훈련 통제실에 몬스터 지원 요청이 가능하다.

몬스터 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사단에서 몬스터를 푼 뒤, 해당 지점으로 공격을 유도한다.

KCTC 훈련 중 헌터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살상력이 없는 무기들이다.

때문에, 몬스터들 역시 특수 처리 과정을 거친 뒤 훈련장으로 투입된다.

“사단에서 푸는 몬스터들은 무조건 하급이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몬스터가 나올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적군들이 푸는 몬스터를 확인하는 순간, 적군의 의도를 캐치해야 한다! 알겠나!”

“알겠습니다!”

이준범 중령은 설명을 마친 뒤, 잠시 고민에 빠졌다.

‘김민준을 활용해 몬스터를 막을 것이냐. 아니면, 적의 주요 기지를 파괴할 것이냐.’

수비 2일 차.

당연히 수비를 역할을 맡을 때는 일반적으로 공격할 수 없다.

하지만 수비일 때만 공격할 수 있는 기지들이 몇 군데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보급고다.’

헌터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보급고가 파괴당한다면, 그들은 군장에 따로 준비해 온 전투 식량만으로 끼니를 때워야 한다.

그렇게 해도 헌터들이 굶는 기간은 최소 2일 이상.

장기전이 중요한 만큼, 보급로에 피해를 입히느냐 마느냐도 승리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김민준 하사.”

“하사! 김민준!”

“잠시 나와 이야기 좀 하지.”

“알겠습니다!”

이준범 중령은 김민준을 지휘소 안으로 데려왔다.

“대대장이 너에게 적군의 보급고를 폭파하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하겠나?”

“따르겠습니다.”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나온 대답.

김민준은 의외의 명령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 수비 2일 차로 접어들었는데, 벌써 공격 기회가 왔잖아?’

거기다 도박 수로 불리는 보급로 공격이다.

보급로는 공격하기 까다로운 위치에 있으며 상당한 병력이 경계 중이기 때문에, 사망이 아닌 포로로 잡힐 위험도 존재했다.

높은 위험도만큼, 훈련 점수 또한 높은 임무.

‘역시, 저 자신감 있는 얼굴. 저놈이라면 걸어 볼 만하겠군.’

이준범 중령은 김민준의 기운찬 대답에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이번 훈련에 자신의 진급이 걸려있다.

헌터 기동 훈련에서 안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다소 무리해서라도 결과를 내고 싶었다.

‘평범하게 이겨서는 의미가 없다. 4대대를 압도적으로 이겨야, 내 진급 길이 열린다.’

대대장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뒤, 입을 열었다.

“많은 헌터들을 지원해 줄 수는 없다. 기껏해야 1분대원이 끝이다. 최대한 은밀하고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1분대원으로 충분합니다. 보급고를 폭파한 뒤, 전원 살아서 복귀하겠습니다.”

“그래. 김민준 하사. 지금까지 네가 해 온 결과가 있기에 맡기는 것이다. 기대하고 있겠다.”

“하사! 김민준! 감사합니다!”

김민준은 분대원들을 선발하기 위해, 지휘소 밖으로 나왔다.

‘민첩 스텟이 높은 애들 위주로 뽑아야지. 상병이나 병장을 위주로.’

빠르게 치고 빠져야 하므로, 기동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승호. 얘는 전체적인 스텟이 괜찮으니까 넣고… 나머지는 민첩이랑 체력을 보자.’

그는 대대원들의 스텟 데이터를 살피며, 분대원들을 신중하게 추려 냈다.

완벽을 위해서였다.

“충성! 김민준 하사님!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다들 이쪽으로 와라.”

잠시 후.

김민준의 호출에 8명의 병장들이 다가왔다.

“너희들, 나랑 일 하나 하자.”

“일 말입니까?”

“함정 설치라면, 방금 끝내고 왔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공격적인 일 하나 하자고.”

그의 말에 헌터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수비를 시작한 지 이틀째인데, 갑자기 공격이라니.

“너희들은 지금부터 나와 보급고를 파괴하러 간다.”

“보, 보급고 말입니까?”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김민준 하사님이라 하셔도, 근처에 가는 순간 벌집이 될 겁니다!”

훈련 이틀째에 보급고 파괴라니.

과격해도 너무 과격하다.

헌터들은 지금 보급고를 공격하는 건, 도박이나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대대장님께서 나한테 직접 임무를 내리셨다. 물론 너희들도.”

“대대장님 말입니까?”

“아….”

대대장이라는 말에 헌터들이 탄식을 뱉었다.

‘이건 그냥 대대장님이 진급에 미쳐서 급발진하는 거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틀째에 보급고를 치라고?’

병사들이 얼마 동안 생존했는지 역시, 훈련 평가에 있어 중요한 요소.

고작 이틀째에 전사한다면, 훈련 점수는 당연히 최악일 것이다.

“짜식들이 쫄아가지고.”

김민준은 그런 헌터들을 보며, 보란 듯이 미니 모니터를 켰다.

“나 HP 6,000이다. 너희들이 죽을 일은 절대로 없다. 만약 생긴다 하더라도, 내가 책임지고 너희들은 살려 보낸다. 이래도 싫냐? 그리고 내가 언제 실패한 적이 있기라도 했냐?”

그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헌터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없습니다.”

“없습니다!”

없다.

지금까지 압도적인 실적으로 간부를 단 그라면, 한번 믿어 봐도 되지 않을까.

‘저 정도의 HP에 김민준 하사님 피지컬이면….’

‘한번 걸어 볼 만하겠는데?’

‘보급고 파괴만 한다면… 훈련 점수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바로 준비 들어가자고.”

“알겠습니다!”

이것으로 김민준 하사와 이승호를 포함한 병장들은 다음 날 새벽.

보급고를 파괴하는 특수 임무를 맡게 되었다.

**

시간이 지나, 새벽 3시.

김민준은 분대원들을 이끌고 적군의 보급고를 향해 걷고 있었다.

‘다들 정지. 엄폐물에 몸을 숨겨라!’

김민준은 미리 적군의 기척을 잡은 뒤, 분대원들을 은폐시켰다.

저벅. 저벅.

잠시 후, 적군들이 그들의 근처를 지나쳐 갔다.

분대원들은 조용히 기척을 죽이고,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지나갔습니다!’

‘좋아. 내가 신호할 때 간다.’

‘예!’

이런 방식으로 이동한 지 2시간째.

드디어 보급고 바로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응? 이건… 다들 동작 그만! 움직이지 마라!’

김민준은 나무 사이에 걸려 있는 물체를 확인하고, 분대원들에게 정지 신호를 보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