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62화 (62/212)

62. 헌터 KCTC-2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그냥 흰 연기만 뿜어내는 훈련용 도구였지만, 저것이 뜻하는 건 하나.

화생방 공격이 발생했다는 상황이다.

“가스! 가스! 가스!”

“다들 방독면 착용해!”

“알겠습니다!”

KCTC 훈련 중, 10일 동안 자주 겪게 되는 상황 중 하나인 화생방 공격.

헌터들은 신속하게 방독면을 꺼낸 뒤, 착용했다.

“음. 그래. 이런 건 기본으로 대비하고 있어야지. 2대대와 4대대 중, 어떤 대대의 역량이 우수한지 지켜보도록 하겠다!”

“알겠습니다!”

헌터들의 신속한 대처에 사단장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꼭 승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래.”

이준범 중령의 말을 끝으로, 헌터들은 특수 차량에 탑승해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후우. 이게 뭐라고 긴장되냐.”

“진짜 전쟁이라고 생각하고 해라. 4대대한테 지는 순간 끝이다.”

“헌터 기동 훈련에서도 미흡 떴는데, 헌터 KCTC도 제대로 못 하면… 어후. 생각하기도 싫다.”

그들은 버스 안에서 작전 지도나 매뉴얼 등을 다시 한번 확인해나갔다.

“자. 훈련 장비들부터 빠르게 옮긴다!”

“알겠습니다!”

실제 첨단 장비와 위성을 이용하기에, 최대한 실전처럼 훈련할 수 있게 만들어진 헌터 과학화 전투 훈련단.

“다들 주목!”

“주목!”

2대대 2중대의 중대장인 박서훈 대위는 훈련장에 도착하자마자, 매뉴얼대로 첨단 장비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자. 이건 각 헌터들의 역량을 수치화해 만든 특수 슈트다. 여기 미니 모니터에 보면, HP가 표시되어 있지? 이것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중상. 0이 되면 사망이다.”

국방색의 가죽 재질을 띠고 있는 전신 슈트.

헌터들은 훈련 기간 동안, 이 특수 슈트를 착용한 채 훈련을 진행한다.

그들이 사용하는 총기나 주 무기 등은 모두 훈련용으로 살상 능력은 없다.

“먼저 김민준 하사가 나와서 착용 시범을 보여 주겠다! 김민준 하사!”

“하사! 김민준!”

국방색을 띤 가죽 재질의 전신 슈트.

김민준은 박서훈 대위의 지시에 따라, 특수 슈트를 착용했다.

“자! 이 슈트에 누적되는 대미지는 실시간으로 훈련 상황실에 전달된다! 어떤 부위에 어떤 공격이 가해졌는지까지 정확하게 전달되는 정도로, 최첨단 장비라는 말이다.”

박서훈 대위는 특수 슈트를 착용한 김민준의 못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착용법과 사용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HP는 헌터 개개인의 스텟을 수치화해 결정된 것이다. 여기 김민준의 HP를 예로 들자면……”

중대장은 김민준이 착용한 슈트의 모니터를 작동시켰다.

삑. 삐빅.

[김민준 하사: HP 6,000]

“자! 헌터의 스텟이 아무리 우수하다 하더라도, HP의 총량은 큰 변동이 없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잠깐. 이거 뭐야?”

그는 말을 하다 말고, 모니터에 떠오른 숫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유, 육천?”

중대장은 말도 안 되는 수치를 확인하고 경악했다.

현재 김민준이 입고 있는 장비는 최첨단 슈트다.

오류가 있을 리 없다.

‘HP가 천 단위라고…….’

보통 스텟이 우수한 장교들에게 주어지는 HP는 300에서 400 사이.

1,000도 아니고 6,000이라니,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중대장은 혹시나 싶어서 모니터를 이리저리 조작해 보았지만, 여전히 숫자는 6,000에서 고정되어 있었다.

“…육천이라고? 저거 일반 병사들은 아무리 높아 봐야 150 아니냐?”

“150도 개 잘 나온 거지. 스텟 낮은 애들은 100도 안 나올걸.”

“오류 난 거 아니냐? 아무리 김민준 하사님이라도 그렇지, 육천이 뭐냐? 무슨 보스 몬스터야?”

“저거 최첨단 장비잖아. 저거 하나에 얼마짜린지 알긴 하냐?”

헌터들은 압도적인 김민준의 HP를 확인하고, 저게 말이 되냐며 수군거렸다.

‘HP가 6천이라고? 왜 이렇게 많아?’

김민준은 생각보다 많은 HP에, 살짝 실망했다.

‘이러면 재미가 줄어드는데.’

총알 한 발을 팔다리에 맞았을 때 깎이는 HP는 평균적으로 30.

보통 헌터들이라면 두 발만 맞아도 중상에, 급소를 맞으면 사망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HP가 6천이 넘는 김민준 같은 경우라면….

급소에 수백 발은 적중시켜야 하지 않을까.

“다들 조용히 해! 훈련은 이미 시작됐다!”

“죄송합니다!”

“설명은 끝났으니, 다들 특수 슈트로 환복한다!”

“예!”

“알겠습니다!”

박서훈 대위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뒤, 헌터들이 슈트로 갈아입는 동안 작전 지도를 펼쳤다.

“숙영지는 계획했던 대로 이쯤에서 편성하는 겁니까?”

그러자 김철민 중위가 재빨리 그에게 다가와,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그래. 후보지가 몇 개 있었지만, 여기가 최적인 것 같다. 숲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헌터들의 체력을 깎아 먹지만, 그만큼 적군에게 노출될 확률이 낮아지니까.”

“저도 이 지점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래. 우선 빠르게 이동해서, 숙영지부터 편성하자고.”

2대대는 먼저, 4대대의 공격을 5일 동안 방어해 내야 한다.

그 뒤에 5일 동안의 공격권이 주어진다.

현재 그들은 한시라도 빨리 유리한 지점을 확보해, 숙영지를 편성하는 것이 최우선 임무였다.

“자, 빨리 움직이게 장비들 이리 내놔. 동진이 너도.”

“상병 김광식. 괜찮습니다.”

“일병 이동진.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이게 다 우리 대대의 승리를 위해 그러는 거야, 이놈들아.”

김민준은 부대원들이 짊어진 각종 훈련 장비를 홱 낚아챈 뒤, 앞장섰다.

앞으로 경사 높은 산길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훈련 결과를 바꾸거든. 나만 믿고 따라와라. 완벽한 승리가 뭔지 보여 준다.”

“예!”

“김민준 하사님! 믿겠습니다!”

헌터들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의욕을 다졌다.

**

“숙영지 근처 탐색 끝냈습니다!”

“그래. 다들 신속하게 텐트를 설치한 뒤, 집합하도록 한다!”

“예!”

중대장의 지시에 헌터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곧 시작될 전투를 대비해, 작전 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다들 주목!”

“주목!”

잠시 후, 지휘소에서 2대대장 이준범 중령이 나타났다.

“KCTC 훈련은 다른 훈련과 다르다. 단기가 아닌, 장기 싸움이다. 그렇기에, 본인들의 체력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알겠나!”

“예!”

“우리들의 승리 조건은 적군이 위치한 점령지를 파괴하고, 최대한 많은 적군을 섬멸하는 것이다. 먼저, 우리들이 우선적으로 사수해야 할 목표는 여기 고지대들이다.”

이준범 중령은 수비에 있어, 반드시 사수해야 할 고지대들을 지목했다.

“여기 세 곳. 특히 중앙에 있는 고지를 적군에게 점령당하게 되면, 지휘소가 큰 위험에 노출된다. 이쪽으로는 상당히 많은 적군들이 몰리겠지.”

그 말인즉슨, 중앙에 있는 고지를 완벽히 방어해 낸다면, 적군들에게 큰 피해로 돌려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곳은 2중대가 맡는다. 중대장, 바로 가서 위치 사수할 수 있도록!”

“대위! 박서훈! 알겠습니다!”

중대장은 헌터들을 이끌고 고지대로 향했다.

수비 기간인 5일.

2중대가 저 고지대를 방어해 내느냐, 마느냐에 따라 승패가 기울게 된다.

‘김민준. 저 녀석이 무슨 일을 벌여 줄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또 일내겠지.’

이전까지도 그래 왔고, 저 의욕 넘치는 뒷모습을 보면 앞으로도 그럴 것 같으니까.

이준범 중령은 김민준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뒤, 수비 진형을 편성하기 시작했다.

**

‘역시. 낮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이거지.’

2중대원들이 고지대로 자리 잡은 지 12시간이 지났다.

현재 시간은 밤 12시.

적군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았다.

‘졸린 놈들 없지?’

‘예!’

‘멀쩡합니다!’

김민준은 중대원들의 컨디션을 살폈다.

훈련 첫날이다 보니, 다들 쌩쌩했다.

‘어우. 드디어 오네. 기다리다가 심심해 죽는 줄 알았다.’

김민준은 약 2㎞ 떨어진 지점, 조용히 접근해 오는 적군들을 확인했다.

공격해오는 적군들은 약 100명.

‘이게 당연하지. 나 같아도 밤에 습격하겠네.’

밤이 되면 방향 감각을 잃어버릴 정도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섣불리 손전등 같은 도구를 사용했다가는, 그대로 적군들에게 위치가 노출된다.

‘나 여기 있으니 공격해 주세요!’라며 시위하는 것과 똑같다는 말이다.

‘그런데 의외네. 공격 기간이 5일이나 되는데, 굳이 첫날에 온다고?’

처음은 탐색 차 한 번 찔러 보겠다 이건가?

김민준은 멀리서 느껴지는 기척에, 눈을 가늘게 떴다.

그사이.

헌터들은 작은 발소리도 내지 않은 채, 고지대를 완벽히 경계하고 있었다.

‘중대장님. 3시 방향에 적군들이 곧 접근해 옵니다.’

‘뭐? 3시 방향? 잠깐 확인해 보겠다.’

박서훈 대위는 김민준의 보고에, 착용한 투시경의 배율을 높였다.

‘…진짜 오고 있었잖아! 2중대! 3시 방향에 적 발견! 적군들이 가까이 접근할 때까지 대기해라!’

그의 신호에, 중대원들이 각자 사격 자세를 취했다.

‘아무리 야간 투시경이 있어도 그렇지, 저렇게 먼 거리에서 잡아낼 줄이야.’

야간에 행해지는 전투는 누가 먼저 적군들을 발견하냐에 따라, 승패가 크게 갈린다.

‘저쪽은 우리들의 위치를 정확히 모른다.’

유리한 위치를 점한 뒤 가해지는 일방적인 사격.

결과는 이미 정해진 바나 다름없다.

박서훈 대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중대장님. 200m 앞입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확실할 때 신호를 주겠다.’

‘알겠습니다.’

헌터들은 중대장의 신호를 기다린 채, 조용히 숨을 죽였다.

‘지금! 2중대원! 전원 사격!’

적군들이 코앞까지 다가왔을 때.

쿵. 쿵.

중대장이 발로 땅을 크게 울리며, 사격 신호를 내렸다.

타다다당!

포복 자세로 납작 엎드려 있던 헌터들이 일순간 몸을 일으켰다.

그 뒤, 다가오는 적군들에게 특수 탄환을 퍼부었다.

“매복! 매복이다! 4중대원! 전원 엄폐해!”

“예!”

“엄폐물 뒤에서 대응 사격한다! 화생방 공격 준비해!”

“예!”

적군들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공격에도, 침착하게 대응했다.

곧바로 주위에 엄폐물을 찾아 엄폐한 뒤, 훈련용 화생방 가스를 살포했다.

“화생방 공격이다!”

“가스! 가스! 가스!”

“방독면 먼저 착용한다! 무리하게 쫓지 마라! 우리 임무는 어디까지나 이 고지대를 사수하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서로 간에 특수 탄환이 오간다.

2중대원들은 미리 고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에,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었다.

“후퇴! 후퇴한다!”

적군들은 화생방 가스를 2차례나 살포한 뒤, 후퇴했다.

주요 고지대에서의 첫 전투.

적군들 100여 명 중, 3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좋아! 이 정도면 많은 이득을 봤다!’

훈련 기간 동안, 화생방 가스를 살포할 수 있는 회수는 단 6번.

적군들은 병력들을 후퇴시키는 것에만 2번을 사용했다.

이 차이는 결코 적지 않을 터.

‘훈련용 가스라도, 들이마시는 순간 HP가 줄줄이 깎여 나가도록 설정되어 있지. 저 가스를 소모시키는 것도 중요해.’

박서훈 대위가 속으로 쾌재를 외치기도 잠시.

휘리릭!

“응?”

그의 옆으로, 뱀 같은 물체가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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