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헌터 KCTC-1
[이봉구와 김서현은 ‘세리아 누나는 내 최애캐’ 교의 열혈 신도입니다.]
[그들은 당신만을 생각하며, 이스가르드에서 차원을 뛰어넘었습니다.]
[그들의 충성심이 한층 더 깊어집니다.]
[신도를 위해 사용한 마기의 일정량을 돌려받습니다.]
‘이건 또 뭐야.’
자신은 김서현을 살리기 위해 대부분의 마기를 사용했다.
그런데 저 메시지가 떠오르자마자, 귀신같이 몸 안에서 마기가 차올랐다.
‘세리아 교는 내가 장난으로 만든 거라고. 그런데 이런 효과가 있다고?’
어쨌든 이득이니까 상관은 없긴 한데…….
시스템의 판단 기준을 모르겠네.
‘시스템이야, 그렇다 치고. 일단은 돈이지.’
이봉구와 김서현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신분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지금까지 받은 포상금이랑 월급이랑 얼마나 모였는지 볼까나. 상당히 들어왔을 것 같긴 한데.”
스마트폰 어플로 은행 계좌를 연동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숫자가 불어나 있었다.
“일, 십, 백, 천….”
오우.
그동안 밀렸던 포상금이 들어왔나 본데.
이 정도면 돈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네.
**
인천 공항에 도착한 후.
김민준은 김서현에게 필요한 돈을 인출해 건네주었다.
“나이트 워커한테 정보 받아서 위치는 알지? 나머지 돈은 방 구하는 데 써라.”
“김민준 님. 굳이 지낼 거처까지 구할 필요는….”
“잔말 말고 받아. 다른 놈들한텐 이렇게까지 안 해 준다. 너희들이니까 해 주는 거야.”
“기, 김민준 님!”
그 말에 김서현과 이봉구는 감격한 듯이 머리를 숙였다.
“일단 이봉구는 평소와 똑같이 움직여라. 김서현. 넌 따로 생각이 있으면 말해.”
“김민준 님. 저도 헌터군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헌터군? 이건 또 의외네. 이유는?”
“이스가르드에서처럼 김민준 님의 옆에서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하긴.
쟤가 옆에 있으면 편하긴 했지.
‘던전이나 정보들에 관해서는 나이트 워커나 이봉구가 움직여 줄 테니 상관은 없을 테고.’
김민준이 눈짓하자, 김서현은 헌터군 외국인 특별 전형을 통해 입대하겠다고 알려왔다.
“외국인 신분을 구한 뒤, 병이 아닌 헌터 부사관으로 입대하려 합니다. 지구에서 빨리 권력을 키워, 김민준 님에게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그녀는 그사이 조사한 정보를 토대로, 앞으로 움직일 계획을 세워 둔 상태였다.
외국인 특별 전형은 학력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헌터군이 시행하는 시험을 거쳐야 하며, 외국인만 응시할 수 있었다.
스텟 테스트야 말할 것도 없고.
‘시험이라. 쟤 정도면 알아서 패스하겠지.’
김민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봉구가 자기도 헌터군에 입대하겠다고 말해왔다.
“김민준 님! 저도 헌터군에 입대에서 김민준님을… 억!”
이봉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서현이 그의 머리채를 잡아당겼다.
“주제에 맞게 행동해! 너같이 밥만 축내는 벌레한테는 신분증 살 돈도 아까워!”
“뭐, 뭐라고? 벌레? 김민준 님! 들으셨습니까?”
“얌마. 이봉구. 넌 스킬 특성 살려서 조사나 해. 일본에서 던전 찾은 건 아주 잘했다.”
“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김민준의 드문 칭찬.
이봉구는 김서현에게 보라는 듯, 입꼬리를 올려 주었다.
“김민준 님. 그럼 최대한 빠르게 헌터군에 입대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래. 이봉구 저놈 성격 알지? 헛짓 안 하는지 감시 잘해라.”
“예. 맡겨 주세요.”
“아, 아악! 머리! 내 머리! 아름다운 내 금발이 뽑힌다!”
그녀는 이봉구의 머리를 잡은 채로 공항을 떠났다.
“참나. 저놈들이 지구로 올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나 보겠다고 목숨까지 걸면서 건너왔는데 어쩌겠어, 챙겨 줘야지.
**
“나왔다, 이놈들아.”
“충성! 김민준 하사님 오셨습니까.”
“그래. 그런데 니들 표정이 왜 그러냐?”
휴가를 마치고 생활관에 복귀하니, 분대원들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김민준 하사님은 휴가 중이셔서 전달이 안 됐을 겁니다. 다음 주부터 헌터 KCTC 훈련입니다.”
“뭐냐? 진짜냐?”
헌터 KCTC.
몬스터가 아닌, 대대 간에 적군이 되어 공격과 방어 전투를 벌이는 훈련.
자그마치 훈련 기간이 10일이나 된다.
대대 간의 전투인 만큼, 대대장의 진급이 달려 있을 정도로 중요한 훈련이다.
헌터 한 명, 한 명의 전투력이 받쳐 줘야 훈련을 완수할 수 있기 때문.
“10일 맞지? 어우, 내일이라도 했으면 좋겠네.”
김민준은 들뜬 마음으로 달력을 확인했다.
실적 점수도 실적 점수지만, 센서가 달린 장비를 장착한 뒤 서로 총질하고 싸워 대는 게… 꼭 게임 하는 느낌이 드는 훈련이었다.
“…김민준 하사님은 천성이 헌터군이십니다.”
“당장 내일부터 KCTC 준비 기간이라, 빡세게 훈련받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헌터 기동 훈련에서 찍힌 게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습니다.”
“얌마. 이미 결정된 거 최선을 다해야지 어쩌겠냐? 그리고 이기면 포상 휴가랑 실적 점수 빵빵한 거 알지?”
아아.
빨리 와라, KCTC!
**
“다들 주목!”
“주목!”
다음 날.
헌터들은 KCTC 훈련을 위해 연병장 앞으로 모였다.
“다음 주에 KCTC 훈련 있는 거 알지?”
“예! 그렇습니다!”
“이번 훈련 잘 받으면, 다음 훈련이 더 편해질 수 있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교육관은 아침부터 특수 재질의 타이어를 준비했다.
KCTC의 훈련 기간은 자그마치 열흘.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었다.
‘오. 저거 빡세게 하면 체력 좀 늘겠는데?’
김민준 역시, 병사들과 함께 훈련에 참가했다.
‘하사인 만큼,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겠지.’
거기다 부소대장이다.
소대장을 도와 소대원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일단 이놈들 체력부터 확실하게 키워 놔야겠어.’
김민준은 허리에 타이어를 맨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
“김민준 하사님?”
철컥!
그리고 타이어를 추가로 하나씩 더 매달았다.
“할 수 있지?”
“…….”
“하기 싫어? 하기 싫으면 말해.”
“하, 할 수 있습니다아!”
“교육관님한테 사전에 허락받았거든.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해서 그러는 거야. 이번 훈련까지 제대로 못 받으면… 진짜 지옥일걸?”
자신의 말에, 헌터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안 그래도 헌터 기동 훈련 이후, 말도 안 되는 훈련 강도에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이번 KCTC 훈련까지 미흡이라면… 그 뒤는 상상하기도 싫은 수준.
“난 너희들보다 더 열심히 할 테니까, 같이 힘내 보자고.”
“알겠습니다!”
김민준은 100㎏ 가까이 나가는 타이어를 허리에 하나, 둘… 총 6개까지 달았다.
“김민준 하사님. 아무리 그래도 6개는 심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허리 다치십니다. 남자는 허리가 생명이지 말입니다.”
저 타이어를 2개만 매고 달려도 체력이 쭉쭉 깎인다.
그런데 김민준은 6개에 그치지 않고, 8개까지 허리에 매달았다.
“김민준. 너 그러다가 다치면 말짱 꽝이야. 무리하지 마라.”
“하사 김민준. 자신 있습니다.”
“그러냐? 그럼 해 봐.”
얼마나 걱정되었으면, 교육관까지 말릴 정도.
김민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상의를 탈의했다.
“자! 다들 준비되었으면 바로 자세 잡아라!”
“예!”
“알겠습니다!”
삐익!
교육관의 호루라기 신호에 맞춰, 헌터들이 전방을 향해 질주했다.
그들이 타이어를 매고 달려야 하는 거리는 500m.
이것을 한 번 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수십 번씩 반복한다.
“후우.”
“후!”
헌터들이 6회 차까지 속도를 유지하다가, 7회 차부터 급격하게 떨어졌다.
김민준이 추가로 매단 타이어 때문이었다.
“쉬지 말고 달려! 훈련 때 적군들이 공격해 올 때도 그렇게 걷다가 뒈질 거야?”
“아, 아닙니다!”
“할 수 있잖아! 니들은 할 수 있다! 내 소대원들인데 당연히 해야지!”
“으아아아아!”
김민준은 그럴 때마다, 헌터들의 뒤에서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허억… 헉… 그런데 김민준 하사님 말입니다… 저게 사람입니까? 괴물이지.”
“800㎏짜리를 매고 저렇게 달리는 데도 땀 한 방울 안 흘리는 거 봐라. 어후, 보고도 안 믿긴다.”
“괜히 저렇게 폭풍 진급했겠습니까? 전 벌써 토 쏠릴려고 합니다…….”
헌터들은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김민준을 보며, 말도 안 되는 그의 체력에 혀를 내둘렀다.
“다들 체력 훈련을 포함해, 다른 훈련들까지 첫날처럼 열심히 임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나!”
“허억. 헉! 예!”
“알겠습니다!”
교육관은 체력 훈련이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한 번 끄덕여 주었다.
“더 달려! 쉬지 말고!”
“예!”
다음 날에도 이어지는 훈련들.
헌터들은 체력 훈련과 사격 훈련, 주 무기 훈련 등 KCTC 훈련에 대비해 바쁘게 움직였다.
“기, 김민준 하사님! 체력 스텟이 1 올랐습니다!”
“저도 힘 스텟이 1 올랐습니다!”
김민준의 임의적으로 훈련 강도를 올린 덕분에, 헌터들의 스텟들이 조금씩 상승했다.
“다 너희들이 잘 따라와 주니까 오른 거지.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라.”
“예!”
“감사합니다!”
김민준 하사는 정말 쓰러지기 직전까지 자신들을 굴렸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귀신같이 나타나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게 참고 견디다 보니, 스텟 상승의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덕분에 헌터들은 더욱 의욕적으로 훈련에 몰입할 수 있었다.
“김민준 하사님, 감사합니다. 저도 힘 스텟과 체력 스텟이 1씩 올랐습니다.”
“어, 동진아. 너 요즘 열심히 하더라? 금방 상병 달겠는데?”
“감사합니다. 다음 승급 시험 때 꼭 달겠습니다.”
“그래. 파이팅 해라.”
잠시 주어진 휴식 시간.
김민준은 이동진의 어깨를 툭 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짧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헌터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다.
훈련하다가 부상을 입으면 그야말로 말짱 도루묵이었으니.
‘역시, 대단해.’
이동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번 훈련을 제대로 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후욱! 훅!”
“으아아아!”
“마흔여덟! 마흔아홉!”
헌터들은 일과 시간이 끝난 뒤, 단련실에서도 틈틈이 체력 단련을 했다.
“우리 4대대랑 붙는 거 들었지? 여헌터들이라고 무시하지 마라. 걔들도 장난 아닐 거니까.”
“그리고 4대대한테 지는 순간 우린 끝이다. 쪽팔려서 얼굴이나 들고 다니겠냐? 그러니까 이 악물고 조금이라도 더 단련해!”
“예!”
“알겠습니다!”
적군으로 상대하게 된 대대가 4대대였기 때문이다.
KCTC에 앞서, 남자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는 말.
헌터들은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훈련에 매진했다.
**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KCTC 훈련 날이 찾아왔다.
일반군은 훈련 시작 전, 사전 훈련을 한 번 시행한다.
그러나 헌터군은 그런 게 없었다.
바로 실전이다.
“신고합니다! 중령 이준범 등 XX명은 2020년….”
2대대장이 104사단 사단장에게 신고를 한 뒤, 간단하게 악수를 나눴다.
“너희들의 훈련 자세가 얼마나 되어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
“예! 알겠습니다!”
이준범은 그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미친! 이곳에서 바로?’
사단장이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상황을 터트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