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55화 (55/212)

55. 하사로 간다-1

스스스스-

조만간 이상 현상이 발생할 것 같다는 나이트 워커의 보고.

‘정확히 언제냐.’

스슷….

나이트 워커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5일 안으로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대답했다.

‘5일이라….’

그럼 4박 5일 쓰면 되겠네.

‘틀리면 알지? 나한테 혼난다.’

김민준은 곧바로 휴가를 신청했다.

“기다려라. 하사. 바로 달러 간다.”

이번 것까지 해서도 하사를 안 달아 주면….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 장성님들아.

**

다음 날.

김민준은 휴가 보고를 마치고 곧장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하면 일단 닭갈비부터지.”

게이트가 언제 터질지 모르니, 일단은 즐기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대비를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이트 워커가 지정해 준 곳으로부터 멀리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했다.

까톡!

손은서: 야, 너 휴가 나왔지? 지금 어디야?

뭐야 얘는.

내가 휴가 쓴 걸 어떻게 알았냐?

김민준: 춘천이다. 나 이제 닭갈비 먹으러 감.

손은서: 나도 오늘 휴가야. 바로 거기 갈 테니까, 기다려.

김민준: ? 뭔데.

손은서: 밥 사 주기로 했잖아. 오늘 내가 살게.

김민준: 작업 ㄴㄴ

손은서: 뭐래. 그런 거 아니거든?

김민준은 기다리라는 손은서의 말을 적당히 넘기고, 음식점 안으로 들어갔다.

“오면 한 번 더 얻어먹지, 뭐.”

그렇게 음식점 몇 군데를 돌던 사이, 손은서가 춘천에 도착했다.

“야. 밥 사 준다고 기다리라니까. 그새를 못 참아?”

“또 먹으면 되지. 나 아직 배고픈데?”

“…그래? 그럼 됐고.”

그녀는 사복 차림이 아닌, 헌터 군복 차림이었다.

집에 들를 새도 없이, 부대 밖으로 나오자마자 김민준이 있는 장소로 향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분명히 뭔가 있어.’

그녀가 김민준의 휴가 일정에 맞춰 따라 나온 이유 중 절반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가 휴가를 나올 때마다 상황이 터졌었고, 엄청난 활약으로 실적 점수를 챙겼으니까.

‘저 자식, 지난번 휴가는 대민 지원 왔을 때 때마침 게이트가 터졌어. 그리고 얼마 전 휴가일 때는 위장 던전이 발생했고.’

두 번까지는 우연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그런데 이번 세 번까지 귀신같은 타이밍에 비상 상황이 터진다면….

‘저놈은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잖아.’

물론 너무 앞서 나간 경향이 있긴 하다.

그런데 저 자식을 보면… 뭔가 다른 사람과는 다른, 그런 기운이 풍긴다고 해야 하나.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묘한 느낌이 들었다.

까톡!

김광식: 손은서 씨! 김민준 병장님 만나셨습니까? 오늘부터 4박 5일 동안 휴가라고 합니다.

손은서: 네. 감사합니다.

김광식: 그런데 둘이 무슨 관계….

-손은서 님이 톡방을 나가셨습니다.

김광식: …….

그녀에게 정보 제공을 해 준 김광식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그런데 넌 굳이 여기로 왜 온 거냐?”

“그냥 겸사겸사 볼일 볼 겸 왔지. 너 춘천에 있다는 얘기도 들어서 밥도 사 줄 겸.”

“그러냐? 이모! 여기 소고기 비싼 걸로다가 10인분 가져다줘요!”

“예! 알았어요!”

잠시 후, 고깃집 안.

사양이라는 것을 모르는 김민준은 비싼 부위를 거침없이 주문했다.

“네가 분명히 산다고 했다? 나중에 다른 말 하기만 해 봐라.”

“그래. 마음대로 해.”

“오, 역시 사단장님의 따님이야.”

“내 월급으로 사는 거야.”

손은서는 물을 한 잔 들이켠 뒤, 김민준에게 질문했다.

“너 근데, 진급 그렇게 빨리하는 비결이 뭐야?”

“진급? 그냥 비상 상황 터지는 거 잘 막고, 훈련 점수 잘 받고, 실적 점수 잘 받으면 끝이지, 뭐.”

저게 국영수 위주로 공부하면 서울대를 간다는 말이랑 뭐가 다를까.

그의 태평한 대답을 들으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너 힘 스텟 65에 민첩 스텟 60이라며?”

“그렇지.”

“그럼 나머지 스텟도 그 정도로 높아?”

“비슷하지 뭐.”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네.”

아버지인 사단장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자신조차 주요 스텟이 45에 달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눈앞의 남자는 모든 스텟이 60이란다.

‘그냥 타고났잖아.’

저 대답을 들으니, 이제는 조금 남아 있던 경쟁심조차 없어졌다.

스텟 40과 60은 언뜻 보면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스텟 수치가 높아질수록, 숫자 1을 올리는 것이 상당히 버거워진다.

그렇기에, 그 들어가기 힘들다는 헌터 사관학교 커트라인이 50대인 것이고.

“근데 스텟 잘 올리는 비결 같은 거 없어? 소고기 이렇게 사 주는데, 뭐라도 알려 줘 봐.”

“비결이라.”

소고기를 불판 위에 올려놓던 김민준이 피식 웃었다.

이세계에서 목숨 걸고 구르는 것.

비결이라면, 비결이긴 했다.

‘애초에 스킬 때문에 이렇게 차이가 벌어지는 것도 있지.’

그뿐만 아니라, 지구에 귀환하고 나서 이세계에서 획득하지 못했던 스킬들까지 얻고 있다.

틈틈이 신체를 단련하는 것도 잊지 않고, 가끔씩 소환수가 물어 오는 영약을 먹기도 하고.

오히려 평범한 헌터들과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말이다.

“그냥 열심히 한 거 말고는 없는데.”

“성의 없네. 물어본 내가 바보지.”

“아, 영약 같은 거 먹은 적은 있어. 옛날에 산 같은 데서 주웠거든. 이제 보니까 영약이던데?”

“영약? 그것도 낮은 스텟일 때의 이야기지, 40쯤 되면 별로 효과 없어. 구하기도 어렵고.”

그런 거였나.

하긴.

저번에 꿀꺽했던 레드 마블 같은 경우는 마기의 효과에 의해 이득을 본 게 컸지.

“아, 맞다. 너한테만 말하는 건데, 얼마 전에 헌터 본부에서 회의가 있었다더라.”

“무슨 회의.”

“뭐긴. 너 하사로 특별 진급 건이지. 근데 찬성 4표에 반대 6표로 결국 안 됐다더라. 아버지가 알려주셨어. 우리 부대 사단장님이랑 아버지랑 찬성표 던졌다던데 아깝네.”

“반대가 6표란 말이지….”

김민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특별 진급 건은 어느 정도 예상이야 하고 있었다.

‘그래도 4:6 정도면, 이번 게이트 건만 잘 처리하면 하사는 무조건 달겠네.’

식사가 끝나고, 김민준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가게 밖을 나섰다.

“야. 잘 먹었다. 이 집 잘하네.”

“참나. 아무리 그래도 50만 원어치나 먹어? 너 양심 없는 거 알아?”

“내가 커피 하나 쏜다. 브랜드로.”

“됐거든? 난 이제 볼일 보러 간다. 나중에 봐.”

“그래. 잘 얻어먹었다.”

김민준은 멀어지는 손은서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역시 사단장님의 딸.

은근히 내가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네.

쓸 만하구만.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근처에 던전은 없나?’

이럴 때마다 전성기의 힘이 그립다니까.

나이트 워커의 스킬 등급이 올랐다고 해도, A급일 때랑 비교하면 성능 차이가 크지.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봉구 이 자식은 잘하고 있나?

왜 보고가 없어?

-얌마! 이봉구!

김민준은 해외로 간 이봉구에게 연락을 취했다.

-아! 김민준 님! 부르셨습니까!

-너 지금 어디야?

-전 지금 일본의 라멘집… 이 아니라, 일본 상공을 날아다니며, 던전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봉구는 일본에 있는 상황.

열혈 신도의 스킬 효과 덕분인지, 아직도 쌩쌩하다고 보고해 왔다.

-너무 무리는 하지 말고, 던전 조사하고 한번 돌아와라.

-예! 걱정마십쇼!

대답은 잘하는데, 뭔가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와도 하필이면 저 자식이 오냐? 차라리 김서현이 오는 게 백배는 나은데.”

이 말을 들었다면 이봉구가 눈물을 짜며 서운하다고 말했겠지만, 김서현은 그만큼 유능한 인재였다.

김서현.

이봉구와 마찬가지로, 이스가르드인이지만 이름이 없는 여성이다.

그렇기에 김서현이라는 이름 또한 자신이 지어 주었다.

이세계에서 생활하던 시절, 그녀는 온갖 잡무를 도맡아 처리했었다.

자신이 없을 때 신도들을 제어하는 건 물론이요, 딱히 부탁을 하지 않아도 필요한 게 생기면 알아서 구해 왔다.

그야말로 유능한 비서 같은 느낌.

“…아니지. 생각해 보니 이봉구가 여기 오는 게 낫겠네.”

안 그래도 이세계에 내가 없는데, 김서현까지 없으면 신도들을 컨트롤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걔는 목숨을 건 도박 같은 건 절대 안 할 타입이고.

“오늘 하루는 던파나 달려야겠네.”

김민준은 근처의 PC방으로 향했다.

**

스스스-

새벽 3시가 되자, 나이트 워커의 보고가 들어왔다.

“좋아. 바로 간다.”

이제 곧 게이트가 터질 것 같다는 신호.

김민준은 곧바로 해당 지점으로 향했다.

“부대에 연락 준비 마쳐 놨고, 지원 준비도 마쳐 놨고. 이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5명에서 6명 정도네.”

어차피 부대 지원 오기 전에 자신이 알아서 처리할 터였지만, 매뉴얼대로 보고는 해야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게이트가 발생하길 가만히 기다렸다.

“참나. 하필 생겨도 이딴 곳에 생겨?”

현재 김민준이 서 있는 장소는 어린이용 공원.

새벽이기에 망정이지, 대낮에 게이트라도 발생했더라면 그대로 대참사로 이어졌을 것이다.

“헌터군들이 만능은 아니지.”

이렇게 불규칙적으로 터지는 게이트를 비롯한 비상 상황들.

헌터들은 그 상황을 대비해, 혹독한 훈련을 거친다.

그럼에도,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처리해야 할 던전과 몬스터들은 많은데, 헌터군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부족했으니까.

“참나. 마기라도 얻기 쉬웠으면 내가 다 해결하고 별 다는 건데. 마기도 구하기 어려우니까 문제란 말이지.”

김민준은 툴툴대며 게이트가 터지길 가만히 기다렸다.

그리고 새벽 4시.

스스스스스스-

“드디어 왔군. 올 것이 왔다.”

하늘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게이트의 전조 현상.

스스스스-

“뭐야. 하나 더 생겨?”

한 장소에 두 개의 게이트가 터지는 것이야 가끔씩 있는 일.

오히려 몬스터가 많이 나올수록 좋았다.

실적 점수도 왕창 뽑아내고, 스텟도 올릴 수 있을 테니.

“…이거 월척인데?”

게이트는 두 개로 그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하는 게이트 수는 하나씩 늘어 갔고, 최종적으로 6개의 게이트가 발생했다.

“충성! 병장 김민준입니다! 춘천 어린이 공원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지금 즉시 지원 바랍니다! 발생한 게이트 수는 6개입니다!”

-뭐, 뭐라고? 6개나? 알겠다! 지금 바로 지원 병력을 보낼 테니, 주위에 민간인들 있으면 즉시 데리고 대피해!

“알겠습니다!”

좋아.

보고는 이 정도 하면 됐겠지.

“좀 강한 놈들이 왕창 나왔으면 좋겠는데.”

민준의 예상외로, 게이트 1개당 한 마리의 몬스터가 나왔다.

양손에 갈고리를 달고 있는 몬스터, 행커.

“이놈들이 중급 몬스터에 속한다고 했었나?”

젓가락 같은 왜소한 체형을 지녔지만, 갈고리로 대상을 끌어당기는 힘은 상당한 놈이다.

물론 군용 방패만 있다면 대응은 어렵지 않다.

저놈들의 공격 수단은 갈고리 말고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곳은 군부대가 아닌 춘천 한복판이다.

저 갈고리로 민간인을 끌고 갔다가는 그대로 끝이다.

“6마리라. 후딱 처리해야겠는데.”

김민준이 채찍을 꺼내 공격하려는 순간.

“뭐야. 6마리 중에 한 마리가 당첨이었잖아?”

머리통이 검게 물든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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