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54화 (54/212)

54. 마력방패

찬성 4표, 반대 6표.

결국 김민준의 하사 진급 건은 무마되었다.

“음. 아쉽게 됐구만. 그래도 이 정도면 다음번에 큰 실적 하나만 올리면 하사는 확실하게 달 수 있겠는데.”

반대표를 던진 장성의 말.

104사단 사단장은 기가 막혔다.

빅고블린 생포 같은 큰 실적을 하나 더 달성하라니.

아무리 특별 진급이 주관적이라고 해도, 이건 과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김민준의 복무 기간이 짧은 건 맞다.’

반대표를 던진 장성들 대부분이 이 부분을 지적했다.

1년도 아니고, 고작 몇 달 정도 복무한 병사를 간부로 진급시킨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김민준이 어디 평범한 실적을 한두 개 달성한 것도 아니고.’

그는 이병 때부터 발생한 비상 상황을 단독으로 대처해왔다.

그가 없었더라면, 부대가 입었을 피해가 상당했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 힘들다는 사단 훈련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다른 훈련은 말할 것도 없고.

‘압도적인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는데도 아직 부족하다라. 특수 임무단 중사도 김민준 병장을 못 당해 냈는데, 고작 하사 하나 다는 것에 이렇게 반대해?’

104사단 사단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군대는 군대라는 말인가.

‘쯧. 별 하나만 더 달았어도, 어떻게든 진행시키는 건데.’

별 2개와 별 3개.

그 격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래도 그놈이라면 결국 시간 문제겠지.’

비상 상황이든, 큰 훈련이든.

결국 실적 점수는 채워지게 되어있다.

사단장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자,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

그 뒤로도, 회의는 한동안 진행되었다.

**

다음 날.

헌터들은 장비 훈련을 위해, 전투복으로 환복하는 중이다.

“김민준 병장님. 들으셨습니까?”

“뭐.”

“우리가 사용하던 대형 방패 말입니다. 그게 마력석으로 만든 마력 방패로 대체된다고 합니다.”

김광식은 107사단이 최근에 다량의 마력석을 확보해, 최전방 부대를 우선으로 마력 방패가 지급된다고 말해 왔다.

“그동안 언제 찌그러질지 모르는 군용 방패로 버텨 왔는데, 최신식 장비가 지급된다니. 이제 숨통 좀 트이겠습니다.”

“아. 그거 나 덕분이겠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위장 던전. 내가 말 안 해 줬냐? 그 안에 마력석 어마 무시하게 많았거든.”

“…말 안 해 주셨습니다.”

“지금 알게 됐네. 나 먼저 간다.”

김민준은 어이없어하는 김광식의 어깨를 툭 쳐 준 뒤,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오전 오후 내내 방패 훈련이라. 응? 왔냐?”

스스스스-

훈련 일정을 체크하던 사이, 나이트 워커가 이상 기운을 감지했다며 알려 왔다.

현재 이봉구는 해외로 가 있는 상황.

때문에 군 부대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나이트 워커는, 그를 대신해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상 기운이라. 자세히 말해 봐. 아니, 그냥 보여 줘.”

스스슷-

눈앞에 여러 풍경이 스쳐 지나간다.

나이트 워커가 멈춘 장소는 닭갈비 간판이 늘어진 음식점… 이 아니라, 춘천이었다.

“춘천이라. 어때. 지난번에 게이트 터졌을 때랑 느낌은 똑같냐?”

스스스-

나이트 워커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다만, 게이트가 정확히 언제 발생할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냐? 그 정도면 됐다.”

포상 휴가도 빵빵하게 받았겠다, 조만간 날 잡고 춘천에서 대기 타야겠는데?

나이트 워커가 가리킨 지점은 춘천시의 한 장소다.

일반 시민들이 지나다니는 장소에서 게이트가 터진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터.

“이번 훈련 끝나고 바로 나가 봐야겠네.”

김민준은 나이트 워커에게 춘천 쪽으로 가서 게이트가 터질 것 같으면 즉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저거 혼자서 막으면 하사 진급 확정이다.”

당연히 혼자서 완벽하게 막아낼 자신도 있고.

굳이 다른 헌터들한테 나눠 줄 필요가 없다, 이 말이야.

김민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다들 주목!”

“주목!”

“앞에 한 사람씩 나와서 마력 방패를 지급받도록 한다! 생각보다 무겁다!”

“예!”

“기존에 쓰던 군용 방패는 한곳에 모아 두도록!”

“알겠습니다!”

훈련 시작 전, 헌터들에게 마력 방패가 지급되었다.

푸른빛을 띠는 방패.

그 강도는 기존 군용 방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이 마력 방패는 너희들이 제대로 다루는 법만 몸으로 익힌다면,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오크 정도는 무난하게 막아낸다.”

당연히 무게 또한 무거워졌기에, 그에 관한 훈련을 자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수로라도 떨어트리면 죽을 줄 알아! 그거 하나에 1억이다, 1억! 알겠나!”

“아, 알겠습니다!”

“1, 1억 말입니까?”

“미쳤다… 뭐 이렇게 비싸….”

헌터들은 어마 무시한 가격을 듣고 기겁했다.

헌터용 장비가 비싼 건 알고 있었지만, 방패 하나에 1억이나 할 줄은.

“어우, 이거 무게가 장난 아닌데….”

“100㎏은 우습게 넘길 것 같습니다.”

“잘못 휘두르면 방패로 몬스터도 죽이겠네.”

헌터들은 마력 방패의 상당한 무게감에 장착하는 것조차 힘겨워했다.

“자, 너희들은 기존에 훈련을 거쳤기 때문에, 바로 적응 훈련으로 들어간다.”

“적응 훈련 말입니까?”

“그래. 당장 내일이라도 상황이 터지면 좋은 방패 놔두고 구식 방패 들고 갈 거냐?”

교육관은 철창 안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몬스터를 가리켰다.

타우로스.

소의 외양을 가진 몬스터.

정면으로 돌진해 오는 원 패턴 공격밖에 없지만, 그 위력은 상당하다.

달려오는 중형 트럭 정도는 쉽게 뒤집어 버릴 정도.

“어우, 시작부터 실전이라고?”

헌터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 놓여 있는 철창들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철장들이 저렇게 떨어져 있다는 것은, 저 지점에서 타우로스가 돌진해 온다는 말이었으니.

“자! 훈련한 대로만 하면 된다! 참고로 저놈은 기운이 반 이상 빠진 놈이다! 그 정도는 막아내야 한다는 말이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헌터들은 혹시 모를 부상에 방지해, 보호 슈트를 착용한 뒤 대열을 맞췄다.

‘오. 이거 상당히 괜찮은데?’

김민준은 마력 방패를 이리저리 돌려보며, 헌터군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마력석을 사용했다곤 하나, 이렇게 빨리 장비를 만들어 낼 줄이야.

말이 방패지, 그냥 무기네, 무기.

“준비 완료했으면 이쪽으로 한 명씩 나와 앞에 선다!”

“예!”

교육관의 말에 헌터 한 명이 나와 자세를 취한다.

“쿠워어어어!”

잠시 후.

철장이 열리고 타우로스가 마력 방패를 든 헌터를 향해 발을 굴렀다.

교육관은 놈의 주의를 끌기 위해, 붉은 천을 꺼내 보라는 듯 흔들었다.

“온다! 준비해!”

“예!”

타우로스는 강렬한 색상에 흥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놈은 발을 사납게 구르며, 헌터하게 돌진했다.

투웅!

“으아아아아!”

마력 방패와 몬스터의 충돌.

헌터는 이를 악물고 놈의 공격을 견뎌 냈다.

“쿠워어어!”

그에 성이 난 타우로스는 뿔을 거세게 들이밀었고, 헌터는 뒤로 넘어졌다.

물론 보호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상은 입지 않았다.

“거기까지! 체중 분배를 잘하란 말이야!”

“죄송합니다!”

“너희들이 장비하고 있는 건 기존의 방패가 아니라 마력 방패다! 그걸 염두하고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예!”

훈련은 계속 이어졌다.

“이익….”

“아욱… 미친!”

대부분의 헌터들은 타우로스의 공격을 버텨 내지 못했다.

마력 방패의 성능은 확실히 뛰어났지만, 오늘 막 지급받은 참이다.

숙련도가 부족했기에, 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

“하체에 체중을 더 실어야지!”

“죄송합니다!”

“무조건 맞받아친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머리를 굴려라!”

“예!”

교육관은 그 사실을 알기에, 헌터들을 무작정 몰아세우지 않고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었다.

“후우….”

“그래. 자세는 잘 잡혀 있다. 그런 식으로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해라.”

“병장 이승호. 알겠습니다.”

이승호는 교육관이 지정한 시간 동안 타우로스의 공격을 버텨 냈다.

그다음 차례인 이동진 일병도 마찬가지.

“으윽….”

“이동진. 악으로 잘 버텼다. 앞으로도 그런 자세로 임해라.”

“일병 이동진. 감사합니다.”

몸에 가해진 충격이 적지 않은 듯했지만, 어쨌든 넘어지지 않고 버텨 내긴 했다.

“와… 뭐냐. 이승호 병장님이야 그렇다 쳐도, 이동진이 저걸 버틴다고?”

“그러게. 당연히 못 버틸 줄 알았는데.”

다른 분대원들이 그 모습을 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동진. 짜식아.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라.”

“일병 이동진. 감사합니다.”

김민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동진의 어깨를 툭 쳐 주었다.

“드디어 내 차례구만.”

“쿠워어어엉!”

교육관이 지정한 위치에 자리를 잡자, 철창이 열리며 타우로스가 돌진해 왔다.

김민준은 눈깔이 뒤집힌 채 달려오는 놈을 보며, 잠시 생각했다.

‘버텨 볼까, 저기까지 밀어낼까, 아니면 방패로 갈겨 버릴까.’

방패로 때리는 건 아니지.

훈련의 의도랑 맞지 않잖아.

‘방패 성능도 시험해 볼 겸, 살짝 밀어 볼까.’

그렇게 판단을 마친 뒤, 마력 방패를 들어 올리며 자세를 취했다.

“쿠워어어어!”

“와 봐!”

투웅!

타우로스의 뿔이 마력 방패에 부딪힌다.

묵직한 충격음이 났지만, 김민준의 표정은 태평 그 자체였다.

‘1억짜리 방패라 그런가. 확실히 튼튼하네.’

진작 국방비 좀 팍팍 써 주지 그랬냐.

김민준은 여유롭게 놈의 공격을 막은 뒤, 순간적으로 힘을 주며 마력 방패를 뒤로 밀었다.

“쿼어어어어엉!”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타우로스는 밀려나는 것이 아닌, 공중에 붕 떠서 날아갔다.

심지어 방금 상대한 몬스터는 다른 타우로스에 비해, 덩치가 2배 가까이 큰 개체였다.

쿠우웅!

타우로스는 땅에 잘못 떨어졌는지, 목이 꺾이며 죽었다.

“아.”

죽일 생각은 없었는데, 이게 이렇게 되네.

훈련용 몬스터라 봐줬는데.

김민준은 머쓱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어, 어어. 김민준. 훌륭하다. 자세도 안정적이고, 힘의 배분까지 완벽하다.”

“병장 김민준. 감사합니다.”

교육관은 머리가 꺾여 나가며 죽은 타우로스의 사체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김민준이 다른 헌터들에 비해 우수한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막 지급 받은 마력 방패를 이렇게 활용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

“…방금 봤습니까?”

“어… 그냥 방패로 밀었는데, 몬스터가 붕 떠서 날아가더라.”

“우리는 버티는 것도 힘든데 말입니다.”

“저건 힘 스텟이 높아서 되는 게 아닐 텐데.”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어느새 사체가 된 몬스터를 보며, 이게 말이 되냐며 대화를 나눴다.

“다들 조용해! 훈련 아직 안 끝났다!”

“죄송합니다!”

교육관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훈련을 이어 나갔다.

**

마력 방패 적응 훈련은 하루 내내 이어졌다.

교육관은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당분간 방패 적응 훈련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오, 휴가 쓰려고 했는데 이게 이렇게 막힌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휴가 제한은 아니지만, 쓰면 교육관님이 엄청 혼내실 겁니다.”

헌터들은 휴가를 되도록 자제하라는 교육관의 지시에 불만을 품었다.

‘난 언제 나갈까.’

물론 김민준은 예외.

완벽 그 이상으로 훈련을 소화한 특혜였다.

‘뭐냐. 뭔 일 있냐?’

스스스스-

김민준이 휴가 일정을 계산하던 사이.

나이트 워커의 보고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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