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53화 (53/212)

53. vs손은서

[기본 채찍질이 생성되었습니다.]

[스킬의 숙련도가 높습니다.]

[기본 채찍질이 고통의 채찍질로 변경됩니다.]

[고통의 채찍질의 스킬 등급이 상승합니다.]

“뭐야. 기본 채찍질이 다른 스킬로 바뀐다고?”

처음 경험해 보는 현상이다.

이세계에서 쌓아 왔던 숙련도의 영향인 듯했다.

“하긴. 마기랑 달리 무기 다루는 건 몸이 기억하니까.”

[고통의 채찍질(D): 공격을 가한 대상이 생명체일 경우, 상당한 통증을 유발합니다. 채찍질의 숙련도가 적당히 증가합니다.]

상당한 통증이라.

그냥 더 아프게 때릴 수 있다 이런 건가?

어쨌든 무기의 숙련도도 같이 올라가니, 나쁘진 않았다.

“후우, 많이 기다렸냐? 보고가 길어져서.”

잠시 후.

김철민 중위가 가쁜 숨을 내쉬며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습니다.”

“그래. 간단한 보고는 내가 다 처리했다. 네가 생포한 빅고블린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로 회의를 할 예정이란다.”

“그렇습니까?”

김철민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자신을 보며, 좀 더 기뻐하라며 어깨를 두드렸다.

“키야! 민준이가 또 큰 건 하나 했네! 위장 던전도 그렇고, 이번 것도 그렇고.”

그는 상당한 실적 점수와 포상금은 물론이요, 포상 휴가까지 빵빵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하사로 진급은 어렵습니까?”

자신의 질문에 김철민 중위는 애매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진급이라… 그건 잘 모르겠다. 이전에 위장 던전에서 병사들 구출한 거랑 이번 건까지 잘 하면 어떻게든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또 간부로 진급하는 거다 보니까.”

단기간에 괜찮은 성과 2개를 냈는데도 애매하다라.

그럼 빠른 시일 내로 하나 더 내지, 뭐.

‘지들이 아무리 주관적으로 판단해 봤자, 압도적인 성과 앞에서 뭘 할 수 있겠냐?’

실망감보다는 오히려 승부욕이 샘솟는 순간이었다.

“야! 민준아! 소대장님이 뭐라 하셨냐?”

“김민준 병장님! 포상 휴가 얼마나 받으셨습니까?”

생활관으로 돌아가자마자 분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김민준에게 달라붙었다.

다들 하나같이 궁금한 표정이다.

도대체 빅고블린을 어떻게 생포했냐부터, 무슨 정신으로 놈한테 달려들 생각을 했냐는 질문까지.

사방에서 질문이 쏟아지니 살짝 정신이 없었다.

“다들 진정 좀 하시고. 포상 휴가는 7박 8일 받았습니다.”

“허, 헉! 7박 8일? 포상으로만?”

“와… 돌았다. 포상금이야 생포했으니까 당연히 빵빵할 테고. 실적 점수도 미친 듯이 줄 거 같은데? 이 자식, 벌써 하사 달고 그러는 거 아니냐?”

분대원들은 들뜬 표정으로 하사 달면 거하게 쏘라고 말해 왔다.

“예. 하사 달면 크게 내겠습니다.”

“…그런데 민준아. 너 지금 뭐 하냐?”

“대련장 가서 무기 연습 좀 하려고 합니다.”

분대원들은 태연하게 채찍을 챙기는 김민준을 보며, 질렸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오늘 하루 종일 고블린 때려잡고, 넌 빅고블린까지 잡았으면서 또 훈련을 한다고?”

“김민준 병장님. 그 정도면 훈련 중독입니다.”

“재미로 하는 겁니다, 재미로.”

모처럼 지급 받은 무기인데, 빨리 숙련도나 올려놔야지.

채찍의 숙련도가 얼마나 오르는지 테스트도 할 겸.

**

대련장 안.

헌터들이 저마다 훈련용 무기를 들고, 기술 연마에 매진하고 있다.

그중 몇 명은 일대일로 대련하기도 했다.

‘다들 열심히 하네. 훈련용 몬스터 인형이 저쪽에 있었나?’

대련장 안에 배치된 몬스터 인형은 8구.

여헌터들과 공용으로 사용하는 장소임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개수였다.

‘국방부는 국방비 팍팍 안 써 주고 뭐하냐. 좀 기다려야겠는데.’

김민준은 대기열이 가장 적은 쪽으로 가, 줄을 섰다.

‘어쭈? 이 자식들 봐라?’

그렇게 잠시 기다리던 도중.

다른 소대의 상병들이 조금씩 새치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병이나 일병들은 주춤거리면서 자리를 비켜 주었다.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

병장인 나조차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데, 상병들 주제에 새치기를 해?

“얌마! 너네 세 명! 누가 새치기하래?”

김민준은 놈들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죄, 죄송합니다!”

“다른 애들은 기다리는 거 좋아해서 기다리는 줄 아냐?”

“아닙니다!”

“나도 병장 달았는데, 부조리가 뭔지 한번 보여 줄까?”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한 번만 더 걸리면 밤새도록 찾아라 드X곤볼 시킬 거다.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

그에게 호되게 혼난 상병들은 후임들에게 자리를 양보해 준 뒤, 맨 끝자리로 가서 대기했다.

‘김민준 병장님. 감사합니다.’

‘아. 왜 우리 분대에는 저런 선임이 없는 거냐.’

후임들은 그런 김민준을 보며, 속으로 감사를 표했다.

“하던 거 하세요. 별일 아닙니다.”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나가고,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 무렵.

‘응? 뭐야. 누군가 싶었더니 동진이었네?’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했다.

이동진은 최근 들어 여유 시간만 생기면 단련실이나, 대련실을 찾아 훈련에 집중하곤 했다.

‘생활관에 잘 안 보인다 했더니, 열심히 하고 있었구만.’

얼마나 집중했으면, 자신이 이곳에 온지도 모르는 눈치다.

이동진은 몬스터 인형을 상대로 이리저리 초식을 전개하다가, 대련 상대를 찾아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오. 저 정도면 상병 무난하게 달겠네.’

진작에 저렇게 하지.

녀석의 집중력을 깨트릴 필요는 없었기에, 그냥 모른척하기로 했다.

‘자. 그럼 요놈 손맛이 얼마나 달라졌나 확인해 볼까?’

김민준은 오크 형태의 몬스터 인형 앞에 섰다.

내구도야 튼튼하지만, 혹시 모르니 힘 조절을 해 채찍을 휘둘렀다.

‘안 그래도 얼마 없는 몬스터 인형을 부술 필요까진 없지.’

휘익! 투아앙!

공기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와 시작된 타격.

연속적인 충격 때문인지, 몬스터 인형이 앞뒤로 마구 흔들렸다.

“괜찮네. 확실히 감이 많이 돌아왔어.”

고작 스킬 하나 생겼을 뿐인데, 어색한 부분이 많이 사라져 있었다.

아직 섬세한 컨트롤은 더 연습해야 되겠지만, 이 정도로만 감을 찾아도 만족스러운 수준.

‘이쯤 하고 양보해 줘야겠네.’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를 비키자, 또 익숙한 얼굴이 나왔다.

“뭐, 뭐야….”

손은서였다.

그녀는 자신이 손에 쥔 채찍을 한번 들여다보고, 몬스터 인형을 한번 쳐다보았다.

“도대체 채찍을 어떻게 쓰면 저런 위력이 나와? 아니, 그것보다 빅고블린은 너 혼자서 생포했다는 게 진짜였어?”

“정확히는 2개의 소대가 마력탄 퍼붓고 난 걸, 내가 겁줘서 마무리한 거지.”

“뭐? 겁을 줘? 몬스터한테? 그게 가능하기는 한가?”

빅고블린의 전투 의지를 상실하게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승급 시험 때부터 김민준을 보면서 느꼈지만, 저 자식은 사관학교 생도보다도 괴물이다.

자신은 아버지를 잘 만나 좋은 스텟을 물려받았음에도 눈앞의 남자를 감히 좇을 수 없었다.

‘아니, 저건 쟤가 이상한 거지. 괜히 따라잡으려고 하면 안 돼.’

손은서는 잡념을 떨쳐 내고, 무기 연습을 위해 몬스터 인형 앞에 섰다.

“야. 안 비키고 뭐 해.”

“아니, 이거 이제 쓰면 안 될 것 같은데.”

“왜.”

김민준은 손가락으로 금이 간 부분을 가리켰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잘못 쳤다가는 그대로 형태가 무너질 것 같다.

힘을 조절했는데도 이 정도일 줄이야.

“…야. 너 이거 기물 손괴죄….”

“뭔 소리야. 어차피 훈련용 인형인데. 내가 대신 대련해 줄 테니까, 가자.”

“뭐? 미쳤어?”

손은서는 김민준이 든 채찍을 보고 기겁했다.

상당한 강도를 자랑하는 몬스터 인형을 저렇게 만들어놓고, 나랑 대련을 하자고?

“안 해! 절대 안 해! 나 죽을 일 있어?”

“죽긴 뭘 죽어. 내가 이걸로 하겠냐.”

김민준은 겁먹은 그녀를 보며 피식 웃은 뒤, 훈련용 채찍을 들고 왔다.

“난 공격 안 하고 방어만 할게. 하나 말하자면, 이런 기회 별로 없다?”

“…어우, 재수 없어.”

“그냥 하면 재미가 없지. 나 한 방이라도 때리면, 소원 하나 들어준다.”

“네가 지면 어쩌려고 그래?”

그 말에 김민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이기고나 말해라.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한다! 해! 내가 한 대를 못 맞출 것 같아?”

그렇게 성립된 대련.

대련장 안에 있던 헌터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그럴 것이 여헌터 중 우수하다는 손은서 상병과 괴물 같은 실적을 내고 있는 김민준 병장의 대련이었기 때문이었다.

‘김민준 병장님이 그냥 바를 것 같은데.’

‘얌마. 그거야 정면으로 붙으면 그렇겠지. 근데 방어만 하신다잖아. 그럼 손은서 쪽이 훨씬 유리하지.’

‘공격 한 번만 허용하면 된다던데?’

헌터들이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길 잠시.

파앗!

훈련용 칼을 들고 틈을 노리던 손은서가 김민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쉬익! 쉭!

공격 한 번만 허용하면 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김민준의 몸 쪽을 집요하게 노렸다.

“에이. 너무 티 난다. 그럴 때는 몸통 노리는 척하면서 다른 곳을 노려야지.”

“아직 제대로 안 했거든?”

손은서는 날렵한 움직임으로 여러 방향에서 공격을 가했다.

‘이야. 이게 바로 유전자의 힘인가 뭔가 하는 건가.’

확실히 다르긴 하다.

자신이야 이렇게 여유롭게 피하지만, 다른 상병장들 같았으면 방어만 하기도 벅찰 수준일 것이다.

휘익!

“…오. 하이킥까지.”

“아오! 진짜 재수 없게 한 대를 안 맞네.”

손은서는 짜증 나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나름 회심의 일격이라 생각했지만, 어떻게 스치지도 않는지.

“시간 더 줄까?”

“너, 그러다 진짜 후회한….”

홱!

김민준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채찍을 이용해 들고 있던 검을 낚아채 갔다.

“구라야. 칼 뺏겼으니까 졌네?”

“하아. 유치한 자식.”

“움직임은 전체적으로 괜찮네.”

“…한 번만 더 해.”

“그래? 이번에도 지면 뭐 해 줄래?”

“아! 밥 사 주면 되잖아! 비싼 걸로!”

“통과.”

그 뒤로도 대련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

한편.

헌터 본부에서는 한창 회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회의 주제는 김민준 병장의 특별 진급 진행 건이었다.

“김민준 병장은 최근 2가지의 비상 상황에 훌륭히 대처했습니다. 위장 던전에서 10명의 헌터들을 상처 없이 구출해 낸 점과 하급 던전에서 나타난 이레귤러 몬스터인 빅고블린은 생포한 점이 이를 증명합니다.”

104사단 사단장은 이 정도로 큰일을 해 주었으니 하사를 달아 줘도 된다고 의견을 냈다.

“음… 뭐, 그거야 잘하긴 했다만은… 김민준 병장이 이병부터 시작해서 특별 진급을 두 차례나 했네. 그것도 단기간에.”

“아무리 그래도 병사와 간부의 위치는 다르지. 복무기간이 너무 부족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이야. 특별 진급 시켰다가 하사 달고 사고라도 치면 어떻게 할 거야?”

찬성 의견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장성들의 최종 투표만 남았다.

과반수의 찬성표를 얻으면, 김민준은 하사로 진급하게 된다.

‘쯧… 망할 놈들이.’

잠시 후.

투표 결과가 스크린 위로 떠올랐다.

104사단 사단장은 투표 결과를 보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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