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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46화 (46/212)

46. 위장 던전-2

[24시간 뒤, 던전 입구가 열립니다.]

“어, 어어? 24시간 뒤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시지가 새로 떠올랐습니다!”

그건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

그들은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던전 입구에서 가만히 대기하자며 의견을 나눴다.

“일반 던전이면 그렇게 하면 되는데, 여긴 위장 던전이에요. 던전 자체가 몬스터죠. 이럴 때는 오히려 중앙부로 가야 해요.”

“아….”

김민준은 헌터들에게 따라오라고 지시했다.

그들은 머뭇거리는 듯하다가, 이내 자신의 뒤로 따라붙었다.

이쪽은 이병과 일병밖에 없다.

던전 클리어 경험조차 별로 없었기 때문에, 병장인 김민준의 말을 따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건 그렇고, 던전 자체가 몬스터라니… 그럼 아까 떠오른 메시지가 이해됩니다.”

“혹시 몰라서 사전에 그렇게 조사했는데… 위장 던전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위장 던전은 일만 분의 일 확률로 발견된다고 들었는데… 하필이면 이 던전이….”

마력석을 원래 위치로 돌려 놓으라는 메시지.

그들은 본래 건드려서는 안 되는 스위치를 누른 셈이었다.

저벅, 저벅.

던전 안쪽으로 걸어가길 잠시.

“다들 동작, 그만! 멈춰요!”

“예?”

김민준이 헌터들에게 정지 지시를 내렸다.

“손끝 하나 움직이지 마세요.”

그들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진지한 김민준의 표정을 보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여기네.”

홱!

김민준이 고개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병 근처에서 발길질을 했다.

쿠웅!

“뭐, 뭐야?”

분명히 주위에 아무것도 없었을 텐데, 뭔가가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은신 몬스터네요. 아직 더 있으니까, 움직이지 마요.”

“예, 예!”

“알겠습니다….”

은신 몬스터라는 말에, 헌터들의 낯빛이 하얘졌다.

은신 몬스터.

말 그대로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몬스터다.

이 중에서도 하급 은신 몬스터는 기척을 감지하기 쉬웠지만, 현재 그들이 마주한 몬스터는 그렇지 않았다.

최소 중급 이상 몬스터라는 말.

“이놈들이 어딜.”

“키에에엑!”

김민준이 헌터들 근처에 자리 잡고 있는 몬스터를 패대기치자, 곧 놈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고블린과 흡사하게 생긴 외형의 몬스터, 다크 고블린이었다.

“인간! 어떻게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냐! 키에엑!”

검은 피부색을 가진 고블린들은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하며 거리를 벌렸다.

“인간! 이상한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놈들이 말하는 이상한 도구는 은신 몬스터를 탐지하는 특수 감지기를 뜻했다.

“야. 그것보다, 너희들은 갑자기 땅에서 솟아나던데 뭐냐 그건?”

김민준 역시, 순간 호기심이 발동해 놈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놈들은 멀리서부터 미행해 온 것이 아니다.

그냥 말 그대로, 갑자기 땅에서 휙 하고 나타났었다.

“키엑! 인간 주제에 우리한테!”

“인간들! 무기가 없다! 그대로 죽여라!”

“키에에에엑!”

“쯧. 말이 안 통하는 놈들이네.”

김민준은 헌터들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말한 뒤, 놈들을 처리해 나갔다.

다크 고블린이라고 해 봤자, 은신 능력만 무효화되면 일반 고블린보다 약하다.

“키에엑! 저 인간은 무시하고 약한 놈들부터 노려라!”

고블린들이 순식간에 죽어 나가자, 남은 개체들은 뒤에 빠져 있는 헌터들을 노리고 은신 상태에 들어갔다.

“늬들이 그러니까 고블린이라는 거야.”

그런 약아빠진 수가 김민준에게 통할 리 없었다.

그는 마기의 손아귀를 사용해, 헌터들에게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끌어당겼다.

푸확! 퍼억!

그렇게 10마리 남짓한 다크 고블린들은,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와… 다크 고블린이 힘도 못 쓰고 픽픽 쓰러지네….”

“고블린이 저렇게 약했냐? 그건 아닐 텐데.”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헌터들은 벙찐 표정으로 고블린들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자, 잠깐만. 김민준 씨라고 하셨죠?”

“네. 맞는데요.”

그 와중, 헌터 한 명이 민준의 사단 마크를 빤히 들여다보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열었다.

“무적헌터 부대 김민준 병장! 저 알아요! 이병에서 병장까지 최단기간으로 진급했고, 힘 스텟이랑 민첩 스텟을 포함해서, 모든 스텟이 100 가까이 된다는 괴물이라고 들었어요! 맞죠?”

“아니, 100은 너무 심하네. 그건 과장된 거예요.”

역시 소문은 부풀려진다고 했었나.

모든 스텟이 100이었으면 진작 간부 달았겠지.

“어쨌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처음에 김민준 씨를 봤을 때,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습니다.”

“진급에 미쳐 있긴 하죠. 그것보다 남은 시간 동안,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테니까 긴장은 풀지 마세요.”

“예!”

**

같은 시각.

헌터군은 발칵 뒤집혔다.

엄청난 양의 마력석을 내포한 던전이 사실은 위장 던전이었기 때문이다.

던전 안에 갇힌 헌터들은 10명.

그뿐만 아니라, 그 헌터들을 구출하겠다고 타 부대의 김민준 병장이 안으로 뛰어들기까지.

“특수 장비는 언제 도착하나! 본부에 추가 지원 요청은!”

“앞으로 30분 안에 도착합니다! 추가 장비는 도착하려면 10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이런 망할! 10시간이나 걸린다고? 104사단에 보고는 했나!”

“예! 104사단은 2대대장이 이곳에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107사단의 4대대장은 해당 소식을 듣자마자, 현장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다.

‘큰일이다… 하필이면 빈 던전이 위장 던전이었다고?’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는 중이었다.

왜냐하면, 일이 이렇게 커진 데에는 자신의 책임이 상당하기 때문이었다.

보통 대규모로 던전 안에서 부산물을 확보할 일이 생기면, 최소 한 달부터 길게는 두 달까지 세밀한 조사를 실시한다.

작은 변수라도 미연에 방지해 큰 사고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4대대장은 예정된 조사 과정을 절반 가까이 건너뛰고, 마력석 확보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큭… 진급에 너무 눈이 멀었다.’

단기간에 뛰어난 성과를 내, 준장으로 진급할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위장 던전이 생성될 확률은 삼만 분의 일.

아주 사소한 변수를 무시한 결과가 이렇게 커졌다.

“야! 4대대장!”

정신없는 와중, 등 뒤에서 대대장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상진 대령은 익숙한 목소리에, 재빨리 몸을 돌려 경례했다.

“충성! 대령 이상진!”

그의 눈앞에는, 107사단 사단장, 손태호가 잔뜩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여기가 위장 던전이었다며? 자네, 조사는 제대로 했나? 나중에 보고서 들춰내면 다 나오니까 똑바로 말해라.”

사단장의 엄포에, 이상진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마력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조사는 2주 동안 진행하고 마력석을 옮기도록….”

“야! 이 미친 새끼야! 2주? 저기 안에 투입되는 인원만 몇인데 고작 그 정도밖에 조사를 안 했다고?”

손태호는 이상진의 보고에 잔뜩 성을 내며, 험한 말을 뱉었다.

중대급 인원이 투입되는 던전에는 최소 4주의 조사 기간을 거쳐야 한다.

일이 이렇게 된 건, 4대대장이 원인이라는 말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마력석은 외부의 충격에 약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그 입 닫아! 되도 않는 핑계 댈 생각하지 마라! 자네 때문에 일이 어떻게 꼬인지 알기나 해! 저기 안에서 병사가 한 명이라도 죽었다가는, 너뿐만 아니라 나도 조져진다고 이 새끼야!”

손태호는 이상진의 멱살을 사납게 잡으며, 눈을 부라렸다.

병사가 크게 다치는 것과 사망하는 것은 아예 다른 문제다.

1명이라도 사망하게 됐다가는 그 영향이 사단장에게도 고스란히 가게 될 터.

“넌 이 일이 해결되고 나서 보자. 별 달 생각은 꿈꾸지도 마라.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

“알았으면 빨리 움직이라고!”

“예, 예!”

“옛날 같았으면 나한테 피떡이 될 때까지 맞았을 거다! 멍청한 새끼!”

손태호가 4대대장을 호통치기를 잠시.

“충성! 104사단 소속 2대대 대대장입니다!”

김민준의 소식을 들은 대대장이 도착해, 사단장에게 경례했다.

“후우… 그래. 김민준 병장은 휴가 중이었다고 했나?”

“예! 그렇습니다! 이전에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김민준 병장은 안에 갇힌 헌터들을 구하기 위해 위장 던전 안으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골 아프게 됐군. 아무리 그가 우수한 헌터라도 해도, 장비 하나 없이 위장 던전을 클리어하는 건 무리다.”

손태호는 바로 헌터 본부에 연락해, 마력 폭탄의 사용 허가를 내 달라고 요청했다.

“일단 특수 장비로 입구를 뚫어 보고, 뚫릴 기미가 없으면 마력 폭탄을 사용할 계획이다. 내가 책임지고 허가를 받아 내겠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마력 폭탄은 한 번 사용하는 데만 아파트 한 채 가격이 들어가는 아이템이다.

거기다 불안정하기도 해, 폭탄을 다루려면 폭발물 전문가가 두 명 이상 달라붙어야 했다.

“그깟 돈이 대수인가. 사람 목숨이 먼저다.”

손태호는 위장 던전의 입구를 한동안 바라보았다.

**

김민준과 헌터들이 위장 던전에 갇힌 지 반나절이 지났다.

푸확! 빠악!

위장 던전은 일정 시간마다 몬스터를 내보내 헌터들의 목숨을 위협했다.

“아. 스텟 오르고 좋네. 이놈들 더 안 나오나?”

일반 던전에 비하면 나타나는 개체 수도 많았으며, 보다 강력한 몬스터들이었다.

그래 봤자 김민준에게는 어차피 전부 한주먹이나 두 주먹 거리였을 뿐.

[힘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체력 스텟이 1 상승합니다.]

그는 오히려 던전을 향해, 몬스터 좀 팍팍 내보내라며 소리치기까지 했다.

“야! 넌 위장 던전이라는 놈이 이것밖에 안 되냐? 좀 센 놈으로 내보내 봐! 스텟이 너무 찔끔 오르잖아!”

그의 주변에 널브러진 몬스터 사체만 수백 마리.

헌터들은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체력에 감탄했다.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니.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저는 던전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체력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게 정상이야, 인마. 김민준 씨가 대단한 거지.”

던전 안에서 일정 시간 머물기만 해도 피로가 누적된다.

그 체감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배 이상.

그렇기에 헌터군들은 평소에 기를 쓰며 체력을 단련했다.

‘흠. 이제 12시간 지났나. 이제 반만 더 버티면 나갈 수 있는데.’

김민준은 뒤에 빠져 있는 헌터들을 눈으로 훑었다.

한눈에 봐도 체력이 고갈되어 있는 상황.

헌터들을 고려해, 최대한 이동하는 것을 자제했음에도 이 정도다.

‘이럴 때마다 힐러 같은 직업군이 부럽다니까.’

자신은 흑마법사기 때문에 대상을 치유하는 스킬이 전혀 없었다.

“다들 힘들어 보이는데, 이제 12시간만 더 버티면 나갈 수 있어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버티기만 하세요. 여기서 헌터 기동 훈련 낙오한 분?”

자신의 말에, 이병 몇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그냥 훈련이라고 생각하세요. 기동 훈련보다 이게 훨씬 쉬워요. 그냥 버티기만 하면 됩니다.”

“예… 꼭 버티겠습니다!”

김민준이 헌터들을 격려하며 감각을 곤두세우길 몇 시간.

“…드디어 왔구나.”

던전 안쪽에서 기대하던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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