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45화 (45/212)

45. 위장 던전-1

상자 안에는, 의외의 내용물이 들어 있었다.

‘반지 같은 걸 담는 곳에 카드가 들어 있었어?’

검은색을 띤 카드 한 장.

김민준은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손은서를 바라보았다.

“귀한 아이템이라면서요?”

“…저도 자세힌 몰라요. 아버지 말씀으로는 귀한 거라고 하셨어요. 지난번 헌터 기동 훈련에서 절 도와주신 게 고맙다고, 꼭 전해 주시라고 하셨어요.”

그녀는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대로, 간단하게 카드에 대해 설명했다.

“장성급부터는 일정 주기마다 아이템이 지급되거든요. 일종의 보너스처럼요.”

“오. 그거 자주 줘요?”

“한 달에 한 번씩은 주죠.”

그 외에도 장성급 장교는 아이템의 사용 목적에 따라 헌터 본부의 간단한 심사를 거친다면, 각종 아이템들을 받아 낼 수 있었다.

‘별의 특권이라 이건가.’

간부나 장교들 같은 경우는 1차 심사, 2차 심사, 길게는 3차 심사까지 거쳐서 아이템들을 받아 낼 수 있을 텐데.

‘문제는 이게 무슨 용도인질 모르겠다는 거지.’

그래도 사단장이 준 아이템이다.

쓸모없는 아이템은 아닐 터.

‘얘랑 친해져서 나쁠 건 없겠네. 아버지가 사단장이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을 마친 김민준은 카드를 주머니에 넣은 뒤, 손은서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네?”

“우린 오늘부터 친구다. 말 놓을 테니까, 너도 말 놔.”

“…왠지 기분 나쁘네.”

그녀는 살짝 인상을 쓰면서도, 자신과 악수를 나눴다.

“전우님들! 재밌었어요!”

“저희두요! 다음에 또 같이 놀아요!”

어느덧 정신없이 놀다 보니, 복귀 시간이 다가왔다.

“야, 민준아! 너 뭐냐? 손은서랑 말 놓던데?”

“김민준 병장님! 역시 작업하고 있었던 겁니까!”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생활관에 들어가기 무섭게, 분대원들이 김민준에게 달라붙었다.

“김민준 병장님! 여자한테는 관심 없다고 하셨으면서! 어떻게 손은서 상병을….”

“광식아.”

“상병 김광식.”

“거울 보고 이길 때까지 가위바위보 할래, 아니면 그냥 조용히 있을래.”

“…조용히 하겠습니다.”

김민준은 손은서랑 단순히 친구 하기로 했다고 말하자, 병장들은 이성끼리 친구가 어딨냐며 대답했다.

“민준아, 남녀 사이에 친구는 있을 수가 없다.”

“그래. 손은서가 너한테 관심 있어서 그런 거지, 그건.”

그들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며 축하한다고 말했지만, 김민준은 정말 친구 사이로 지낼 생각이었다.

그에게 있어 1순위는 어디까지나 별이었으니까.

스스스스.

새벽 3시.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던 사이, 나이트 워커가 던전의 조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보고해 봐.’

스스스.

나이트 워커는 대전에 있는 던전 안에서, 100㎏가량의 마력석이 발견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헌터들은 막힌 입구를 완전히 뚫은 상태.

세부 조사를 마친 뒤, 부대를 편성해 마력석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한다.

‘마력석이라. 헌터들이 그렇게 많은 이유가 있었구만.’

1㎏도 아니고 100㎏다.

마력석은 보통 던전을 클리어했을 때, 운이 좋은 날 1㎏ 정도를 확보한다.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자원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것의 100배가 되는 물량을 한 번에 확보하게 생겼으니, 헌터 본부에서 눈이 뒤집히는 게 당연했다.

‘그래서. 그 이질적인 기운의 정체는 뭐냐?’

스스스.

나이트 워커는 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대답하며, 자신이라면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거야 당연한 거고. 어쨌든 가까이 가 봐야 알 수 있다, 이 말이네.’

김민준은 다음 날 대전으로 향하기 위해 휴가를 신청했다.

**

“충성!”

“어, 김민준이. 드디어 휴가 좀 쓰네. 1박 2일만 신청하다가, 웬일이냐?”

“배달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신청했습니다.”

“그래서 새벽 중에 신청했냐? 병장이니까 봐준다. 너무 먹다가 체하지는 말고, 잘 갔다 와라.”

“예!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충성!”

김민준은 당직 사관에게 보고를 마친 뒤, 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이봉구. 현재 상황은 어떠냐.”

-김민준님. 대전에 도착하셨군요. 헌터군들은 던전 조사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마력석을 운반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이봉구는 독수리 형태로 상공을 날아다니며, 헌터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몬스터는 없는 빈 던전입니다. 안에 뭔가 있는 건 확실한데… 직접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래. 경계가 허술한 곳은.”

-제가 미리 찾아 놨습니다!

김민준은 이봉구가 알려 주는 루트를 따라 던전 근처로 향했다.

“이야. 저게 다 몇 명이냐. 100명은 넘겠네.”

언덕 위로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면.

마력석을 들고 조심스럽게 운반하는 헌터들과 단독 군장으로 그들을 호위하는 헌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보자. 저 마크는 107사단이었나?’

107사단이면, 손은서의 아버지가 사단장으로 있는 곳이잖아?

‘저기서 몬스터라도 무더기로 튀어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럼 실적 점수도 얻고, 사단장에게 점수도 딸 수 있을 텐데.

김민준은 한동안 그들을 지켜본 뒤, 움직이기로 했다.

던전 안쪽에서 묘한 기운이 느껴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위험하다는 느낌은 안 들었기에.

“오래 걸려도 좋으니까 조심히 옮겨라! 절대 넘어지면 안 된다! 그거 하나가 천만 원이 넘는다!”

“예!”

“알겠습니다!”

간부의 으름장에 헌터들은 최대한 천천히 이동했다.

‘이야. 저걸 다 옮기려면 한세월은 걸리겠는데?’

마력석은 가공 과정을 거치기 전까지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에 매우 약하다.

트럭에 실으면 박살 나는 것은 당연하고, 수레에 실어도 마찬가지다.

결국, 인력으로만 저 돌을 운반해야 한다는 말.

‘응? 잠깐만.’

김민준이 하품하며 상황을 지켜보길 잠시.

던전 안쪽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입구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데?”

몬스터의 기척은 없긴 했지만, 안의 마력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그가 슬슬 움직이려는 순간, 던전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쿠구구궁!

깔끔하게 뚫은 던전 입구가 다시 메워지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

그뿐만 아니라, 마력 수치를 측정하는 측정기가 경고음을 내기까지.

“이, 이런 미친….”

간부들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뒤, 안에 있는 헌터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소리쳤다.

“비상이다! 빨리 그 주위에서 떨어져! 마력석이고 뭐고 일단 냅두고 빨리!”

“아, 알겠습니다!”

“안에! 안에 아직 소대원들이 남아 있습니다!”

“들어가지 말고 떨어져! 매뉴얼대로 움직여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던전 주변.

마력석이 든 던전의 정체는, 바로 위장형 던전이었다.

변화형 던전 중에서도 극히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던전.

‘묘한 기운의 정체가 저거였나.’

그리고 저 마력석은 미끼였고.

상황 판단을 마친 김민준은 입구가 닫히고 있는 던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여기서 안에 갇힌 헌터들을 구해야겠지.’

저놈들 전부 멀쩡하게 구하면, 실적 점수가 얼마야!

“104사단 2대대 2중대 2소대 김민준 병장입니다! 제가 이 던전을 안에서 다시 열겠습니다! 부대에 보고만 부탁드립니다!”

“뭐, 뭐? 타 부대 헌터가 왜 여기에….”

김민준은 재빨리 보고를 마친 뒤, 던전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던전의 입구가 다시 막혔다.

**

[던전에 입장하였습니다.]

“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매뉴얼대로 입구 근처에서 기다려!”

“큭! 무기가 없습니다! 하필이면 운송반만 안에 갇힌 것 같습니다!”

던전에 들어가 보니, 일병들과 이병들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내가 들어간 게 정답이었네.’

위장형 던전의 난이도는 높다.

‘위장형 던전은 특정 조건을 채워야 한다고 했지.’

단순히 몬스터를 처리한다고 해서 클리어할 수 있는 던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마력석을 본래 위치로 다시 돌려 놓으세요.]

이런 식으로 떠오르는 메시지의 조건을 만족해야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말하자면, 위장형 던전은 그 자체가 몬스터인 셈이다.

“다들 정신 차리시고! 이쪽으로 오세요!”

김민준은 헌터들의 주의를 끈 뒤,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어? 그쪽은 104사단 헌터 아니세요? 왜 여기에….”

“여기 타 부대원 접근 금지였을 텐데 어떻게?”

“우연히 지나가다가 발견해서요.”

“…네?”

헌터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길 잠시.

“힘으로 되려나 모르겠네.”

김민준은 막힌 입구를 향해, 주먹을 힘껏 뻗었다.

쿠웅!

그 충격의 여파로 던전 내부가 사납게 흔들렸다.

“역시 힘으로는 안 되나 보네. 귀찮게.”

반면, 김민준이 가격한 던전 입구는 금 하나 가지 않고 멀쩡했다.

“…….”

“뭔 힘이….”

“그것보다 무전기 가지고 있는 사람 없냐? 무전 되는지부터 확인해 봐!”

“아까부터 연락하고 있었는데, 안 됩니다….”

“후… 운도 더럽게 없네.”

“몬스터라도 나오면 이대로 다 끝입니다.”

헌터들은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현재 자신들은 군용 검을 장비한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거기다 이병들과 일병들뿐.

오크는 무슨.

고블린 무리가 나오기라도 했다가는, 그대로 전멸할 터였다.

“다들 진정하세요. 제가 책임지고 데리고 나갈게요.”

김민준은 현 상황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했다.

“변화형 던전에서 위장형 던전이 나왔습니다. 메시지는 확인했죠?”

“네? 아… 마력석을 본래 위치로 돌려 놓으라는….”

“그렇죠. 근데 그건 불가능하니까, 메시지가 바뀔 때까지 기다려 봐요.”

헌터들은 그의 차분한 태도 덕분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얌마. 이봉구. 들리냐?

그사이, 김민준은 던전 밖에 있는 이봉구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예! 김민준 님!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멀쩡하다. 현재 상황이나 보고해 봐.’

-주위에 있는 헌터들은 멀찍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들리는 말로는, 빠른 시일 내 특수 장비를 투입해, 입구를 뚫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건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인데.

물론 시간만 충분하다면 뚫을 수야 있겠지만, 그전에 안에 있는 헌터들이 굶어 죽겠지.

‘어쨌든 알겠다. 난 여기 있는 사람들 데리고 나갈 테니까, 넌 지금처럼 지켜보고 있어라.’

-예! 몸조심하십시오!

김민준이 이봉구와 연락을 끝내자, 메시지가 추가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력석을 본래 위치에 돌려 놓지 않았습니다.]

[던전의 변화가 시작됩니다.]

쿠구구궁!

던전이 점점 좁아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안에 있는 헌터들을 압사시킬 목적이다.

“뭐냐. 이놈이 누구 마음대로?”

김민준은 던전의 벽을 마구 두들기고, 발로 찼다.

쿠웅! 쿵!

어디 해 볼 테면 해 보라는 마음을 담아 실컷 두들기기도 잠시.

던전은 졌다는 듯 변화를 멈췄다.

“와… 병장 정도 되면 저런 게 되는 겁니까?”

“이대로 죽는 줄 알았는데, 무식하게 때려서 변화를 멈추는 건 처음 봤습니다.”

“그럴 리가 있겠냐? 저건 장교가 와도 안 되겠다. 어쨌든 저기 아저씨가 들어와서 살았다.”

헌터들은 김민준의 무식함에 감탄하면서도, 안도했다.

띠링.

“이제야 제대로 된 메시지가 뜨네.”

던전이 잠잠해지길 잠시.

김민준의 눈앞으로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