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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했는데 입대 전날이다-44화 (44/212)

44. 분대 외출-2

‘던파 열쇠고리다.’

물량도 얼마 안 남았는지, 단 하나밖에 없다.

여기선 무조건 내가 먼저 해야지.

“여기선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오! 사격 고인물!”

“김민준 병장님. 이거 먼저 하는 사람이 제일 불리합니다.”

“내가 하는 거나 보고 말해라.”

김민준은 직원에게 후불로 한꺼번에 계산하겠다고 말한 뒤, 앞에 비치된 모형 총을 집어 들었다.

돌격 소총의 모델링의 장난감 총.

‘저 열쇠고리는 내 거다.’

그는 진지한 눈으로 표적을 응시했다.

“자. 헌터군이시니까, 특별 찬스 드릴게요! 사격 중간에 뭔가가 하나 나오거든요? 그거 맞히시면 보너스 점수 300점 드리겠습니다!”

총을 집어 들자, 직원이 특별 찬스를 주겠다며 말해 왔다.

‘보너스 300점이라.’

300점까지 추가로 얻으면, 만발했다는 가정 하에 1등, 2등 상품을 모두 가질 수 있다.

“그럼 시작합니다!”

직원이 버튼을 누르자, 홀로그램 형태의 귀여운 몬스터들이 홱홱 지나쳐갔다.

“뭔 속도가 저래.”

“아니, 아저씨. 헌터군인 우리가 봐도 되게 빠른데, 일반인들은 어떻게 해요?”

“에이. 일반인들한테는 당연히 속도 느리게 하죠. 저도 양심이 있지.”

그 말은, 당신들이 헌터군이라 난이도를 높였다는 뜻이었다.

투웅! 퉁!

[10점!]

[10점!]

[10점!]

김민준은 나타나는 표적을 한 마리도 놓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표적의 크기는 작아졌고,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아니, 이걸 사람이 하라고 만든 건가….”

“저걸 그대로 다 맞히고 있는 민준이는 뭐 하는 놈이야?”

“와… 저기 전우님 되게 잘하신다.”

분대원들은 그의 사격 실력에 입을 떡하니 벌렸다.

“도대체 민첩 스텟이 몇이야….”

손은서 역시, 살짝 놀란 기색이다.

[보너스 타임!]

게임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커다란 효과음과 함께 모기만 한 표적이 나타났다.

“저건 진짜 선 넘네.”

“저걸 어떻게 맞히냐.”

“아니, 아저씨! 한 판에 만 원씩 받으면서 저건 아니죠!”

분대원들은 직원이 양심이 없다며 불만을 뱉기까지.

투웅!

[300점!]

김민준은 당황하지 않고, 만점을 획득했다.

‘마지막은 좀 어려웠네.’

그가 빨리 상품을 달라고 눈치를 보내자, 직원이 졌다는 표정으로 상품들을 꺼내 왔다.

‘2등은 챙겼고. 1등은….’

김민준은 1등 상품을 확인하고 눈을 가늘게 떴다.

‘저건 너무 크잖아.’

1등 상품은 어린아이 몸통만 한 주황색 버섯 인형이었다.

“대박! 전우님 되게 잘하신다!”

“저거 상술이라던데, 한 번에 다 따셨네요!”

양손에 상품을 가득 안고 나오자, 여헌터들이 박수를 치며 좋아해 주었다.

‘이건 딱히 필요 없는데. 걸리적거리고.’

김민준은 아무나 가지라며 버섯 인형을 내밀었다.

“와! 감사합니….”

홱!

여헌터들이 손을 뻗으려 하자, 손은서가 귀신같이 인형을 낚아채 갔다.

“왜? 선착순 맞지?”

“네, 네! 맞습니다….”

손은서는 상병이기도 하지만, 위에 별 달린 아버지가 있다.

그녀에게 어떻게 양보해 달라 하겠는가.

‘기회다!’

‘그럼 난 저거라도 줘야지!’

‘내가 먼저 한다, 비켜!’

여헌터들이 아쉬운 표정을 짓자, 분대원들은 3등 상품이라도 선물해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어이고. 군인분들이 사격은 잘 못하시나 봅니다.”

“이거 총이 이상한 것 같은데요?”

“아니, 뭔 사격 게임이 이렇게 어려워….”

“하하하! 저기 있는 헌터분은 만점 받으셨는데요?”

“씁….”

결국 김민준을 제외하고 상품을 탄 분대원들은 한 명도 없었다.

“꼴찌는 김광식 상병입니다!”

“풉. 멍청한 자식. 김민준 병장님 사격 잘하시는 거 모르냐? 300점 얻으려다가 돈 왕창 깨지게 생겼네!”

“…….”

김광식은 김민준을 따라 무리한 도전을 하려다, 점수를 왕창 까먹고 꼴찌를 했다.

“자자. 치킨 8마리 값 나갑니다!”

“얌마. 배달비는 왜 빼냐. 9마리로 쳐야지.”

동기들은 그를 놀려 대며 약 올렸다.

20살 넘게 먹었으면서, 어린애들이 따로 없다.

“내 팔자야.”

김광식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두 분대원 값을 계산했다.

“전우님들! 이제 본격적으로 즐기러 갑시다!”

“네!”

그 후.

김민준과 분대원들은 한동안 정신없이 놀이기구를 타고 시간을 보냈다.

[몬스터 익스프레스]

“여기가 거기야? 되게 크다.”

대망의 몬스터 익스프레스 앞.

‘야. 내가 얘 옆에 앉을게.’

‘좋습니다. 저는 저쪽 분하고 앉겠습니다.’

헌터들은 서로 신호를 보내며, 자리를 은근슬쩍 교체했다.

그러던 사이, 직원이 VR 선글라스를 건네주었다.

“고정 잘 되게 착용해 주세요.”

“네!”

“아. 그리고 이게 겉보기에는 롤러코스터인데… 생각보다 많이 무섭거든요. 괜찮으시겠어요?”

그 말에 분대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물론이죠. 그런데 이거 얼마나 걸려요?”

“15분 정도 걸립니다.”

“얼마나 무섭나요?”

“이게 좀 주관적이긴 한데, 여성분들은 대부분 울면서 나오십니다.”

“나이스!”

“예?”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말에 분대원들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김민준 씨.”

김민준이 놀이기구에 착석하길 잠시.

손은서가 옆자리에 앉았다.

“이따가 할 말이 있는데, 잠시 시간 괜찮아요?”

“그냥 여기서 해요.”

“그건 좀 곤란해서요. 김민준 씨에게 따로 드릴 것도 있고요.”

“그럼 지금 주세요.”

“아! 쫌! 중요한 거라고요!”

김민준은 내심 귀찮음을 느꼈지만, 귀한 물건이라고 하기에 일단 알겠다고 대답했다.

“자! 안전 벨트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못 견디겠다 싶으시면, 그냥 눈을 감아 주시면 됩니다.”

잠시 후.

직원의 안내가 끝나고, 롤러코스터는 어두운 내부에서부터 출발했다.

-크레에에엑!

“어욱! 시벌 깜짝아!”

쿠웅! 쿵!

“꺄아아악!”

시간이 지날수록, 리얼하게 구현된 몬스터들이 얼굴을 휙휙 들이밀었다.

남헌터든 여헌터든 할 것 없이, 서로 비명을 지르기에 바빴다.

‘참나. 여헌터들이랑 친해지겠다고 한 놈들이, 실눈만 뜨고 있네.’

김민준은 분대원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크륵! 크르륵!

“으아아어아아!”

“맞는다!”

“엄마아아아!”

갑자기 튀어나온 고블린의 곤봉이 그들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간다.

상당히 리얼해 헌터들은 몸을 들썩이며 난리를 피웠다.

‘아. 저런 거 때려잡는 게임은 없나?’

김민준은 아무 감흥이 없었다.

태연한 얼굴로 몬스터 익스프레스를 즐기기도 잠시.

‘뭐지.’

분대원들 대부분이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손은서도 마찬가지.

‘마침 심심했는데, 잘됐네.’

김민준은 순간 장난기가 발동했다.

“손은서 씨. 아까 끝났는데 눈 언제 뜰 거예요?”

“끝났어요?”

-쿠에에에엑!

“아아아악!”

그녀는 입을 쩍 벌린 몬스터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아. 역시 이런 재미지.’

김민준은 만족감에 조용히 입꼬리를 올렸다.

“다음에도 또 즐겨 주세요!”

이제 다 끝났다는 직원의 신호.

헌터들은 그제야 살았다는 표정으로 눈을 떴다.

그중 몇 명은 아예 넋이 나간 듯했다.

“이런 제기랄. 내 계획이….”

“큭! 내가 이렇게 쫄보였다고?”

분대원들은 계획했던 일이 실패하자, 스스로 자신을 자책했다.

**

시간이 지나, 식당 안.

분대원들이 메뉴판을 들여다보길 잠시.

기본 가격만 3만 원대인 식사를 보고, 입을 떡 벌렸다.

“아니, 뭔 공깃밥이 4천 원….”

“선 세게 넘네. 공깃밥은 천 원이 국룰 아니냐?”

“그러게요. 여긴 좀 비싸긴 하네.”

헌터들이 불만스럽게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 손은서가 자신이 계산하겠다며 말했다.

“아까 아버지가 주고 가셨어요. 여기는 제가 살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시키세요.”

“어….”

“그래도 되나요?”

“네.”

그 부분이 오히려 신경 쓰였기에, 분대원들은 가장 저렴한 메뉴를 하나씩 골랐다.

“으아아아앙! 왜 없어! 아빠가 있다고 했잖아!”

그러던 중.

식당 안에서 어린아이가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이 아빠는 난감한 기색으로 아이를 안아 들었다.

“죄송합니다. 메뉴만 받고 밖으로 나가겠습니다.”

“아까 총 게임 그거! 던파 캐릭터 있다고 했잖아아아!”

“직원 아저씨가 다 나가고 없다고 했잖아. 아빠가 다른 거 사 줄게.”

“싫어! 그거 아니면 안 된단 말이야!”

남자아이는 아빠 품에 안긴 채로 팔을 휘저었다.

‘아까 총 게임? 던파?’

너 이 녀석.

꿈나무였구나.

상황 파악을 끝낸 김민준이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거 말하는 거야?”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캐릭터 열쇠고리를 보자, 아이의 울음이 뚝 그쳤다.

“네!”

“너 가질래?”

“네에!”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아닙니다. 안 주셔도 됩니다. 애 버릇만 나빠집니다.”

“괜찮아요. 겸사겸사 딴 거라서요.”

사실, 그가 원하던 상품이 아니었기에 건네주려던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캐릭터였으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양보는 없었다.

“형아! 감사합니다!”

“그래. 사람들 많은 곳에서 울고 그러면 안 된다.”

이 꿈나무 녀석.

무럭무럭 자라라.

“네에!”

다른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며 활짝 웃었다.

헌터군에 대한 인식이 더 좋아지는 순간이었다.

“전우님 성격 되게 좋으시다.”

“김민준 씨가 이병에서 병장까지 엄청 빨리 달았다면서요? 능력도 있으시고.”

“그렇죠. 김민준 병장님은 우리 소대의 전설이죠.”

“아! 지난번에 저희 소대 대민 지원 나갔을 때, 휴가 중에 도와주러 오셨어요!”

“그건 저희 소대장님도 보고 받으시고 미친놈인 줄 알았다던데요.”

여헌터들 역시,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며 남헌터들과 대화를 나눴다.

까톡!

“잠시 밖에 좀 나갔다 온다.”

김민준은 까톡 메시지를 확인하고, 식당 밖으로 나갔다.

‘얘는 도대체 뭘 대단한 걸 주려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불러낸 거야?’

별거 아닌 거면 나중에 놀려 먹어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길 잠시, 손은서가 주위를 살피며 자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참나. 누가 보면 불법 아이템이라도 거래하는 줄 알겠네.”

“뭐래. 불법 아니거든요?”

“그것보다 할 말 있다면서요? 뭐예요?”

자신의 말에, 손은서는 고민하는 듯하다가 대답했다.

“그냥 별건 아니고, 김민준 씨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뭐요?”

“아!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친구 하자고요, 친구!”

김민준이 눈을 가늘게 뜨자, 그녀는 오해하지 말라며 말을 이었다.

“그냥 인맥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되죠. 헌터군은 은근히 인맥 중요해요. 간부까지 가실 거 아니에요?”

사실 은근히가 아니고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김민준과 친해져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저쪽도 자신에게 이성적으로 관심 없는 것 같으니, 오히려 좋았다.

“전 별까지 갈 건데요?”

“네?”

어처구니없는 김민준의 대답에, 손은서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헌터군 특별 전형으로 사관학교 노리시려구요? 대학은 나오셨죠?”

“아뇨. 전 진급으로만 별까지 갈 건데요.”

“진지하게 생각한 내가 바보였네.”

“뭐요? 내가 별 달면 어쩔래요?”

그까짓 4년제 대학 따위.

압도적인 실력으로 씹어 먹어 주면 될 뿐.

“그것보다 저한테 주려던 거나 빨랑 줘요.”

김민준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하아… 아버지가 전해 주라고 해서 주는 거예요.”

손은서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넘겨주었다.

‘뭐가 들었길래.’

딸깍!

‘응? 이건?’

처음 보는 아이템인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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